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의 청정 효자섬 ‘죽도’
홍성군의 청정 효자섬 ‘죽도’
  • 김민수
  • 승인 2020.11.02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같은 죽도가 아니야
1.27km의 죽도 탐방로는 3개의 조망 쉼터를 거쳐 간다
1.27km의 죽도 탐방로는 3개의 조망 쉼터를 거쳐 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섬 이름 죽도, 유인도만 따져도 9개나 된다. 그중 대나무 죽(竹) 자를 쓰지 않는 섬은 하나도 없다. 
죽도란 이름 앞에 지역 명칭을 붙이는 이유도 각각을 구별하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홍성 죽도다.  

죽도에는 1개의 마을이 있으며 24가구 70여 명이 산다
죽도에는 1개의 마을이 있으며 24가구 70여 명이 산다

●낚시를 못 해도 괜찮아


죽도행 여객선은 대하축제로 유명한 홍성 남당항 우측, 길게 뻗은 방파제 끝에서 출발한다. 평일인데도 주차장은 차 한 대 세울 공간이 없을 만큼 빼곡했다. 대부분 낚시꾼들이 타고 온 차량이었다. 그중 일부는 차박을 작정했는지 인도까지 캠핑장비를 내놓고 있었다. 주차장 몇 바퀴를 배회하다 승선장과는 다소 떨어진 곳에 겨우 한자리를 찾아 냈다. 도선에 의존하던 죽도에 정기여객선이 생긴 것은 불과 2년 전, 2018년이 되어서다. 승선료는 왕복 1만원, 티켓을 잘 가지고 있다가 나오는 배에서 내야 한다. 남당항에서 죽도까지는 3.7km, 승선 후 10분이면 바로 하선이다. 죽도의 첫인상도 낚시였다. 같이 들어온 승객 중에도 많았지만, 죽도 선착장 주변은 마치 낚시꾼들의 경연장과도 같았다.

평일 뱃길은 비교적 한산하다
평일 뱃길은 비교적 한산하다
리얼리티 넘치는 낚시 가족상
리얼리티 넘치는 낚시 가족상

우선 캠핑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SNS를 통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홍성 죽도야영장에서의 사진 속 장면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선착장을 빠져나오면 길은 마을과 해변을 따라 둥글게 이어진다. 해변에는 고깃배들이, 마을회관 지붕 위에는 낚시를 즐기는 한 가족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잡히지 않는 고기에 낚싯대를 든 아빠는 지치고 아이들은 시무룩한데 엄마가 뭔가를 발견한 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이었다. 예기치 못한 장면에서 기발함이 읽혔다. ‘이런 게 바로 리얼리티 아니겠어? 아빠가 낚시하면 애들은 지루하게 마련이지. 고기는 안 잡힐 때가 훨씬 많거든.’

주요 스폿이 모두 선착장에서 1km가 넘지 않을 만큼 작다
주요 스폿이 모두 선착장에서 1km가 넘지 않을 만큼 작다

●오직 한 자리를 위해


죽도야영장은 섬의 남쪽 해변 앞에 자리하고 있다. 섬이 크지 않으니 선착장에서도 700m 정도 거리에 불과하다. 야영장 앞에는 ‘죽도 쉼터’라는 건물이 세워져 있다. 당초 홍보관이란 이름으로 특산물 판매소와 사무실로 쓰이던 것을 매점과 휴게실 등 관광객을 위한 용도로 바꾼 것이다. 피크닉장을 제외한 야영장은 세 개의 캠핑데크와 개수대 그리고 해변 쪽 노지를 활용해 운영하고 있다. 백패커들은 정형화된 캠핑시설보다는 전망 좋은 노지를 선호한다. 섬에서 야영장을 조성할 때 많은 예산을 들여 여러 시설을 두기보다는 탁 트인 경관을 볼 수 있도록 열어 두고, 한적한 곳에 화장실과 수도시설 정도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잠시 쉬며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죽도 쉼터
잠시 쉬며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죽도 쉼터
어민들이 갯벌 작업 후 해산물과 더러워진 옷들을 씻는 용도다
어민들이 갯벌 작업 후 해산물과 더러워진 옷들을 씻는 용도다

가을 중턱, 푸르름이 남아 있는 노지에는 한 동의 텐트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SNS를 통해서 보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바다를 전면에 두고 말끔한 잔디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는 기막힌 풍경, 그 아래 텐트 한 동은 화룡점정과 같았다. 그 옆으로 살짝 비집고 들어가 볼까 고민도 했지만 어떻게 해도 마음에 차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저희 다음 배로 갈 거예요. 그때, 여기에 텐트 치세요.” 

반쯤 건조된 생선은 맛과 식감이 더욱 좋아진다
반쯤 건조된 생선은 맛과 식감이 더욱 좋아진다

기다림 끝에 고대했던 자리에 텐트를 친 기념으로 사진 몇 컷을 찍어 SNS에 올렸다. 맥주를 사기 위해 매점으로 갔더니 문은 닫혀 있었고 주말에만 운영한다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알고 보니 주말에는 종일, 평일에는 일정 시간에 문을 열어 장사한다는 것. 물건값은 생각보다 저렴했고 종류도 많았다. 아이스크림, 냉커피를 포함해서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거리도 꽤 있었다. 야영비를 주겠다고 했더니 평일에다 노지에 텐트를 쳤으니 1만원만 내라고 했다. 

