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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예술 한 그릇, 다채로운 쌀국수의 향연

  • Editor. 이은지 기자
  • 입력 2021.04.23 18:27
  • 수정 2021.04.23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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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쌀국수는 세계 어딜 가나 만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코로나19로 베트남은 지난해 3월부터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던 항공편 대부분이 중단된 상태지만,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며 국제선 재개와 입국자 격리 완화도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에서 국수 한 그릇 할 날을 기다리며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쌀국수의 매력을 알아보자.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베트남 쌀국수의 매력


베트남 쌀국수는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음식이지만 어찌 보면 참 평범한 음식이다. 사골이나 고기로 진하게 우린 육수에 면을 넣고, 고기를 고명으로 얹는다. 요리로 보기엔 뭔가 아쉽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특징을 설명하기도 애매하다. 베트남 쌀국수가 이처럼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알면 알수록 다양한 쌀국수의 세계


베트남 쌀국수 한 그릇을 주문한다. 깔끔한 육수 맛에 당일 아침 막 뽑아온 부드러운 생면(우리나라 베트남 쌀국수는 대부분 건면을 쓴다)의 어우러짐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거기에 고수를 넣어 국물에 우러나게 하면, 풍미는 극대화된다. 제대로 만든, 고수 넣은 소고기 쌀국수 한 그릇은 예술과 다름없다.

미꽝(Mì Quảng)
미꽝(Mì Quảng)

쌀국수는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요리다. 육수에 따라, 재료에 따라, 지역에 따라 갈래가 워낙 다양해서 정확히 몇 종류나 되는지 헤아리기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의 쌀국수의 정확한 명칭은 ‘퍼보(Phở bò)’다. 퍼는 면의 종류 중 하나고, 보는 소고기를 뜻한다. 양지나 차돌박이 등 소고기를 얹은 쌀국수라는 뜻이다. 

닭고기로 만든 깔끔한 쌀국수 퍼가, 생선과 어묵을 넣어 진한 맛이 일품인 분까(BúnCá), 중부 지방에서 만날 수 있는 비빔국수 미꽝(Mì Quảng), 숯불고기와 함께 소스에 찍어 먹는 분짜(Bún chả), 면과 고기와 야채와 짜조까지 한 그릇에 담아주는 분팃느엉(Bún thịt nướng)……. 

그러니까 쌀국수를 종류 별로 한 번씩만 먹어보려고 해도 최소 10번은 쌀국수만 먹어야 할 정도다. 베트남을 여러 번 방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셈이다. 


●베트남 쌀국수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사실 쌀국수는 태국, 미얀마 등 주변의 동남아 국가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는 요리다. 그러나 동남아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베트남 쌀국수가 특별한 이유는 바다를 옆에 두고 세로로 긴 독특한 지형에 있다. 

남과 북의 거리가 워낙 멀고, 날씨나 지형적 특징에도 차이가 있다 보니 각 지역별로 독특한 특색을 지닌 채로 쌀국수 문화가 발전한 것이다. 이를테면, 달고 기름진 음식 문화가 발달한 베트남 남부 사람들은 ‘퍼보’를 좋아하는데 소꼬리와 갈비, 사태에 계피, 향료 등을 함께 넣어 오랫동안 우려낸 육수가 특징이다. 

담백한 맛을 즐기는 북부 사람들은 ‘퍼가’를 선호한다. 닭의 고기와 뼈를 푹 고아서 만든 담백한 국물이 일품이다. 해산물로 유명한 냐짱 등 중부지방에서는 생선으로 육수를 내기도 한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면의 종류


같은 쌀국수라도 북부로 갈수록 면의 굵기가 얇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요리법에 따라 달라지는 면의 종류도 미리 알아두면 편리하다. 베트남 북부, 중부 지역에서 즐겨먹는 하얀 면인 분(Bún)은 쌀로 만들었지만 우리 눈에는 소면에 가깝게 보인다. 하노이 음식인 분짜, 후에 지방의 대표 음식 분보후에 등의 국수가 그 예이다. 

