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타고 강화도 한바퀴, 강화여행택시
택시 타고 강화도 한바퀴, 강화여행택시
  • 곽서희 기자
  • 승인 2021.07.26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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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자도, 교통약자도, 코로나 시대에도,
편하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강화도에는 여행택시가 있다.

강화산성 북문 앞, 택시가 달릴 준비를 끝냈다
강화산성 북문 앞, 택시가 달릴 준비를 끝냈다

●무면허자의 비애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그녀로부터 그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일지도 모른다. 한바탕 비가 쏟아졌던 어느 날, 친구는 단골 카페에서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포크로 쪼개 먹으며 잔뜩 우는 소릴 했다. 야, 우리 동네에선 도저히 시험에 붙을 수가 없겠더라고. 강남역 뱅뱅사거리는 나 같은 ‘왕왕왕초보’ 운전연수자에겐 파리지옥보다 더한 지옥이야, 헬 오브 헬. 그녀가 도로주행시험에서 7번째 낙방을 했던 날이었다. 덫에 갇힌 불쌍한 파리처럼 서울 한복판에 갇혀 뱅뱅 도는 노란 자동차의 모습이 선명했다 흐려졌다. 깜빡이를 안 켰다고 했나, 끼어들기를 못했다고 했나. 아, 중앙선을 침범해서 1분 만에 실격됐다고 했지. 

택시에 타자마자 받게 된 뜻밖의 선물
택시에 타자마자 받게 된 뜻밖의 선물
차창 너머로 바라본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차창 너머로 바라본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친구의 생생한 실패담을 들은 난 지레 겁먹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 인생에서 운전면허 취득은 다이어트와 동급이었다. 해야지, 해야지, 하지만 결국 영원한 내일로 유보해 두고 마는 일. 사실 겁먹은 건 핑계고, 지독한 게으름 탓이기도 했다. 그래서 강화도 여행도 덩달아 늘 유보의 대상이었다. 강화도는 걸어서 여행하기엔 난이도가 꽤 높은 여행지 중 하나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아주 못 갈 것도 아니었지만, 마을버스는 배차간격이 상당하기 일쑤였고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관광지들도 많았다.

 

뚜벅이들을 위한 ‘강화 원도심 스토리워크’와 같은 도보 코스가 잘 마련돼 있지만, 매번 같은 곳만 가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였다. 운전할 줄 아는 지인과 동행하거나 내내 택시를 타고 다니는 수밖에. 그런데 전자는 강화도에 가고 싶을 때마다 상대를 불러내기엔 좀 민망한 감이 있었고, 후자는 장소에서 장소로 이동할 때마다 택시를 잡아야 하는 수고로움은 차치하고서라도 비용 문제가 걸렸다. 그야말로 무면허자의 비애였다. 이래저래 강화도 여행은 내일로, 내일로, 그렇게 아쉬움만 한가득 안은 채 미뤄 두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 강화도에 여행택시가 들어섰다는 소식은 정말 듣던 중 반가운 뉴스였다. 

택시 뒤로 저 멀리 고인돌의 모습이 보인다
택시 뒤로 저 멀리 고인돌의 모습이 보인다

●모든 감각은 여행에만


신촌역에서 광역버스 3000번을 탄 지 2시간이 채 안 됐을 즈음.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까지만 가면 그 뒤부턴 이동에 대한 아무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강화여행택시를 선뜻 예약한 가장 큰 이유였다. 간만에 머리를 맘껏 비우기로 했다. 


터미널 앞에서 미리 배정 받은 택시기사님을 만났다. 택시는 그의 친절한 미소만큼이나 시원하고 깔끔했다. 방향제 때문인지 자세를 고쳐 앉을 때마다 차내에서 상쾌한 향기가 났다. 여행은 선물로 시작됐다. 기사님께 건네받은 키트엔 1회용 손 소독제, 마스크, 소독용 물티슈, 기념품 등이 들어 있었다. 방역에 각별히 신경썼다는 건 구성품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손 소독제를 사용한 후 안전벨트까지 착용하자 택시가 출발했다.

 

고려궁지 앞 강화여행택시
고려궁지 앞 강화여행택시

 

첫 번째 여행지는 고려궁지였다. “터미널에서 고려궁지까지는 앞으로 5~10분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다음 관광지까지의 소요시간은 굳이 지도 앱을 켜서 확인하지 않아도 기사님의 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유독 이번 여행에서 핸드폰 배터리가 닳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택시는 오래지 않아 고려궁지 앞에서 멈췄다. 자유롭게 구경한 뒤 하차한 장소로 다시 돌아오면 된다는 말에, 무거운 짐은 모두 차에 두고서 카메라 하나만 달랑 들고 나섰다. 홀가분한 몸으로 그새 초록빛이 더 짙어진 고려궁지를 걸었다. 

