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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녹는점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1.09.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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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 스발바르 제도 Spitsbergen, Svalbard, Norway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 스발바르 제도 Spitsbergen, Svalbard, Norway

빙하가 사라진다.
미래가 녹는다.

 

태양으로부터 발생한 에너지는 지구에 도착한 후 다시 우주로 방출된다. 이때 대기권 온실 가스층에 의해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이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보다 적거나 같으면 지구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무분별한 화석연료의 사용은 온실 가스층을 두껍게 만든다. 두꺼워진 온실 가스층 때문에 에너지가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되지 못하고 계속 지구에서 머물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지구의 평균기온이 서서히 오르면 빙하가 녹기 시작한다. 

아르헨티나 페리토 모레노 빙하 Perito Moreno Glacier, Argentina
아르헨티나 페리토 모레노 빙하 Perito Moreno Glacier, Argentina

눈, 호수의 얼음, 해빙, 고산의 빙하,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상, 바다 위로 뻗은 빙봉.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 이미 지구의 해수면은 최근 5년간 매년 4.8mm씩 상승하고 있다.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상이 모두 녹는다고 가정했을 때, 해수면은 대략 지금보다 66m 정도 상승하게 된다. 서울시의 평균 해발고도는 50m, 빙하가 모두 녹는다면 서울은 바다가 된다. 참고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얼음의 90%가 남극에 있다. 
과학계는 해수면 상승 요인 중 하나로 남극의 ‘스웨이츠 빙하’를 꼽는다. 최후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라고도 부른다. 최근 스웨이츠 빙하 아래쪽에 거대한 구멍이 났다. 좀 더 정확히 ‘거대한’에 대해 설명하자면 스웨이츠 빙하는 19만2,000km의 크기고 구멍의 크기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한다. 스웨이츠 빙하가 녹게 되면 세계 해수면은 약 65cm 정도 상승하게 된다. 남극의 얼음은 소금이 녹아 있지 않은 담수이기 때문에, 빙하가 녹을수록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지게 될 것이고, 이는 해양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남극 빌헤미나만의 젠투펭귄 Gentoo Penguin in Wilhelmina bay, Antarctica
남극 빌헤미나만의 젠투펭귄 Gentoo Penguin in Wilhelmina bay, Antarctica

문제는 남극뿐만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북극을 ‘기후의 고발자’라고 부른다. 지구의 온도 상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야콥스하운 빙하는 그린란드 최대의 빙하다. 여름철 해빙기 동안 야콥스하운 빙하는 하루에 40m를 이동한다고 한다. 10년 전 여름보다 2배나 빠른 속도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빙하에 큰 압력을 받고, 붕괴 현상이 더 격렬하게 발생하게 된다. 

남극 브라운 블러프의 아데리 펭귄들 Two Adélie Penguins, Penguins in Brown Bluff, Antarctica
남극 브라운 블러프의 아데리 펭귄들 Two Adélie Penguins, Penguins in Brown Bluff, Antarctica

지구의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봄이 따뜻한 이유, 여름이 더운 이유, 가을이 시원한 이유, 겨울이 추운 이유. 지구가 제시하는 이유를 부정하는 것은 오로지 인간뿐이다. 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문제는 해수면 상승뿐만이 아니다.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 영구동토층은 2년 이상 모든 계절 동안 결빙 온도 이하로 유지되는 땅을 뜻한다. 오랜 기간 언 상태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양의 탄소가 분해되지 않고 땅속에 축적되어 있다. 최근 영토동토층이 녹기 시작하면서 상당량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그리고 얼음 속에 봉인되었던 바이러스가 깨어나고 있다. 2014년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해빙되며 ‘피토 바이러스’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깨어났고, 2016년에는 탄저균이 깨어나며 순록 2,30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영구동토층에 얼어붙은 유기체들이 얼마나 있을지, 또 무엇이 있을지, 어떻게 활동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2021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딱 한 가지, 바이러스는 삶에 치명적이라는 사실.  

캐나다 록키 요호 국립공원의 타카카우 폭포 Takakkaw Falls, Yoho National Park, Canadian Rockies
캐나다 록키 요호 국립공원의 타카카우 폭포 Takakkaw Falls, Yoho National Park, Canadian Rockies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 스발바르 제도 Spitsbergen, Svalbard, Norway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 스발바르 제도 Spitsbergen, Svalbard, Norway

*한성필 작가는 환경, 에너지, 생산, 인류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 등과 관련된 전지구적 주제를 시각예술로 표현하며 국제 전시, 출판 등을 해 왔다. 우리나라 초·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그의 작품이 수록됐고 최근 독일 유명 출판사 핫제 칸츠(Hatje Cantz)를 통해 남극, 북극의 에너지 개발의 역사를 담은 사진집 <Intervention>을 출판했다.



글 강화송 기자  사진 한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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