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가 사랑한 가을 맛집 5
에디터가 사랑한 가을 맛집 5
  • 강화송 기자
  • 승인 2020.10.02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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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좋다. 알록달록해서 좋고, 선선해서 좋다.
가을이라 더 좋은 곳이 있다. 

●곡선의 안식처
대구 불로동 고분공원


어느 직선 하나 없이 사방이 온통 곡선이다. 보드라운 가을에 젖는다. 과거 불로동에는 전쟁으로 인해 어른들은 모두 죽고 아이들만 남게 되었다. 그래서 늙은 사람이 없는 동네, 불로(不老)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분공원은 누군가의 안식처, 그러니까 무덤이다. 일반적인 크기의 무덤부터 높이가 무려 10m에 달하는 고분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총 210여 기, 예로부터 내려오는 자료나 기록이 없어 누구의 무덤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그저 누군가의 안식처라고 부른다. 무덤 내부의 흔적으로 낙동강 중류 지역 계통임을 추측할 뿐이다. 낙동강 중류 지역 고분은 돌방이 가늘고 긴 것이 특징이다. 가을을 닮은 부드러움, 탁 트인 시야. 봉긋하게 솟은 언덕 가득 갈색 가을빛이 덮는다. 여러모로 좋은 안식처다. 땅 위에서도, 땅 아래에서도.

●가을에 만날재
창원 안민고개 


햇살, 바람, 습도, 온도, 단풍. 이미 완벽한 가을이지만, 더 완벽한 가을이 창원 안민고개에 있다. 늦은 오후 해 질 무렵 단풍을 품은 안민고개는 훨훨 불타오른다. 붉은 세상이 사람도 단풍 들게 만든다. 안민고개는 창원에서 진해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장복산 산허리에 위치하며 전망대에서는 진해를 조망할 수 있다. 안민고개의 또 다른 이름은 ‘만날재’다. 과거 진해에서 창원으로 시집을 간 부녀자들이 팔월 열이렛날 고갯마루에서 가족을 만난 데서 유래된 별명이다. 지금의 고갯마루에는 ‘안민생태교’가 자리한다. 장복산과 웅산 사이의 생태계를 배려해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를 만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 자리는 여전히 ‘만날재’다.

●조선의 가을
아산 외암민속마을  


사극 세트장은 아니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민속촌은 더더욱 아니다. 70여 채의 초가집과 기와집에서 200여 명의 주민이 살아간다. 최소 100년에서 많게는 200년씩 된 집들이다. 마을 입구에는 밤나무를 깎아 세운 남녀 장승과 열녀문이 있다. 드넓은 연꽃밭 뒤로 600년 세월을 머금은 나무가 보인다. 외암민속마을이다. 이곳은 국가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마을 곳곳에 냇물이 흐르며 어느 곳이든 햇빛이 가득하다. 마을 북쪽에는 설화산이 자리해 겨울철 차가운 북서풍을 막아 준단다. 지금 이곳의 모습이 조선시대의 가을일 테다.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에 비교하면 훨씬 일반적인, 그러니까 서민적인 구성이다. 가을 주말은 소풍 나온 주말여행객들로 붐비는 편이다. 포근한 가을 정취를 느끼기엔 평일 아침이 최적이다. 외암민속마을 내 한옥 스테이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봄과 여름, 가을
보령 죽도 상화원


세계에서 가장 긴 회랑길을 가진 공원, 보령 죽도에 위치한 상화원이다. 죽도 전체를 둘러 무려 2km 구간에 걸쳐 회랑길이 이어진다. 걷다 보면 해송 사이로 바다가, 하늘이 보인다. 고창, 청양 등 전국 각지에서 옮겨온 전통가옥과 낙안읍성, 복원 한옥도 보인다. 종종 작은 연못도 등장한다. 상화원에서 만날 수 있는 연못은 총 33개다. 33살에 세상을 떠난 예수의 나이와 연관시킨 것이다. 석양정원에 이르러서는 필수로 벤치에 앉아 쉬어 가야 한다. 가방에서 챙겨두었던 커피와 달걀, 떡을 꺼내 심심한 입을 달래자. 참고로 상화원 입장시 쉼터에서 간식거리를 무료로 나누어 준다. 시선은 여전히 바다에 고정. 가을 바다는 상쾌하다. 바람은 눅눅하지 않고 청아하다. 아직 여름의 푸름을 머금고 있는 해송 사이로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노곤해진다. 가을의 온도, 여름의 소리, 봄의 기분. 3개의 계절을 즐겨 본다.

●소원을 말해 봐
양양 낙산사 홍련암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푸르고 맑은 곳이 있다. 양양 낙산사 홍련암이다. 이곳은 소나무가 가득해 매 계절의 모습이 같다지만 가을이 유독 더 좋은 이유. 하늘이 끝없이 높아진다. 국내 3대 관음 성지라고 하면 남해의 보리암, 강화의 보문암, 그리고 양양의 홍련암이다. 관음성지는 소원을 들어 준다는 관음보살을 모시는 곳인데, 뭐 그만큼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홍련암은 바다와 맞닿는 절벽에 자리하고 있다. 신라시대 문무왕 시절, 의상대사가 이곳에서 관음보살을 만났단다. 홍련암 바닥에는 아주 작은 유리창이 있어,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데 의상대사가 좌선(가부좌를 틀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들어가는 불교의 수행방법)했다는 둥그런 바위가 보인다. 홍련암의 방향은 해가 뜨는 방향인지라 일출 명소로도 사랑받는다. 새해, 설날 혹은 수능날이면 소원을 품은 사람들이 홍련암을 가득 메운다고. 백 번 소원을 빌어도 한 번 들어 줄 리 없겠지만, 백 번 빌면 백 번을 들어 주는 곳. 보통 그렇게 위안을 얻는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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