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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숨결이 흐르는 도시 '안동'

  • Editor. 김유니나
  • 입력 2021.01.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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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역사와 문화가 궁금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세계 문화유산으로 가득한 안동으로 떠나자. 
상쾌한 공기와 고즈넉한 풍경과 함께 천년의 숨결을 느끼다 보면 숨이 ‘탁’ 트일 것이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화려한 극락전 단청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화려한 극락전 단청

●봉황이 머물다 간 자리
봉정사


울창한 소나무 숲길과 싱그러운 자연이 반긴다. 천등산 중턱에 피톤치드가 가득한 길을 따라 10여 분 걷다 보면 천년 고찰 봉정사에 도착한다. 신라 문무왕 12년(672년)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대사가 수행 후 도력으로 종이 봉황을 만들어 날렸는데, 이 종이 봉황이 앉은 곳에 절을 짓고 봉정사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나는 우화루 대청마루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나는 우화루 대청마루

만세루 아래층에서 원목의 곡선을 살려 만든 문지방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대웅전을 만날 수 있다. 대웅전 지붕은 옆에서 볼 때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고,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해 만든 공포가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 양식이다. 내부 단청은 고려 시대의 기법을 간직해 목조건물 특유의 빛바램이 자연과 어우러져 고풍스럽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극락전은 옆면에서 볼 때 인(人)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으로 꾸몄다. 기둥은 배흘림 형태이며, 처마 내밀기를 길게 하기 위해 기둥 위에 올린 공포가 오직 기둥 위에만 자리하는 주심포 건물로 건축되었다. 고려 시대의 건물이지만 통일신라 시대의 건축 양식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한 사찰에 서로 다른 양식을 가진 건축물을 볼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소나무 숲 산책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소나무 숲 산책

극락전 앞 3층 석탑에는 저마다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돌탑이 정성스레 쌓여 있다. 석탑을 지나 동쪽으로 약 100m쯤 저벅저벅 걷다 보면 아름다운 마당 뒤로 영산암을 만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휴가 때 들러 국화차를 마셨다는 우화루의 고즈넉한 대청마루에 걸터앉으니 마음이 평안해지고 세상의 모든 근심이 풀린다. 이곳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잠시 눈을 감고 올 한 해만큼은 평탄하길 마음으로 빌어 본다. 


봉정사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222 
입장료: 성인(개인) 2,000원, 성인(단체) 1,500원
전화: 054 853 4183  
홈페이지: www.bongjeongsa.org

 

●단 하나의 한옥 마을을 꼽자면
안동하회마을 


바람이 매섭게 불어온다. ‘하회’라는 이름처럼 마을 주변을 큰 S자 모양으로 휘감는 낙동강의 칼바람에 어깨가 절로 움츠려진다. 마을로 가는 길목에 놓인 관광용 전동차의 행렬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을의 중앙으로 향했다.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630년동안 마을을 품은 삼신당 느티나무
630년 동안 마을을 품은 삼신당 느티나무

하회마을에는 630년의 세월을 품은 삼신당 느티나무(소원지 나무)를 중심으로 강을 향해 집이 배치되어 있다. 덕분에 집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다. 보통의 집이 정남향 또는 동남향으로 배치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출산과 건강을 염원하는 이곳에서 새하얀 소원지에 담긴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이 바람에 흩날린다. 양진당은 6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겸암 류운룡 선생’의 풍산류씨 대종택으로 하회마을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경이롭게도 연간 18번의 제사를 치르는데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는 ‘불천위’를 모신다. 불천위(不遷位)는 나라에 큰 공훈이 있거나 도덕성과 학문이 높은 자에 대해 신주를 땅에 묻지 않고 사당에 영구히 두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 허락된 신위를 일컫는다. 대종택인 만큼 예부터 많은 사람이 방문했는데 가장 값비싼 반찬인 간고등어 한 토막은 아무에게나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할 때 손님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마당을 향한 여닫이문을 사용했다는 이야기에 입가에 절로 웃음이 번졌다.

하회마을을 대표하는 대종택인 양진당
하회마을을 대표하는 대종택인 양진당
영모각에 보관된 류성룡 선생의 '징비록' 사본
영모각에 보관된 류성룡 선생의 '징비록' 사본

길 하나를 건너면 ‘서애 류성룡 선생’의 충효당을 만날 수 있다. 서쪽을 앞면으로 긴 행랑채를 두고 안쪽으로 ‘ㅁ자’ 모양의 안채와 ‘一자’형의 사랑채가 있다. 사랑채 대청에는 허목 선생의 전서체가 걸려 있는데 자식이 지게로 부모를 업은 모습을 형상화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안채는 현재 고택 체험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조선 중기 임진왜란 7년에 대해 상세히 기록한 <징비록> 사본을 보관한 곳은 충효당 바로 옆쪽의 영모각으로 만 개의 가지가 뻗어 간다는 만지송이 오랜 세월 그들을 지키고 있다.


현재 마을 내에는 총 100여 가구, 주민 250명 정도가 거주하는데 그중 3분의 2는 풍산류씨다. 그들은 자긍심을 가지고 마을을 지켜 내고 있다. 마을을 한눈에 관망할 수 있는 부용대에 올라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었지만, 지난 장마로 섶다리가 물에 떠내려가 아쉽게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안동하회마을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전서로 186  
운영시간: 하절기(4~9월) 09:00~18:00, 동절기(10~3월) 09:00~17:00
전화: 054 852 3588  
홈페이지: www.hahoe.or.kr

 

●500년 독립운동의 흔적
임청각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내고,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무장 독립투쟁의 토대를 마련한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로 발길을 돌렸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양반가 주택으로 현존하는 민간 가옥 중 가장 큰 규모다. 내부는 사당과 별당형 정자인 군자정, 그리고 본채인 안채, 중채, 사랑채, 행랑채가 영남산과 낙동강과 조화롭게 배치해 있다. 이곳은 이상룡 선생을 비롯해 동생 이상동, 이봉희, 아들 이준형, 조카 이형국, 이운형, 이광민, 손자 이병화, 손부 허은, 당숙 이승화까지 총 11명의 독립운동가가 배출된 역사의 현장이다. 

임청각과 낙동강 사이에는 여전히 철길이 놓였다
임청각과 낙동강 사이에는 여전히 철길이 놓였다

이곳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여전히 어둡고 좁은 지하 보도를 통과해야만 한다. 괜시래 마음이 서글퍼진다. 본래는 낙동강을 바로 마주하고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독립에 대한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만든 중앙선 철도 부설로 99칸 건물 중 낙동강 앞쪽의 부속건물이 철거되어 현재는 60여 칸만 남아 있다. 수많은 독립열사가 묵은 군자정의 치열한 과거와 달리, 빛바랜 갈색 나무 기둥과 서까래에서는 오히려 평온함이 느껴졌다. 군자정 내부에는 퇴계 이황 선생의 친필 현판과 함께 석주 선생 일가의 독립운동 가계도, 각종 훈장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군자정 옆 연지에서 집안 전체로 피어오르는 향긋한 모과 향이 역사로 증명한 그들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듯 코를 간지럽힌다.  

 

임청각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법흥동 20  
전화: 054 859 0025  
이메일: kingma22@hanmail.net

▶2020 백두대간 인문 캠프 
경상북도에서는 명사들의 지역 연고나 저서의 배경이 된 장소에서 강연 및 인문학 토크, 낭독회, 작은 음악회, 작가 동행 1박 2일 투어 등 다양한 인문 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화: ㈜쑥쑥 02 2633 7131, 경상북도 문화관광공사 054 740 7339

 

글·사진 김유니나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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