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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새록새록 떠오르는 여행지

  • Editor. 김예지 기자
  • 입력 2020.12.0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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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자유로운 내년을 기약하며 <트래비> 기자들이 꼽아 봤다.
연말 이맘때쯤이면 떠오르는 여행지.

 

●상상하던 한해의 끝
폴란드 브로츠와프 
Wroclaw Poland

| 김예지 기자

사실 겨울의 유럽은 해도 짧거니와 혹독하게 추워서 쉬이 여행을 계획하지 않았지만, 12월의 폴란드를 한 번 경험하고서 말이 달라졌다. 11월 말부터 수도 바르샤바를 포함해 폴란드 여기저기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서는데, 그중 한 도시를 꼽으라면 단연 브로츠와프. 온통 반짝이는 도시와 곁을 맞대고 끝없이 늘어선 상점들, 뜨거운 와인 뱅쇼를 들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과 광장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연말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현실이 되어 그곳에 있었다. 이맘때쯤 다시 브로츠와프를 찾게 된다면 꼭 챙겨 가야 할 것들을 다짐해 본다. 옷장에서 가장 두꺼운 옷과 양말, 털모자와 기모 부츠, 소시지를 맘껏 담을 수 있는 빈 위장, 특별히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 리스트, 무엇보다 지갑.

Don’t Miss it!
퐁츠키 

적잖은 열량을 빼앗는 폴란드의 겨울 날씨에 적합한 간식. 퐁츠키는 밀가루 반죽에 자두, 체리 등 잼을 넣고 겉에 슈가 파우더를 넉넉하게 뿌린 폴란드식 도넛이다. 폴란드에서는 사순절(부활절 전 40일의 기간. 금식과 기도를 한다) 이전 마지막 목요일을 ‘퐁츠키의 날’로 정해 퐁츠키를 맘껏 먹는 전통이 있다고. 설탕과 잼, 밀가루, 들리는 것처럼 양껏 달달하다.


●좋으니까, 좋아서
태국 방콕 
Bang Kok Thailand

| 강화송 기자

연말이면 방콕에 간다. 짧은 반바지와 헐렁한 긴팔 셔츠, 쪼리. 땀이 날 일도, 추울 일도 없는 딱 중간의 날씨. 보통 일주일 정도 여행한다. 여행은 아니고 사실 호텔에만 있는다. 누워 있다가 틈틈이 나가 밥을 먹는다. 매년 방문하는 음식점도 같다. 태국 음식이 먹고 싶으면 아속역 부근에 위치한 ‘P.kitchen’이 좋다. 파스타를 먹고 싶으면 통로에 위치한 ‘La DOTTA’. 아마 내년 연말쯤 이곳에 방문하면 우린 만나게 될 것이다(진심으로 바란다). 칵테일이 마시고 싶다면 아속역 ‘Bangkok Heightz’를 찾는다. 야경이 끝내주고 사람이 별로 없다. 가재가 들어간 팟타이도 기가 막히다. 다 먹곤 마사지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호텔. 연말과 방콕, 이렇게 보니 별 관계가 없다. 태국에서 크리스마스는 공휴일도 아니고 연말에는 대체로 가족과 모여 식사를 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매번 연말이면 방콕을 간다. 여행에 큰 이유가 있던가, 그냥 좋은 거지. 연말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간다.

Don’t Miss it!
깽쏨

태국판 김치찌개다. 시큼하고 매콤하고 달콤하다. 숟가락으로 크게 떠먹으면 ‘으어’ 소리 나는 음식, 태국에서 보기 드문 얼큰함. 깽쏨은 생선을 주재료로 만든 커리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몇몇은 질색하는데 먹어 보면 생선 맛은 느끼지도 못한다. ‘깽’은 태국식 커리를 의미하고 ‘쏨’은 시큼하다는 의미다.


●겨울에도 겨울이 그립다면
미국 알래스카주 
Alaska U.S.A.

| 손고은 기자

그해 겨울엔 감기에 걸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온 세상이 하얗고, 차갑고, 눈부셨다. 그리고 추웠다. 알래스카의 겨울은 그랬다. 어느 날에는 해발 6,194m의 북미 최고봉 드날리산(Mt.Denali) 눈밭에 푹 빠져 뒹굴고, 어느 날에는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알리에스카 스키장을 휘젓고 다녔다. 빙하로 둘러싸인 동네 어느 맥줏집에서는 맥주로 언 몸을 녹였다. 앵커리지에서 출발해 알래스카 레일로드(기차)를 타고 하염없이 북쪽으로 가던 중 만난 소박한 마을 탈키트나(Talkeetna)는 마음속에 몰래 저장해 둔 나만의 동굴이다. 언젠가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숨고 싶을 때 탈키트나에 가야지. 그땐 오로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펑펑 울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한 해를 떠나보내는 게 섭섭하고 겨울에도 그렇게 겨울이 그리운 날엔 알래스카에 가고 싶다.

