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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중심이 필요한 그대에게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1.02.19 10:31
  • 수정 2021.02.19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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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의 밤
청계천의 밤

서울의 진수를 원할 때 
서울을 거닐고 싶을 때
그곳에서 우리를 부른다.  

 

●얼굴을 마주하는 방법


경복궁은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광화문에 발을 들이고 나서야 한국에 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서울여행에서도 자연스레 출발점이 된다. 경복궁을 시작으로 삼청동, 북촌한옥마을, 인사동, 창덕궁, 종묘 등으로 뻗어 나가는 여행길은 서울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코스다.
1395년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경복궁은 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화재, 전란으로 인한 소실과 재건을 반복했다. 일제에 의한 수난까지 역사의 갖은 고초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았고, 1954년이 돼서야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현재는 근정전과 강녕전, 경회루, 향원정 등을 중심으로 여행자들이 한국적인 모습을 담기 위해 꼭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광화문 광장 일대 고층빌딩과 어우러지면서 서울만의 색다른 도시 풍경도 선사한다. 경복궁 같은 대규모 궁은 계절감을 느끼기 위해 분기별로 방문하는 게 좋다. 똑같은 건축물이지만 빛의 양, 꽃과 나무의 유무, 날씨에 따라 풍기는 분위기도 제법 다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비 오는 날의 근정전, 벚꽃이 만개한 경회루 등을 특히 추천한다.

광화문을 지키는 수문장
광화문을 지키는 수문장

경복궁을 한층 더 특별하게 하는 요소도 여럿 있다. 수문장 교대의식과 별빛야행, 야간개장은 놓칠 수 없다. 조선시대 수문장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사대문인 흥인지문, 숭례문 등 도성과 궁궐의 문을 지키는 책임자다. 이들의 교대의식을 광화문과 궁궐 담장에서 진행하는데 의복을 제대로 갖춰 입은 수문장들의 위용을 직접 볼 수 있다. 경복궁 별빛야행은 단순 궁 관람을 넘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수라상 체험, 경회루 전통 공연 감상 등 폭넓은 경험이 가능하다. 별빛야행은 2016년부터 진행됐는데 매년 3분 만에 모든 표가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또 전통한복과 생활한복을 제대로 갖춰 입고 색다른 여행 기분을 내고, 톡톡 튀는 사진을 남겨도 좋다. 게다가 한복 착용 시 무료관람 혜택은 덤이다.

 

●동쪽에서 만난 과거 600년


겨울의 창덕궁, 특히 평일 오후의 창덕궁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이따금 들려오는 낯선 이의 발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 등을 제외하면, 궁궐을 보며 조그맣게 내지르는 본인의 탄성만 들린다. 


창덕궁은 조선조 3대 임금 태종이 1405년 창건한 제2의 왕궁이다. 한양의 서쪽에는 경복궁, 동쪽에는 창덕궁이 위치해 균형 잡힌 도시공간이 구성된 셈이다. 임진왜란 이후 270여년 동안 창덕궁이 조선 왕조 제1의 정궁으로 활약했으며, 마지막 임금인 순종 때까지 사용된 최후의 궁궐이기도 하다. 창경궁과 함께 하나의 궁궐로 사용돼 동궐이란 별칭도 갖고 있다. 특히 주변 자연 지형에 순응하고, 친근감을 주는 공간 구성, 한국 전통 조경의 특성과 아름다움을 훌륭하게 구현한 후원 등 다양한 요소 덕분에 가장 한국적인 궁궐로 평가받는다. 또 비교적 조선 궁궐의 원형을 충실히 지니고 있다. 1991년부터 진행된 복원사업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고, 1997년 12월에는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인정문을 통해 바라본 창덕궁의 인정전
인정문을 통해 바라본 창덕궁의 인정전

돈화문, 금천교, 선정적, 희정당, 대조전, 낙선재 각기 다른 매력으로 어느 한 곳도 쉽사리 발을 뗄 수 없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창덕궁 풍경은 인정문 사이로 본 인정전의 모습이다. 별다른 배경지식이 없어도 인정전을 마주한 순간 그 규모 앞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사실 인정전은 효종·현종·숙종 등 여러 임금의 즉위식과 외국의 사신 접견 등 중요한 의식을 행하던 곳이라 조선 왕조의 위엄과 격식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 시간 인정전 앞에 서니 600년 전 조선의 기억과 이어지는 느낌마저 받았다.

창덕궁 비밀의 공간 ‘부용지’
창덕궁 비밀의 공간 ‘부용지’

특별관람으로만 만날 수 있는 후원도 빠트릴 수 없다. 부용지를 시작으로 애련지, 연경당, 관람지, 옥류천까지 이어지는 왕의 정원은 위엄이 넘치는 전각과 다른 활기와 사랑이 느껴진다. 특히 네모난 연못 부용지 앞에 서면 왠지 모를 애틋한 감정이 솟아올라 연못을 천천히 서성이게 만든다. 또 연꽃을 특히 좋아했던 숙종이 연못 북쪽 끝에 걸쳐 있는 정자에 ‘애련’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 연못의 이름마저 애련지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왕의 고독함을 느꼈다. 후원에서의 산책을 통해 닿지 못했던 시간에 조금이나마 다가선 것 같았다.

