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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벨 에포크 in Paris

  • Editor. 김진
  • 입력 2021.10.29 12:18
  • 수정 2022.05.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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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만큼이나 중요한 백신패스를 받고 파리로 떠났다. 2021년 가을에. 

프랑스 입국 절차는 너무나 간단해서 의아하기까지 했다. 야외에선 노마스크가 가능한 파리. 첫날은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이튿날부턴 마스크를 벗었다. 도시의 향기가 훅 들어왔다. 까마득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파리의 공기, 빗방울, 햇살 한 줌조차 소중해서 온몸의 표피로 흡수했다. 마스크 없이 센 강가에서 조깅하고 공원에서 스파링 연습을 하는 파리지앵을 보며 곧 돌아올 우리의 모습이라고 결의 같은 걸 했다. 여행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늘 하던 고민인데, 파리에 오니 답이 쉬웠다. 파리는 코로나 이전과 다름없이 여행자들로 북적거렸다. 여행이 이미 돌아와 있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 ‘운 좋게 찾아낸 행운’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모르는 길을 가거나 길을 잃다가 발견하게 되는 큰 기쁨이다. 내가 어디쯤 있는지 몰라 헤매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그렇게 찾던 구스타프 모로 박물관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색감이 예뻐서 대문 사진을 찍었는데 헤밍웨이가 살던 아파트라는 것을 알았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서 헤밍웨이가 지냈다던 언덕 위의 아파트를 우연히 찾은 것이다. 천진한 웃음이 났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더니 사르트르와 프로이트가 글을 쓰던 카페였고, 비를 피해 들어간 성당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을 보고 넋을 잃기도 했다. 의도한 대로만 풀려야 했던 서울을 벗어나 낯선 파리에 놓이니 뜻밖의 행운에 여행의 기쁨을 알았다. 파리에선 길을 잃는 것이 어쩌면 행운이었다. 

오랜만의 여행에 들뜬 사람들
오랜만의 여행에 들뜬 사람들

한동안 뉴스를 통해 들려오던 파리 소식은 불타버린 노트르담 대성당과 코로나로 텅 빈 거리, 가파르게 늘어가던 코로나 사망자 수였다. 유럽의 문화적인 골격인 파리에 균열이 생기는 것 같았고, 운이 다한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역시 파리는 달랐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파리는 더 멋진 얼굴로 나타났다. 파리는 뭐든 온전히 허물어 새로 짓지 않는다. 수백 년간 잘 보살펴온 것을 새롭게 가꾸는 데 최고의 실력을 가진 도시임은 분명하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코로나 시대에 새로 태어난 명소를 취재하는 일이었다. 

피노컬렉션 상업거래소 외관
피노컬렉션 상업거래소 외관

 

●파리 현대미술의 라이징스타 
피노 컬렉션

 
“피노의 컬렉션이 모여있는 곳이에요!” 
피노가 누군가 했더니 구찌, 보테가 베네타, 생로랑,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등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케링 그룹의 회장이란다. 현대미술에서 슈퍼 컬렉터로 불리는 그는 이미 이탈리아 베니스에 두 개의 미술관을 세워 운영 중이다. 


피노의 컬렉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을 자아내지만, 관심을 증폭시킨 데는 안도 타다오가 3년간 건물 리노베이션을 지휘했다는 사실도 있다. 피노 컬렉션(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원래 파리의 상업거래소였다. 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이 길게 늘어선 레알 지역에 자리한 상업거래소는 150년 넘게 프랑스 경제의 상징과도 같았다. 
피노 컬렉션은 개보수를 마치고 드디어 올해 문을 열었다. 주중 오전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이었다.

중심 공간인 로톤드(Rotonde) 홀을 중심으로 지름 30m의 콘크리트 벽이 커다란 원기둥 형태로 쌓아올려져 있다. 구조물 자체에 큰 감흥이 일지는 않지만, 마감이 덜 된 콘크리트 벽은 아마도 작품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건축가의 의도였을 거라고 짐작했다. 빌바오 같은 미술관에 가면 건축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그 안에 있는 작품이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원기둥은 마치 케이크를 조각내듯 모듈로 나뉘어 있고 각각 갤러리가 되었다.

