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호불호가 뚜렷하지 않은 편입니다. 리액션도 신통치 않습니다. ‘뭐 먹을까?’ 물으면 ‘아무거나’가 태반이고, ‘맛있지?’ 하면 ‘응, 괜찮아’가 고작입니다. 상대방 김 빼기 딱 좋은 습관이라 고치고, 나름의 선호 리스트도 가졌으면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인지 취향이 뚜렷한 사람을 만나면 부럽기도 하고 호기심도 발동합니다.
원고에도 취향이 묻어납니다. 연재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매체가 됐든 개인 블로그가 됐든 어딘가에 무언가를 정기적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엄청난 능력입니다. 대상에 대한 애정은 물론이고 성실함이 뒤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하지요. 혹시라도 ‘시간이 더디다’거나 ‘무료하다’ 싶은 분은 연재를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주일 단위면 일주일이, 한 달이면 한 달이 얼마나 빨리 오고 가는지 실감하실 수 있습니다.
<트래비> 제작에도 많은 능력자가 함께합니다. 우직하게 ‘섬’을 여행하는 김민수 작가나 ‘항공’ 그 자체에 진심인 유호상 작가, ‘놀고먹기’라는 그 어려운 분야를 연구하는 이우석 소장 등이 매월 지면을 빛내고 있고 새로운 연재도 추가됐습니다. 자전거와 여행이라는 근사한 조합으로 매달 길을 나서는 이호준 작가가 전국의 소소한 풍경을 소개합니다.
3월부터는 한 지역을 진득하게 살펴보는 기획도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서울과 마포에 이어 올해는 강화도의 매력을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알아보려 합니다. 이 밖에 아직 논의 중인 새로운 연재 코너도 몇몇이 있습니다. 비록 읽는 이의 취향은 달라도 공감은 할 수 있도록 다듬어서 곧 선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음성으로만 대화하는 클럽하우스라는 소셜 미디어가 반짝 인기를 끌고 있다 합니다. 반짝이라는 질투 담은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제가 이 신생 미디어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매주 하는 온라인 회의도 버벅대는 데다 평소 호불호도 리액션도 없는 저한테는 가까이하기 힘든 트렌드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게 여행은 여전히 걷고 만지고 맛보는 아날로그의 여행이고 랜선은 여전히 취향이 아닙니다.
<트래비> 김기남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