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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도어오프' 헬리콥터 투어, 문짝 떼고 날았다

new york Doors-off HELICOPTER tour

  • Editor. 유호상
  • 입력 2021.08.0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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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연히 본 사진 하나는 나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건 바로 문을 떼어 낸 헬기를 타고 뉴욕시 상공을 날아다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지금 뉴욕 상공에 떠 있다.

 

●30분짜리 뉴욕 종합선물세트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목적지는 허드슨강 너머 뉴저지에 있는 키어니 헬리포트. 1900년대 뉴욕시가 개발되면서 기존 상권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자 그 대안으로 필요해진 거주지 중 하나가 허드슨강 건너편이었다. 서울 시내에서 한강을 건너는 느낌이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엄연히 다른 주다. 도심에서 출발하는 헬기 투어를 놔두고 굳이 번잡한 하저터널을 거쳐 뉴저지로 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헬기의 문짝을 떼어 내고 비행하는 ‘도어오프(doors-off)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오직 이곳에만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탑승자들로 북적이는 라운지. 먼저 안전 교육을 받고 근처 헬리패드로 이동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헬기는 조종사 외에 6명이 탑승하는 벨206 롱레인저라는 기종이었다. 각자 지정된 좌석에 앉자 ‘우웅~’ 하는 터빈 엔진 특유의 시동음과 함께 머리 위로 로터가 돌기 시작했다. 충분히 예열된 헬기는 곧 떠올랐다. 가냘픈 외형과는 달리 7명이나 탔음에도 가뿐히 날아오르는 힘이 몸으로도 전해졌다. 이륙 후 맨해튼이 보이는 동쪽으로 향했다. 발밑에 펼쳐진 고속도로에서 나란히 달리는 차들이 헬기에 뒤처지는 걸 보니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날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어느새 맨해튼의 마천루들이 손에 닿을 듯 다가와 있었다. 헬기를 타는 곳이 도심에서 멀다고 불평했는데 막상 와 보니 오히려 그게 장점이었다. 도시 외곽에서부터 뉴욕의 모습 전체를 ‘음미’하며 다가갈 수 있는 위치다. 

사실 마천루의 메카인 뉴욕시엔 굳이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전망 좋은 곳은 많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크라이슬러 빌딩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에 이름을 올린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1WTC)까지. 하지만 한 장소에 서서 조망하는 것과 뉴욕의 공기를 느끼며 날아다니는 자유로움은 비할 바가 아니다. 


아래를 보니 발밑으로 허드슨강이 펼쳐져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허드슨강의 기적>에서 버드 스트라이크(새의 충돌)로 엔진이 정지된 여객기가 물 위로 비상착륙을 감행해 모두가 기적적으로 살아났던 바로 그곳이다. 강폭이 넓어 마치 뉴욕을 둘러싼 바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름처럼 강이다. 사실 허드슨강의 ‘기적’이 가능했던 것도 이곳이 파도 없이 잔잔한 강인 덕분이다. 

이곳에서 헬기는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센트럴파크까지 올라가더니 잠시 상공 한가운데서 제자리 비행을 했다. 뉴욕시 대부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높은 고도에 있었음에도 매우 크게 느껴지는 센트럴파크의 규모에 입이 벌어졌다. 깨알처럼 보이는 지상의 사람들이 아니라면 아주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없을 것만 같다. 이렇게 시작된 헬기투어는 맨해튼의 하늘을 꼼꼼하게 훑었다. 조종사는 헬기의 양쪽 방향 승객들이 놓치는 풍경이 없도록 가끔 제자리에서 180도로 방향을 바꿔 주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30분이 이렇게 짧았던가?’ 뉴욕의 대표적인 명소들을 모두 확인한 헬기는 다시 뉴저지로 기수를 돌렸다. 처음 이륙할 때의 긴장감은 온데간데없고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새삼 어릴 적 받곤 했던 과자 종합선물세트가 떠오른다. 하나하나의 과자를 실컷 먹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과자를 한번에 맛볼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행복감을 주던 종합선물세트. 그랬다. 이건 내게 30분짜리 뉴욕 종합선물세트였다.

