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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그리는 시간, 태안 매화둠벙마을

꿈희망여행│태안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0.10.0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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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 신두리 해안사구
천연기념물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 신두리 해안사구

서해안의 파란 바다만 떠오르던 태안. 이곳엔 초록빛 농촌마을도 자리하고 있다. 흘러가는 시간과 변화하는 세상에서도 옛 전통의 고운 면만 간직하고 있더라. 매화둠벙마을에서 텀벙텀벙 시원하게 놀았다.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매화둠벙마을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매화둠벙마을

●서해안의 곱디고운 농촌마을 


‘태안’이라는 지명을 들으면 파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서해안 바다와 푸른 하늘이 조화를 이룬 풍경을 보러 온 수많은 여행자들의 모습도 그려진다. 그렇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태안 곳곳에 다양한 명소가 숨어 있으며, 매화둠벙마을도 그중 하나다. 이 마을을 다녀온 후로는 태안의 초록빛도 깊이 간직하게 됐다. 

몸에 좋은 장뇌삼을 직접 심고 가꿔보자
몸에 좋은 장뇌삼을 직접 심고 가꿔보자

매화둠벙마을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잘 보전된 자연 경관과 생태 환경을 만날 수 있다. 마을은 이러한 주변 여건을 잘 활용해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으로 여행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표 프로그램인 둠벙푸기 체험부터 장뇌삼 심기, 짚풀 공예, 삼색쌀 찐빵 만들기, 체험마차 타기, 삼굿구이 등이 준비돼 있다. 대부분의 체험은 옛 전통을 익힐 수 있는 것들로 어린 친구들에겐 새로움을, 어른들에겐 과거의 추억을 선물한다. 또 자연이 파괴되지 않은 만큼 매화마름, 금개구리, 늦반디불이 등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보호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어머니들의 솜씨가 듬뿍 담긴 알찬 밥상도 마을의 매력 포인트
어머니들의 솜씨가 듬뿍 담긴 알찬 밥상도 마을의 매력 포인트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다양한 곤충과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다양한 곤충과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숙소, 음식 등 여행에서 필요한 요소도 마을 주민들은 놓치지 않았다. 특히 기대 이상으로 음식 맛이 좋다. 바다를 메운 넓은 간척지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생산되는 태안의 쌀로 지은 밥은 맛 자체가 달다. 여기에 매화둠벙마을 어머니들의 손맛이 담긴 반찬은 입이 짧은 아이마저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삼겹살, 목살, 소시지 등 글램핑에서 즐기는 바비큐도 빠트릴 수 없는 재미다.


숙소는 글램핑과 펜션 2가지 형태로 준비돼 있어 취향에 맞춰 정할 수 있다. 산 아래 위치해 상쾌한 공기와 자연의 소리는 덤이다.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매화둠벙마을 앞 푸른 논을 바라볼 것을 추천한다. 고층 빌딩이 가득한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평온함으로 내면이 채워져 가는 걸 느끼게 된다. 

 

●기묘한 해변의 사막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은 사막이다. ‘태안에 무슨 사막이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묘한 분위기를 띠는 사막이 분명 있었다. 매화둠벙마을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신두리 해안사구가 주인공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이 해안사구는 빙하기 이후부터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강한 바람에 모래가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됐다. 오랜 세월 동안 한자리에서 내륙과 해안을 이어 주는 완충 역할과 보호 기능을 하고 있다. 생태학적 중요성도 인정돼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돼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3가지의 걷기 코스가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3가지의 걷기 코스가 있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모래언덕이 눈앞에 나타나자 꿍해 있던 아이마저 고개를 든다. 해안가 근처에 있는 만큼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자 이내 활기를 찾고 걷기 시작한다. 모래언덕을 시작으로 초종용군락지, 고라니동산, 곰솔생태숲, 억새골, 해당화동산, 순비기 언덕 등을 둘러볼 수 있다. A, B, C 코스가 있어 시간을 넉넉히 두고 둘러봐야 한다. 근처 신두리사구센터와 두옹습지까지 정복한다면 해안사구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 

한적한 신두리 해수욕장에서의 물놀이
한적한 신두리 해수욕장에서의 물놀이

해안사구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 위해 이제는 바다에 빠져 볼 차례. 근처 신두리 해수욕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꽃지, 몽산포, 만리포, 청포대 해수욕장보다 인지도는 낮지만 한적한 해변을 거닐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고운 모래로 된 넓은 백사장에 반짝거리는 맑은 물이 있다. 수온이 높고 경사도도 완만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딱이다. 어린 아이들도 마음 편히 물놀이를 할 수 있다. 또한 느리게 움직이는 고동과 구멍을 송송 뚫으며 이동하는 게도 볼 수 있다.

해변에서 만난 송아지와 어미 소, 정겹고 아름답다
해변에서 만난 송아지와 어미 소, 정겹고 아름답다

심지어 주변 거주민이 풀어놓은 소를 만나기도 한다. 목가적인 풍경을 해변에서 만날 수 있는 건 꽤 이색적인 경험이다. 어미 소와 송아지의 화목한 모습이 이번 태안 여행의 본질인 ‘가족’을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둠벙에서 느끼는 손맛 


물놀이와 바비큐 파티로 첫날부터 풍성한 시간을 보냈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이튿날 일정은 전통 체험 위주로 구성됐다. 장뇌삼 심기와 짚풀 공예로 가볍게 시작한다. 태안의 특산품인 장뇌삼을 화분에 담아 집에서 끝까지 키우는 게 미션이다. 팁이 있다. 장뇌삼을 심을 땐 밑에 자갈을 살짝 깔고, 장뇌삼을 눕혀야 한다. 또 산과 같은 환경에서 잘 성장하기 때문에 산의 흙과 나뭇가지를 살짝 올려 줘야 한다. 짚풀 공예의 경우 볏집으로 달걀 꾸러미를 만들어 본다. 플라스틱이 없던 시절, 달걀 여러 개를 운반하기 위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고, 생소한 짚의 질감도 손으로 느껴 보는 시간이다.