피노 컬렉션은 어떤 각도에서 보면 살아있는 건축 전시장이고 어떤 각도에서 보면 현대 미술관이다. 유리돔을 통해 은은한 빛이 새어 들어오면 천장화는 무지개 빛으로 일렁이기도 한다. 돔 홀에선 빛의 각도나 파장에 따라 내부 풍경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는지 관찰하는 것도 좋다. 강한 햇살이 한가운데 배치된 조각상에 닿으면 마치 하이라이트 조명을 받은 듯 집중력이 강해진다. 

피노컬렉션 로톤드 홀
피노컬렉션 로톤드 홀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은 서서히 녹아 흘러내리는 우르스 피셔(Urs Fischer)의 밀랍 조각상이다. 대리석 조각상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도록 의도했다. 그래서인지 작품에 긴장감이 있다. 예술은 영원하다는 개념에 반기를 든 작품이라고 해석했다. 피노 컬렉션은 위트 넘치는 작품이 많다. 특히 바닥에 널린 부스러기 같은 것을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모두 작품이다. 

바닥에 있는 모든 것이 작품
바닥에 있는 모든 것이 작품

정말이지, 미술관 짓는 걸 역사적 소명으로 생각하는 도시가 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리엔 미술관이 많다. 뮤지엄 패스라는 것이 있어서 무한대로 미술관을 섭렵할 기회도 있다. 하지만 퐁피두 센터나 파리현대미술관을 빼고는 현대미술을 떠올릴만한 미술관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이었는데, 피노 컬렉션이 그 공백을 메워줄 것 같다. 

 

●파리 3대 백화점 중 하나 
두 얼굴의 사마리텐

 

백화점의 탄생지인 파리엔 3대 백화점이 있다.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르 봉 마르셰(1838년)와 화려한 돔으로 유명한 갤러리 라파예트 그리고 올해 다시 문을 연 사마리텐(Samaritaine). 이 세 곳은 쇼핑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들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갤러리 라파예트 꼭대기 층은 정말 멋진 무료 전망대다.) 

사마리텐
사마리텐

파리의 백화점은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귀족이 몰락하고 상공업과 높은 교육으로 무장한 부르주아의 탄생과 관련이 깊다. 신흥 귀족이 된 부르주아는 길거리 상점이 아닌 오페라 극장처럼 ‘있어 보이는 곳’에서 쇼핑하길 원했다. 파리의 백화점이 가운데가 뻥 뚫린 형태에 발코니를 갖추게 된 배경이다. 


사마리텐은 1870년에 문을 열었다. 1870년이면 일본이 메이지유신으로 문물을 개방하고 조선은 신미양요로 흥선대원군이 실각하게 되는 그런 시기다. 사마리텐은 작은 잡화점으로 시작해서인지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백화점을 지향했다. 지금도 건물 외관을 보면 귀여운 폰트로 TAPIS(카펫), CHASSE(사냥용품), CHEMISE(셔츠), AMAZONE(승마용품), TRAVAIL(작업복) 같은 글씨가 쓰여있다. 19세기 백화점에서 판매하던 물품인데, 당시 모습 그대로 남겨둔 것도 재미있다. 2021년 사마리텐은 151주년을 맞았다. 무려 16년간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대공사를 마치고 올해 6월에 문을 열었다. 오프닝 행사엔 마크롱 대통령도 참석했을 정도이니 사마리텐의 의미가 단순한 백화점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사마리텐
사마리텐

그럼 여행자는 사마리텐을 어떻게 즐기면 될까? 물론 쇼핑을 하면 된다. 하지만 사마리텐의 깊이와 아우라를 느껴보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사마리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파리지앵 도보 투어를 신청할 수 있는데, 한국인 가이드도 있다.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투어라고 해서 그저 백화점 홍보겠거니 하면 오해다. 한국인인 나탈리는 스토리텔링에 뛰어난 가이드였다. 사마리텐이 속한 지역과 파리 상공업의 역사, 퐁뇌프 다리에 얽힌 이야기까지 흑백영화 같은 파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75분은 금세 지났다. 파리에 간다면 꼭 참여해보시길. 웬만한 명소 투어보다 재미있다.

사마리텐 퐁뇌프 본관
사마리텐 퐁뇌프 본관

사마리텐 백화점은 두 가지로 나뉜다. 퐁뇌프 건물과 리볼리 건물. 퐁뇌프 다리 건너 노란 꽃무늬가 외관을 장식한 건물이 보이는데, 바로 사마리텐의 퐁뇌프 본관이다. 19세기 아르누보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은 당시 고전주의 양식에 비해 유치하고 가벼워 보인다고 해서 혹평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오히려 주변 건물과 달라 개성이 느껴진다. 

