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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도에서 살아남기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1.07.01 08:45
  • 수정 2022.05.2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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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여행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무작정 떠나고 보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가사도 여행을 위한 꿀팁들.

찾아갈 때마다 어김없이 환상적인 노을을 보여주는 돌목해변
찾아갈 때마다 어김없이 환상적인 노을을 보여주는 돌목해변

 

톳, 톳, 튀는 가사도 여행 스킬들

●Step 1
배낭 속에 ‘잘 곳’도 준비하기

진도군에 위치한 6km2 면적의 가사도에는 두 개의 마을이 있다. 휴가철에는 민박이 식당을 겸해 운영하지만, 비시즌에는 그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내로라하는 관광 섬이 아닐 때에는 먹고 자는 문제에 대한 단단한 대비가 필요하다. 섬에 들어가기 전, 텐트와 취사도구를 준비해 배낭에 넣었다. 식재료는 적당한 곳에서 마련하기로 했다. 

일제강점기, 광산 개발의 거점이 되었던 가사3구 돌목마을
일제강점기, 광산 개발의 거점이 되었던 가사3구 돌목마을
하루 3차례 진도 쉬미항과 가사도를 오가는 가사페리호
하루 3차례 진도 쉬미항과 가사도를 오가는 가사페리호
바다 위에서 바라본 쉬미항 여객선터미널
바다 위에서 바라본 쉬미항 여객선터미널

●Step 2
목포냐, 진도냐 택하기

여객선이 오가는 항구는 두 곳, 목포항과 진도 쉬미항이다. 목포의 배는 하루 한 차례 떠나는 낙도 보조선이다. 수많은 섬을 오지랖 넓게 기항한 후 4시간을 채우고 나서야 가사도에 닿는다. 반면, 쉬미항에서 가사도는 한 시간도 채 안 걸린다. 배도 여러 차례 있다. 다만, 쉬미항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다. 수도권에서 차로 5시간 이상 소요된다. 가사도 여행의 출발점을 목포항으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과거에 이미 낙도 보조선에 대한 경험도 있었고.

기차를 타고 목포까지 간 후 아침 식사를 하고 여객선 대합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오전 8시30분에 출항하는 배에 올랐다. 시하, 마진, 율도, 고평사, 쉬미, 저도, 광대, 송도, 혈도, 양덕, 주지도 등 다가오고 멀어지는 섬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이런 낭만도 언감생심. 언택트 여행이 트렌드인 만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 승용차로 선착장이 있는 항구까지 최대한 접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 면에선 진도 쉬미항이 최적의 선택이겠다. 

일명 낙타섬으로도 불리는 무인도 대소동도
일명 낙타섬으로도 불리는 무인도 대소동도
십자동굴 앞 포토존 안으로 쏙 들어온 무인도 마도
십자동굴 앞 포토존 안으로 쏙 들어온 무인도 마도

●Step 3
해변에서 머물 곳 찾기

가사도에는 대략 3곳의 민박집이 있다.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빈번하게 영업을 쉬니 사전에 운영 여부를 알아 봐야 한다. 가사도의 해변 중 가장 아늑하고 캠핑하기 좋은 돌목해변을 찾았다. 캠핑은 인프라가 부족한 섬을 여행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먹고 자는 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가지 못할 섬은 없다. 대신 준비가 과하면 불편하고, 재미도 반감되니 짐은 가볍게 챙기는 것이 좋다. 

돌목해변을 걷다 해넘이가 잘 보일 만한 적당한 곳을 찾아 텐트를 쳤다. 취사도구를 꺼내 소면을 삶은 후 다시를 넣어 끓인 국물에 훌훌 말아 배를 채웠다. 저녁에는 계란말이를 해 먹을 계획이었다. 조금도 습하지 않은 바닷바람을 자장가 삼아 늘어지게 낮잠을 즐겼다.