 

●깐깐한 뉴욕 도어오프 헬기투어


도어오프 헬기투어는 문을 떼고 타는 만큼 보다 생생한 비행의 느낌과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복병이 생겼다. 2018년 뉴욕에서 도어오프 투어 헬기 한 대가 허드슨강에 불시착하는 사고가 있었다. 문이 없어 2중 하네스로 묶여 있던 승객들이 즉각 탈출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 후 안전규제가 강화됐으며 뉴욕에서 도어오프 헬기비행을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사라졌다. 이 때문에 도어오프 헬기투어의 경우, 착수시 비상탈출 요령 숙지 등 안전 교육에 유난스럽다 싶을 정도로 시간을 할애한다. 절대 늦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헬기투어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예약을 해도 스케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전날, 혹은 당일이 돼 봐야 알 수 있다. 따라서 헬기비행을 계획한다면 뉴욕 체류 일정의 앞부분에 잡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도어오프 비행 자체는 분명 멋진 경험이다. 하지만 비용이나 절차, 헬리포트까지의 교통 등 치러야 할 대가 역시 만만치 않아 누구에게나 추천하기는 힘들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운타운에서 이착륙하는 일반 헬기투어를 권한다.


▶뉴욕시 주요 헬리포트

다운타운 맨해튼 헬리포트 Downtown Manhattan Heliport 
맨해튼 남쪽 끝 해상의 일명 ‘피어 6’에 있다. 바지선 위에 12대의 헬리콥터가 이착륙할 수 있다. 대부분의 뉴욕 헬리콥터 투어가 이곳에서 이륙한다. 
주소: 이스트 리버(East River)의 Pier 6, East River, New York, NY 10004


키어니 헬리포트 HHI Heliport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허드슨강 너머 뉴저지로 가야 하므로 우버를 이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주소: 165 Western Rd. Kearny, NJ 07032

 

●Top of New York City


‘마법의 양탄자’에 올라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았다.
다이내믹하게 치솟은, 그것도 할리우드 셀럽처럼 하나같이 유명한 뉴욕시의 마천루들.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한 나라보다 큰 공원
센트럴파크 Central Park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조경가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가 센트럴파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했다는 말이다. 오늘날의 뉴욕을 보면 공감이 되는 말이다. 하늘에서 보니 도심과 녹색의 공원이 극명하게 나뉜 모습이 더욱 또렷하다. 아쉽게도 센트럴파크를 거닐어 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 방법으로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센트럴파크는 1853년 처음 공원으로 승인되었다. 1857년 공원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승한 옴스테드와 칼베르트 보에 의해 공사가 시작되었다. 공원은 1858년 말에 부분 개장으로 처음 일반에 공개된 후 확대 개장을 거듭하다가 1876년에 드디어 완공되었다. 


센트럴파크의 면적은 3.41km2로, 여의도(2.9km2)는 물론이고, 한 나라인 모나코(1.9km2)보다도 크다. 채석장이었던, 농장과 무허가 판자촌들이 널린 채 방치되었던 이 땅은 돌과 흙을 실어 나른 후 나무와 관목을 심으면서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린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공 호수와 연못, 산책로, 아이스링크, 원형극장, 동물원은 물론, 철새가 머무는 곳까지 생겨났다. 이제 많은 도시 설계자들에게 센트럴파크는 현대 도시공원의 교과서가 되었다. 매우 방대한 규모라서 북쪽 끝은 할렘이고, 남쪽 끝은 뉴욕 최고의 부촌인 미드타운, 가장 번화한 쇼핑지역인 5번가 등에 맞닿아 있다. 하나의 공원이지만 남쪽과 북쪽의 치안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 

모두가 반대했던 난공사
브룩클린 다리 Brooklyn Bridge


맨해튼의 동쪽, 이스트 강변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자 눈에 익은 유엔 빌딩과 그 아래 브룩클린 다리가 보였다. 헬기가 영화 속 카메라 앵글처럼 공중에서 선회하니 그야말로 ‘전지적 시점’을 안겨 주었다.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브루클린 다운타운과 맨해튼 로어 이스트 사이드를 잇는 왕복 6차선의 다리는 140년 전에 지어졌다. 1883년 총 길이 약 1.8km로 완공되어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이자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건축 문외한조차도 이 다리의 독특함은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한 세기 전의 클래식한 교량 디자인과 현대식 마천루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양 차로 사이의 보행자용 보도로, 많은 사람이 이 다리에 이끌리는 요인이다. 뉴욕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도 보통 이곳을 포함해 코스가 만들어질 정도라고. 이처럼 ‘없었으면 어쩔 뻔?’ 싶은 다리지만 19세기 토목기사인 존 어거스투스 로블링이 이곳에 교량 건설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이스트강에 다리를 놓는 일은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지형 특성상 교각 없이 건설해야 하는 등 당시 기술로서는 위험한 시도였기에 많은 전문가가 반대했다. 하지만 존 로블링과 그의 아들 워싱턴 로블링이 뉴욕시장과 금융업자들을 설득하고, 자금을 모아 건설에 들어갔다. 공사는 예상대로 난관의 연속이었다. 어찌나 난공사였던지 심지어 설계자인 존 로블링이 공사 도중 사고로 죽고, 아들 워싱턴도 수중에서의 교각 기초 공사 중 잠수병에 걸려 불구가 되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은 브루클린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망원경으로 현장을 감독해 가며 일한 끝에 16년 만에야 겨우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브룩클린 다리는 최초로 강철케이블을 사용한 19세기 토목공학의 이정표이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서 현재도 뉴욕의 중요한 교통로이자 동시에 관광지다.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존재감 
원 월드 트레이드센터 1WTC