살랑이는 바람에 여행택시의 깃발이 흔들린다
살랑이는 바람에 여행택시의 깃발이 흔들린다

대놓고 성가신 건 아니지만 은근히 귀찮은 것. 누군가 대신 해 준다면 그렇게 편할 수 없는 게 바로 주차 아니던가. 특히 낯선 여행지에서라면 더더욱. 물론 직접 해 본 적은 없지만, 조수석에 앉아 초조한 눈빛으로 주차 공간을 두리번거리는 일도 얼마나 불편했던가. 그래서일까. 강화부근리지석묘에 다다랐을 땐 주차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뻤다. “여기가 공원 입구입니다. 반대편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편하게 둘러보시고 오세요.” 주차에 들일 시간과 주차장과 입구를 왔다갔다 할 체력까지 모두 아꼈으니, 모든 감각은 오로지 여행 그 자체에만 집중됐다. 여행에 있어서 비스킷의 부스러기처럼 자질구레한 잔해들(가령 주차비가 시간당 얼만지 확인하는)이 없으니 비로소 여행이 여행다울 수 있었다. 두 다리엔 한껏 힘이 실렸다.

연미정에 오르기 전, 체력을 급속충전했던 순간
연미정에 오르기 전, 체력을 급속충전했던 순간

●여행객의 고속충전소


아무래도 고인돌을 너무 열심히 봤던 모양이다. 강화부근리지석묘에서 출발한 지 15분째. 하필 강화평화전망대에 도착한 타이밍에 체력은 바닥이 났다. 강화여행택시 이용객이라 50%나 할인을 받고 들어온 전망대이건만, 영 힘에 부쳤다. 바깥은 여름이었다. 습하고 끈적한 공기 때문에 관절 마디마디마다 땀이 맺혔다. 다시 택시로 돌아왔을 땐 이미 넉 다운 상태. 밖과 같은 세상일까 싶을 정도로 택시 안은 냉동고처럼 짜릿하게 차가웠다. 여행객의 허약한 체력을 충전해 주는(그것도 고속충전이 가능한) 충전소 같았달까. 편안한 승차감 때문인지 시원하고 조용한 실내 때문인지, 까무룩 잠이 들었다. 가물가물 눈을 떴을 땐 어느새 마지막 코스인 연미정이었다. 빵빵하게 충전된 체력으로 월곶돈대를 훑고 연미정까지 올랐다. 정자에 앉으니 사방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흐린 날씨였지만 바다 너머 섬들은 분명하게 보였다. 느티나무 잎이 사각거리는 소릴 듣다가 곧 여행이 종료된다는 사실에 조금 서글퍼지기도 했다.

강화평화전망대 1층 통일염원소
강화평화전망대 1층 통일염원소

남은 시간은 약 30분. 여행지마다 빠른 걸음으로 다닌 탓에 꽤 넉넉하게 시간이 남았다. 시간과 일정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건 강화여행택시의 굉장한 장점이었다. 3시간에 4군데를 둘러보는 코스를 예약했어도, 시간이 남으면 기사님과 이야기해 시간과 거리를 고려해 무리가 없는 선에서 다른 장소를 추가로 가 볼 수 있다. 물론 하차지점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문득 지난 봄, 강화산성 북문에서의 추억이 스쳤다. 나무마다 벚꽃이 팝콘처럼 터졌던 그 길, 참 예뻤는데. “기사님, 터미널 가기 전에 잠시 강화산성 북문길에 들러 주시겠어요?” 


벚꽃이 진 북문길엔 녹음이 무성했다. 누군가 나뭇잎에 묻은 분홍색을 옷 소매로 닦아 내고 푸릇푸릇한 청록색 페인트를 듬뿍 묻혀 놓은 것처럼. 채도 높은 풍경에 카메라는 쉴 틈이 없었다.

●새로운 길이 열렸다


싱싱한 에너지가 넘치는 북문길을 뒤로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시간. 터미널에 도착했다. 떠날 때가 되니 떠나온 게 그립다. 그제야 함께하고 싶은 이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거동이 불편하신 외할머니, 코로나로 언택트 여행을 선호하게 되신 아버지, 면허는 있지만 군인 신분이라 활동이 제한적인 동생, 운전이 아직 미숙한 초보운전자 대학 동기까지. 이건 분명 그들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여행이었다. 강화도 여행의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라고, 그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그려 보며 나는 생각했다. 

그중 유독 눈에 어른거린 한 사람이 있었다. 7번의 낙방 끝에 면허조차 못 딴, 치즈케이크를 쪼개 먹으며 울상을 짓던 나의 오랜 친구였다. 강화도에 가 보고 싶은데 교통 때문에 고민이라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면허를 따는 게 더 빠를까, 서울에서 강화도까지 걸어가는 게 더 빠를까, 하고 우스갯소리로 덧붙였던 말도. 친구야, 그런데 있잖아. 면허가 없어도 괜찮겠더라고. 강화도에서 놀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전한 방법이 있더라. 이런 여행이라면 몇 번이고 반복하고 싶던데. 면허를 따지 않아도 될 좋은 핑계 하나가 더 생겼지 뭐야. 다음번에 그녀를 만나게 되면 전해 줄 말들을 곰곰이 정리하며, 그렇게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창밖으로 강화도의 여름이 찰랑거렸다.   

