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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바다를 부른다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1.05.0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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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모래사장, 잔잔한 파도.
뜨거운 여름이 시원한 바다를 부른다.
에디터 입맛대로 선정한 세계 최고의 바다 5.

●바다사자의 하루
북마리아나제도 티니안
Mariana Tinian

바다를 바라고 떠난 여행에서 바다를 보고 놀라는 일, 쉽지 않다. 티니안은 그 어려운 걸 해낸다. 티니안은 북마리아나제도 연방 최남단에 위치하는 조그마한 섬이다.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근처 함께 가볼 섬으로는 로타가 대표적이다. 티니안의 바다는 촉감이 없다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하다. 종종 제멋대로 불어오는 바람에 수시로 뒤척이는 파도 소리만 섬을 가득 메울 뿐이다. 파도가 밀려오면 바닷가 바위의 구멍 사이로 높이 물기둥이 치솟는 블로홀(blow hall), 거대한 바위나 산호를 깎아서 기둥으로 만든 신비로운 타가(taga)의 유적, 모래사장의 모래 알갱이가 별 모양으로 생긴 해안 등 다양한 볼거리도 있지만 바삐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보단 아무 해변에 누워 바다사자 같은 하루를 보내는 것이 제일 좋다.

●지중해의 낭만
몰타 고조섬
Malta Gozo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으로부터 지중해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93km, 그곳에 몰타가 있다. 몰타는 크게 3개의 섬으로 분류된다. 몰타섬과 코미노섬, 그리고 고조섬이다. 고조섬은 여러모로 제주도와 닮아 있다. 한적한 들판과 더딘 구름, 소박한 돌담까지. 몰타섬 북쪽에 위치한 치케와(Cirkewwa)항에서 페리를 타고 25분이면 고조섬에 도착한다. 고조의 바다를 한눈에 담기 위해서는 시타델에 오르는 것이 좋다. 라임스톤, 초록 듬성한 들판, 저 멀리 넘실거리는 지중해의 낭만. 지금은 사라져 버린 아즈라 윈도우(Azure Window)가 유난히 아쉽다. 아즈라 윈도우는 수천 년의 바람과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생겨난 자연 아치였다. 현재는 무너져 내려 잘린 단면만 덩그러니 남았을 뿐이다. 흔적을 보고 아스라이 기억하는 일, 그것이 요즘의 여행이다.

●장미를 닮은 해변 
인도네시아 코모도 핑크비치
Indonesia Komodo Pink Beach

이른 봄 벚꽃 잎과 닮은 분홍빛 해변이다. 지구상에 수많은 해변 중 핑크색 모래사장을 거닐 수 있는 곳은 단 7곳 뿐이다. 버뮤다, 바하마의 하버 아일랜드, 필리핀의 산타크루즈, 이탈리아 부델리섬, 네덜란드의 보네르, 그리스의 바로스 그리고 바로 이곳, 코모도 국립공원에 위치한 핑크 비치다. 코모도섬은 인도네시아 라부안 바조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해변이 핑크색인 이유는 ‘붉은 파이프 오르간 산호’의 알갱이가 모래 사이사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잘게 조각난 산호 알갱이는 상당히 날카롭다.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가시를 품고 있는 법, 그러고 보니 핑크비치는 장미를 닮았다. 해 질 무렵이면 핑크비치의 모든 것이 붉어진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의 기분까지도.

●태초의 자연
세이셸 앙스 수스 다정 해변  
Seychelles Anse Source d`Argent

어릴 적 그린 바다를 기억한다. 도화지 반을 갈라 칠해 낸 파란색 하늘, 그곳을 부유하는 포근한 구름. 거대한 바위 옆으로 지나가는 거북이, 그리고 오직 토파즈 색만 가득한 바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조리 그려 넣은 그림, 그곳이 세이셸 앙스 수스 다정 해변이다. 세이셸은 115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매력적인 섬은 라디그(La Digue)섬이다. 바로 그곳에 앙스 수스 다정 해변이 자리한다. 라디그 항구에서 남쪽으로 2.7km를 이동하면 거대하고 둥그스름한 화강암 사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라디그섬의 화강암은 무려 1억5,000만년 전부터 자연이 조각해 온 예술 작품이다. 육중한 돌무더기 사이를 거닐고 있으면 태초의 풍경에 서서히 압도된다.

●코코넛 같은 해변
태국 꼬꿋
Thailand Koh Kood

꼬(Koh)는 태국어로 섬을 뜻한다. 그러니까 꼬꿋은 ‘꿋섬’이라는 뜻이다. 이 ‘꿋섬’ 주변으로 꼬랑(Koh Rang), 꼬막(Koh Mak) 등 무려 24개의 섬이 자리한다. 이들을 묶어 꼬꿋 서브 디스트릭트(Koh Kood Sub District)라고 부르는데 통틀어 총 2,0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그중 무려 70% 정도가 꼬꿋에서 살아간다. 태국에서 4번째로 큰 섬이니 규모가 첫 번째 이유일 테고, 역시나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유가 두 번째일 것이다. 꼬꿋의 보물은 클롱차오(Klong Chao) 해변이다. 모래사장 가운데 야자수 그늘이 절묘하게 드리운 지점, 돗자리를 펴고 하루종일 코코넛 주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일. 지금,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하루다. 

 

글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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