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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쁠 때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0.11.03 11:16
  • 수정 2020.11.10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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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마시고, 크게 내시고.
숨 쉬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숨 쉬고 싶다.
그래서 찾았다.
서울에서 안전하게 숨 쉴 수 있는 곳.

마포구 상암동 메타세쿼이아길
마포구 상암동 메타세쿼이아길

숲 향기
| 마포구 메타세쿼이아 숲길

도심 바로 옆,
흙이 있고 나무가 있는 곳.
그곳에서는 숲의 향기가 난다.
 

하늘공원 계단에서 난지순환길 방향으로 이동하면 흙길이 시작되는 곳에 닿는다. 메타세콰이어길이다. 바로 옆 강변북로에서 들려오던 차량 소음이 점차 작아진다. 보드라운 흙길 사이로 빽빽이 솟아 있는 메타세콰이어가 모든 것을 품어 준다. 비교적 짧은 거리가 유독 아쉽게 느껴져 발걸음을 더욱 늦춰 본다. 이런 여행자들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곳곳마다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초록이 무성한 여름과 단풍이 가득한 가을.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사랑에 빠진다. 

강동구 길동생태공원
강동구 길동생태공원

밝은 점
| 강동구 길동생태공원

그렇게 매일 어둑할지라도
꼭 어느 하루는 유난히 밝더라.

 

길동생태공원은 서울시가 ‘공원녹지 확충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조성한 환경친화형 생태공원이다. 1998년에 준공되었으니 무성할 따름이다. 자연은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는다. 면적은 무려 8만여 평방미터 규모. 광장지구, 저수지지구, 초지지구, 습지지구, 산림지구, 농천지구 등 다양한 테마로 조성되어 있다.천천히 둘러보려면 두 시간쯤이 딱 적당하다. 길동생태공원에서 가장 매력적인 지역은 산림지구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데크길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녹음이 우거진 숲속은 늘 시원하고 선선한 가을의 온도를 유지한다.

성북구 길상사
성북구 길상사

물들어
| 성북구 길상사


가을 노을이 유난히 포근하다면,
결국 단풍에 물든 것이다.

 

길상사는 서울 삼각산 남쪽 자락에 자리한다. 고급요정 '대원각'을 운영하던 김영한(법명 길상화)이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하여 탄생하였다. 1997년에 세워졌으며 사찰체험, 불도체험, 수련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 중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만난 절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매달 1회씩 ‘맑고 향기롭게’라는 제목으로 수련회를 연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고요한 자연 속에 잠시 머물고 있으면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종로구 백사실 계곡
종로구 백사실 계곡

산, 하늘, 소나무
| 종로구 백사실 계곡

소나무를 닮은 산과
산을 닮은 소나무.
산과 소나무를 담은 하늘.

백사실길의 유래인 백사실은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백사 이항복의 별장이 있던 곳을 가리키는 것으로 지금은 백사실길 중간에 정자터와 연못터만 남아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이름난 산모퉁이 카페를 지나 북악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백사실길의 초입이 나온다. 백사실길의 입구에서 도보 여행객들을 반기는 것은 ‘도롱뇽 서식 보호’ 안내판. 도롱뇽은 1급수 지표종으로 백사실길 내 백사실 계곡의 맑음을 그대로 보여 준다. 서울에서 몇 안 남은 청정지역이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는 특별 조례를 만들어 도롱뇽 등 백사실 계곡의 야생 동·식물의 포획 및 채취를 금지할 정도이다.

서초구 한강 세빛섬
서초구 한강 세빛섬

노을 질 무렵
| 서초구 한강 세빛섬

저물어야 아름다운 것이 있다.
그러니까 저문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는 것.

정식 명칭은 ‘세빛둥둥섬’. ‘세빛’이라는 단어에는 삼원색(빨강, 파랑, 초록)처럼 3개의 섬이 조화를 이루어 한강과 서울을 빛내라는 바람을 담고 있으며, ‘둥둥’은 수상에 띄어진 문화공간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포대교 남단, 한강 위 자리하고 있으며 3개의 섬과 별도로 조성된 미디어 아트 갤러리로 이루어져 있다. 3개의 섬은 제 1섬(비스타), 제 2섬(비바), 제 3섬(테라)로 구분된다. 하이라이트는 어두운 저녁이 찾아오고, 세빛섬이 붉을 밝힐 때다. 봄, 가을이면 산책을 나온 시민들로 북적인다.