매화둠벙마을에서 즐기는 ‘둠벙푸기 체험
매화둠벙마을에서 즐기는 ‘둠벙푸기 체험
손맛을 보기 위해 집중하는 아이들
손맛을 보기 위해 집중하는 아이들

2박 3일간의 일정에서 하이라이트인 ‘둠벙푸기 체험’을 만나러 갈 때다. 매화둠벙마을 체험마차를 타고 ‘덜커덩덜커덩’ 시골길을 가로지르면 작은 둠벙을 만나게 된다. 웅덩이의 충청 방언인 둠벙은 마을 이름에도 붙어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다. 마을 근처에 100여 개의 둠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둠벙푸기는 추수를 마치고 둠벙을 퍼 올리며 미꾸라지, 개구리 등을 잡는 것이지만 체험인 만큼 붕어와 가물치를 둠벙에 풀어 놓고 손맛을 느끼는 데 집중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체험으로 3명이 한 조가 돼, 대나무 족대를 이용해 둠벙에 있는 다양한 생물을 잡고 관찰한다. 흔하지 않은 경험이라 처음에는 다들 낯설어 했지만 일단 몸이 풀리자 쉼 없이 바닥을 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청춘 영화의 한장면 같은 둠벙 달리기 시합
청춘 영화의 한장면 같은 둠벙 달리기 시합
둠벙푸기 체험에서는 붕어, 가물치 등을 잡는다
둠벙푸기 체험에서는 붕어, 가물치 등을 잡는다

둠벙 안이 익숙해지면 달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적당히 손맛을 봤다면 달리기 시합 이벤트로 흥을 이어 간다. 질척질척한 흙에 발이 푹푹 빠지지만 힘차게 발을 굴러 본다. ‘풍덩풍덩’ 물길을 가르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며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온 힘을 다해 놀았음에도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하루 종일 깔깔대며 웃어 대는 아이들과 푸른 하늘이 합쳐지니 청춘 영화가 따로 없다. 


●가족을 묶어 주는 불빛


매화둠벙마을에서의 시간은 가족을 더욱 가까이 묶어 준다. 매일 보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여행이며, 아이와 함께 새로운 체험을 하면서 보통의 여행보다 훨씬 더 깊은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웃음은 레크리에이션이 책임진다. 능숙한 사회자가 진행하는 다양한 게임을 통해 남아 있는 에너지를 모두 쏟았다. 작은 선물 하나에도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이들과 우스꽝스럽게 망가지는 어른들 덕분에 보는 사람의 입꼬리마저 남아나질 않는다. 특히 ‘몸으로 말해요’ 게임에서는 폭소가 터지는데, 누가 이 시간을 무표정으로 보낼 수 있을까.

2박 3일 여행의 마무리는 캠프 파이어
2박 3일 여행의 마무리는 캠프 파이어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는 레크레이션 시간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는 레크레이션 시간

가족과의 단합은 마지막 날 저녁 캠프파이어로 방점을 찍는다. 대형 모닥불을 앞에 두면 뭐라 표현하기 힘든 애틋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불을 멍하니 보기만 해도 묘한데, 사회자가 한마디 거들자 모두 울컥한다. 서로의 손을 잡고 매화둠벙마을에서의 짧지만 진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본다. 천천히 꺼져 가는 불빛 앞에서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저마다의 추억 남기기에 바빴다.  

왼쪽부터 이순옥 실장과 이희윤 위원장
왼쪽부터 이순옥 실장과 이희윤 위원장

▶마을의 서글함이 밴 사람들 


매화둠벙마을은 서글서글한 웃음을 띤 이희윤 위원장과 이순옥 실장을 중심으로 매일 새로워지고 있다. 2008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전통테마 마을로 지정돼 첫발을 내디뎠고, 2011년부터 여행자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9년 동안 수많은 사연을 가진 여행자들이 편히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특히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전통의 모습을 지켜 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업·농촌 미래성장산업분야 직업 관련 자유학기제 현장체험처로 선정됐으며, 농촌여행 웰촌의 주요 여행지로 활약하고 있다. 매화둠벙마을은 앞으로도 자연 속 소중한 시간을 위해 힘쓰고, 전통을 기반으로 더 나은 마을로 나아갈 계획이다. 두 지킴이가 그려 가는 마을의 내일이 더욱 궁금해진다.

꿈을 만들고 희망을 나눕니다
꿈희망여행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익법인 GKL사회공헌재단의 후원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가족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전국 각지의 농촌·산촌·어촌 마을로 떠나는 가족여행 프로그램이다. 2020년 7월17~19일에 진행된 꿈희망여행에서는 인천에서 온 가정 9팀이 2박 3일 동안 태안 매화둠벙마을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가족의 화합을 다졌다. 한편 GKL사회공헌재단은 공기업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의 100% 출연으로 2014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공익법인이다. 관광문화 생태계 조성, 국제사회 동반자로서 책임을 이행하는 해외 공헌사업,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및 문화 지원 등 활발한 사회 공헌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행 참가 신청은 재단 홈페이지에서 받고 있다.  
GKL사회공헌재단 www.gklfund.org/gkl_tour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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