사마리텐_꼭대기 층
사마리텐 꼭대기 층

내부는 또 얼마나 화려한지. 우선 철제 계단이 공간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난간의 금빛 잎사귀 1만6,000개는 일일이 손으로 복원해낸 것이다. 사마리텐 장식의 정점은 꼭대기 층에 있다. 가로길이가 115미터나 되는 노란 공작새 프레스코화 아래에 서면 그야말로 황홀하다. 

사마리텐 리볼리관
사마리텐 리볼리관

퐁뇌프 본관과 연결된 작은 브리지를 건너면 리볼리 건물이다. 물결무늬 유리 파사드를 지닌 리볼리관은 고풍스러운 건물이 늘어선 리볼리 가(街)에서 유난히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고전주의 양식의 건물 하나를 완전히 새롭게 바꾼 것이다. 오래된 것을 없애기보다 보존하는 편을 택하는 파리에서 이렇게 과감한 시도를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논쟁이 있었을까. 실제로 공사 허가를 받는 데까지만 5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반대를 무릅쓰고 세워진 에펠탑도 결국 파리의 상징이 되었고, 유리 피라미드 없는 루브르를 지금은 상상할 수 없듯이, 사마리텐의 유리 파사드도 머지않아 퐁뇌프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두 건물에 입점한 브랜드의 성격도 완전히 다르다. 퐁뇌프 본관엔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고, 리볼리 건물엔 젊고 트렌디한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사마리텐은 특히 유럽 최대의 화장품 매장을 보유한 곳으로 화장품의 전시장이나 다름없다. 

오텔드라마린_안뜰
오텔드라마린 안뜰

●베르사유 궁전 대신 
오텔 드 라 마린

 

여행 중엔 갈림길에 설 때가 있다. 여행 일정을 다 마치고 시간이 남을 때다. ‘어딜 가야 후회하지 않을까?’
“가구 좋아하세요? 화려한 가구가 많은 박물관이 있어요.”


프랑스 관광청 직원의 말이 떠올랐고 콩코르드 광장 앞에 있는 오텔 드 라 마린(Hôtel de la Marine)으로 갔다. 여행 끄트머리까지 미뤄뒀던 이유는 이곳이 원래 해군의 집무실이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뭔가 군사 박물관 같은 냄새가 나지 않을까 싶어서 호기심이 영 발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들어서는 순간 뒤통수를 내려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오텔드라마린 홀
오텔드라마린 홀

“봉쥬르~ 마담. 이렇게 화려할 줄은 몰랐지?”
왕실의 가구를 보관하는 용도였다가 수백 년간 해군 본부였던 이곳은 올해 대형 박물관으로 새로 태어났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해군의 역사를 지닌 ‘작은 베르사유 궁전’이다. 

오텔드라마린 복도

우선 바다와 해군의 이야기를 담은 홀이 있지만 좀 접어두자. 역시나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 건 화려한 궁전의 홀이다. 프랑스어로 오텔(Hôtel)은 귀족이 지내던 저택을 말한다. 귀족과 왕이 춤추고 연회를 즐기던 홀은 금빛의 향연이다. 거울이 사방을 비추어 어둠의 공간이라고는 허락하지 않는 홀은 마치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을 연상케 했다. 정교한 가구와 눈이 시큰해질 만큼 반짝거리는 샹들리에는 15세기 상류층의 호화로운 삶을 보여준다. 왕실의 가구를 보관하던 오텔 드 라 마린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치스러운 생활을 지속해오던 왕가의 마지막을 목격했다. 콩코르드 광장을 향해 있는 로지아(loggia)에 서면 루이 16세가 광장에서 공개 처형당한 모습이 그려져 씁쓸하기도 하다. 

오텔드라마린 레스토랑
오텔드라마린 레스토랑

박물관은 그저 과거의 물건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동적인 요소도 곳곳에 배치했다. 왕과 귀족이 춤추고 이야기하는 상황을 대형 유리화면으로 재현했는데 꽤 생동감이 있다. 헤드폰에선 무곡과 오페라가 들려오고 음질도 상당히 좋다. 베르사유 궁전에 가지 못한다면, 오텔 드 라 마린을 대안으로 삼아도 좋겠다. 아직은 관람객이 많지 않지만 곧 유명세를 탈 것으로 본다. 

