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의 마법, 찍길동의 여행
10초의 마법, 찍길동의 여행
  • 강화송 기자
  • 승인 2021.08.01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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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여행은 굵고 짧은 마법이다.
정확히 10초, 찍길동의 여행에 매료됐다.

청보리가 아름다운 가파도
청보리가 아름다운 가파도

 

MZ세대의 SNS 속 여행은 여러 형태로 변해 왔다. 글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영상으로. 최근에는 ‘숏폼(Short-form)’ 영상이 대세다. 영상 콘텐츠의 길이는 짧지만, 호흡이 긴 영상보다 훨씬 직관적인 감상이 가능하다. 숏폼 영상 SNS의 대표주자로는 틱톡(TikTok), 유튜브 숏츠(Shorts) 그리고 인스타그램 릴스(Reels)가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여행을 테마로 빠르게 성장 중인 인플루언서 찍길동, 진소영을 만났다.

수국스폿으로 유명한 거제 썬트리팜
수국스폿으로 유명한 거제 썬트리팜

‘찍길동’이라는 별명이 있던데, 정확히 무슨 뜻인가?  

하하, 별 뜻 없다. 이름이 진소영인데 어릴 때부터 ‘찐쏘’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영화 <쏘우>에 나오는 ‘직소’랑 광대뼈가 똑같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공감하는 눈치인데(웃음). 꽤나 마음에 드는 별명이라 프리랜서 시절에도 ‘찍소’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프리랜서는 시간이 많지 않나. 이곳저곳 시간 날 때마다 여행을 하도 많이 다니니까 친구들이 갑자기 ‘홍길동’이라는 별명도 붙여 줬다. 홍길동과 찍소의 조합, 찍길동. 역시 섞어야 입에 붙는다.

계절 꽃을 볼 수 있는 당진 아그로랜드
계절 꽃을 볼 수 있는 당진 아그로랜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대학 시절 연기를 전공했다. 배우를 꿈꾸며 서울에 올라와서 오디션도 보고, 연극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길고 지루했다. 시간이 너무 남으니 여러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이게 나의 길이 맞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옮겨 적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고, 어딘가에 다시 집중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좋았다. 블로그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연기는 무작정 기다림의 연속이었고 정답이 없어 참 많이 헤맸는데, 블로그는 그와 반대로 방문자수, 조회수 등으로 정확히 수치화되어 보이는 것이 기뻤다. 적어도 내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으니까. 만족감과 성취감에 더욱 블로그에 매진하게 되었고 결국 패션, 뷰티 카테고리 파워블로거로 선정되었다. 너무 구구절절 말이 길면 알려 달라. 원래 조금 TMT(Too Much Talker)의 기질이 있어 걱정이다. 지루한가.

창문이 뚫려 있는 듯한 기암, 제주도 ‘창꼼’
창문이 뚫려 있는 듯한 기암, 제주도 ‘창꼼’
사계절 내내 꽃을 즐길 수 있는 유적지, 경주 첨성대
사계절 내내 꽃을 즐길 수 있는 유적지, 경주 첨성대

걱정하지 말라. 오늘의 주연은 찍길동이다.

세상에, 주연이라니. 그래서 마저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면 블로그라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매일같이 가만히 집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원래 돌아다니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웃음).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 정말 많은 곳들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핸드폰에 담았다. 문득 그 핸드폰에 담긴 아름다운 풍경과 정보가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그런데 패션, 뷰티 카테고리로 운영하던 SNS에 갑자기 여행 사진만 폭탄처럼 올릴 순 없는 일이었다. 자고로 SNS는 깔맞춤이 중요하기에. 그래서 여행만 다루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당시 인스타그램에 ‘릴스(Reels)’라는 숏폼 플랫폼이 처음 생겼을 때였다. 수많은 여행을 다니며 짧게 기록용으로 찍어 왔던 영상들을 매일 1개씩 업로드 했는데, 매번 반응이 너무 좋았다.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지나서 팔로워 1만명이 넘어가고, 5개월이 조금 지났을 때는 팔로워 3만7,000명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0명으로 시작했는데, 이토록 관심을 많이 받으니까 스스로의  여행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럼 카테고리를 아예 여행으로 전환한 것인지.