은평구 은평한옥마을
은평구 은평한옥마을

한옥
| 은평구 은평한옥마을

새것 같은 옛것.
옛것 닮은 새것.

은평한옥마을은 2010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조성한 현대식 한옥마을이다. 대부분의 한옥이 2017년에 완공되었으니, 전통적이면서도 쾌적한 느낌이 가득하다. 상업시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한옥에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일부 가옥의 경우 소유주의 허락을 받으면 내부 관람이 가능하기도 하다. 은평한옥마을 뒤로 마치 병풍을 두른 듯 북한산 자락이 펼쳐져 있다. 북한산 계곡과 천년고찰로 알려진 진관사 등 주변 볼거리도 풍성하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앞마당에는 통일신라시대의 기와 가마터가 그대로 복원돼 있기도 하다.

송파구 몽촌토성
송파구 몽촌토성

하늘은 하늘색
| 송파구 몽촌토성

그저 파랄 뿐인,
오늘 같은 인생을 꿈꾸며.

몽촌토성은 야산의 지형을 활용해 만든 한성백제시대의 성곽이다. 현재는 올림픽공원으로 조성돼 있어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몽촌토성은 서울 88올림픽을 위한 체육시설 건립 예정지로 확정되면서 1983년부터 1989년까지 모두 6차에 걸쳐 발굴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토제품, 옥제품, 석제품, 금속제품, 목제품, 골제품 등 많은 유물과 유적이 발굴되었다. 주종을 이루는 것은 토기로써 다양한 형태의 백제 토기가 출토되었다고 한다. 토성 내 구릉에는 잔디와 나무가 가득 심어있어 마치 골프장을 온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영등포 선유도 공원
영등포 선유도 공원

덩굴
| 영등포 선유도 공원

마냥 덥지 않은 선선함에
붉게 물든 담쟁이덩굴.

선유도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리사이클 생태공원이다. 1968년부터 시작된 한강 개발로 섬이 된 선유도는 1978년까지 정수장의 기능을 했다. 그러다 2000년 폐쇄된 선유도 정수장은 2년 후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환경재생 생태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선유도공원의 주제는 어김없이 ‘물’이다. 지붕 없이 남은 정수지의 기둥은 담쟁이로 둘러싸인 ‘녹색기둥의 정원’으로, 여과지였던 공간은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나는 ‘수생식물원’이 됐다. 선유도공원은 2004년 세계조경협회 아태지역 조경작품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전문가 100명이 뽑은 ‘한국 현대건축물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강북구 우이령길
강북구 우이령길

여행의 이유
| 강북구 우이령길

나무를 올라야 산이 높고
산을 올라야 하늘이 높다.
여행은 그래서 떠난다.

우이령길은 북쪽의 도봉산과 남쪽의 북한산을 가로지른다. 산뜻한 풀 내음이 가득한 우이령길에는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 1968년 북한의 무장공비가 침투한 루트여서 이후 민간인들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것. 지난 2009년 다시 개방되기까지 4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로 인해 우이령길을 걷다 보면 대전차장애물, 유격장 등 군부대 관련 시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노원구 화랑대 철도공원
노원구 화랑대 철도공원

흔들리는 코스모스 사이로
| 노원구 화랑대 철도공원


향기로운 가을을 만난 것이다.
우연은 그렇게 다가왔다.


서울과 춘천을 이어 주었던 간이역, 화랑대역은 현재는 화랑대 역사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화랑대 역사관에서는 70~80년대 스타일의 옷이나 모자를 무료로 대여해 주니 특별한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열차 내부에서 운영되는 카페, ‘반디상회’에서 커피를 홀짝이고 있으면 기차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저녁 6시가 지나면 노원불빛정원이 조명을 밝히기 시작한다. 불빛정원, 비밀의 화원 등 총 10가지 테마로 꾸며진 조명이 옛 화랑대역의 낭만을 되새긴다.

 

글 강화송 기자 사진 강화송, 이성균, 임학현, 김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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