북촌한옥마을에서 가장 한국적인 집을 만날 수 있다
북촌한옥마을에서 가장 한국적인 집을 만날 수 있다 

●한옥과 어깨를 나눈 사이


조선 왕조의 웅장함을 뒤로한 채 북촌한옥마을로 여행을 이어간다. 경복궁과 창덕궁의 절제된 화려함과 대비되는 소박한 멋이 가득한 공간이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뜻에서 북촌(North Village)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으며,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전통한옥 밀집 지역이다. 조선시대에 양반층 주거지로서 조성된 만큼 수많은 사적과 문화재, 민속자료가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지금의 한옥은 1930년대 서울의 행적구역이 확장되고 도시 구조도 근대적으로 변형되면서 형성됐다고 한다. 주택경영 회사들이 북촌의 땅을 매입해 그 자리에 중소 규모의 한옥을 집단적으로 만들었는데,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가회동 11번지와 31번지, 삼청동 35번지, 계동 135번지의 한옥들도 이 당시에 지어졌다.

줄지어 늘어선 가회동 31번지의 한옥들
줄지어 늘어선 가회동 31번지의 한옥들 

어깨를 맞댄 한옥들이 자아내는 고풍적인 분위기는 고층 빌딩과 바삐 돌아가는 역동적인 서울과 크게 대비되며 마음의 편안함을 준다. 약간 경사진 북촌로11가길을 걸으며 양옆으로 줄지어 늘어진 한옥을 감상하면 서울의 낯선 모습과도 사랑에 빠지게 된다. 더이상 오를 곳이 없어질 때 즈음 이국적인 이준구 가옥도 눈에 들어온다. 한옥이 밀집한 이곳에서 2층짜리 양옥은 모순적이지만 색다른 멋으로 다가온다. 이준구 가옥은 1938년경 가회동 31번지에 세워진 주택이다. 일제강점기 상류계층의 서양식 가옥 형태를 잘 보여주는 건축물로, 건물 본체의 크기에 따라 지붕의 모양을 다르게 해 독특한 외관을 지니고 있다. 그 속도 궁금하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선 만나보기 힘들다. 애써 아쉬움을 달래고 돌담에 얼기설기 얽힌 담쟁이덩굴만 만져본다. 


발길을 돌려 북촌동양문화박물관, 생활사박물관, 전망대 등을 마저 방문하면 북촌과 한옥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밖에도 북촌한옥마을에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다양한 소품과 공예품을 판매하는 곳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식당, 카페가 있으니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서울의 밤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청계천
서울의 밤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청계천

●은은한 서울의 밤


경복궁과 창덕궁, 북촌한옥마을을 따라 서울의 예스러움을 걸었다면 인사동과 청계천에서 분위기를 바꿔보자. ‘인사동도 전통적인 느낌인데?’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젊은 감성의 가게들이 가득한 ‘안녕인사동’을 비롯해 다양한 현대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가 거리 곳곳에 있다. 기존에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던 아이템을 모던하게 풀어낸 카페와 식당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생 양갱 전문점, 금옥당과 요괴라면으로 유명한 편의점 고잉메리가 톡톡 튀는 매력을 뽐내고 있다. 금옥당에서는 국산 100% 팥으로 직접 만든 통팥 양갱을 비롯해 피스타치오, 제주녹차, 밤, 호두, 흑임자, 대추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맛의 재미와 깊이를 더했다. 게다가 다채로운 색의 보자기와 꽃무늬를 활용한 예쁜 포장 덕에 선물로도 가치가 높다. 

안녕인사동에 위치한 생 양갱 전문점 ‘금옥당’
안녕인사동에 위치한 생 양갱 전문점 ‘금옥당’

달달함을 충전했다면 예술성 한 스푼을 더할 차례. 인사동을 거닐다 보면 한국 전통 자기는 물론, 무료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갤러리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본인의 취향에 따라 혹은 그저 눈에 띄는 곳에 들어가면 된다. 여태 경험하지 못했던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건 어떨까.

인사동에서는 다양한 현대 미술도 만날 수 있다
인사동에서는 다양한 현대 미술도 만날 수 있다

조명이 하나둘씩 켜지는 시간에는 발걸음을 청계천으로 돌린다. 낭만적인 서울의 밤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니 말이다. 파란 불빛이 감싸는 분수를 출발점 삼아 느긋하게 걷기 시작한다. 얌전히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은은한 조명이 깔린 돌길을 걷는다. 여기에 도회적인 분위기를 담은 시티팝을 더하면 감수성이 풍부해진다. 마장동까지 이어지는 꽤 긴 청계천 길도 중간에서 멈추기 아쉬울 정도다. 그렇게 서울여행 추억의 농도가 진해져만 간다.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알프스여행사 [대구출발] 서울시티투어 1박2일

 

서울 글·사진=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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