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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따라 안동 여행

  • Editor. 김선주 기자
  • 입력 2020.09.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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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옛 건물들이 층층이 이어진 도산서원은 우리나라 선비 정신을 상징하는 서원이다
고즈넉한 옛 건물들이 층층이 이어진 도산서원은 우리나라 선비 정신을 상징하는 서원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따라 안동을 여행하니, 
예스러움과 고즈넉함이 참 마음에 들었다.

 

●퇴계처럼 기품 있고 간결하니
도산서원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선비인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은 안동에서 태어났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도산서원으로 향한다. 조선 선조 7년(1574년)에 건립된 서원으로, 퇴계 이황의 위패를 모시고 후손과 제자들이 제를 올리고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지금도 퇴계 선생의 정신과 가르침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간결하고 검소했던 퇴계 선생의 성품을 본뜬 듯 소박하지만 올곧은 기품이 도산서원에 가득하다. 병산서원 등 8개 서원과 함께 2019년 7월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겠다. 

도산서원은 자연 속에 그대로 안겨있다
도산서원은 자연 속에 그대로 안겨있다
낙동강 건너편으로 시사단이 눈에 들어온다
낙동강 건너편으로 시사단이 눈에 들어온다

도산서원 들어가는 길은 어엿한 산책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운치와 정감이 넘친다. 서원 입구에 도착하니, 낙동강 건너편 저쪽에 불쑥 솟은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시사단이다. 퇴계 선생의 학덕을 높이 산 정조 임금이 지방 선비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별도의 과거시험을 보게 한 곳이다. 

도산서원의 서광명실
도산서원의 서광명실

눈을 도산서원 쪽으로 돌리니, 여러 목조건물이 층층 경사를 이루며 도산서원을 완성한다. 퇴계 선생의 제자들이 기거했던 숙소 농운정사부터 도산서당, 서광명실, 동광명실 등이 차례로 이어지고 맨 위에 도산서원의 중심 전교당(보물 제210호)이 기품 있는 자태로 맞는다. 전교당 마루에 올라 아래를 내려보고 있노라니, 옛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낙동강 휘감아 도는 풍경에 빠져
병산서원


퇴계 선생의 제자 서애 류성룡(1542~1607) 선생의 기품도 안동에서 만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을 수행하며 왜군을 물리치는 데 공을 세우고, 그 기록인 ‘징비록’을 저술한 인물이다. 서애 선생의 뜻에 따라 1575년(선조 8년) 세워진 게 바로 병산서원이다. 많은 학자를 배출하며 가치를 높였고,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훼손되지 않고 존속했다. 지금은 서애 선생의 문집을 비롯해 각종 문헌 1,000여 종 3,0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도산서원과 함께 2019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병산서원 입교당에서 내려다보면 만대루 지붕과 누마루 사이로 낙동강 물줄기가 비친다
병산서원 입교당에서 내려다보면 만대루 지붕과 누마루 사이로 낙동강 물줄기가 비친다
만대루 처마 뒤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만대루 처마 뒤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자동차로 10여 분쯤 좁다란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다시 10분 정도를 걸은 뒤에야 병산서원을 만날 수 있다. 낙동강 줄기가 휘돌아 굽이치는 풍경이 하회마을과 흡사하다. 여기서 낙동강 줄기를 따라 4km 정도 가면 하회마을이다. 마침 제철을 맞은 배롱나무꽃이 화사하게 병산서원을 장식하고 있다.

만대루를 건너면 입교당이 나온다
만대루를 건너면 입교당이 나온다

서원의 입구 복례문을 지나니 낙동강을 한눈에 품은 기다란 누마루 만대루가 단아하고, 곧이어 유생들이 교육을 받았던 강당 입교당이 근엄하다. ‘하늘이 부여한 착한 본성에 따라 인간윤리를 닦아 가르침을 바르게 세우는 전당’이라는 뜻을 되새기며, 산과 강 그리고 기와지붕이 그려낸 풍경화에 스르륵 빠져든다.

 

●우리나라 최고 목조건물 앞에서
봉정사


차로도 올라갈 수 있지만 오르는 길이 좋으니 산책 겸 걷는 것도 좋다는 매표소 아저씨의 조언을 따르기를 잘했지 싶다. 제법 가파른 비탈길이지만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호젓하게 감싸주니 전혀 힘겹지 않다. 그렇게 솔숲 산책길을 걸어 오르기를 10여분, 속세와의 경계인 듯 일주문이 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봉정사가 고색창연한 자태로 나타난다. 

봉정사 오르는 길은 소나무가 터널을 이룬 호젓한 산책길이다
봉정사 오르는 길은 소나무가 터널을 이룬 호젓한 산책길이다
고색창연한 봉정사 대웅전
고색창연한 봉정사 대웅전

1999년 4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했고 2018년에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봉정사. 압권은 우리나라 최고 목조 건물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년)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1,300여년 세월의 무게감이 사찰 곳곳에 켜켜이 쌓여있다.

극락전 안에 모셔진 아미타불
극락전 안에 모셔진 아미타불

특히 국보 제15호인 극락전 건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1972년 극락전을 해체하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고려 공민왕 12년(1363년)에 극락전의 옥개부(지붕)를 중수했다는 기록이 발견됐는데, 이를 토대로 극락전이 적어도 12세기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됐고, 동시에 부석사 무량수전을 제치고 우리나라 최고 목조 건물로 인정받았다.

우리나라 최고 목조건물인 극락전
우리나라 최고 목조건물인 극락전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만세루를 통과하니 고즈넉한 천년고찰이 펼쳐지고 공간에는 경건함이 가득하다. 정면 대웅전에서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니 극락전이다. 겉으로 보아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그 앞에 서니 괜스레 뿌듯하다.


●하회마을을 한눈에 품은 전망대
부용대

부용대에서 내려다 본 하회마을
부용대에서 내려다 본 하회마을

안동의 상징 하회마을은 2010년 일찌감치 ‘한국의 역사마을’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이번에는 하회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마을 전체를 오롯이 조망하기로 한다. 부용대다. 낙동강 줄기 건너편 산꼭대기의 전망터다. 부용대 주차장에서 10여 분쯤 가벼운 등산을 마치니, 순간 하늘이 트이고 발밑으로 낙동강과 그 강이 품은 하회마을이 펼쳐진다. 동화 속 마을처럼 앙증맞고 정감 어려 부용대에서 한참이나 머문다.


●사랑의 다리, 안동의 맛
월영교


안동 세계문화유산을 만난 감흥을 월영교에서 되새긴다. 길이 387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 인도교로 2003년 놓였다. 조선시대 한 부부의 애절한 사랑이 깃들어있다. 병으로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부인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엮어 신발로 만들고,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연서로 감쌌다. 사랑하는 이의 품에 자신의 선물을 쥐어주고는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 부부의 사랑을 기리기 위해 미투리(신발) 모양으로 놓은 다리가 바로 월영교다. 

월영교과 유람선
월영교과 유람선

기다란 목조다리는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밤이면 야경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월영교를 걸으며 서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연인과 가족들이 정겹다.  


월영교 초입에는 안동 대표 먹거리 간고등어와 찜닭을 파는 집들이 많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여행의 마무리는 맛있는 기억이다. 

간고등어
찜닭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모두투어네트워크 [문경-안동 이야기 1박2일] 

 

안동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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