진도읍 조금시장의 5일장
진도읍 조금시장의 5일장
돌목해변의 늘어진 오후
돌목해변의 늘어진 오후
달걀말이는 얇게 부쳐 여러 번 말아 줘야 제 맛이다
달걀말이는 얇게 부쳐 여러 번 말아 줘야 제 맛이다

●Step 4
좌측으로 혹은 우측으로 걷기


섬은 걷는 자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차량을 동반하면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아름다운 스폿들을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가사도와 같은 섬은 관광 안내도에 나오지 않는 명소가 곳곳에 숨겨져 있어 더더욱 도보 여행이 알맞다. 선착장을 기준으로 좌측의 돌목마을 방향이 여행자를 위한 구간이라면, 우측의 가사도리와 궁항리는 지극히 평범하고 평화로운 섬의 일상을 보여 준다. 


섬을 걷는 도중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한다. 가벼운 인사 한마디로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은 눈 녹듯 사라진다. 섬에 머무는 동안 따뜻한 배려를 주고받거나 몇 번씩 반복해서 마주친 이들과는 이후 오랜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사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얼굴은 1톤 트럭을 몰던 어르신. 우연히 인사를 나눴을 뿐인데, 흔쾌히 가는 곳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그와 두 번째 마주쳤을 때 보았던 그의 미소와 반가운 손짓은 아직까지 가사도 여행의 한 장면으로 또렷이 남아 있다. 

진정한 빛의 향연은 해가 바다 속으로 떨어진 후 펼쳐진다
진정한 빛의 향연은 해가 바다 속으로 떨어진 후 펼쳐진다
묘한 긴장감을 주는 십자동굴 입구
묘한 긴장감을 주는 십자동굴 입구

●Step 5
시간대별 섬 담기

멋진 장면을 보면 스마트폰이든 카메라든 꺼내 들고 담게 된다. SNS에 업로드하거나 지인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는 근사한 사진이 필요하다. 섬을 걸을 때 시간과 방향을 고려하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돈목해변은 일몰 뷰가 일품이다. 가사도에 올 때마다 늘 아름다운 해넘이를 볼 수 있었던 곳이다. 가사도 등대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으뜸 명소다. 부근의 십자동굴과 함께 탐방하려면 아침 일찍 나서는 것이 좋다.

 

일정한 속도로 전진하며 딸려 오는 톳을 끊어 내는 작업선
일정한 속도로 전진하며 딸려 오는 톳을 끊어 내는 작업선
톳은 편평한 곳에 널어 최소 3일간 건조시켜야 한다
톳은 편평한 곳에 널어 최소 3일간 건조시켜야 한다

●Step 6 
‘톳톳한’ 가사도 이해하기

섬에 여행객이 찾아오는 것은 일반 주민들과는 크게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도보 길을 만들고 명소를 단장하는 일은 지자체의 몫이요, 그 혜택은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뿐이니 말이다. 그러니 섬을 여행하는 데 다소 불편하고 모자람이 있다고 해서 섬 주민들을 탓하면 안 된다. 섬은 엄연히 관광지이기 이전에 그들의 생활 터전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가사도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곁에서 생생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마침 일 년에 한 번 있는 톳 수확기였다. 양식장에서 배로 실어 온 톳은 트럭에 실려 건조장으로 향한다. 사실 건조장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섬의 모든 평편한 곳은 곧 건조장이 된다. 들녘은 물론 물양장도 톳으로 온통 뒤덮인다. 그것도 모자라 차 한 대가 겨우 빠져 나갈 공간을 제외하고는, 도로도 역시 톳의 차지다. 가사도리에 있는 단 하나의 슈퍼도 톳일로 문을 닫았다. 주민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면서도 들떠 있었다. 톳은 가사도 주민들의 주요 소득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양의 톳을 본 것도 행운이었지만, 신이 난 주민들 덕에 덩달아 즐거워졌다. 가사도 여행의 추억에 또 한 장면이 더해졌다.  


