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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노닐고 넘실댄다, 곡성 안개마을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0.12.01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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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마을 여행자들이 머무는 한옥 외관의 가족 펜션
안개마을 여행자들이 머무는 한옥 외관의 가족 펜션

살포시 낀 물안개와 산에 앉은 구름 띠가 몽환적이다. 차분함은 노랗게 물든 나무와 희끄무레한 억새 몫이다. 마음껏 뛰노는 아이가 싱그러움마저 채우니 부러울 게 없다.

 

●자연으로 돌아간 아이들 


곡성은 섬진강, 기차마을, 영화 <곡성>의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여전히 숨어 있는 선물이 많은 곳이다. GKL사회공헌재단의 꿈희망여행은 곡성에서 ‘안개마을’이라는 보물을 캤다.

별것 없는 운동장에서도 재밌게 노는 아이들
별것 없는 운동장에서도 재밌게 노는 아이들

안개마을은 목동 1~3구와 뇌연, 뇌죽, 고달, 수월리 7곳이 모인 연합 마을이다. 꿈희망여행 목적지로 2018년에 합류해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쌓았고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마을의 가장 큰 장점은, 섬진강 종주 자전거길 중 곡성구간의 시작점인 횡탄정 인증센터에서 오곡면까지 이어지는 국가지정 침실습지를 중심으로 한 청정 자연환경이다. 특히 일교차가 심한 가을과 겨울, 강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산을 휘감는 구름, 마을센터 앞 목동제에 피는 고운 연꽃 풍경이 압권이다. 

안개마을을 지키는 임채홍 센터장(왼쪽)과 김은혜 사무장
안개마을을 지키는 임채홍 센터장(왼쪽)과 김은혜 사무장

마을은 이렇게 좋은 자원을 보유했음에도 일부 사진가를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안개마을 임채홍 센터장은 “농촌 체험 마을이 방치된 경우가 많은데, 꿈희망여행지로 선정된 이후 마을에 활기가 돌았다”며 “체험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준비됐고, 농산물 판매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자랑한다. 게다가 “마을이 잘 정비돼 다른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더라도 방문객의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인상적인 에피소드도 분명 있을 터. 임 센터장은 주로 어린 친구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찾는데, 농촌으로 유학 온 초등학생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농촌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학생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어른의 손을 빌리지 않고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는 모습이 기특했다고. 심지어 무서워하던 벌레조차 시간이 지나자 서슴없이 갖고 놀 정도로 자연과 하나 됐던 순간이 기억난다고 한다. 

안개마을은 곡성의 작은 마을 7개가 모여 시너지를 내고 있다
안개마을은 곡성의 작은 마을 7개가 모여 시너지를 내고 있다

쉬이 고개가 끄덕여진 이유는 10월 마지막 날 방문한 진도 아이들의 모습에서 농촌 학생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코를 박기 쉬운 나이의 아이들이 하나같이 운동장에서 뛰놀고, 작은 곤충 한 마리에도 눈을 반짝였다.

국립곡성치유의숲에서 만난 빨간 단풍과 소녀
국립곡성치유의숲에서 만난 빨간 단풍과 소녀

●곡성, 치유의 또 다른 이름  


안개마을에서 짧은 시간만 보내더라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이곳이 얼마나 조용하고 한없이 맑은지 말이다. 온갖 소음으로 가득한 도시와 다르게 마을 자체가 깨끗하다. 산을 두른 구름을 멍하니 보거나, 마을을 거니는 자체로도 훌륭한 휴식이 된다. 주변 자연 속에 스며들어도 좋다. 특히 마을과 곡성의 랜드마크 ‘침실습지’와 ‘취운정 회춘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침실습지와 물안개야 익숙하지만 회춘목 나무는 생소하다. 목동제 가운데 섬에 있는 회춘목은 벼락에 맞아 쓰러졌다가 다시 뿌리를 내려 스스로 회생한 나무란다. 자연의 생명력에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데, 나무의 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마을에 유난히 장수하는 사람이 많았고, 나무에 소원을 빌고 소원패를 걸어 뒀다가 대보름 달집과 함께 태우면 아픈 병이 낫고 소원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자연 그 자체로도 소중한데 마을까지 보호해 주었다고 하니 회춘목에 대한 주민들의 마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소나무를 배경으로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다
소나무를 배경으로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다
피로를 푸는 데 족욕만 한 게 없다
피로를 푸는 데 족욕만 한 게 없다

또 ‘국립곡성치유의숲’도 있다. 동악산의 수려함과 청계동 계곡의 청량함이 숨 쉬는 곡성 대표 힐링포인트로 울창한 산림 속에서 족욕, 맨발 숲길 걷기, 공예 등각종 치유 활동이 가능하다. 여행하다 보면 으레 많이 걷기 마련이다. 부모님들은 물론 쉽게 지치지 않는 아이들도 휴식이 필요하다. 약초, 천연 아로마오일 등을 이용한 온수 족욕과 발마사지로 남은 일정도 거뜬하다. 치유의 숲에 도착하면 수집한 각종 나뭇잎과 꽃이 주인공이 되는 시간도 있다. 흰 천에 자연의 색을 입힌 공예품을 직접 만든다. 초록, 빨강, 노랑 등 고운 색이 물든 천이 기념품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그림 같은 소나무 풍경을 앞에 두고 따뜻한 차 한 모금이면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이 완성된다.