Don’t Miss it!
개썰매

알래스카에서 오직 겨울에만 경험할 수 있는 액티비티는 개썰매다. 여름에도 즐길 수는 있지만 설원이 아닌 자갈밭길을 달린다. 알래스카 곳곳에 개썰매 체험을 운영하는 투어 업체들이 여럿이다. 알래스카는 개썰매 분야에서 태릉선수촌과 같은 존재. 매년 봄에 열리는 개썰매 경주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주요 훈련지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훈련된 늠름한 7~8마리의 개가 끝없이 펼쳐진 하얀 설원 위를 내달린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옷장에서 맞은 겨울
일본 홋카이도 
Hokkaido Japan

| 곽서희 기자

옷장 구석에 처박힌 하얀색 털 귀마개부터 일본 홋카이도 겨울여행의 그리움이 시작됐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 표백제가 뿌려진 듯했던 설원이 눈앞을 스쳐간다. 빨갛고 도톰한 겨울 카디건은 홋카이도의 알싸한 바람을 상기시켰다. 내 키의 두 배만큼 쌓인 두툼한 눈과 나뭇가지에 송이송이 맺힌 눈꽃도 떠오른다. 그렇게 스멀스멀 번진 그리움은 곧 눈덩이처럼 거대하게 불어났다. 김이 폴폴 나는 따뜻한 온천과 달콤한 우유, 얼어붙은 도야 호수와 달콤했던 대게찜. 오타루에서 구입한 작은 오르골이 추억 회상에 정점을 찍었다. 지금쯤 한창 하얗게 빛나고 있을 홋카이도의 평원에 서서 가만히 눈을 맞고만 싶다. 기다림이 너무 오래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Don’t Miss it!
카이센동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홋카이도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로 가득하다. 그중 밥 위에 해산물을 올린 카이센동은 종합선물세트다. 새우에 성게알까지 여러 해산물과 채소를 보기 좋게 알록달록 담아냈다. 사진을 찍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입에 넣는 순간 모든 재료의 식감이 하나하나 생생히 느껴진다. 푸짐한 덮밥에 해산물을 그대로 담아냈으니, 카이센동 한 그릇에 홋카이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가 그대로 담겨 있다. 


●빛으로 채워진 바다
부산 해운대 
Haeundae  Busan 

| 이성균 기자

부산은 계절을 타지 않는 여행지다. 해운대도 마찬가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가더라도 찰랑이는 파란 바다와 도시 특유의 멋이 어우러진 화려한 휴양지다. 최근에는 각종 공사가 마무리돼 더욱 완벽한 풍경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그럼에도 겨울의 해운대를 특별하게 해 주는 것은 형형색색의 조명이다. 기존 마린시티 고층 아파트가 만들어 낸 야경을 비롯해 추가적으로 해운대에 놓인 다양한 조형물이 화려한 빛을 뽐낸다. 해운대(구남로) 광장에서 시작해 해운대 시장,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길을 환하게 비춰 주는 ‘해운대 빛축제’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11월 말부터 2021년 2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소중한 사람과 찬란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꼭 준비해야 할 것은 완벽한 사진을 위한 삼각대와 몸을 따뜻하게 해줄 코트와 장갑, 모자뿐이다.

Don’t Miss it!
7시의 일출

저녁의 빛을 즐기는 데 모든 기운을 다 쓰더라도 해운대의 일출은 놓칠 수 없다. 다행히 여름보다 1시간이나 더 잠을 잘 수 있어 여유로운 편이다. 겨울에는 일반적으로 7시10분 전후로 다채로운 하늘색을 감상할 수 있다. 달맞이길이 있는 와우산 오른편으로 떠오르는 붉은 해와 해운대 바다가 꽤 잘 어울린다. 저녁부터 아침까지 부지런할 이유가 분명하다.


●겨울의 냄새
제주 종달리 
Jongdal-ri  Jeju 

| 이은지 기자


너무 좋으면 모든 계절을 알고 싶다. 내겐 제주 종달리가 그렇다. 한아름 수국길 덕에 여름에 찾는 이들이 더 많다지만 종달리 특유의 잔잔한 감성은 겨우내 찬 공기 냄새에서 유독 진하게 느껴진다.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 우연히 발견한 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하고, 작은 책방에 들러 주인장 고양이와 잠시 시간을 보냈다. 오래된 고전 영화를 상영해 주는 카페에서 맛본 감귤차 한 잔은 유독 따뜻했다. 마을 곳곳에 자리한 억새들이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리며 나침반이 되어 준다. 해 질 녘 노을빛을 닮은 카페에 들어가 시그니처인 한라산 까눌레를 맛봤다. 카페 한 편 커다란 창이 종달리의 풍경을 액자처럼 담아낸다. 그 겨울 종달리의 냄새가 그립다. 떠나야겠다.

Don’t Miss it!
지미오름 일출

누군가 말했다. 오름은 제주의 얼굴이라고. 그래서인지 제주에 가면 꼭 오름에 오르게 된다. 종달리에 위치한 지미 오름은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 정상까지 4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만만히 보지는 말 것. 헥헥대며 정상에 오르면 우도 뒤로 새빨간 해가 떠오른다. 짙고 푸른 바다 위로 둥둥 떠오른 해와 성산일출봉과 우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벅찬 일출이 눈앞에 펼쳐진다. 


정리 김예지 기자  사진 트래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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