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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쏘아 올린 물줄기

  • Editor. 곽서희 기자
  • 입력 2021.08.01 14:24
  • 수정 2021.08.12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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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마디 땀이 맺힌다.
이왕 더울 거, 눈이라도 시원했으면 해서,
깊은 산 속 옹달샘 대신 찾은
도심 속 분수들. 

●아이들의 여름 놀이터 
서울어린이대공원 음악분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동동거리는 발걸음과 기대에 찬 눈빛, 고요해진 말소리. 다들 무언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곧 시작한다!’ 누군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센 물줄기가 하늘을 뚫는다. 찢어질 듯한 물소리가 아이들의 함성소리마저 덮는다. 여기에 더해지는 건, 흥겨운 동요.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신나는 음악에 아이들은 일제히 열창하기 시작한다. 떼창의 열기가 웬만한 인기 아이돌 콘서트보다 더 뜨겁다. 주말 오후, 서울어린이대공원에 가면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어린이대공원 정문에 조성된 음악분수대는 수조 가운데서 물줄기가 솟아 나오는 일반적인 분수가 아니다.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춤을 추는 음악분수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 폭포처럼 쏟아지는 분수 쇼는 더위를 한 방에 날려 주진 못하더라도, 시야만큼은 최고로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밤에는 색색의 조명까지 더해져 더욱 선명하고 화려한 모습을 뽐낸다. 홈페이지에서 선곡표도 미리 확인 가능하다. 

주소: 서울 광진구 능동로 216
운영시간: 매일 12:00, 14:00, 16:00, 17:00, 18:00, 19:00 (30분 가동, 30분 휴식, 화요일 가동 중지)

●채광이 뚝뚝 
더현대서울 인공 폭포  

깜짝 퀴즈 하나. 분수와 폭포의 차이점은 뭘까. 가장 다른 점은 물이 흐르는 방향이다. 분수는 아래에서 위로, 폭포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그러나 보기만 해도 산뜻하고 뽀송한 기분이 들게 하는 건, 이 둘이 지닌 분명한 공통점이다. 여의도 더현대서울 1층 워터폴 가든에 위치한 12m 높이의 인공 폭포는 엄밀히 말하면, 폭포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쏟아지는 물줄기 덕에 분수 못지않은 청량함을 뽐낸다. 여기엔 빛의 역할이 크다. 더현대서울은 천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유리로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1층부터 천장까지 건물 전체를 오픈시키는 보이드(Void) 건축 기법을 도입해 1층 구석구석까지 꼼꼼히 자연 채광이 닿는다. 뭉게구름이 뜨는 맑은 여름날, 햇빛을 한 움큼 머금은 인공 폭포는 빛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백화점 전체를 한순간에 숲속으로 만드는 인테리어 효과도 뛰어나다. 물론 이곳이 더현대서울의 필수 포토존이란 사실은 두말 하면 입 아프다. 

주소: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운영시간: 월~목요일 10:30~20:00, 금~일요일 10:30~20:30

●고궁에서 ‘분수멍’ 
덕수궁 석조전 분수대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가는 공간이 있다. 편애하지 말아야지 다짐해 봐도, 늘 발길이 먼저 닿는 곳. 서울에 있는 궁들 중엔 덕수궁이 그렇다. 8할은 덕수궁 석조전 앞 분수대 때문이다. 입구를 지나 중화문을 거치면 석조전과 석조전 별관, 중화전 한가운데에 아담한 정원이 나타난다. 좌우대칭으로 배치한 관목 중앙에 분수대가 설치된 전형적인 서구형 정원이다. 유럽의 궁전 양식을 모방해 지은 석조전만으로도 충분히 이국적인데, 여기에 서양식 연못과 분수까지 더해지니 정말 유럽의 정원 느낌이 난다. 한마디로, 낯설다. 그럴 법도 하다. 분수는 우리 전통 조경에서는 좀체 볼 수 없었던 요소인 데다 우리의 전통 정원은 건물의 뒤에 배치해 후원이라 하는데 반해 석조전은 건물 앞에 정원을 조성했다. 한식 궁궐의 고유 건축 구성에 파격적인 변화를 준 셈. 무엇보다 쉬기 좋다. 분수대 앞에는 벤치와 나무 넝쿨로 뒤덮인 그늘막이 설치돼 있다. 잠시 더위를 식히기에도, 아무 생각 없이 ‘분수멍’을 때리기에도 딱 좋은 자리다. 분수대 근처에서는 조선시대 해시계인 앙부일구도 구경할 수 있다. 

주소: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운영시간: 화~일요일 9:00~20:00(월요일 덕수궁 휴관)

●서울살이에 지쳤을 땐 
율동공원 분수대  

사심을 약간 보태자면, 율동공원 하나만으로도 한때 ‘분당앓이’를 심하게 했던 적이 있었더랬다. 복잡한 서울살이에 지칠 때면 훌쩍 떠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애정의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서울에서 가깝다. 강남역에서 19km, 차로는 약 20분 정도면 도착한다. 둘째, 부지가 넓다. 율동공원은 분당 신시가지에 조성된 대형 근린공원답게 약 265만 평방미터의 넓은 부지를 자랑한다. 거리두기는 힘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가능해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셋째, 분수가 있다. 넓은 부지의 가운데엔 율동저수지가 있는데, 이 저수지의 중심을 잡아 주는 건 바로 율동공원 분수대다. 최고 높이 103m의 분수는 20분마다 한 번씩 새하얀 물줄기를 쏘아 올린다. 매분마다 조금씩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분수의 모양에 지루할 틈이 없다. 저수지 주변으로는 분수를 바라보며 한 바퀴 빙 둘러 걸을 수 있는 2.5km의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도 조성돼 있다. 휴식할 수 있는 나무 벤치들도 지친 이들의 걸음을 붙잡는다. 걸으면서, 자전거를 타면서, 때론 편히 기대어 앉아서 어디서든 분수를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다. 커피 한 잔에 분수 관람을 곁들이고 싶다면, 공원 주변의 아늑한 카페들이 답이다.'

주소: 경기 성남시 분당구 문정로 72
영업시간: 매일 10:00~19:00(10분 가동, 20분 휴식) 


글·사진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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