안개마을을 대표하는 회춘목과 목동제
안개마을을 대표하는 회춘목과 목동제

●주황색 모자가 춤추는 여행


꿈희망여행의 장점이야 수없이 많지만, 마을과 주변 콘텐츠를 활용한 체험활동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요즘 여행 트렌드가 체험인데 꿈희망여행은 진즉 체험의 중요성을 인지했던 셈이다. 

섬진강을 바라보며 페달을 실컷 밟는다
섬진강을 바라보며 페달을 실컷 밟는다

안개마을에서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섬진강 레일바이크, 습지노트 만들기, 침실습지 퐁퐁다리, 레크리에이션, 바비큐파티, 가마솥 피자 만들기 등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없는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 밖에도 안개마을에서는 자전거 타고 습지탐험, 우렁이 생태관찰과 채집, 압화를 이용한 생활용품 만들기 등의 특별 체험도 가능하다.

습지노트 제작에 집중한 아이
습지노트 제작에 집중한 아이
놀이동산과 동물원 등이 있는 기차마을
놀이동산과 동물원 등이 있는 기차마을

이런 체험활동을 할 때마다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보고 놀라지만, 아이들의 왕성한 호기심과 집중력, 추진력은 매번 경이롭다. 가끔 어른들도 헤맬 정도로 쉽지 않은 만들기 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직접 해낸다. 이번 습지노트 제작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어도 시작부터 난감한데 아이들은 고민하지 않고 실을 넣은 바늘을 이리저리 움직여 틀을 잡는다. 게다가 보통의 어른들은 자신의 취향이 확고해 새로운 걸 하기를 망설이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재미없어 보이는 것에서도 재미를 뽑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어른들이 흥미를 느끼기도 한다. 게다가 에너지도 넘쳐 그들이 있는 어디든 활기로 가득하다. 1년 중 일정 기간 이상 물에 잠겨 있어 잔잔한 느낌이 강한 침실습지도 아이들의 에너지에 그렇게 상큼할 수가 없었다. 꿈희망여행을 상징하는 주황색 모자와 합해지니 우중충한 날씨도 문제없었다.

근사한 한옥을 배경으로 바비큐 파티도 가능하다
근사한 한옥을 배경으로 바비큐 파티도 가능하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


곡성에서 꼭 가야 할 ‘섬진강 기차마을’에서도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옛 곡성역을 기점으로 조성된 체험형 공원 기차마을은 아이들에겐 그저 신기한 증기기관차부터 레일바이크, 드림랜드 놀이동산, 동물원까지 없는 게 없는 파라다이스다. 둔탁하지만 촌스럽지 않은 소리를 내는 기차를 타고 섬진강과 처음 만나고, 가정역에서 출발하는 레일바이크로 섬진강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 힘껏 페달을 밟으며 곡성의 맑은 공기를 느끼는 건 덤이다. 놀이동산에는 낭만 가득한 관람차와 아이들의 스릴을 담당하는 바이킹 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또 5~6월 기차마을 내 장미공원에서 열리는 장미 축제와 화려한 조명으로 밝혀진 기차마을의 모습도 또 보고 싶어 재방문 욕구가 불끈 솟구친다.

곡성을 찾아온 꿈희망여행 참가자들
곡성을 찾아온 꿈희망여행 참가자들
레크리에이션에 한껏 빠져든 아이들
레크리에이션에 한껏 빠져든 아이들

잘 놀았다면 채우는 일도 중요하다. 식사 시간은 꿈희망여행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마을 어머니들이 솜씨를 한껏 발휘한다. 전라도 밥상이 그렇듯 하나하나 허투루 내지 않는 손맛 제대로 배인 음식들은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한옥 숙소를 배경으로 즐기는 저녁 바비큐 파티와 가마솥에서 만들어 낸 피자는 안개마을의 스페셜티다. 삼겹살과 석쇠 불고기 메인을 필두로 다채로운 음식이 준비된다. 유독 가깝게 느껴지는 달과 구름, 시원한 바람까지 모두 어우러져 특별한 한끼가 완성된다. 쫄깃한 가래떡과 달콤한 마시멜로를 구우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으로 식사는 마무리되고 바비큐 파티로 달아오른 흥은 레크리에이션으로 이어진다. 쉴새 없이 몰아치는 사회자의 농담과 즐거운 게임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혼까지 쏙 빼앗고,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장기까지 뽐내며 한층 더 흥이 난다. 아주 작고, 조용한 안개마을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꿈희망여행의 알찬 식사, 안개마을에서는 가마솥 피자가 일품이다
꿈희망여행의 알찬 식사, 안개마을에서는 가마솥 피자가 일품이다

*꿈희망여행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익법인 GKL사회공헌재단의 후원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가족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전국 각지의 농산 어촌 마을로 떠나는 가족여행 프로그램이다. 2020년 10월31일~11월1일에 진행된 이번 꿈희망여행에서는 진도의 다문화가정 8팀이 1박 2일 동안 곡성 안개마을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가족의 화합을 다졌다. 한편 GKL사회공헌재단은 공기업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의 100% 출연으로 2014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공익법인이다. 여행 참가 신청은 꿈희망여행 홈페이지에서 받고 있다.   GKL사회공헌재단 www.gklfund.org/gkl_tour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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