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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마을여행, 책거리 주변의 숨겨진 골목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1.11.22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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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책장 사이 끼워 놨던 책갈피를 찾듯.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며 숨겨진 골목들을 탐험했다.

▶경의선 책거리

홍대입구역 6번 출구 → 경의선 책거리 → 김대중 도서관 → 와우교 100선 & 텍스트의 숲 → 책거리역 → 홍대 땡땡거리 → 숨어있는 책 → 산울림1992 → 산울림 소극장 → 오브젝트 서교점

추천코스: 지하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오브젝트까지
길이: 2km
소요시간: 1시간30분

●철길에 글자가 스며들기까지
경의선 책거리


책은 세월과 상관없이 존재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책이 스며든 철길을 거닐었다. 경의선은 1900년대 초반, 용산과 신의주를 연결하던 철길이다. 2000년대에 들어 용산과 가좌를 연결하는 용산선 구간이 지하화되었다. 홀로 지상에 남게 된 경의선은 철길로서의 운명을 다했다. 목적을 잃은 철길이었지만, 시민들은 철길을 잊지 않았다.


2016년,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경의선 철길은 문화쉼터로 탈바꿈되었다. 홍대역 6번 출구로부터 와우교 하부 250m에 달하는 철길 구간에 책이 가득 들어찼다. 가을의 끝, 철길에 글자가 가득 스민 경의선 책거리를 거닐었다.

●아시아 최초
김대중 도서관


김대중 도서관은 2003년에 설립된 아시아 최초의 대통령 도서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수상 후 상금을 연세대학교에 기부하였고, 그 상금으로 과거 ‘아태재단’이었던 건물에 2003년 11월 ‘김대중 도서관’을 설립했다.

책이 가득한 공공도서관과는 그 역할이 조금 다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세대학교에 기증한 사료과 자료들을 보관하고 전시하며 더 나아가 전직 대통령의 통치이념과 정책, 평화와 통일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전직 대통령 관련 전문 학술기관인 셈이다.

연세대학교 건축물 가운데 유일하게 마포구에 위치한다. 지하 1층에는 다목적 포럼을 위한 컨벤션홀이 마련되어 있고, 1층과 2층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학술적인 이미지가 도드라지는 공간이니, 전시를 둘러보는 마음으로 천천히 돌아보기를 추천한다.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신촌로4길 5-26
운영시간: 평일, 토요일(첫째 주) 10:00~17:00, 토요일(첫째 주 제외), 일요일, 법정 공휴일 휴무
관람료: 무료

●거리의 예술품
와우교 100선 & 텍스트의 숲


경의선 책거리에는 다양한 조형물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조형물은 ‘와우교 100선’과 ‘텍스트의 숲’. 와우교 100선은 마포구 구민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을 동판에 새겨 벽면에 부착한 조형물이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추천한다.


와우교 100선 바로 옆에는 텍스트의 숲이 자리한다. 텍스트의 숲은 와우교 100선 도서의 텍스트를 숲 모양으로 형상화한 전시 구조물이다. 텍스트의 숲을 받치는 총 71개의 기둥에는 과거 경의선 상의 모든 역명이 새겨져 있다. 글자 숲 위로 쏟아지는 햇빛은 경의선 책거리에 이야기 그늘을 드리운다.

●여전히 기차는 달린다
책거리역


경의선 책거리를 테마로 조성된 가상의 역이다. 과거 경의선 상 세교리역과 서강역 사이에 있는 와우교 하부를 책거리 역으로 신설했다.

주말이면 이 부근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경의선 책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인스타그램 스폿이기 때문이다. 와우교 위로 올라서면 경의선 책거리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컨테이너 형태로 책거리 곳곳에 위치한 책방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찻길을 달리는 기차의 모양이다. 기차는 여전히 이곳에서 달리고 있다.

●인디문화의 발상지
홍대 땡땡거리


기차가 지난다. 차단기가 급히 내려오고 ‘땡땡’ 소리가 근방을 감싼다. 철도 건널목에 자리한 이 거리는 그렇게 ‘땡땡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땡땡거리 주변에는 허름한 선술집, 오래된 방앗간, 낮은 지붕의 빨간색 집들이 기찻길을 따라 쪼르르 늘어서 있다.