●가사도
가 볼 만한 곳 

여객선 |  목포여객선터미널 ↔ 가사도항 (1일 1회, 3시간 50분, 1만2,500원)
진도 쉬미항 ↔ 가사도항 (1일 3회, 1시간, 4,500원)

가사페리호 선장 쉬미항 
서진도농협 조도지점 쉬미항 
해광운수 목포 

 

▶Place

가사도 등대
1915년에 세워진 가사도 등대는 최초에는 무인등대였다. 제주, 부산에서 목포, 인천 방향으로의 선박 안전을 위해 1984년 광력 증강과 더불어 유인화됐다. 2010년에 등탑을 교체할 당시 데크와 퍼걸러(pergola), 탐방로 등의 편의시설이 확충돼 해양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대소동도, 소소동도, 마도, 불도 등 주변의 무인도와 어우러진 바다 조망이 뛰어나 섬 최고의 명소로 손꼽힌다.

십자동굴
가사도 등대 부근에는 일제강점기에 규석을 채굴했던 광산이 자리하고 있다. 그곳의 동굴 역시 광산의 흔적이다. 길이 170m의 십자동굴은 폭과 높이가 들쭉날쭉하다. 성인 5~6명이 나란히 서도 될 만큼 널찍한 구역도 있지만, 때론 고개를 숙이고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구간도 있다. 가끔 집단 서식하는 박쥐 떼도 목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부 구간이 무너져 탐방이 제한되기도 했다.


▶Photo Spot

돌목해변 풀등 & 낙조
돌목마을 앞에 있는 길이 250m의 자그마한 해변으로, TV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의 촬영지가 됐던 곳이다. 물이 맑고 백사장이 오붓하게 펼쳐져 프라이빗 비치의 느낌마저 든다. 차올랐던 바닷물이 썰물 때 빠지면서 물결의 쓸림이 백사장에 나타나며 풀등도 만들어진다. 해변 옆, 방파제의 암석 지형에서 바라보는 일몰 광경 또한 매우 아름답다.

기묘한 섬들(광대도·혈도·주지도·양덕도)
여객선을 타고 가사도로 향하는 뱃길에는 기묘한 모습의 섬들이 줄을 이어 나타나고 사라진다. 사자를 닮은 광대도, 섬 가운데 구멍이 뚫린 혈도, 가운데 손가락 모양의 섬 주지도 그리고 영락없이 발가락을 닮은 섬 양덕도가 그것이다. 주민 수가 몇 안 되는 작은 섬들이지만 사진으로 남겨 두면 귀하게 기억된다.

▶FOOD

가사도는 생김새가 스님의 가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의 불교적 색채가 얼마나 강하냐면, 어업은 물고기에 대한 살생이라 여길 정도다. 때문에 주민들은 예로부터 농사에 의존했고 톳을 양식해서 소득을 올렸다. 가사도에서 톳이 유명한 이유다. 손님이 많은 휴가철에는 대개의 민박집에서 식사를 제공하는데, 이때 자연산 톳과 미역으로 만든 반찬을 부탁해 맛보거나 생산자에게 직접 톳을 구매해 먹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Activity

트레킹
①십자동굴 탐방로 (0.6km, 30분)
가사도 등대→포토존→십자동굴→전망대
②해안경관산책로 + 해안생태숲 (2km, 1시간)
가사도 등대→해안길→돈목마을→돈목해수욕장
③가사도 풀 트레킹 (20km, 7시간)
가사도항→궁항리 회관→가사리 염전→궁항해변→해안길→옥출광산해변→가사수원지→내연발전소→가사도리→가사도 분교장→카클해변→가사분교장→가사도항→돌목마을→돌목해변→해안산책로→십자동굴→가사도 등대→가사도항 

캠핑
가사도 내 캠핑지로는 돈목해변이 적당하다. 돈목해변에 설영을 할 때는 물때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사리가 가까워지면 해변 끝까지 물이 들어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해충이 없는 초봄과 늦가을의 캠핑 여행이라면 비박색(bivouac sack)과 침낭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섬 곳곳에 정자와 퍼걸러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캠핑 TIPS)
① 배를 타기 전, 지역의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캠핑에 필요한 음식 재료를 구매할 수 있다. 
②캠핑 쓰레기는 해당 지역 쓰레기봉투를 구입해 봉투에 버린다.
③계란 등 껍질이 있는 먹거리는 미리 껍질을 까서 알맹이만 용기에 담아 온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함이다.
④무더운 계절에 바르는 모기약은 필수템이다.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 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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