반반. 일주일 중 반은 뷰티 인플루언서로 일하고, 반은 여행자로 사는 중이다.  


최근 숏폼 콘텐츠가 진짜 강세인 것 같다. 가장 선두주자는 ‘틱톡’으로 알고 있는데, ‘릴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우선 틱톡은 새로운 플랫폼을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귀찮(?!)은 일이었다.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새로 계정을 만들어야 하니, 유난히 백지에서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 여행영상보다는 웃긴 영상들이 더 인기가 많은 느낌이라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릴스의 경우 인스타그램에서 바로 업로드를 할 수 있고, 또 볼 수 있기 때문에 시작의 수고로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 맞다,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인스타그램의 연령층이 생각보다 넓다는 것이다. 아기를 키우는 부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자식과 함께 이런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며 댓글을 많이 달아 주신다. 확실히 릴스는 넓고 익숙한 시장이다.

한국의 지베르니(Giverny). 안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동물길공원
한국의 지베르니(Giverny). 안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동물길공원

 

사람들이 느끼는, ‘찍길동’ 영상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혼자 고민하기 어려워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팔로워 분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생동감, 실제로 가 보지 않았지만 그곳에 다녀온 느낌이 들어 좋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아름다운 여행 영상과 음악을 함께 들으며 잠시나마 힐링하는 기분이라는 답변도 많았다. 그리고 내가 상큼해서 본다는 답변도 많았다. 하하(웃음). 


아.

아무래도 릴스는 사진보다 여행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고, 장소를 역동적이고 다방면으로 보여 줄 수 있다. 덕분에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이곳이 어떤 매력을 지닌 곳인지 좀 더 확실하고 선명하게 그려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합시다 러브’를 외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안동 만휴정
‘합시다 러브’를 외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안동 만휴정

 

릴스 여행 인플루언서를 꿈꾼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뭘까?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여행지를 내가 정말 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기. 궁극적인 목표는 ‘여행을 못 가는 코로나 시국이니 대리만족을 시켜 주자!’다. 그래서 항상 생각한다. 과연 내가 이 여행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또 과도하게 꾸미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나 역시 멋진 사진에 속은 여행지가 한두 곳이 아니기에. 아 맞다. 노래 선정도 상당히 중요하다. 노래와 영상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도 정말 중요한 포인트다. 너무 생소한 노래를 선택하는 것은 좋지 않다.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노래, 요즘 핫한 노래를 주로 사용한다. 생각보다 노래를 클릭해서 타고 들어와 영상을 보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까 결국 분위기를 잘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주로 촬영은 어떤 장비로 하는지?

릴스 영상은 무조건 핸드폰으로 촬영한다. 나의 영상을 보고 누구나 똑같이 촬영할 수 있어야 하고, 익숙한 느낌의 여행을 공유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너무 화려한 테크닉이나 선명한 화질은 오히려 독이 되는 느낌이랄까. 그런 멋진 여행들은 TV나 영화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으니까. 보정 역시 핸드폰으로 사용한다. 아이폰에 있는 영상 보정 기능을 이용하고 있고 최대한 내가 봤던 색감과 비슷하게 보정을 한다. 살짝 공유를 하자면 하이라이트는 빼고, 밝기를 높이고, 대비를 내리고, 생동감을 높이고, 채도를 살짝 낮춰 은은한 색감을 구현한다.

제주 감성을 부산에서 느낄 수 있는 바다 뷰 카페, 기장 피크스퀘어
제주 감성을 부산에서 느낄 수 있는 바다 뷰 카페, 기장 피크스퀘어

 

릴스 조회수를 보니 기본적으로 10만회가 훌쩍 넘던데, 찍길동만의 특별한 릴스 구성 포인트가 있을까?