이러니저러니 해도 뉴욕 상공에 떠 있음을 가장 실감케 한 곳은 역시 유명한 마천루가 모여 있는 맨해튼 지역이다. 특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꼭대기 전망대가 발밑에 들어왔을 때는 이 건물 꼭대기에 기어올라 팔을 휘두르던 영화 속 킹콩의 기분도 알 것만 같았다. 사실 트럼프타워(전 팬암빌딩), 크라이슬러 빌딩, 여기에 최근 생겨난 스키니빌딩 등 뉴욕의 이름난 건물을 일일이 다 챙겨 본다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조종사는 하나라도 놓칠세라 흥 돋는 말투로 모두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이 유쾌함도 곧이어 헬기가 맨해튼 남쪽에 도달하자 계속되지 못했다.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이 사라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뉴욕에 와 본 적도, 딱히 이 도시에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닌 나조차도 마음 한구석이 아리다.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에서 이 쌍둥이빌딩은 프랑스 곡예사 필리프 프티가 두 건물 사이를 줄타기로 아슬아슬하게 건너가는 ‘무대’였다. 그의 시점에서 쌍둥이빌딩은 ‘세계 최고의 존재’이자 도전 대상이었던 것.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를 대신해 12년 만에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더 높고 세련된 모습으로 솟아올랐다. 하지만 오랜 세월 터줏대감이었던 쌍둥이빌딩이 주던 그 존재감을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헬기가 주변을 선회하자 쌍둥이빌딩이 서 있던 곳, 그라운드 제로가 보였다. 건물이 있던 두 개의 사각형 터는 그대로 보존되어 존재의 기억을 되살려 주고 있었다. 

"세파에 시달려 갈 곳 없는
이들 내게 오거든
나 황금의 문 곁에서
높이 등불을 들리니!"

 

뉴욕에 왔노라, 보았노라
자유의 여신상 Statue of Liberty


비행 내내 까마득하던 발밑이 어느새 편히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로 다가와 있었다. 오늘 비행의 피날레인 자유의 여신상이 시야에 들어왔다. 앙숙 영국으로부터 독립전쟁을 벌이던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감사의 마음’을 듬뿍 담아 선물한 것이 자유의 여신상이다. 그렇게 맨해튼 남쪽 리버티섬에 들어선 자유의 여신상은 처음에 등대의 역할도 했다. 하지만 애초 용도가 아니었던 만큼 불빛이 약했고 또 반사된 빛이 되레 선박 항해에 혼선을 준다고 해서 더는 등대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아무래도 자유의 여신상의 중요한 역할이라면 ‘뉴욕 방문 인증’이 아닐까? 1800년대에는 배로 뉴욕에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처음 보게 되는 것이 자유의 여신상이었다지만, 오늘날에는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는 점만 달라졌을 뿐이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는 자유의 여신상은 늘 수난의 대상이다. 영화 속 각종 재난에서 이 상징물은 여지없이 파괴된다. 무너지고 쓰러지고 박살나고…. 고전 영화 <혹성탈출>에서 잔해로 발견되는 자유의 여신상은 그중 하이라이트다. 반면 물리적 존재감은 그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 본 자유의 여신상은 생각보다 왜소했다.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는지 세상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명소라는 이야기도 있다. 

배를 잡아타고 가야 하는 이곳은 뉴욕의 랜드마크 중 가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유람선의 종류와 노선도 워낙 다양해 적절한 시간을 맞춰 이를 골라 타는 번거로움 역시 감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중에서 ‘입체적으로’ 훑어 주는 이 ‘비행 옵션’은 최상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글·사진 유호상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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