땡땡거리는 책거리가 조성되기 훨씬 이전부터 동네 주민들과 홍대, 신촌 소재 대학생들이 담소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던 곳이기도 하다. 땡땡거리는 우리나라 인디문화의 주요 발원지다. 반짝이고 요란하진 않지만 잔잔한 예술의 운치가 여전히 흐르고 있다. 국내 인디문화를 선두 했던 1세대들의 허름한 작업실이 골목 곳곳에 위치한다. 현재는 갤러리, 특색있는 선술집 등으로 개조되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위치: 서울 마포구 서교동-서울 마포구 노고산동(215m)

●이름 모를 이들의 마음
숨어있는 책


1999년에 문을 연 책방이다. ‘주목받지 못했던 책을 새롭게 발견하는 곳’이라는 뜻에서 상호명을 ‘숨어있는 책’이라고 붙였단다.

입구부터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 서적이 빼곡하다. 물론 내부에는 신간도 있지만, 대부분이 책방보다 나이가 많은 헌책들이다. 긴 세월 묵어온 책들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문득 시간에 대해 다시금 체감하게 된다. 책장에는 누군가의 투박한 손때가 묻어있고 간혹 책갈피, 혹은 면지에는 이름 모를 이들의 마음이 적혀있다. 진짜 책은 반드시 누군가의 사연이 된다더니, ‘숨어있는 책’에는 진짜 책이 가득하다. 부부가 같이 운영한다. ‘이런 책 있나요?’라고 물으면, 주인장 내외가 알아서 찾아줄 것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신촌로12길 30
영업시간: 매일 13:00~22:00(명절 전날 19:00까지)

●술 한 잔 고픈 날
산울림1992


올해로 30년째. ‘산울림1992’는 이 자리에서 학사주점으로 시작했다. 오래된 곳이라는 소개보다는 여전히 술 한 잔 고픈 주점이라는 소개가 어울리는 곳. 2002년, 산울림 전 주인장의 사정으로 이곳의 단골이었던 홍학기 대표가 주점을 인수하게 되었고, 2016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지금까지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물레방아 돌아가는 천장 아래 고즈넉한 옛 정취는 그대로 간직하고 갇힌 공간이었던 주방을 전면으로 개방해 바 테이블로 만들었다. 200여 종의 전통주를 소장하고 있으며 그에 페어링 할 수 있는 다양한 안주를 판매한다. ‘반상’을 추천하는데 총 4가지의 반상 메뉴 중 한우 내장찜, 한우 육사시미, 수비드 된장 맥적, 토마토 절임으로 구성된 메뉴가 가장 인기다.
 

주소: 서울 마포구 서강로9길 60
영업시간: 화~토요일 17:00~01:00, 일요일 15:00~00:00(매주 월요일 휴무)
가격: 반상 3(한우 내장찜, 한우 육사시미, 수비드 된장 맥적, 토마토 절임) 4만5,000원

●그 시절 연극의 향기
산울림 소극장


오로지 ‘연극’을 위해 설계된 극장이다. 1985년 3월에 문을 연 산울림 소극장은 100석 남짓한 자그마한 극장이었지만 연극인들 사이에서는 ‘연극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연극인을 배출한 곳이다. ‘산울림’은 1969년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극단이다.

현재 산울림 소극장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연예술은 물론 동시대의 미술, 음악, 무용, 문학, 미디어 아트 등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의적인 장을 마련한다. 지하에 위치한 소극장에서는 여전히 독창적인 연극들을 선보인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157 지층 소극장 산울림
운영시간: 매일 11:00~18:00(매주 화요일 휴무)

●인테리어 소품의 성지
오브젝트 서교점


인테리어 소품 쇼핑의 성지. 오브젝트 소품샵은 ‘현명한 소비의 시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신진 디자이너들의 소품과 문구류를 모아 판매하는 곳이다. 오브젝트 서교점이 성지로 등극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소품을 그저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할 수기 때문이다.

오브젝트 서교점은 신진 디자이너와 협업해 정기적인 전시와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시즌마다 디스플레이가 바뀌고, 전시품도 달라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방문해도 즐겁다. 오브젝트 서교점에서 만날 수 있는 소품들은 전부 일상 속 사물을 재해석한 제품들이기 때문에 실용성을 갖추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5길 13
영업시간: 매일 12:00~21:00


▶마포 마을여행
‘마포 마을여행’은 마포구 곳곳에 서린 추억과 이야기를 담은 도보여행입니다. 전문적인 문화관광해설사의 역사 설명과 재미있는 골목 스토리텔링을 여행에 곁들입니다. 알고 봐서 더욱 풍성했던 마포 마을여행을 <트래비>가 여러분들에게 생생히 전달합니다. 마포 마을여행은 마포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마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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