분(Bún)
분(Bún)

퍼(phở)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쌀국수면이다. 분보다는 면발이 조금 굵고 납작하다. 뜨거운 소고기 육수와 어울리는 식감과 맛을 지니고 있다. 퍼보, 퍼가 등이 있다. 볶음국수나 비빔국수로 만들 때 주로 쓰는 미(Mi)는 노란색의 면으로 약간 라면과 비슷하게 보인다. 중국에서 밀가루에 계란을 넣어 만들던 국수가 베트남에 전해졌다는 유래가 있다. 미꽝, 미싸오보가 있다.


●알아두면 흥미로운 베트남 음식의 세계


베트남을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베트남의 음식 문화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조화롭다는 점이다. 베트남 음식을 먹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맛도 맛이지만, 속이 편안하다는 것이다. 

부수적으로 제공되는 채소와 소스를 100%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경지에 오르면, 그 조화로움에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단맛과 짠맛, 신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지고, 튀기거나, 데치거나, 삶거나 혹은 생으로 먹는 모든 식재료들이 입맛을 돋운다. 

두 번째는 신선하다는 점이다. 동남아 국가에 대한 편견 중 하나는 위생 상태가 엉망일 거라는 생각이다. 위생의 개념을 멸균의 완벽도로 평가한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보면 오히려 더 신선한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방부제 등 화학제품의 사용과 거리가 멀고, 식재료가 저렴하며 구하기가 쉽기 때문에 오래 보관하지 않고(오히려 냉동보관 비용이 더 나가므로) 그날그날 판매하고, 나머지는 미련 없이 처분하는 문화다. 우리는 베트남에서 바로 오늘 아침에 뽑아낸 생면으로 만든 쌀국수를 먹고, 어제까지 들판에서 숨 쉬고 있던 채소와 한 번도 냉동된 적 없는 고기를 맛보게 될 것이다.


●달라서 재미있는 두 나라의 음식 문화


마지막으로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나라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을 보고 가장 놀라는 부분이 있다. 음식이 나오면 너무 빨리, 허겁지겁, 그리고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잘 사는 나라인 줄 알았는데, 배곯고 다니는 사람이 많냐며 의아해하는 베트남인들도 있다. 

여기에는 각기 다른 두 나라의 음식문화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끼니때가 되길 기다렸다가 다 같이 밥을 먹는 습관이 있다. “식사하셨습니까?”가 인사로 통할 정도로 서로의 밥때를 챙겨준다. 

그러나 베트남은 다르다. 신선한 과일이 지천에 널려있고, 저렴한 군것질거리(이조차도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알아서 잘 챙겨 먹고 다닌다. 한 마디로 배고픈 경험을 별로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끼니때가 되어도 조금만 먹고 말거나 (언제든 먹을 수 있으니) 적당히 배가 차면 그만 먹는다. 우리에게 베트남 음식의 양이 조금 적게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고수에 대한 오해와 편견


동남아 음식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느끼는 가장 큰 장벽은 바로 ‘고수’라는 풀이다. 영어로는 코리안더, 베트남어로는 라우텀(Rau thom)이라고 하는데, 낯선 향과 맛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그러나 어색한 조우를 넘어 고수의 참맛을 알고 나면 미식의 세계가 넓어진다. 축복 같은 베트남 음식을 즐기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고수에 대한 일반 상식.
 
▶고수는 동남아 대부분의 지역, 그리고 대만, 홍콩을 비롯한 중화권에서도 흔히 쓰이는 식재료다. 더운 열을 내리는 기능이 있어 주로 무더운 지역에서 즐겨 먹는다.

▶ 우리나라에서도 고수를 재배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열을 내리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어 주로 사찰음식으로 스님들이 즐겨 먹었다고 한다. 노스님들은 고수 반찬이 없으면 손님 대접이 소홀하다 여겼다고.

▶고수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마그네슘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뿐만 아니라 고수에 들어있는 테르펜 성분은 숲속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 서양권에서는 고수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즐겨먹는 깻잎의 향을 독특하고 강렬하다고 평가한다. 식재료의 맛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다.

▶고수 먹기가 힘들다면 ‘콩라우텀’, ‘콩자우무이’ 라고 얘기해서 미리 빼달라고 부탁하자. 

 

자료 제공: 메콩 연구소, 한-메콩 협력기금 (Mekong Institute, Mekong-ROK Cooperation Fund)


정리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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