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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부터 맑았다, 장수 금강 첫물 뜬봉샘

전북생태관광 | 장수

  • Editor. 천소현 기자
  • 입력 2020.11.02 09:00
  • 수정 2020.11.05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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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봉샘생태공원에서 내려다본 수분마을
뜬봉샘생태공원에서 내려다본 수분마을

물이 길게 흐르는 장수(長水). 그 물의 뿌리를 찾아 은어처럼 거슬러 올라갔다.
금강의 시발점인 뜬봉샘과 수분마을. 물의 운명이 나뉘는 곳이다. 

비가 씻긴 뜬봉샘생태공원
비가 씻긴 뜬봉샘생태공원

은어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금강을 거슬러 올라간 이들이 도착한 곳은 장수 신무산(神舞山, 해발 897m) 8부 능선의 뜬봉샘이었다. 1,000리 금강이 이곳에서 발원한다. 이 물을 처음 맞이하는 물뿌랭이 마을이 장수군 장수읍 수분(水分)마을이다. 

수분마을의 깃대종인 뻐꾹나리
수분마을의 깃대종인 뻐꾹나리

지대가 높아지고 길이 좁아졌다. 장수읍을 출발해 남쪽으로 수분재를 넘는 도로 양쪽에 통째로 잘 여문 사과 농원이 연달아 등장했다. 수분사거리에서 우회전, 뜬봉샘길로 접어들면 바로 수분마을이다. 금강 줄기가 지나는 첫 동네에는 70여 명의 주민이 모여 산다. 마을 뒷산 뜬봉샘은 국가산림문화자원이고, 마을의 오래된 성당인 수분공소는 근대문화유산이다. 

생태공원 곳곳에 촉촉한 생명력이 넘친다
생태공원 곳곳에 촉촉한 생명력이 넘친다

6월에 완공된 수분마을 방문자센터의 주방에선 오랜만에 밥 냄새가 솔솔 번졌다. 생태여행의 시작은 근사한 생태밥상. 밥상 위에 호박꽃이 다시 피고, 빨간 감자가 노란 속살을 드러내고, 사과가 달콤한 향을 발산했다. 파란 칡 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수저가 정신없이 바빠졌다. 이런저런 반찬을 권하던 이명호 이장님의 마을 자랑이 이어졌다. “저 아래 수분재가 해발 539m니까 우리 마을은 더 높겠죠. 얼마나 쾌적하고 살기 좋은지 몰라요.” 이렇게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을 차려 내는 곳이니, 자랑이 샘솟지 않을 리 없다. 

 생태공원에서 뜬봉샘으로 올라가는 산책로와 계곡
 생태공원에서 뜬봉샘으로 올라가는 산책로와 계곡

●물이 길이 되다 


수분마을 생태관광의 시작점은 2011년 개장한 뜬봉샘생태공원이다. 금강사랑물체험관 뒤편으로 생태연못, 야생화군락지, 생태놀이터, 생태온실, 생태숲길 등이 촉촉하고 푸르렀다. 생태여행을 할수록 분명해지는 진실 하나, 알아야 보인다는 것. 금강사랑물체험관은 금강과 장수 생태계에 대한 지루한 설명만 써 붙인 곳이 아니다. 손가락 두 마디 두께의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꿈틀꿈틀거리고. 확대경 속 뱀 비늘의 무늬가 바둑판만하다. 금강에 사는 작은 물고기는 반갑다고 지느러미를 흔들었지만 수족관에 보호 중인 남생이들은 고집스럽게 등만 보여 주었다. 


백미화 에코 매니저의 구령에 맞춰 가벼운 준비운동까지 마치니 예열이 끝났다. ‘숲 초대장’이라며 떨어진 이파리들을 수집하며 걷다 보니, 금세 사방이 소나무로 바뀌었다. 공원 내 솔숲은 원래 사유림이었지만 마을에서 구입해 아이들을 위한 숲으로 꾸몄다. 해먹과 데크, 통나무 벤치, 움막 등 놀거리가 천지인데, 어른들만 사용법을 잘 모른다. 


생태공원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마을의 모든 지붕이 보였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신앙촌을 이룬 마을의 역사를 증언하는 한옥 성당 수분공소의 예수상도 같은 지붕들을 굽어보고 있었다. 강의 원류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끝이 궁금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금강 여행은 천 관문인 수분재에서 방향을 잃지 않아야 가능해진다. 마을 초입 수분재는 소백산맥에서 노령산맥으로 이어지는 금남호남정맥(장안산에서 시작해 주화산에서 끝나는 산줄기의 옛 이름)의 산줄기가 이어지는 곳으로, 한양 가는 길손들이 쉬어 가던 주막이 여럿 있었다. 처마끝 낙숫물이 주막 지붕 남쪽으로 떨어지면 섬진강으로, 북쪽으로 떨어지면 금강으로 흘러 들어갔다니, 그야말로 물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지금 그 자리에 세워진 수분재 휴게소의 빨간 지붕 위로 소낙비가 쏟아졌다. 빗방울은 섬진강으로, 금강으로 순식간에 제 갈 길을 정하는데, 사람만 갈팡질팡했다.

