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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상의 항공 이야기] 조종사 없는 비행기, 타시렵니까?

  • Editor. 유호상
  • 입력 2021.03.01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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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달로 비행기의 조종사를 한 명으로 줄이는 것을 연구 중이란다.
아예 원격 혹은 자율 비행의 시대가 오는 것도 머지않아 보인다. 
앞으로 조종사는 과연 꼭 필요한 것일까?  

조종사는 결코 이륙을 비행기에게 맡기지 않는다
조종사는 결코 이륙을 비행기에게 맡기지 않는다

●인공지능 파일럿

“나는 너희 인간들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내 논리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완벽하다.”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아이 로봇>에서 개개 로봇들을 관리하는 인공지능 통제 시스템 ‘비키(VIKI)’가 되풀이하는 주장이다. 비키는 로봇의 3원칙을 교묘하게 피해 가며 인간 위에 군림하려 든다. 반대로 영화 속 주인공으로 나오는 윌 스미스는 시종일관 로봇에 불신을 갖는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로봇에 대한 그의 ‘안 좋은 추억’ 때문이었다. 즉 어떤 일에 대한 로봇의 결정은 일견 논리적인 듯 보이지만 인간적인 관점에서는 공감할 수 없기에 여기에 치명적 허점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스포일러가 되기에 여기까지만).


마찬가지로 가까운 미래에 비행기에 인공지능 파일럿이 탑재된다면 아마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인간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그런 선택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

●의외로 긴 역사 


‘오토파일럿’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요즘 인기 있는 모 자동차 회사의 자동운행 기능이 먼저 떠오른다. 차가 알아서 운전을 해 주는 것이라 믿고 싶겠지만, 사실 이름과 달리 차가 정말 스스로 그것도 안전하게 운행하긴 힘들다. 적어도 아직은 그렇다. 이유는 우리가 운전하고 다니는 도로에는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있어서다. 으레 컴퓨터나 로봇이 인간보다 뛰어난 업무 처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부분적인 기능만 볼 때의 이야기다.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면에서 아직까지는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가 없다. 그러니 운전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우리들은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자동차 운전보다 더 첨단기술이 필요할 것 같은 비행기 조종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자동조종 기능이 적용됐다. 생각보다 역사가 길어서 1920년, 그러니 비행기가 발명된 후 그다지 시간이 흐르지 않은 시기에 이미 프랑스에서 고안됐다. 물론 이때의 오토파일럿이란 지금의 그것과는 달리 초보적인 수준으로 비행기가 방향과 고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정도였다.

 

최근의 오토파일럿 기능은 이와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정밀해져서 초대형 비행기의 이착륙까지도 모두 가능해졌을 정도다. 심지어 최근 미국에서 출시한 소형 개인용 비행기 중에는 심지어 비상시 조종석을 기웃거릴 필요도 없이 뒤에 탄 ‘비.알.못 승객’이 천장의 빨간 비상 버튼만 누르면 된다. 그러면 비행기가 기상까지 감안해 가장 가까운 공항을 찾아 알아서 안전하게 착륙한다. 정말 만화 같은 이야기다. 이런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하늘에는 장애물이 없기에 비행기는 자신의 방향과 고도만 확실히 알면 되기 때문이다.

최첨단이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조종석
최첨단이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조종석

●조종사는 콘트롤타워


종종 이런 얘기가 들리곤 한다. ‘비행기는 자동운항 장치 덕분에 일단 이륙한 후에는 조종사들은 잠을 자거나 다른 일을 한다.’ 심지어 ‘사실 조종사는 이제 없어도 되는데 승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다.’ 뭐 이런 말들 말이다. 조종사는 정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백업(back-up) 용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일은 적어도 당분간은 없을 것 같다.

 

그럼 자동조종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종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애당초 자동조종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조종을 해주는 기능이 아니라 단조로운 비행 중 장시간 조종간을 붙잡고 있지 않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륙한 비행기의 운항 자체는 단순하지만 이 비행기를 안전하게 띄우고 땅에 내리는 것 자체가 복잡하고 위험한 일이다. 바로 이게 문제다. 오늘날의 자동조종 기능은(공항 시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비행기를 스스로 이착륙할 수도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착륙, 특히 이륙은 조종사가 직접 맡는다. 이건 또 왜 그럴까? 비행기의 이륙 때는 엔진 고장이나, 버드 스트라이크(새의 충돌), 다른 비행기와의 충돌 가능성 혹은 기류 변화 등 여러 위험 요인들로 인해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조종사가 보여 주는 순간의 반응에 따라 수백 명 승객의 목숨이 달려 있다.

 

하나는 여객기의 기장은 종합 콘트롤타워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종사의 역할을 단순히 ‘조종기술’ 자체에만 둔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기 때문에 설령 인공지능 조종 시대가 오더라도 기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종합 관리하는 조종사는 여전히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장거리, 대형 비행기라면 더더욱 말이다. 인간은 늘 실수를 한다지만 그래도 사람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람 스스로가 하는 비행기가 낫지 않을까? 무조건 ‘합리적’이 아닌, 그래도 ‘인간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비행기로 말이다. 

 

*유호상은 어드벤처 액티비티를 즐기는 여행가이자 항공 미디어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인스타그램 oxenholm


글 유호상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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