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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파란색으로 물든 ‘기장’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1.10.28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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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또 다른 바다가 궁금했다.
그 호기심을 기장군이 달랬다.
상상 이상의 파란 바다로.

기장군의 바다가 유독 파랗던 어느 날
기장군의 바다가 유독 파랗던 어느 날

 

매년 부산을 2~3번을 찾지만, 기장은 심리적으로 멀었다. 뚜벅이 여행자라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기장 초입인 해동용궁사가 전부였다. 더 올라갈 힘이 부족했던 건 아마 기장의 매력을 몰랐던 탓도 있을 것이다. 해운대에서 대중교통으로 30~40분만 투자해도 웬만한 기장 바다의 매력은 느낄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일단 무작정 기장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죽성드림세트장까지 무작정 걷다 만난 들판
죽성드림세트장까지 무작정 걷다 만난 들판

목적지는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 위주로 추렸다. 기장읍 죽성리로 가 황학대와 죽성방파제를 보고, 이국적인 성당인 죽성드림세트장, 메바위섬, 놀래미섬, 꼭두방섬 등 흩어진 섬도 봤다. 이후 그저 바다 따라 좀 걷다가 아난티 타운으로 가 이터널저니 등에서 책을 보고,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도 거닐었다. 해운대에서 죽성사거리까지 오면 절반은 온 셈이다. 여기서 버스를 한 번 더 타고 죽성리로 들어가면 죽성드림세트장과 황학대가 지척이다. 그렇지만 버스 배차 간격이 30분이라 한 번 놓치면 고민에 빠지게 된다. 걸어도 30분 정도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왠지 모르게 걷고 싶어 무작정 걸었고, 중간중간 시골 풍경을 마주했다. 중간에 인도가 끊기고 차도로 걷는 길이 있어 마냥 걷는 걸 추천하기는 어렵다. 기다렸다 버스를 타거나 아니면 신앙촌 정류장에서 월전마을회관 방면으로 가면 인도가 계속되니 참고하길 바란다.

평지에 섬이 뜬 것 같은 모양새인 황학대
평지에 섬이 뜬 것 같은 모양새인 황학대

씩씩하게 걸어 죽성리에 들어왔고 황학대가 가장 먼저 나를 반겼다. 황학대는 옛 선비들이 중국 양장강에 있는 황학루의 경치에 견주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바다에서 보면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평지에서 볼 때는 작은 숲처럼 보인다. 황학대를 지나면 새파란 기장 바다가 나온다. 방파제의 낚시꾼들, 이국적인 죽성드림세트장이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황학대 앞 작은 정자에서 바닷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장 여행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유독 날이 좋았던 덕분에 바다와 하늘이 온통 파랬다. 

그 모습이 꽤 이국적인 죽성드림세트장
그 모습이 꽤 이국적인 죽성드림세트장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성당이 보인다. 죽성리는 전형적인 어촌 마을인데, 바다 위에 유럽식 성당이 있으니 눈에 확 띄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성당은 2009년 SBS 드라마 <드림> 촬영을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워낙 오래된 드라마라 기억이 흐릿하지만, 이 공간만큼은 계속해서 사랑받고 있다. 대형 액자 프레임에 앉아 인증샷을 남기는 것도 기장을 추억하는 방법이다. 

기장의 바다가 이리 예뻤던가
기장의 바다가 이리 예뻤던가

세트장에 안녕을 고하고 또 걷는다. 각종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포장마차가 있고, 퍼즐 조각처럼 작은 섬들이 늘어서 있다. 바다를 더 가까이 즐길 수 있도록 잘 정비된 길이 있는데, 월전방파제까지 이어져 있다.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곳곳에 있는 낚시꾼들을 응원하기도 한다. 원 없이 파란 바다와 하늘을 보고, 장소를 옮기려 버스를 탔다. 창문 너머로 월전활어판매장이 있고, 바다를 보며 음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다음 여행지로 찜해뒀다. 그렇게 죽성리를 떠났다.

기장군의 대표 복합문화공간, 아난티 타운
기장군의 대표 복합문화공간, 아난티 타운

바다를 흠뻑 즐겼으니 기장의 도시적인 모습도 궁금했다. 해운대와 마린시티처럼 대규모 도심은 없지만, 아난티 타운이 어느 정도 대신한다. 물론 자연과의 조화도 훌륭하다. 아난티 타운에는 5성 호텔 아난티 힐튼 부산을 시작으로 이터널 저니, 닥터아난티의원 등 다양한 편의시설과 목란, 아쁘앙 등 훌륭한 레스토랑이 있다. 앞으로 망망대해를 뒀고, 오랑대와 용왕단까지 이어진 2.1km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도 있다. 

아난티 힐튼 부산 앞으로 오시리아 해안산책로가 있다
아난티 힐튼 부산 앞으로 오시리아 해안산책로가 있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를 걷다 보면 바다와 숲 모두를 만났는데, 숲에는 길고양이가 꽤 많다. 도심에서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여기서 그런 가치 판단은 필요하지 않다. 인간의 손길이 그리웠는지 고양이들은 스스로 여행객들에게 다가온다. 고양이와 짧은 교감을 하고, 해광사 용왕단이 있는 오랑대로 향했다.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 그리고 바다 위에 있는 절이 기장의 또 다른 랜드마크로 느껴진다. 해광사 용왕단은 바닷길 안전과 무사귀환을 기도하던 곳이었다. 1941년 노해광스님이 주지로 부임해 신도, 마을 주민들과 합심해 오랑대 촛대바위에 현재의 건축물을 조성해 용왕대신을 모시는 해상 법당이 됐다고 한다. 그저 오랑대공원 벤치에 앉아 바다와 법당을 보니 내면이 잔잔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웅장한 자연과 인간의 안녕을 바라는 사찰의 조화
웅장한 자연과 인간의 안녕을 바라는 사찰의 조화

짧디 짧은 당일 여행이지만, 이 날을 기점으로 기장에 더 많은 관심을 주게 됐다. 아직 볼 게 너무나 많이 남았으니까. 아예 기장에 숙소를 잡고, 일광해수욕장, 시랑대, 홍연폭포 등 기장 8경을 보는 또 다른 여행에 나서고 싶다.

 

글, 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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