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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맛있어진다, 마포나루길

  • Editor. 김예지 기자
  • 입력 2020.09.0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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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음식문화거리. 유독 고기집이 많다
마포음식문화거리. 유독 고기집이 많다

옛 번영의 기억을 가늠해 본다. 조선시대 당시 지금의 마포, 공덕 부근에 존재했던 마포나루의 날들을. 한강의 대표적인 나루였던 마포나루는 늘 전국에서 드나드는 배들로 붐비곤 했다. 지금은 영락없이 현대적인 모습이지만, 옛 흔적이 일대 곳곳에 남아 있다.

해가 지면 활기를 띠는 마포갈매기골목
해가 지면 활기를 띠는 마포갈매기골목

상인들이 구워 먹던 갈비의 전통을 잇는 갈비집들, 뱃사람들의 무사를 기원하며 지어진 사찰, 마포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역사 속 인물들까지. 걷는 속도에 맞춰 찬찬히 역사를 떠올려 본다. 얽힌 사연만큼이나 풍성한 게 또 있으니, 먹거리다. 갈매기 골목과 족발 골목, 전 골목 등이 포진해 있으니 코스의 마무리는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좋다.  

마포나루길
Maponaru-gil

추천코스│공덕역 1번 출구-아소당터-정구중가옥-마포음식문화거리-토정이지함동상-토정이지함집터-마포나들목-마포종점나들목-석불사-마포갈매기골목-공덕시장-공덕역 5번 출구
길이│4.6km  
소요시간│1시간 30분 

조그만 숲 같은 아소당터
조그만 숲 같은 아소당터
아소당에 얽힌 사연이 쓰여 있는 비석
아소당에 얽힌 사연이 쓰여 있는 비석

●흥선대원군의 흔적
아소당터 

서울디자인고등학교 정문 우측에는 조그마한 숲이 하나 있다. ‘아소당터’라고 쓰인 비석이 있는 이곳은 조선 말 흥선대원군이 말년을 보낸 별서(別墅, 별장)가 있던 자리다. 고종을 대신해 10년간 섭정을 했던 흥선대원군은 1873년 조정에서 물러난 후 1882년 임오군란 때 다시 집권했다. 그러다 청나라에 납치되어 4년간의 유배생활을 지냈고, 다시 돌아온 후 현재 공덕동에 있는 아소당에서 남은 생을 보냈다. 1898년 흥선대원군이 세상을 떠나고 아소당에 조성된 그의 묘는 1908년 파주로 이장됐다.
 

주소: 서울 마포구 백범로 139(서울디자인고등학교 안)

못 없이 지은 한옥, 정구중가옥
못 없이 지은 한옥, 정구중가옥
정구중가옥의 고즈넉한 멋
정구중가옥의 고즈넉한 멋

●아담한 한옥의 멋
정구중가옥

1920년대에 축조했다고 추정되는 ㅁ자 모양의 전통 한옥이다. 당시 용강동의 한 부농이 무남독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이름난 목수를 시켜 지었다는데, 중요한 건 집을 지으며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넓지 않은 공간에 안채, 행랑채 그리고 별채까지 살뜰히 갖춘, 당시로선 드문 건축 양식이기도 했다. 한옥의 아담한 매력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다.
 
주소: 서울 마포구 큰우물로2길 22

토정로 한가운데 서 있는 토정이지함동상
토정로 한가운데 서 있는 토정이지함동상
토정이지함집터는 비석으로 남아 있다
토정이지함집터는 비석으로 남아 있다

●토정비결의 그
토정이지함동상 & 집터

이지함이라는 세 글자가 다소 생소하다면, ‘토정’을 떠올리자. 토정 이지함 선생은 우리가 익히 아는 그 <토정비결>의 저자다. 조선시대 학자였던 그는 유랑을 즐기는 기인이자 무소유를 몸소 실천한 자유인이었다고 전해진다. 마포에 흙으로 만든 움막집을 짓고 살아 ‘토정(土亭)’이라는 호가 붙은 것만으로도 그렇다. 그의 집터는 현재 마포 한강삼성아파트 단지 안에 표지석으로 남아 있다. 인근 ‘토정로’ 사거리에서는 봇짐과 짚신을 등에 메고 서 있는 이지함 선생의 동상을 찾아 볼 수 있다.