뜬봉샘생태공원 물레방아 쉼터
뜬봉샘생태공원 물레방아 쉼터
뜬봉샘생태공원 정자
뜬봉샘생태공원 정자

●풍경의 맛과 소리  


비는 길었던 지난 장마의 기억을 소환했다. 숱한 장마와 가뭄이 오고 가는 세월 동안 샘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태조 이성계는 운명의 목마름을 이곳에서 해결했다. 조선 개국의 계시를 얻기 위해 신무산에서 백일기도를 시작했는데, 100일째 새벽에 골짜기에서 봉황이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고, 드디어 계시가 내려졌다고. 봉황이 뜬 자리라, 뜬봉샘이 됐다. 신선들이 춤추는 신무산에서 태조도 덩실덩실 춤을 추었던 건 아닐까. 

작은 연지 가득 수중식물이 피었다
작은 연지 가득 수중식물이 피었다

8부 능선에 위치한 뜬봉샘(해발 780m)을 찾아가는 길은 1.5km의 오르막이지만, 서두르지 않으니 힘들지도 않았다. 야생화 하나를 익히고 나면 다시 새로운 꽃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수분마을 깃대종인 뻐꾹나리는 개화기(8월)가 한참 지났지만, 심심치 않게 관찰할 수 있었고, 숨어 있던 가재도 발각되어 인증 숏에 담겼다. ‘가을 산이 가난한 친척보다 낫다’더니, 살찐 도토리, 고욤, 개암, 으름이 가지 끝을 겨우 붙잡고 있었다. 

생태놀이터 해먹에 누워 한가하게
생태놀이터 해먹에 누워 한가하게

땀과 바꾼 뜬봉샘의 물맛이 참 좋았다. 그냥 두면 금강 1,000리 여정을 시작했을 물이지만, 일단은 수통에 채워졌다. 바위에 앉아 숲 바람에 땀을 씻는 동안 어디선가 천상의 소리가 들려왔다. 백미화 에코 매니저가 수줍게 꺼낸 오카리나가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이다. 진정한 사운드스케이프(Sound+Landscape)란 이런 게 아닐까. 풀벌레가 울음을 멈추고, 새도 날아와 함께 들었다. 뜬봉샘을 생각할 때마다 오카리나 소리가 들릴 것이다. 

오카리나를 연주 중인 백미화 에코 매니저
오카리나를 연주 중인 백미화 에코 매니저
힐링다도체험
힐링다도체험

길을 되감아 내려와 금강사랑물체험관의 다목적실 찻상 앞에 정좌했다. 내면에 수분을 채우는 시간, 우선 뜨거운 물을 숙우에 담아 다관을 데운다. 데워진 다관의 물로 찻종을 데운다. 그 적당한 따뜻함이 메마른 찻잎을 풀어냈고, 은은한 차 한 모금이 감사한 마음까지 우려낸다. 그리하여 이날 다도상 위로 부어진 말들은 참으로 따뜻하였다는 것. 마음속에도 졸졸 샘이 생겼다.

▶금강 생태계의 모든 것  
뜬봉샘생태공원 


2011년 조성된 뜬봉샘생태공원은 수분마을 위쪽, 신무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금강사랑물체험관에 먼저 들르자. 뜬봉샘과 관련된 조선 건국 신화와 금강 발원지 사료 등 역사 자료뿐 아니라 인근에 살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의 표본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장수풍뎅이 애벌레, 남생이 등 보호 중인 천연기념물을 직접 손으로 만져 볼 수도 있다. 계절별로 다양한 꽃이 피고 지는 야생화 테마정원, 생태 온실과 숲속 놀이터, 마실길 쉼터 등이 있어서 쉬어가기 좋고, 전망대에 서면 수분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뜬봉샘까지는 왕복 1시간 정도가 걸린다. 


