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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맛, 전주

  • Editor. 이은지 기자
  • 입력 2020.09.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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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고 전동차를 탄 연인이 전주 한옥마을을 누빈다
한복을 입고 전동차를 탄 연인이 전주 한옥마을을 누빈다

예스러움과 모던함을 맛있게 비볐다.
혀끝에서 전주의 멋과 맛이 달콤하게 맴돌았다. 

 

●전통과 신념, 소중함을 지킨다는 건


눈길마다 한국이 묻어난다. 한옥의 유려한 처마 곡선 아래 한복을 입은 연인들이 거닌다. 전주 한옥마을은 ‘우리 것’에 대한 전주인들의 사랑과 이를 지키기 위한 투쟁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상인들이 전주에 대거 거주하며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이에 반발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고.

전통 한복 대신 개화기 의상을 대여해도 좋다
전통 한복 대신 개화기 의상을 대여해도 좋다

한옥마을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옷을 갈아입어볼까? 곳곳에서 전통 한복부터 개화기 의상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색다른 옷을 대여할 수 있다. 눈앞에는 곤룡포를 입은 왕과 무사가 거닐고, 고개를 돌리니 두 손을 맞잡은 모던보이와 모던걸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 넓지 않아 두 발로 걸어 다녀도 무리 없지만, 전동차를 이용하면 더욱 편리하게 마을을 누빌 수도 있다. 전주공예품전시관, 한옥생활체험관 등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시설도 가득하다. 공예품전시관에서는 목공예, 섬유공예, 한지공예를 직접 체험하고, 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다. 

붉은 벽돌이 돋보이는 전동성당 사제관 풍경
붉은 벽돌이 돋보이는 전동성당 사제관 풍경
푸른 녹음과 기와가 어우러진다
푸른 녹음과 기와가 어우러진다

마을 끝자락에는 다소 이질적이면서도 한옥과 어우러지는 서양식 건물이 우뚝 솟아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전동성당이다. 호남 지방 최초의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로 역사는 물론 규모도 단연 돋보인다. 조선의 천주교 박해 정책에 따라 전주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어갔다. 전동성당은 한국 천주교회 최초 순교자인 윤지층과 권상연이 처형당한 자리에 건립돼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의 기와지붕이 발 아래 펼쳐진다
전주 한옥마을의 기와지붕이 발 아래 펼쳐진다

●볼거리부터 먹거리까지 이리 오너라 


전동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경기전은 현존하는 유일한 태조 어진을 모신 곳이다. 임진왜란 때 다른 지역에 모신 어진이 모두 불타고 전주 어진만이 유일하게 남았다고. 본전에 들러 어진을 바라보니 태조의 기개와 위엄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한옥을 입고 낭만을 즐기는 이들이 가득한 경기전
한옥을 입고 낭만을 즐기는 이들이 가득한 경기전

경기전 내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전주사고와 어진박물관도 있으니 시간을 들여 찬찬히 살펴볼 것. 어진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어진 전문 박물관으로 태조 어진은 물론 세종, 영조, 정조, 철종, 고종, 순종 조선시대 임금의 초상화 6점이 전시돼있다. 역사실과 가마실에서 경기전 건립부터 태조어진 봉안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도 있다.

경기전
경기전

푸른 녹음이 우거져 산책하기에도 좋다. 나무 사이로 흙을 밟으며 잠시 여유를 즐겨본다. 시원한 그늘에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대나무숲이 우거진 곳은 경기전 최고의 포토존이니 그저 지나치지 말고 사진 한 장을 남겨보자.

먹을수록 진국인 왱이집 콩나물국밥
먹을수록 진국인 왱이집 콩나물국밥
전주 대표 먹거리 전주비빔밥
전주 대표 먹거리 전주비빔밥

여행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색색의 고운 나물에 육회까지 얹어 슥슥 비비면 어느새 군침이 꿀꺽. 전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주비빔밥이다. 수란에 김가루를 솔솔 뿌려먹는 콩나물국밥도 일품이다. 바글바글 끓이기보다는 식은 밥에 끓인 육수를 부어 데우는 토렴식을 택했다. 다소 미지근하고 밍밍한 맛이 자극에 길들여진 혀를 말끔히 씻어내는 느낌을 준다. 베테랑 칼국수는 들깨, 김가루, 고춧가루를 듬뿍 올려 일반적인 칼국수와는 사뭇 다른 모양새를 띤다. 진하고 걸쭉한 맛이 매력.

