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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에 이끌려 맛있게 멋있게

  • Editor. 김선주 기자
  • 입력 2021.02.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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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좌도와 반월도를 잇는 문브릿지에서 바라본 반월도 풍경. 마을 지붕도 모두 보라색이다.
안좌도와 반월도를 잇는 문브릿지에서 바라본 반월도 풍경. 마을 지붕도 모두 보라색이다.

색깔에 이끌려 서남부 땅끝 바닷가를 달렸다.
보라색으로 일렁이다 옥색으로 깊어졌고, 
노르스름하게 맛났다.
신안 목포 영광은 그렇게 색으로 물들었다.

 

순전히 색깔 때문이다. 신안 퍼플섬(Purple Islands)의 보랏빛 유혹! 색깔을 전면에 내세운 여행지가 어디 그리 흔하던가! 1004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해서 ‘천사 섬’이라더니 정말 섬이 많다. 육지와 신안의 섬들을 연결하는 천사대교를 건너다보니 좌우로 올망졸망한 섬들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보라색 해상 목조다리인 퍼플교
보라색 해상 목조다리인 퍼플교

수많은 섬 사이를 40~50분이나 비집고 들어가니 어느 순간 버스 정류장이며 시골집 지붕이며 하나둘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퍼플섬의 본부 격인 안좌도다. 안좌도 바로 앞에는 이름도 예쁜 박지도와 반월도 두 개의 섬이 있다. 이들 세 섬을 하나로 잇는 것은 보라색이다. 섬에 자생하는 보라색 도라지와 꿀풀의 생태적 특성에서 보라색 콘셉트를 잡았다고 한다. 2007년 안좌도 두리마을과 박지도를 잇는 보라색 나무다리(547m)가 바다 위로 놓였고, 이 다리는 다시 반월도까지 915m를 더 내달렸다. 안좌도-박지도-반월도에 이르는 총 길이 1,462m의 보라색 해상 목교 퍼플교(Purple Bridge)다. 2020년에는 안좌도 두리마을의 다른 편에도 반월도로 곧바로 가는 다리 문브릿지(Moon Bridge)가 놓였다. 세 섬이 비로소 하나의 온전한 퍼플섬으로 연결된 셈이다.

박지도 초입에 있는 박 바가지 조형물
박지도 초입에 있는 박 바가지 조형물

퍼플교와 문브릿지 매표소는 차로 2~3분 거리지만 걸어서도 충분하다. 두 곳의 입구에서 박지도 또는 반월도만 다녀올 수도 있고, 박지도를 거쳐 반월도 또는 그 반대로 순환할 수도 있다. 박지도와 반월도에는 각각 4.2km(60분 소요), 5.7km(90분 소요) 길이의 둘레길도 있으니 시간을 넉넉히 잡고 트레킹에 나서도 좋다. 숨겨진 보랏빛을 찾는 탐험과도 같다.

 

●여기도 보라, 저기도 보라


퍼플섬은 보라색 천지다. 퍼플교와 문브릿지 뿐만이 아니다. 두리·박지·반월 마을에 점점이 박힌 가옥마다 보라색 지붕을 이었고, 공중전화 부스며 카페며 자전거며 관광객용 전동차량이며 조형물이며 모두 보라색 옷을 입었다.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보라색 옷을 입은 안내원이 보라색 매표소에서 여행객을 맞이하고, 차들은 보라색 유도선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한다. 보라색 옷을 입었거나 우산이나 모자, 가방이 보라색이면 입장료(성인 3,000원)도 무료여서 그런지 여행객들도 보라색이다. 

반월 마을 가옥
반월 마을 가옥

퍼플교는 바다에 기둥을 세워 만든 나무다리다. 뚜벅뚜벅 걸을 때마다 기분 좋은 나무 소리가 난다. 박지도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다. 포토존에 들르랴 경치도 즐기랴 결국 훨씬 더 걸린다. 일직선으로 나가다가도 좌우로 굽고, 평평하다가도 위아래로 향하며 나름 신선한 변화를 선사한다. 산책 중인 연인 가족 친구들 모두 유쾌하다. 박지도는 섬 모양이 바가지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친절하게 섬 어귀에 커다란 박 바가지 조형물도 만들었으니 누군들 모를 리는 없겠다. 그 역시 보라색이다. 보라색 투성이 속에서 빨간색 회전의자가 두드러진다. 900년 된 우물과 등산로, 라벤더 정원과 해안 산책로도 품고 있어 한참 즐길 수 있지만, 반월도도 만나야하니 다음으로 미룬다.

반월도 마을 창고 벽에 그려진 벽화
반월도 마을 창고 벽에 그려진 벽화

이름에 걸맞게 반월도는 어느 방향에서 보든 반달 모양이라고 한다. 안좌도와 반월도를 잇는 문브릿지는 퍼플교와 달리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해상보행교다. 바다와 가까우니 물이 차면 물살의 힘이 생생하게 다가오고, 물이 빠지면 갯벌의 생명력이 가깝게 느껴진다. 매표소에서 반월도까지 700m 정도이니 10여분이면 닿는다. 반달 모양으로 ‘1004’를 형상화환 포토존이 인기다. 반월도 둘레길을 따라 박지도 가는 퍼플교 쪽으로 향하는 이들이 꽤 많다. 그곳에 반월도의 명소 반월카페와 어린왕자가 앉아 있는 반달 조형물이 있어서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룬다. 다음 여행은 보라색 세 섬을 순환하는 느긋한 여행으로 미리 마음먹는다. 아마 보랏빛 라벤더가 만개하는 5월이 되겠지.