 

▶강화여행택시

강화도의 구석구석을 택시로 여행할 수 있는 교통서비스. 시간요금제로 운영되며 기본 3시간 코스에 강화도 주요 명소 4곳을 둘러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중 1권역 ‘평화역사이야기여행’으로 묶여 있는 인천 강화, 중구, 파주, 화성, 수원 총 5개 수도권 지역에서 여행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코스│강화버스터미널→고려궁지→강화부근리지석묘→강화평화전망대→연미정(월곶돈대)→강화버스터미널  
소요시간│3시간
금액│3시간 6만원, 5시간 10만원. 이용시간 초과시 1시간당 2만원, 10분당 3,500원(관광지 입장료, 체험비, 식사 등 불포함)
인원│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차량 한 대당 기사님 제외 최대 4인까지 탑승 가능
예약방법│강화여행택시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예약 

 

●3시간이면 충분해!
강화여행택시 코스


강화도의 주요 명소 4곳을 짧고 굵게 돌아보는 코스를 소개한다.

한적한 고려의 궁궐터
고려궁지

고려 고종 19년, 고려왕조는 몽골군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도읍을 개경에서 강화로 옮겼다. 환도까지 걸린 세월은 39년. 그동안 고려의 궁궐터가 있던 곳이 바로 고려궁지다. 조선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한 도서관인 외규장각과 조선시대 강화의 행정과 군사를 관장하던 강화유수부 건물 등이 고려궁지 안에 보존돼 있다.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지만, 무엇보다 산책하기에 정말 좋다. 한적한 날,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느릿하게 궁터를 거닐어 보자. 봄에는 벚꽃 명소로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주소: 강화군 강화읍 강화대로 394  
운영시간: 매일 09:00~18:00  

한국에서 가장 큰 고인돌, 세계문화유산
강화부근리지석묘

청동기시대의 고인돌 유적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부근리에 있다.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 일대에는 40여 기의 고인돌 유적이 흩어져 있는데, 그중 강화부근리지석묘는 한국 최대 규모의 고인돌이다. 중부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거대한 탁자식 고인돌로, 뚜껑돌의 무게만 해도 약 80톤에 육박한다고. 고인돌의 축조과정과 형식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그늘이 없어 한여름엔 꽤 무더우니, 방문시 시원한 물은 필수다.

주소: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 317

육안으로 보는 북한
강화평화전망대

북한까지의 직선거리 약 2.3km. 소리치면 들릴 듯한 가까운 거리에 강화평화전망대가 있다. 남한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안가 너머로 예성강이 흐르고, 우측으로는 개성공단, 김포 애기봉 전망대,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등을 조망할 수 있다. 강화의 국방체험, 통일정책, 한국전쟁 관련 자료 등이 궁금하다면 2층 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기자. 1층 평화전망대 스토어에서는 강화군 특산품과 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다.

주소: 강화군 양사면 전망대로 797
운영시간: 매일 09:00~18:00  
전화: 032 930 7062
입장료: 성인 2,500원(강화여행택시 이용시 50% 할인)

바다가 보이는 정자
연미정(월곶돈대)

인조 5년 정묘호란 당시, 청나라와 굴욕적인 강화조약을 체결한 바로 그 장소다. 연미정에서 조선은 오랑캐라 여겨 온 청나라를 형제처럼 대우해야 하는 굴레를 지게 된 것. 안타까운 역사와 별개로 강화 8경이 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정자이기도 하다. 월곶돈대 성곽 안에 위치한 연미정에 오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바다 그리고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다. 북쪽으로 개풍군과 파주를, 동쪽으로는 김포 일대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사방으로 탁 트여 있어 여름에도 선선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분다. 

주소: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

▶FOOD
터미널 근처 그 맛집
주연통삼겹

택시여행도 식후경. 주연통삼겹은 여행택시 미팅 장소인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 근처에 위치한 삼겹살 맛집이다. 왕꼬막무침, 묵무침, 각종 부침개에 파김치까지. 짱짱한 반찬들부터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자르지 않은 두툼한 국내산 통삼겹살은 식감이 (약간의 과장을 보태) 솜사탕 같다. 씹으면 씹을수록 부드러워지는 삼겹살은 육즙을 가득 품고 있어 마지막 한 점까지 황홀하다. 시원한 물막국수와 뜨끈한 삼겹살김치전골도 함께 곁들여 먹기 좋은 메뉴. 

주소: 강화군 강화읍 강화대로 350  
영업시간: 매일 12:00~22:00  
전화: 032 933 5675
가격: 생통삼겹살 1인분 1만3,000원, 삼겹살 김치전골 8,000원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공동기획 강화군 www.ganghw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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