노을! 무조건 노을이다. 너무 쨍한 노을 말고 잔잔한 노래에 맞춰 은은하게 빛나는 노을은 백전백승 콘텐츠다. 그리고 봄에는 유명한 꽃 스폿을 올린다. 또 가을에는 멋진 단풍, 겨울에는 설국의 풍경. 이런 시기성을 가진 콘텐츠들은 결국 시간 싸움이다. 그날 촬영한 것은 1~2시간 안에 보정을 끝내고 현장에서 업로드하는 편이다. 영상 시간도 중요한 것 같다. 나는 보통 7~15초 사이의 영상만 업로드한다. 짧고, 굵고, 시기성을 잘 포함한 콘텐츠.


영상 속 표정이 너무 자유롭던데. 댓글을 쭉 보니 표정 연기에 대한 질문도 많더라.

대학교 4년, 무려 3,600만원을 주고 배운 것이 표정 연기인데, 또 이걸 이렇게 써먹을 줄은, 하하(웃음). 예쁜 척도 하고, 놀란 척도 하고, 신기한 척도 하고. 물론 이게 정말 ‘척’은 아니지만 조금 과장된 표정 표현은 영상의 감정을 확실히 풍부하게 만들기 때문에, 항상 노력한다. 


영상은 주로 누가 찍어 주는 것인지. 항상 궁금했다.

그때그때 같이 있는 사람이 촬영해 주는 편이다. 은근 부모님이 찍어 주는 것이 많다. 사촌동생과도 여행을 워낙 자주 다녀서 많이 촬영해 주었다. 같이 있는 사람의 역량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님의 경우 화면을 고정시키고 피사체인 내가 움직이는 것이 훨씬 잘 찍히고, 사촌동생의 경우 ‘이렇게 이렇게 찍어 줘’ 한마디면 충분하다.


댓글에 코디 이야기도 정말 많더라.

맞다. 옷 정보나 코디 팁 관련한 질문이 정말 많다. 우선 흰색은 거의 실패가 없다. 어떤 여행지에서도 다 잘 어울린다. 치마는 A라인으로 퍼지는 치마가 움직일 때마다 펄럭이기 때문에 영상에서 예쁘게 나온다. 흰색을 선택할 경우 포인트는 1개쯤 꼭 있어야 한다. 가방, 모자, 신발 등 포인트를 섞어 주면 영상 느낌이 확 달라진다. 가을은 베이지, 브라운 계열을 주로 입는다. 따뜻한 느낌 때문이다. 모자는 꼭 써 주는 편이다. 가을 바람이 상당히 매섭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던데, 혹시 <트래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찍길동 BEST3 국내 명소가 있다면?

부여 성흥산성 사랑나무, 서산 유기방가옥 수선화, 안동 비밀의 정원. 이 3곳은 언제 가도 성공적인 스폿이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름답고 예뻤던 곳들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가 끝난다면, 특별하게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을까?

유럽이 너무 가고 싶다. 파리 에펠탑에서 피크닉하는 모습, 피렌체에서 일몰을 보며 와인 한 잔 하는 모습. 정말 뻔하지만 뻔한 것들이 너무 그리운 요즘이다.  

아주 높고 큰 능소화 볼 수 있는 거제 보광사
아주 높고 큰 능소화 볼 수 있는 거제 보광사

 

*MZ세대의 숏폼 콘텐츠
MZ세대는 소비시장에서 생존과 직결된 키워드다. 생산과 소비의 중추를 이루고 있고, 사회적인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은 MZ세대를 유혹하기 위해 혈안이다. 그렇다면 정확히 MZ세대는 무엇을 뜻할까. M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단어다. M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이들을 뜻하고,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이들을 뜻한다. 정리하면 젊은 사람, 그리고 요즘 사람. MZ세대에서 발생한 트렌드가 사회 주류의 문화로 자리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진소영은 3만7,000명이 훌쩍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그녀의 SNS에는 7~15초 정도의 짧은 여행 영상이 업로드된다. 너무 짧지 않을까 싶어 걱정했다가 그녀의 영상에 매료되었다. 인스타그램 from___jin

 

글 강화송 기자  사진 진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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