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계절, 가을이다. 여름내 푸르던 벼는 어느덧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나무는 조만간 옷을 갈아입을 계획인가 보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 세상이 선보이는 올해 마지막이 될 푸르름을 만끽하기 위해 경상북도 칠곡으로 향했다.
가을 햇살을 닮은 황금들녘이 드넓게 펼쳐진 경상북도 칠곡군 가산면 학하리. 학이 무리 지어 놀았다는 해발 839m의 유학산 북쪽 기슭에 가산수피아가 있다. 2019년 4월 6일에 문을 연 가산수피아는 면적 약 4만 평에 이르는 전국 최대 규모의 민간정원이다. 경상북도 제4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데 이어 2021년 9월 기준, 누적 방문객이 약 50만 명에 이르는 칠곡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문을 연지 불과 2년 만에 칠곡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내부시설 갖췄기 때문이다. 흔히 떠올리는 일반적인 수목원이 아닌 자연과 문화, 예술, 오락이 한데 어우러진 ‘숲 테마파크’인 셈이다.
가산수피아 중심에 있는 수피아미술관은 그런 가산수피아의 정체성을 잘 알려준다. 2021년 9월 18일부터 2022년 2월 22일까지 <치유의 공간>이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니, 관람을 원한다면 전시회 관람이 포함된 입장권을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브라키오사우루스와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파키케팔로사우루스 등 움직이는 공룡 조형물이 설치된 공룡뜰은 가산수피아를 대표하는 관람 시설 중 한 곳이다. 특히, 공룡뜰을 대표하는 몸길이 42m의 브라키오사우루스는 공룡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의 눈길까지 사로잡는 가산수피아의 랜드마크다.
알파카랜드에서는 알파카에게 직접 먹이를 건네며 교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알파카는 낙타과에 속하는 포유류이며 라마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크기는 더 작다. 보송보송한 털과 귀여운 외모로 인해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이외에도 창고형 카페인 그라운드수피아를 비롯하여 호수정원의 수상바이크, 레일썰매 등의 레저체험과 경북 최대 실내 서바이벌 게임장이라고 알려진 배틀그라운드, 꽃과 식물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파리비에가든 등의 체험시설, 그리고 수영장이 마련된 캠핑장과 카라반으로 구성된 숙박시설이 있다.
이처럼 여러 즐길 거리가 있지만, 가산수피아를 만끽하는 방법은 사실 그저 걷는 것이다. 정원을 걸으며 만나게 되는 다양한 계절 꽃에 그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개화 시기가 7~8월로 알려진 댑싸리는 10월 현재에도 테마정원에서 만날 수 있다. 겸허, 청초한 미인이라는 꽃말답게 청렴한 초록색과 매혹적인 붉은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개화시기가 6~10월인 좁은잎백일홍과 8~10월인 구절초 역시 빠질 수 없다. 이번 달이 지나면 더 볼 수 없다는 걸 아는지, 꿀벌도 꿀 수확에 한창이다.
향기뜰은 가산수피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매년 9월부터 11월이면 핑크빛으로 물드는 SNS 속 바로 그 명소다. 이 시기 향기뜰의 주인공은 단연 핑크뮬리다. 사실, 이 핑크뮬리를 보기 위해 가산수피아를 방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좀 보소, 우리 좀 보소. 하나일 때보다 군락을 이룰 때 더욱 매력적인 핑크뮬리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꽃을 볼 때 느끼는 ‘아름답다’는 감상이 아닌 ‘낭만적이다’라는 감정이 앞선다. 낭만의 파도를 타고 온 핑크뮬리가 가산수피아를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주소: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하들안2길 105
운영시간: 매일 10:00~18:00
글 · 사진 최재원 트래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