전쟁으로 소실된 모습을 차차 되찾은 석불사
전쟁으로 소실된 모습을 차차 되찾은 석불사

●무사와 번영을 기원하며
석불사

조선시대 숙종 때 창건된 석불사는 마포나루와 가까운 위치상, 뱃사람들의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사찰로 유명했다. 그러다 19세기 중반 흥선대원군의 배불(排佛)정책으로 사찰이 없어지고 ‘풍월정’이라는 정자가 생겼다가, 일제강점기 때 이곳에서 석불이 발견되면서 ‘석불암(石佛庵)’이라는 사찰이 지어졌다. 6·25전쟁 당시 안타깝게도 삼성각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불탔는데, 1960년대부터 10여 년 동안 대웅전과 극락전이 지어졌고 대웅전은 1990년대 들어서야 다시 만들어졌다.   

주소: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4다길 23-6

 

▶먹부림의 성지 
마포나루


산책 끝에 찾아온 허기가 반갑다. 
공덕역, 마포역 주변엔 먹을 게 이렇게나 많다.


마포음식문화거리
마포나루를 드나들던 상인들이 목살과 주먹살 등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던 문화가 현재 ‘마포갈비’의 시작이다. 마포에는 그래서 유독 고깃집이 많은데, 지하철 5호선 마포역 부근 마포음식문화거리에는 1950년대부터 식당가가 밀집되기 시작했다. 노포부터 현대식 가게, 고기뿐 아니라 다양한 메뉴들로 주변 직장인들의 발길을 끈다.


주소: 서울 마포구 토정로 278-1

마포갈매기골목
마포 경원선 굴다리 아래에 있던 갈매기 고깃집은 주변 노동자들이 일 끝난 후 주로 찾던 아지트였다. 그러다 굴다리가 철거되었고, 다리 아래 있던 식당들이 지금의 도화동으로 옮겨오며 갈매기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 ‘마포갈매기’, ‘부산갈매기’ 등 식당들이 곁을 맞대고 영업 중이다. 고기 굽는 판 가장자리를 달걀로 채워 주는 방식은 여전하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도화동(베스트웨스턴가든호텔 뒤편, 마포역에서 공덕역 사이)

 

공덕시장 

한때 600여 개 점포를 갖출 만큼 번성했던 공덕시장은 다른 재래시장들이 밟은 수순대로, 대형마트의 등장에 상권이 점차 줄어들었다. 그 위기를 돌파한 건 선택과 집중. 족발집이 모인 ‘족발 골목’, 갓 구운 전을 늘어놓고 파는 ‘전 골목’이 알려지며 젊은 세대들이 공덕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족발 골목만의 문화라면, 족발을 주문하면 순대국을 무한리필 해 준다는 것. 전 골목에서는 먹고 싶은 전을 직접 보고 바구니에 골라 담으면 상차림과 함께 따끈하게 데운 전을 내준다. 

주소: 서울 마포구 만리재로 19

마포 떡볶이골목

떡볶이 마니아에게 마포 도화동은 필수 코스다. 즉석떡볶이 단 하나의 메뉴로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 온 ‘코끼리분식’,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등장하며 더욱 유명세를 탄 ‘마포원조떡볶이’가 나란히 붙어 있기 때문. 끼니마다 긴 줄이 형성되는 골목은 평일에도 늘 시끌시끌하다. 골목 입구를 지나 좀 더 들어가면 술과 함께 즉석떡볶이를 즐길 수 있는 ‘다락’이 있다.

코끼리분식 & 마포원조떡볶이│ 서울 마포구 도화2길 3
다락│ 서울 마포구 도화2길 8

 

글 김예지 기자  사진 김예지 기자, 마포구청 DB
취재협조 마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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