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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위로가 필요할 때, 백색소음용 영화 5

  • Editor. 김예지 기자
  • 입력 2021.04.01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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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머리를 굴리고 싶지 않을 때
곁에 두고 보면 좋을 영화들.
스르르 잠이 들어도 좋다.

나만의 작은 숲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 2018     

번잡한 도시를 피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에서부터 맘이 푸근해진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혜원(김태리 역)은 도시 생활을 잠시 접고 어릴 적 엄마와 살던 고향으로 내려간다. 별다른 목적은 없다. 편의점 도시락과 길거리 음식으로 ‘때우던’ 끼니를 제대로 직접 만들어 먹자는 것 정도밖엔. 신선한 제철 재료로 정성껏 만들어 먹는 음식만으로도 무언가가 채워짐을 느끼는 혜원은 어느새 사계절을 그곳에서 나게 된다. 대단한 줄거리도 사건도 없이 단란한 시골 풍경과 먹부림, 옛 친구들과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전부지만 그것이 <리틀 포레스트>의 정체성이다. 고즈넉한 한옥집에서의 요리 장면은 눈도 귀도 즐겁게 하는 ASMR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사탕처럼 꺼내 보게 되는 영화.

시간을 뛰어넘은 레시피
줄리 & 줄리아   Julie & Julia | 2009   

기분이 꿀꿀한 날 단것 대신 영화를 택하는 것 또한 방법이다. 달달함에 용기까지 얻고 싶다면 <줄리 & 줄리아>가 답일 수 있다. 영화는 다른 시대를 산 여자 두 명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준다. 1960년대 프랑스의 전설적인 셰프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 역)와 2002년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뉴요커 줄리(에이미 애덤스 역)가 그 주인공. 외교관 남편을 따라 프랑스에 가게 된 줄리아는 프랑스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를 다니며 프렌치 요리를 마스터하고, 그런 그녀를 동경한 줄리는 365일 동안 500개가 넘는 줄리아의 레시피를 재현한 내용을 블로그에 기록한다.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 사람들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랄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줄리 & 줄리아>는 그래서 늘 진심어린 응원처럼 다가온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연출한 노라 에프론 감독의 유작이라는 점에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앞이 막막하다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 | 2010   

도무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순간이 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모든 것이 헛헛하게 다가오는 그런 날. ‘이것이 정녕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삶인가.’ 남편과의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해 오던 저널리스트 리즈(줄리아 로버츠 역)는 어느 날 문득 삶에 대한 회의가 든다. 지금껏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버리고 돌연 여행을 택한 이유다. 이탈리아로, 인도로, 그리고 인도네시아 발리로 무작정 떠난 리즈의 여행에서 정해진 거라곤 거의 없다. 그저 칼로리 걱정 따위 없이 먹고, 현지의 언어를 배우고, 열을 다해 기도하고, 마음이 가는 대로 사랑을 할 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나날들에 역설적이게도, 혼란스럽기만 하던 리즈의 감정은 차차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다. ‘진짜 나’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늘어질 때 이 영화를 머리맡에 켜 두자. 그러다 잠이 든다면 꿈속에 한바탕 여정이 펼쳐 질 수도 있겠다.

당연하고도 소중한 것
어바웃 타임   About Time | 2013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이라는 고전적인 가정을 가장 낭만적으로 해석한 영화. 성인이 되던 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가문의 비밀을 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팀(돔놀 글리슨 역)은 연애 영역에 그 능력을 적극 활용한다. 이를 테면 첫눈에 반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 역)에게 어색하게 건넸던 첫 고백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 멋지게 고백을 하는 것 같은. 그렇게 완벽해지고 싶었던 순간들로 돌아가 기억을 다시 쓰던 팀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마주하게 되고 나름의 깨달음을 얻는다. 시간 그리고 사랑, 보편적인 것들의 소중함을 정작 깨달을 만한 기회는 일상 속에서 그리 많지 않을지도. ‘How Long Will I Love You’ 등 OST가 중간중간 기회를 마련한다. 

짙은 장면들의 여운
오만과 편견   Pride & Prejudice | 2005

영화 <오만과 편견>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완연한 가을. 빈티지한 화면 색감에 클래식한 배경이 멋스럽게 어우러진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을 각색한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영국, 어느 작은 시골 마을. 다섯 자매 중 둘째로 자란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 역)는 유독 당차고 똑 부러지며 자기주장이 확실하다. 어느 날 사교모임에서 다아시(매튜 맥퍼딘 역)와 처음 만난 이후 둘 사이에는 본의 아닌 오해가 쌓인다. 그럼에도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한결같은 마음을 표현하고, 이들 사이에는 시시각각 다른 기류가 흐른다. 이 영화를 처음 접한다면 아마도 200년도 넘은 지금과 그때 그 시절의 결혼관을 비교해 본다거나, 키이라 나이틀리의 돋보이는 연기를 감상하는 데 시간을 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같은 장면을 몇 번 더 보게 된다면, 비로소 영화가 이끄는 감정대로 자유롭게 흐를 수 있다. 


글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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