 

▶travel tip

이렇게 자유로울 수가! 
위드코로나 ‘파리 여행’

 

▷여권만큼 필수적인 ‘백신패스’

 
프랑스에선 레스토랑, 카페 외에도 박물관, 공연장, 놀이공원, 스포츠시설 같은 공공시설을 방문하거나 기차와 비행기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필수적으로 백신패스(Pass Sanitaire)를 지참하도록 했다. 백신패스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실을 확인하는 디지털 증명서로, QR코드 형식으로 되어있다. 백신패스 확인에 불응할 경우, 해당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되니 여행자에겐 여권만큼이나 중요하다. 

프랑스 백신패스 모바일 화면
프랑스 백신패스 모바일 화면

보건패스는 프랑스 내 약국에서 발급받을 수 있으며, 비용은 최대 36유로(한화 약 4만9,000원)다. 11월5일부터 유학생, 프랑스 현지 거주자를 제외한 모든 비 EU 국적자(만 12세 이상)는 여권과 영문 백신 접종증명서 원본을 지참해 약국을 방문하면 된다. 프랑스가 인정하는 백신 종류는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은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얀센이다. 보건패스를 받은 후 서류에 있는 QR코드를 모바일 앱 TourAntiCovid에 입력하면 된다. 물론 서류로 지참해도 되지만, 분실 우려가 있으니 앱을 활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다만, 백신패스 발급 절차 등은 현지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출발 전 프랑스 외교부·관광청 등을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국내에서 백신접종을 마치고 프랑스 현지에서 PCR 음성확인을 받으면, 귀국할때 여권에 스티커를 붙여준다.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
국내에서 백신접종을 마치고 프랑스 현지에서 PCR 음성확인을 받으면, 귀국할때 여권에 스티커를 붙여준다.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

▷자가격리 해야 하나요?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프랑스로 입국할 땐 자가격리 의무가 없다. 바로 여행을 시작하면 된다. 귀국할 땐 국내 백신 완료자의 경우, 여행지에서 받은 PCR음성확인서를 지참하고 귀국 1일 차에 국내에서 PCR 음성확인을 받으면 격리 면제를 받는다. 

 

▷입국심사 걱정 말아요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 후 입국심사는 어떨까.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입국심사를 받기 위한 대기 인원이 꽤 많았다. 유럽 국가 간 백신패스가 통용되므로 이미 여행이 활성화된 분위기를 공항에서부터 읽을 수 있었다. 입국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심사 자체는 매우 간단했다. 귀국행 티켓만 확인한 후 별다른 질문 없이 바로 통과했다.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가기 위한 긴 줄, 공공시설 어디나 백신패스 인증을 받고 입장해야 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가기 위한 긴 줄, 공공시설 어디나 백신패스 인증을 받고 입장해야 한다.

▷노마스크라니, 얼마만이야

프랑스에선 백신패스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 야외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대중교통과 박물관, 백화점 같은 실내 쇼핑몰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적이다. 지정된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135유로(한화 약 13만8,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파리 지하철이나 박물관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밖으로 나가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5%도 되지 않는다. 노마스크가 다시 일상이 된 셈이다. 

관광명소 주변 카페와 레스토랑 야외엔 빈 자리가 거의 없다
관광명소 주변 카페와 레스토랑 야외엔 빈 자리가 거의 없다

▷활기 넘치는 파리

10월 말, 보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관광객이 넘쳐났다. 주말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코로나 이전보다 더 북적거리는 모습에 활기가 넘쳤다. 어디나 걸터앉아 햇볕바라기를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 같은) 사람들의 자유가 부러웠다. 루브르 박물관엔 줄이 너무 길어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에펠탑과 몽마르트르 언덕, 샹젤리제, 개선문 부근은 그야말로 바글바글했다.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가 많이 들렸다. 백신패스가 유럽 안에서 통용되니 이들의 여행길은 완전히 열린 듯했다. 

 

▷파리가 당신을 환영합니다

유럽 의약품청과 프랑스 정부가 인정하는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코비쉴드다. 우리 국민이 접종하고 있는 백신이 다 포함된 만큼 한국인의 여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파리 현지 가이드도 한국인의 투어 요청이 10월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인근 유럽 국가에서 온 한국 여행자들이 프랑스 여행을 채우고 있다. 


