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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산을 오릅니다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1.01.01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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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동안은 춥고 힘들겠죠.
정상에 도착해서야 알게 될 겁니다.
고생의 의미를 말이죠.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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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화 병풍
대둔산  


대둔산은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경계다. 대한민국 8경 중 하나로 꼽히며 최고봉인 마천대를 중심으로 기암괴석들이 각기 위용을 뽐낸다. 산세가 워낙 웅장해 겨울이면 그 매력이 빛을 발한다. 산자락을 보고 있으면 검은 기암괴석에 하얀 나뭇가지를 가득 그려 낸 산수화 병풍을 보는 듯하다.

 

원효대사는 대둔산의 풍경을 보고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고 표현했다. 임금바위가 입석대를 연결하는 금강구름다리는 대둔산의 하이라이트. 금강구름다리는 높이 81m, 길이 50m에 달한다. 대둔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완주방면 등산로다. 능선을 따라 늘어선 삼선바위, 임금바위, 마왕문 등 기암괴석의 머리를 흰 눈이 가득 덮는다.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으니,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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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이유
한라산 

 

한라산이 제주도고, 제주도가 한라산이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제주도는 한라산이 폭발하며 만들어진 섬이다. 그러니까 한라산은 제주도의 이유다. 한라산은 하늘의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은 산이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 바로 한라산(1,947m)이다. 한라산 꼭대기에는 큰 못이 있는데 사람들이 시끄럽게 하면 갑작스럽게 구름과 안개가 몰아친다고 한다. 그 못의 이름은 백록담. 한라산에 사는 신선들이 타고 다니는 하얀 사슴이 이곳에서 목을 축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겨울 한라산을 단 한 번이라도 찾은 이들이라면, 이런 소문들이 그저 거짓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 산 전체에 영엄한 기운이 가득하다. 눈이 가득 내리면 하늘과 땅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오직 바람 소리만 들려온다. 짜릿한 적막함이 한라산의 정취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의 또 다른 표현은 한라산의 겨울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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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의 매력
덕유산  


역사적으로 덕유산을 살펴보면 신라와 백제를 구분하던 국경선이었다. 그만큼 산세가 험준하고 장대하다. 
지금은 전라북도 무주와 장수, 경상남도 거창과 함양군에 걸쳐 있다. 겨울이면 덕유산에 눈이 가득 내린다. 


남부지방에 위치해 따뜻하지만, 서해의 습한 대기가 덕유산을 넘으며 눈이 되어 흩날리는 것이다. 적설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겨울철 덕유산 산행을 계획한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무리하게 산행을 지속하다가 실제로 겨울철 조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덕유산을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겨울만큼은 구천동계곡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하얗게 눈이 내려앉은 능선을 따라 향적봉에 도착하면 어느 동양화에서 봤을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등산이 체력적으로 부담스럽다면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내려 향적봉까지 등산하는 코스도 좋다. 비교적 짧은 등산 코스이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산행에 도전할 수 있다.

©pixa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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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대 필 무렵
태기산


태기산은 강원도 횡성군에서 가장 높은 산(1,261m)이다. 원래의 이름은 덕고산이었는데 삼한시대 진한의 마지막 왕,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신라에 대항한 곳이라 하여 태기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정상에는 약 1km에 달하는 태기산성과 태기산성비가 있다. 태기산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20기의 하얀 풍력발전기는 상고대가 가득 핀 태기산의 풍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상고대는 안개나 구름 등 미세한 물방울이 나뭇가지나 잎에 붙어 순간적으로 얼어 버리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태기산의 상고대는 아름답다는 표현을 넘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태기산은 분명 높은 산이지만, 오르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보편적인 등산 출발지점이 양구두미재인데, 해발이 980m 지점이다. 그러니 동네 뒷산 오르듯 편하게 다녀오면 된다. 다만 도로 결빙이 있는 한겨울에는 차량 진입이 통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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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산
태백산 


태백산(1,567m)은 민족의 영산이다. <삼국사기>부터 <세종실록지리지>를 거쳐 지금까지, 태백산은 천제를 지내는 신성한 장소로 여겨진다. 이런 말도 있다. ‘태백산의 일출을 제대로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태백산 정상에서 제대로 된 일출을 볼 수 있는 기간은 일 년에 단 20일 정도뿐이다. 그래서 눈꽃이 필 무렵이면, 많은 이들이 이른 새벽부터 태백산을 오른다.

 

태백산의 눈꽃은 어두운 새벽, 주목에서 피어난다.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사는 나무다. 그만큼 천천히, 단단하게 자라난다. 주목에 하얗게 피어난 눈꽃은 설원 위를 거니는 순록의 뿔과도 같다. 곡선에서는 강인함이 느껴지고 촉감은 솜털처럼 부드러울 것만 같다. 차갑지만 포근한 눈 가득 덮인 주목 군락지를 지나 정상에 도착해서야 태백산의 의미를 알 수 있다. 강원도의 차가운 겨울바람이 벅차오르는 태백산의 감동을 식혀 준다. 


글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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