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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과 함께하는 폴란드 바르샤바

녹색 도시의 특별한 궁전

  • Editor. 천소현
  • 입력 2021.12.13 21:15
  • 수정 2022.05.2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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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폴란드까지는 LOT폴란드항공 직항편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11시간 남짓이면 바르샤바에 도착한다. 착륙하기 전에 비행기 좌석 창 너머로 만나게 되는 풍경은 유유히 흐르는 비스와(Wisła)강과 광활한 암녹색 숲. 바르샤바는 녹지가 매우 풍부한 도시로, 도시 총면적의 40% 가까이가 삼림과 공원을 포함하는 녹지다. 200만 명 정도인 바르샤바 시민 1인당 42㎡나 되는 넓은 삼림을 보유한 숲의 도시다.
 
그럼, 푸른색 가득한 바르샤바를 한 번 걸어볼까.

바르샤바 시내 중심부에는 옛 정취가 묻어나는 역사적 건축물이 즐비하다. 고층 빌딩이지만 눈에 띄게 오래된 건물은 사회주의 시대에 세워진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규모와 높이를 자랑하는 건물은 1955년 준공된 문화과학궁전(Pałac Kultury i Nauki)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상징하는 위압적인 분위기의 이 건물은 ‘스탈린의 선물’이라는 오명으로 비아냥거림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스탈린의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특히 30층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면 바르샤바시 전체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문화과학궁전 앞 공간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행사장이기도 하다 ©Polish Tourism Organisation
문화과학궁전 앞 공간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행사장이기도 하다 ©Polish Tourism Organisation

●되살아난 바르샤바


바르샤바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의해 철저히 파괴당한 역사를 갖고 있다. 폴란드인의 끈질긴 저항에 대한 계획적인 보복이었다. 폐허로 변했던 구시가지는 전후에 철저한 고증을 걸쳐 옛 건축물의 균열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재건됐다. 한때 ‘북쪽의 파리’로도 불리던, 전쟁 전의 아름다운 바르샤바를 되살리고 싶다는 폴란드인들의 열망이 장대한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 것이다. 역사적인 거리 재건을 위해 옛 그림과 사진뿐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도 큰 역할을 했다. 그 노력과 결과는 높은 평가를 받아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됐다. 이곳이 바로 세계유산 바르샤바 역사지구로, 비스와강에 가까운 구시가지에 자리하고 있다.

바르샤바 역사지구 광장. 전후의 피폐한 상황에도 바르샤바 구도심을 재건하는 장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이 작업에는 전쟁 전에 그려진 그림이나 스케치, 사진, 사람들의 기억이 큰 역할을 했다. ©Warsaw Tourism Organization
바르샤바 역사지구 광장. 전후의 피폐한 상황에도 바르샤바 구도심을 재건하는 장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이 작업에는 전쟁 전에 그려진 그림이나 스케치, 사진, 사람들의 기억이 큰 역할을 했다. ©Warsaw Tourism Organization
역사지구 왕궁 광장. ‘북쪽의 파리’로 불리던 시절의 아름다운 거리 풍경이 되살아났다. ©Polish Tourism Organisation
역사지구 왕궁 광장. ‘북쪽의 파리’로 불리던 시절의 아름다운 거리 풍경이 되살아났다. ©Polish Tourism Organisation

●쇼팽의 발자국을 찾아서


폴란드의 음악과 바르샤바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프레데릭 쇼팽 (Frédéric Chopin, 1810~1849년)이다. 바르샤바 근교 젤라조바볼라에서 폴란드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쇼팽은 부모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폴란드 전통문화와 애국심을 존중하는 가풍에서 성장했다. 아버지의 일 때문에 불과 반년 만에 고향인 젤라조바볼라를 떠나야 했지만 쇼팽은 이후 여러 차례 자신이 태어난 곳을 다시 찾아와 작곡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젤라조바볼라(Żelazowa Wola)에 위치한 쇼팽 생가 ©Polish Tourism Organisation
젤라조바볼라(Żelazowa Wola)에 위치한 쇼팽 생가 ©Polish Tourism Organisation


음악이 생활화되어 있던 쇼팽 가문에서 쇼팽은 어머니의 지도로 처음 피아노를 만지기 시작했고, 곧 신동 같은 재능을 보였다. 천재 소년으로 소문이 나면서 당시 귀족사회의 주목도 받게 되었고, 급기야 러시아 황제 앞에서 궁전 연주를 선보여 상을 받은 일화도 전해진다. 쇼팽은 당시 귀족 살롱의 총아로 명성을 얻었는데, 그가 소년 시절부터 고국을 떠나게 된 20살까지의 활동했던 장소들은 쇼팽의 삶과 음악이 궁금한 이들에게 여행 명소가 되었다.