코로나19로 동양인 인종차별 뉴스를 종종 접하지만, 파리에선 기우였다. 오히려 다시 돌아온 관광객에 따뜻한 환대와 친절이 나를 반겼다. 우려했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파리에 더 빠져들었다. 참, 아직 중국 백신으로는 백신패스를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중국인 여행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stay

풀만 파리 센터 베르시 
Pullman Paris Center-Bercy

풀만 파리 센터 베르시는 남부 프랑스행 열차가 출발하는 리옹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으며, 지하철 생떼밀리옹 역은 걸어서 3분 걸린다. 루브르 박물관이 있는 피라미드 역까지는 지하철로 10분도 걸리지 않으니 접근성이 뛰어나다. 

평화롭고 한적한 센 강의 동쪽 풍광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모던한 조형물처럼 생긴 시몬느 드 보부아르 다리를 건너면 책장 모양으로 생긴 프랑스국립도서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구도심에서는 볼 수 없던 파리의 현대적인 풍경에 또 다른 파리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호텔 바로 옆엔 베르시 빌리지가 있다. 동화 속에 나올 듯한 석조 건물은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모두 19세기 와인 저장창고를 개조한 것이다. 맛집으로 인정받은 레스토랑과 바가 들어서게 되었고, 극장과 베르시 공원이 인접해 있어 주말이면 파리지앵들이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의류 브랜드 숍과 까르푸가 입점해있어서 편리하다. 

풀만 파리 센터 베르시 슈페리어 패밀리룸
풀만 파리 센터 베르시 슈페리어 패밀리룸

캡슐 형태의 회의실과 책상, 탁구대를 한 공간에 배치해 ‘일과 놀이(Work and Play)’가 공존한다는 콘셉트로 로비를 꾸민 점도 독특하다. 다른 한편엔 아늑함이 있다. 2014년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받은 톰 딕슨의 화려한 조명이 은은한 분위기를 더하고, 벽마다 예술가의 작품을 걸었다. 객실은 총 392개로 클래식룸, 수피리어룸, 패밀리룸, 디럭스룸 등 다양한 룸 선택지를 갖췄다. 1인 여행객부터 가족 단위 여행객까지 선택의 폭은 넓다. 특히 도시 전망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스위트룸은 복층 구조라서 공간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파리 시내 뷰를 바라보는 밤은 더욱 호사스럽게 느껴진다. 

풀만 파리 센터 베르시 실내 수영장
풀만 파리 센터 베르시 실내 수영장

파리 호텔에서 보기 드문 실내 수영장과 스파 시설도 갖췄다. 하루라도 운동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자에게 기쁜 소식. 글로벌 피트니스 기업 레스밀(LesMills)의 최신 피트니스 기구와 요가룸이 마련돼있는데, 화려한 조명과 음악 덕분에 마치 클럽에서 운동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많이 걷게 되는 파리에서 지친 몸을 위한 작은 호사를 누리는 것은 어떨까. 샤워룸을 겸비한 스파룸에서 전문 테라피스트의 손길을 받으면 깊은 휴식에 빠져든다. 긴 비행으로 납덩이처럼 무거웠던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스파룸 제품으로는 파리의 프리미엄 에스테틱 브랜드인 소티스(Sothys)의 제품을 쓴다. 욕실 어메니티로는 미국의 보디용품 전문브랜드인 비겔로(C.O.Begelow) 제품이 비치되어 있다. 어린아이나 민감성 피부에도 사용 가능한 친환경 제품이니 얼마나 세심한가. 프라이빗 시네마룸을 갖추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고전 영화를 상영하는 것도 독특하다.

주소: 1 Rue de Libourne, 75012 Paris
 

에어프랑스 라운지
에어프랑스 라운지

▶airline
일회용 없는 에어프랑스

에어프랑스는 12월 말까지 인천-파리 노선을 주 3회(월, 목, 토) 운항한다. 위드코로나로 급증하는 승객을 맞이하기 위해 파리 샤를드골 공항 터미널에 새로운 라운지도 오픈했다. 클라란스 스파와 샤워실, 탈의실을 갖춰 완벽한 휴식을 제공한다. 철저한 방역 소독은 물론 모든 승객에게 마스크와 살균 티슈를 나눠주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탄소 중립에도 도전하며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저탄소 배출 항공기인 A350을 도입해 무게를 최대 67%까지 줄였으며 총 25%의 연료 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0%를 실현하기 위해서 기내에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다. 

 

글 · 사진 김진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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