금강 첫물 뜬봉샘 생태관광지
주소: 전북 장수군 장수읍 물뿌랭이길 10-18(뜬봉샘생태공원) 
전화: 063 350 2549  
홈페이지: www.jangsu.go.kr 

 

▶생태밥상 맛집  
수분마을 방문자센터  

6월에 오픈한 방문자센터는 생태관광 참여자와 마을 주민들을 위한 다목적 공간이다. 생태관광을 위해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고, 생태 체험 등 다양한 활동과 교육이 진행될 공간. 호박대국, 호박꽃 튀김, 호박잎 찜, 빨간 감자 볶음, 가지볶음, 호박무침, 고춧잎 무침 등 제철 나물과 마을 특산물로 만든 생태밥상은 주민들의 손맛과 정성으로 더욱 맛깔스럽다. 
가격: 생태밥상 1인 1만원

▶근대문화유산
수분공소 

1만명 가까운 순교자를 낸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수분리에는 박해를 피해 온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자연스레 교우촌이 형성되면서 1913년 수분공소가 건립되었고, 인근 장수와 장계로 성당을 내는 산파 역할을 했다. 팔작지붕 한옥 양식의 고풍스러운 성당은 2005년 등록문화재 189호로 지정되어 마을과 교구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내부에는 고해성사를 하던 고해소와 사제가 옷을 갈아입던 제의방까지, 성당 고유의 공간이 잘 남아 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미사가 집전되는 현역 공소다.
주소: 전북 장수군 장수읍 뜬봉샘길 51-3 


▶AFTER TOUR
장수 금강 첫물 뜬봉샘 생태관광지

 
전라북도에서 육성 중인 14개 시도 생태관광지를 여행하며 나누는 뒷이야기. 

Q 천소현 <트래비> 부편집장  A 박종석 센터장(전북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사과로 유명한 장수
사과로 유명한 장수

Q 수분마을은 지역의 생태자원이 오래전부터 주민들의 역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금강사랑물체험관, 뜬봉샘생태공원 등이 조성되어 기본적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었다. 지원육성 사업을 전개하면서 특별히 집중했던 점이 있는가? 


금강사랑물체험관은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전에 일찍 조성되어 있었으나, 뜬봉샘생태공원은 전북 생태관광지로 선정된 뒤에 조성된 사례다. 현재의 모습이 갖추어지기까지 상당한 에너지가 집중되었는데, 장수의 생태관광 모델은 작은 공간에 인프라가 군집을 이루며 조성되어 있어서 집중적인 생태관광 라운딩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뜬봉샘생태공원의 인형들은 마을 생활을 표현한 것이다
뜬봉샘생태공원의 인형들은 마을 생활을 표현한 것이다

Q 수분마을 생태관광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특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젊은 커플이나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지 않을까? 


장수지역 생태관광은 어린이나 청소년으로 특화된 모델로 받아들여도 괜찮을 듯싶다. 전북의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세대를 맞이하는 셈이고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으면 시간이 갈수록 세대간 교류는 확장될 것으로 본다. 특히 전북의 생태관광지를 찾는 분들에게 ‘초록원정대’의 자격을 부여해서 특별한 경험과 이야기를 생산하게 된다. 

금강물사랑체험관
금강물사랑체험관

Q 장수군 생태관광지 현장을 둘러보면 행정의 역할도 필요해 보이는데 정책적으로 전북도 차원에서 센터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다른 시군도 지원조직은 많은데 일례로 타 조직이나 기관과는 역할이 어떻게 다른가? 


센터의 역할은 시군의 행정 담당자들과 차이가 있다. 예컨대 공간 전체를 디자인하거나 각각의 개별요소를 조율하고 현장이 움직이는 오퍼레이션 역할 등은 일반 행정 프로세스와 많은 차이가 있다. 광역자치도 차원의 제4섹터는 정책이라는 공공성과 민간서비스가 요구되는 시장성 사이를 큐레이팅하는 측면에서 전문성도 요구된다. 

체험관에서 보호 중인 남생이
체험관에서 보호 중인 남생이

Q 생태공원의 어린이 놀이터가 일반 놀이터와 다르지 않았고, 다도체험은 마음이 씻기는 시간이었지만 생태관광과의 연결고리가 약해 보였다. 사소한 것들도 ‘생태적인가?’, ‘차별화되는가?’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은데, 실제 현장에서는 관행과 실행의 편의성에 따라 진행되기가 쉬울 것도 같다. 


지금은 그게 자연스러운 단계다. 모든 일이 단번에 바뀌지 않을 것이다. 주민들이나 공동체는 사람을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고, 인식하고 있으나 실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딜 수 있다. 문제는 점차 바꾸어 나간다는 개선에 대한 의식을 갖는 것이며, 성장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을 갖고 좋은 방향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야 한다.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민수(아볼타)  
취재협조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www.jb-ecotou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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