‘식사배와 간식배는 따로’라는 불변의 진리에 따라 간식거리로 눈을 돌린다. 새우가 통째로 들어간 다우랑 만두는 전주한옥마을 한가운데 위치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관광객들의 베스트셀러인 풍년제과 초코파이는 초코, 녹차, 딸기 등 다양한 맛을 자랑한다. 

7080 시대를 체험할수 있는 전주 난장
7080 시대를 체험할수 있는 전주 난장

●엄마 아빠와 함께 7080 추억여행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뜻하는 뉴트로(New+ Retro)가 대세다. 한옥마을 내에 위치한 전주난장은 25년간의 자료 수집, 3년 6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탄생한 근대사 체험박물관이다. 그저 잠시 들렀다 가겠노라 만만히 생각했더니 가정집 10개를 이어 만든 그 규모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사실적으로 재현된 7080 소품을 직접 만져보며 시대극 한가운데 놓인 기분을 만끽했다. 학교, 기차역, 고고장 등 무려 70여 개에 달하는 테마관을 둘러보다 보니 함께 손을 잡고 온 가족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이거 엄마가 어렸을 때 먹던 간식인데”, “요즘 학교는 많이 좋아졌지. 아빠는 이런 교실에서 공부했어” 자식의 손을 잡고 부모들이 추억에 잠겨 이야기보따리를 늘어놓았다.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돌아보다 복고풍 영화 포스터, 옛날 학용품을 만지작거렸다. 아이에게도 색다른 경험이 또 한 페이지 쌓였을 테다. 

1층부터 4층까지 구불구불 미로처럼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중반쯤 왔을까. 우물 한 번 길어보실래요? 직원의 말에 110년 된 우물의 줄을 잡아당겨 시원한 물을 직접 떠본다. 목을 축였으니 신나게 즐길 차례다. 7080 오락실에서는 갤러그, 테트리스 등 고전 게임이 준비돼있고, 화려한 조명의 고고장에서는 그 시절 음악이 흘러나온다. 만화방에서는 편안히 누워 책장 가득한 만화를 볼 수도 있다. 곳곳에 즐길 거리가 가득한 덕에 이제 그만 가자는 부모의 애원도 들려왔다. 이윽고 마지막 코스인 3층 화개장터와 4층 옥상전망대로 향했다. 어느덧 해가 어둑어둑해지고 300여 개의 조명이 불을 밝혀 분위기를 돋운다. 

벽화만큼이나 화려한 옷을 입고 마을을 거니는 연인
벽화만큼이나 화려한 옷을 입고 마을을 거니는 연인

●한 걸음 더, 오늘의 전주 


구석구석 전주의 마을은 다양한 옷을 입고 있다. 오목대 육교를 건너면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자만벽화마을이 펼쳐진다. 십여 년 전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 사업을 통해 아름다운 벽화마을로 탄생하게 됐다고. 애니메이션, 팝 아티스트들이 화려하게 벽을 수놓은 골목으로 들어서다 슬램덩크 강백호의 강렬한 눈빛을 마주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만화 대사가 불쑥 떠올랐다. 마을 정상에 오르면 한옥마을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서학동 예술마을에는 젊은 예술인들의 공방이 들어섰다
서학동 예술마을에는 젊은 예술인들의 공방이 들어섰다

전주천을 건너 서학동 예술마을로 향했다. 십 년 전 음악을 하고 글을 쓰는 부부가 터를 잡았다. 그 후로 화가, 사진작가 등 예술인들이 하나 둘 옮겨왔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난 지금, 총 20가구 30여 명의 예술인들이 서학동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문학 서점, 바느질 공방, 수제 소품 숍 등 아기자기한 공간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학전문서점 카프카
문학전문서점 카프카
독립서점 책방 토닥토닥
독립서점 책방 토닥토닥

독서가 간절할 즈음, 작은 동네 서점을 탐방하고는 한다. 전주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스탬프 투어를 따라 책방을 누볐다. 문학전문서점 카프카에서는 다양한 창작모임도 함께 운영 중이다. ‘책은 우리 안의 얼음을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는 카프카 말이 뇌리에 꽂힌다. 남부시장 2층 청년몰에서는 독립서점 책방 토닥토닥을 만났다.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지만 철학, 인문, 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이 가득 서가를 메우고 있다.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퍼시즌투어 G-Train 전북3대도시 명품여행(1박2일)

 

전주 글·사진=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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