(사진 왼쪽) 바르샤바 대학교 정문. 대학 안에 쇼팽 일가가 1817년부터 10년간 살았던 카지미에시(Kazimierz) 궁전이 있다. (사진 오른쪽) 바르샤바 대학교 길 건너에 있는 찹스키(Czapski) 궁전도 1827~30년 사이에 쇼팽이 살았던 곳이다.  ©Polish Tourism Organisation
(사진 왼쪽) 바르샤바 대학교 정문. 대학 안에 쇼팽 일가가 1817년부터 10년간 살았던 카지미에시(Kazimierz) 궁전이 있다. (사진 오른쪽) 바르샤바 대학교 길 건너에 있는 찹스키(Czapski) 궁전도 1827~30년 사이에 쇼팽이 살았던 곳이다. ©Polish Tourism Organisation
사스키(Saski) 공원에 있는 무명전사의 무덤. 사스키 궁전은 전쟁으로 파괴되었고 그 터는 공원이 되었다. ©Polish Tourism Organisation
사스키(Saski) 공원에 있는 무명전사의 무덤. 사스키 궁전은 전쟁으로 파괴되었고 그 터는 공원이 되었다. ©Polish Tourism Organisation

바르샤바 곳곳에 쇼팽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들은 소중하게 관리되고 있다. 사스키 궁전(현재 사스키공원)과 카지미에시 궁전(현재 바르샤바 대학) 그리고 미술대학 구내에 있는 건물 등이 쇼팽 가족이 살았던 곳이다. 인근 성모마리아 방문교회에서는 고등학교 시절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18년 쇼팽이 처음 공개 연주회를 연 곳은 당시 그가 살고 있던 곳과 가까운 지금의 대통령궁이며, 여기서 조금 더 걸어가면 사람들이 즐겨 찾는 피아노 공방과 카페 등이 있는 미오도바(Miodowa) 거리도 있다.

1825년부터 1826년까지 쇼팽이 오르간을 쳤던 성모마리아 방문교회 ©Polish Tourism Organisation
1825년부터 1826년까지 쇼팽이 오르간을 쳤던 성모마리아 방문교회 ©Polish Tourism Organisation
크라코브스키에 프셰드미에시치에(Krakowskie Przedmieście) 거리. 오른쪽의 탑은 성 십자가 교회(Kościół Świętego Krzyża)이고, 왼쪽에는 바르샤바 대학교가 있다. ©Warsaw Tourism Organization
크라코브스키에 프셰드미에시치에(Krakowskie Przedmieście) 거리. 오른쪽의 탑은 성 십자가 교회(Kościół Świętego Krzyża)이고, 왼쪽에는 바르샤바 대학교가 있다. ©Warsaw Tourism Organization
프랑스에서 가져온 쇼팽의 심장이 안치된 성 십자가 교회 ©Polish Tourism Organisation
프랑스에서 가져온 쇼팽의 심장이 안치된 성 십자가 교회 ©Polish Tourism Organisation

바르샤바대 정문에서 길을 사이에 두고 비스듬히 마주 보고 있는 아름다운 건물이 쇼팽의 심장이 안치된 성 십자가 교회다. 쇼팽은 1849년 파리에서 숨졌는데, 그의 유언을 이뤄주기 위해 쇼팽의 누나가 당국의 심한 감시를 뚫고 치마에 쇼팽의 심장을 숨겨 바르샤바로 옮겼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지금도 매일 헌화가 끊이지 않는다.


●쇼팽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와지엔키(Łazienki) 공원


쇼팽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쇼팽 박물관과 와지엔키 공원을 추천한다. ‘피아노의 시인’인 쇼팽의 자필 원고와 편지, 당시 살롱의 모습과 악보 컬렉션 등이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입체적으로 전시돼 있다.


와지엔키 공원은 새잎이 돋는 봄부터 푸르른 여름, 황금빛의 가을, 은빛의 겨울 등 사계절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폴란드 문화&역사 체험존이다. 매년 5~9월 사이엔 일요일마다 장미로 둘러싸인 쇼팽 동상 아래에서 야외 쇼팽 피아노 콘서트가 열리니 꼭 한번 들러보자.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메아리치는 피아노 음색은 쇼팽이 품어 온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여러 가지 감성을 사랑스러운 떨림으로 전달해 준다.

와지엔키 공원 ©Warsaw Tourism Organization
와지엔키 공원 ©Warsaw Tourism Organization

특히 온기가 올라오는 5월은 폴란드 전역에 신록이 빛나는 최고의 시즌이다. 바르샤바는 시내 교통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버스, 트램(노면 전차), 지하철 등을 함께 이용하면 어디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택시는 앱으로 부르는 것이 저렴하고 간편하며 영어도 잘 통한다. 봄이 오면 폴란드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쇼팽 박물관 ©Polish Tourism Organisation
탐카(Tamka) 거리에 있는 쇼팽 박물관. 다양한 컬렉션이 압권이다. ©Polish Tourism Organisation
탐카(Tamka) 거리에 있는 쇼팽 박물관. 다양한 컬렉션이 압권이다. ©Polish Tourism Organisation
쇼팽 박물관에서는 쇼팽이 살았던 시대와 작품을 보고, 만지고, 들으며 체험하고 배울 수 있다. ©Warsaw Tourism Organization
쇼팽 박물관에서는 쇼팽이 살았던 시대와 작품을 보고, 만지고, 들으며 체험하고 배울 수 있다. ©Warsaw Tourism Organization

▶교통편
바르샤바로의 항공편은 인천공항에서 LOT 폴란드 항공 직항편이 소요시간 약 11시간으로 편리하다. 그 외, 핀란드 항공, 루프트한자 항공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각국 항공사가 바르샤바로 노선을 연장해 운행하고 있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사진 제공 폴란드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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