가을이면 죽도 탐방로에 대숲 바람이 분다
가을이면 죽도 탐방로에 대숲 바람이 분다

●자동차, 오토바이 하나 없는 청정 섬


죽도에 조성된 트레킹 코스는 총 길이가 1,270m, 섬의 각 방향 끝 동산에 설치된 세 개의 조망쉼터를 기준으로 한다. 미리 탐방 순서를 정하지는 않았다. 걸음은 마을 속으로, 때론 대나무 숲으로 그리고 해변을 향하기도 했다. 어떤 조망쉼터에서는 죽도와 연결된 작은 섬을 만나고 다른 쉼터에서는 마을 전경과 주민들의 생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 평상에 앉아 생선회 한 접시를 가운데 놓고 낮술에 얼큰해진 어르신들도 보았다.

해 질 무렵 북쪽 해안에서 바라본 제1조망쉼터
해 질 무렵 북쪽 해안에서 바라본 제1조망 쉼터
제2조망쉼터 갤러리. 홍성 출신의 인물과 명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2조망쉼터 갤러리. 홍성 출신의 인물과 명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죽도에서는 계절별로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봄 바지락, 여름 꽃게, 가을 대하 그리고 겨울에는 새조개다. 죽도 주민의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한다. 그중 20% 정도가 민박과 식당을 운영하는데 영어조합법인을 만들어 공동으로 홍보하고 관리한다. 민박은 단독으로도 이용할 수 있지만, 패키지 상품이 있어 3식 제공에 선상 낚시(유람) 2시간을 포함해서 1인당 10만원을 받는단다. 실속 있다. 

제3조망쉼터에서 내려오면 탐방길은 곧장 야영장과 연결된다
제3조망쉼터에서 내려오면 탐방길은 곧장 야영장과 연결된다

죽도는 작은 섬이지만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관광 포인트와 편의시설 또한 잘 갖춘 알찬 섬이란 인상을 받았다. 게다가 에너지 자립에 자동차, 오토바이 하나 없는 청정 섬이라니 더할 나위가 없다. 정기여객선이 생기고 2019년에는 6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죽도를 다녀갔다. 이쯤 되면 죽도는 홍성군 관광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죽도는 유인도인 모섬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무인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양새다
죽도는 유인도인 모섬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무인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양새다

▶Travel  to 죽도

여객선 | 1일 5회, 남당항 매표소 041 631 0103
숙박 및 식당 & 캠핑장 문의 | 죽도대나무마을영어조합법인 010 8804 9171

 

에너지 자립 섬, 죽도 


천수만은 충청남도 홍성군과 보령시의 서쪽 해안과 안면도의 동쪽 해안 사이 좁고 긴 만을 말한다. 천수만에 있는 섬 죽도는 홍성군에 속한 오직 한 개의 유인도다. 죽도는 일제 강점기부터 서산군에 속해 있다가 1989년이 되어서야 홍성군에 편입됐다. 그런 이유에서 12km 안팎의 짧은 해안선을 가지고 있는 홍성군에 죽도는 행운의 섬이다.


그러나 지형 탓에 식수가 귀했던 죽도는 고육책으로 해수 담수화 시설을 갖추고 연료 기반을 디젤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고비용에 대한 부담과 소음 등 환경오염의 우려가 이어지자 충청남도, 한화 그리고 충남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손잡고 ‘홍성 죽도 에너지 자립 섬 프로젝트’ 사업에 나섰다. 그 결과 태양광 발전설비와 풍력발전기를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세워지고 죽도는 모든 전기를 스스로 공급하고 탄소 배출이 없는 우리나라 최초의 무공해 섬으로 탄생했다.


▶죽도 PLACE

제1조망쉼터  
옹팡섬 조망대

죽도에 내리면 가정 먼저 만날 수 있는 조망쉼터다. 선착장에서 이어진 계단을 올라 신우대 사잇길을 지나면 만해 한용운 선생의 조형물이 반겨 준다. 옹팡이란 용이 물길을 끈다는 뜻이다. 이곳에선 모자 모양의 섬 전도와 낚시공원, 조수에 따라 죽도와 이어지고 분리되는 무인도들을 관찰할 수 있다. 

제2조망쉼터  
동바지 조망대

동바지란 섬의 가장 동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상징 인물은 최영 장군이다. 조망쉼터는 울창한 신우대 숲에 둘러싸여 있어 아래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갤러리가 설치되어 홍성의 인물 그리고 명소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조망대에서 바라보면 죽도리 마을과 포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3조망쉼터  
담깨비 조망대

야영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조망쉼터다. 담깨비는 당산이란 뜻이며 예전 이곳에서 당제를 지냈음을 의미한다. 커다란 칠판이 설치되어 여행 소회를 남길 수 있다. 이곳의 인물은 김좌진 장군. 죽도와 연결된 큰 달섬 작은 달섬을 조망할 수 있고 벤치에 앉아 너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천소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중구 무교로 16, 5층 (주)여행신문
  • 대표전화 : 02-757-8980
  • 팩스 : 02-757-898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홍렬
  • 법인명 : (주)여행신문
  • 제호 : 트래비 매거진
  • 등록번호 : 서울 라 00311(2009-10-13)
  • 발행일 : 2005-05-30
  • 발행인 : 한정훈
  • 편집인 : 김기남
  • 트래비 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트래비 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ktt@traveltime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