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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방구석을 책임질게, 색감으로 먹고 들어가는 영화 5

  • Editor. 김예지 기자
  • 입력 2020.12.01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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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색감과 영상미를 갖춘 영화들.
방콕용으로 제격이다.

●Green
서로 다른 두 남자의 여행
그린북 Green Book, 2018

  
때는 1960년대 초. 하루하루 생활비를 벌며 살아가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는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리 알리)의 운전기사로 면접을 본다. 결과는 패스. 토니는 돈 셜리와 8주 동안 미국 남부 공연 투어에 동행하기로 하며 두 사람의 여행은 시작된다. 다소 거친 성향의 백인 토니와 우아하기 짝이 없는 흑인 돈 셜리의 여행길은 녹록치 않지만 둘은 곧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린북’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당시 미국 남부 지역에서 흑인들이 갈 수 있는 레스토랑, 숙소 등을 수록한 책이라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 만큼 그 시대 두 사람의 ‘찐’우정은 그래서 몇 배로 의미 있다. 차별과 빈부. 영화에 등장하는 대비는 토니와 돈 셜리가 함께 타고 다니는 청록색 차, 그들이 달리는 미국 남부의 노란색 대지의 색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Violet
독보적인 보랏빛 색감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짱짱한 캐스팅만큼이나 색감으로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 <라라랜드>를 떠올리면 진보랏빛 하늘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미아(엠마 스톤)의 샛노란 원피스가 상징처럼 떠오른다. 실제로 이 장면이 촬영된 곳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그린피스 천문대. 영화의 인기를 타고 여행자들의 인생샷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외에도 도로에 늘어선 자동차에서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영화 오프닝과 미아가 파티 전 친구들과 색색의 옷을 입고 준비하는 모습 등등 영화를 보는 내내 그야말로 ‘영화 같은 장면’들이 펼쳐진다. ‘City of Stars’, ‘A Lovely Night’ 등 OST 역시도 빛이 나니 눈과 귀, 모두 촉촉해진다.

●Blue
이탈리아 소도시의 하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예고 따위 없이, 살면서 갑자기 찾아오는 것들이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그중 첫사랑에 관한 얘기다. 1980년대 이탈리아 어느 소도시, 계절은 여름. 새파란 하늘이 드리운 그곳에 17살의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는 부모님과 함께 별장에서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오는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온 올리버(아미 해머)에게 전에 없던 감정을 느낀다. 올리버 역시 엘리오를 향한 특별한 감정을 품게 되고 둘 사이에 오가는 감정 선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미묘하게 이어진다. 와중에 두 사람이 거니는 거리, 호수, 잔디 등 장소의 색감은 그야말로 아리땁기만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분이 보송한 이유다. 

●Red
AI와의 교감
그녀  Her, 2013


<조커>의 조커가 아주 낯설지도. 영화 <그녀>에서 호아킨 피닉스(테오도르 역)는 감성에 목마른 한 남자로 등장한다. 편지를 대신 써 주는 대필작가인 테오도르는 정작 아내와 별거하며 메마른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다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를 만나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고 급기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 포스터에선 강렬한 빨간색이 지배적이지만, 실제 영화의 장면에서는 은은한 빛을 잘 살려 활용했다. 집 안에 드는 주황빛 볕, 늦은 오후의 청초한 햇빛, 해 질 무렵 빌딩에서 새어나오는 도시의 빛까지. 영화가 개봉한 지 8년이 된 시점에도 전혀 촌스럽지가 않다. 인공지능이 워낙 발달한 지금, 먼 미래로만 여겨졌던 영화의 스토리는 어느 정도 현실성을 띠게 됐다.

●Rainbow
행복해지는 법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7


돈, 집, 차보다도 친구의 존재감이 더 크니까. 상대적으로 어린 아이의 행복은 어른에 비해 단순하다. 디즈니랜드 맞은편 ‘매직캐슬’ 모텔에서 장기 투숙 중인 모녀, 핼리(브리아 비나이트)와 무니(브루클린 프린스). 변변한 직업도 없이 전전하는 엄마와 생활하면서도 무니는 친구 스쿠디와 젠시와 장난을 치며 사는 게 그저 재밌기만 하다. 실제로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965년 디즈니가 테마파크 건설을 목적으로 플로리다주 일대의 부동산을 매입한 프로젝트를 뜻한다. 당시 디즈니월드 관광객들을 겨냥한 모텔들이 여기저기 지어졌지만, 이들은 곧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소득층이 장기 투숙하는 장소가 되었다고. 빈민촌을 소재로 한 영화의 색감은 아이러닉하게도 너무도 낭만적인데, 그것은 곧 무니의 무지갯빛 마음일 것이다. 

 

글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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