목포 유달산은 목포 1경으로 꼽힌다. 노적봉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유달산 중턱의 정자
목포 유달산은 목포 1경으로 꼽힌다. 노적봉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유달산 중턱의 정자

●후르륵 ‘목포 9경’ 구경하기 


후르륵 ‘목포 9경’ 구경에 나선다. 깊이보다는 속도가 생명! 갓바위(3경)를 둘러싼 옥빛 물색에 먼저 끌린다. 우뚝 솟은 두 개의 바위가 찌그러진 버섯 같기도 하고 눌린 벙거지 같기도 하다. 8m짜리 큰 바위는 아버지 바위, 6m짜리 작은 바위는 아들 바위로 불린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양지바른 곳에 모시려다 실수로 관을 바다에 빠트린 아들은 차마 하늘을 바라볼 수 없어 갓을 쓰고 자리를 지키다 죽고 말았고, 훗날 그 자리에 두 개의 바위가 솟았다는 전설에서 비롯됐다. 실은 8,000만년 전 화산재가 굳어진 용결응회암이다. 오랜 세월에 바람과 파도가 합세해 현재의 갓바위를 빚었다. 갓바위 앞 바다 보행교 덕분에 산책하며 여러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갓바위를 둘러싼 옥빛 물빛이 어찌나 깊고 맑던지 그 또한 감탄스럽다.

삼학도 쪽에서 바라본 유달산 모습
삼학도 쪽에서 바라본 유달산 모습
갓바위
갓바위

갓바위 인근의 목포 9경에 집중한다. 삼학도(7경)는 세 개의 섬이 잇따라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아담한 다리들로 서로 이어졌고 공원도 있다. 이난영 공원이다. 목포하면 떠오르는 가수 이난영의 수목장이 2006년 이곳에 마련됐다. <목포의 눈물> <목포는 항구다> 노랫가락이 바다 건너 삼학도 맞은 편 유달산(1경)까지 흐르는 듯 하다. 실제로 유달산에도 이난영 노래비가 있다.

삼학도는 아담한 다리들로 연결돼 있다
삼학도는 아담한 다리들로 연결돼 있다

이번에는 유달산 정상 대신 중턱의 노적봉(5경)으로 향한다. 유달산 일주도로를 이용하면 차로 쉽게 닿을 수 있어서다. 노적봉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내려다보이는 다도해 풍경(8경)이 일품이다. 이순신 장군의 혼과 지혜도 깃들여져 있어 더욱 의미 깊다. 임진왜란 때 노적봉 바위에 볏짚을 덮어 군량미로 위장해 왜군의 사기를 꺾었던 역사적 장소다. 노적봉 공원의 이순신 장군 동상은 언제나 늠름하다.

목포 스카이워크
목포 스카이워크

유달산에 온 김에 국내 최장 해상 케이블카에도 오르고 싶지만 거센 바람 탓에 운행하지 않는단다. 대신 2020년 여름 새로 생긴 목포 스카이워크로 향한다. 투명 유리 바닥이 제법 높은 높이로 바다 위로 솟고 또 제법 멀리 바다로 향한다. 바로 앞으로 목포대교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목포대교 야경(2경) 때문에라도 다시 와야겠구나 생각한다. 미처 구경하지 못한 목포 9경, 그러니까 춤추는 바다분수(4경), 목포진(6경), 외달도(9경)도 있으니 결국 다시 올 수밖에 없다. 

 

●노르스름하게 맛있어서 영광


영광 법성포는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384년에 백제에 불교를 전파하면서 최초로 발을 디딘 곳이다. 법성포의 ‘법’은 불교를, ‘성’은 성인인 마라난타를 뜻한다고 한다. 백제불교최초도래지는 법성포를 통해 백제불교를 전한 마라난타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다. 마라난타가 제일 처음 지은 사찰이 바로 남한 최초의 절 불갑사다. ‘불’은 불교를, ‘갑’은 처음, 으뜸을 뜻하니 절 이름에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영광 굴비정식 상차림
영광 굴비정식 상차림

그래도 영광하면 굴비가 먼저다. 노르스름하게 잘 익은 굴비의 맛이란! 굴비는 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이다. 영광은 옛날부터 법성포 앞바다에서 조기가 많이 잡혀 굴비 만드는 전통과 역사가 깊다. 영광의 천일염도 굴비 맛을 빚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광은 신안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천일염 생산지로 꼽힌다. 조기가 예전만큼 잡히지 않는 지금도 영광굴비의 명성이 예전 그대로인 이유다. 


초저녁 무렵, 법성포 굴비 거리다. 굴비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아직 거둬지지 않은 가게 앞 굴비 묶음들이 이곳이 굴비의 본고장이라 알려준다. 굴비 거리를 휘감은 비릿한 듯 구수한 굴비 내음은 허기를 부추긴다. 영광의 굴비, 굴비의 영광다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곳곳에 굴비구이 전문식당이 포진해 있으니 허기 달랠 걱정은 필요 없다. 저렴하게는 1만8,000원 언저리부터 비싸게는 2만5,000원 부근까지 가격대는 다양하다. 상차림 메뉴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영광스러운 맛은 모두 같다. 굴비구이에 보리굴비, 조기탕에 고추장굴비까지 먹고 또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게장부터 홍어삼합까지 한 상 가득 나오니 누군들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굿모닝여행사 [목포+신안+영광 맛기행 1탄]

목포·신안·영광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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