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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싱가포르 ② 1st day - 그녀들 싱가포르로 떠날랄라~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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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 참가한 독자를 소개합니다!

 

--황세실(20세)


말투와 행동에서 어른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황세실씨는 올해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 ‘성(聖)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과감히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수험생의 길로 들어선 세실씨는 올해 초, 싱가포르 자유여행의 경험이 있다. 그때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이벤트에 응모한 것. 지도에 꼼꼼히 동선과 본인만의 취향에 따른 일정을 계획하고 관광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까지 공부한 뒤 트래비에 응모해 트래비 편집부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최진희(26세)


영화 온라인 홍보, 마케팅을 하고 있는 최진희씨는 2년째 접어드는 사회생활의 작은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다며 트래비의 문을 두드렸다. 대학 때 배낭여행한 유럽, 얼마 전 회사에서 포상휴가로 다녀온 보라카이 여행 후 여행이 주는 ‘충전’과 ‘설렘’에 매료돼 트렁크 바퀴 소리에도 마음이 떨린다.

 

 


--여행 방식


하루는 함께, 하루는 각자 따로 싱가포르를 여행한다. 첫날은 서로 계획한 여정 중 동일한 코스를 함께 여행하고 둘째 날에는 각자의 취향에 따른 여행을 했다. 일정 내내 기자는 위기상황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관여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낯설고 흥미로운 공기에 취하다


과묵한 황세실씨와 낯을 가리는 최진희씨의 첫 만남은 ‘어색함’ 그 자체였다. 빠듯한 업무에 시달려 첫 만남부터 지각한 진희씨와 이제 막 수능을 보고 이미 싱가포르를 한번 여행한 세실씨의 이번 여행에 대한 열정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이 여행이 과연 무사히 잘 끝날 수 있으려나’ 하는 기자의 걱정도 잠시. 기내에서 와인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이들의 어색함은 점점 사그라들었다.


싱가포르에 도착. 두터운 외투부터 훌훌 벗고 후텁지근한 싱가포르의 공기를 느낀다. “설레서 과연 잘 수 있을까요?”라고 말은 했지만 도착해서부터 호텔까지 가는 길부터가 만만치 않다. MRT를 타고 택시를 기다리다 싱가포르 대학생들의 도움을 얻어 숙소인 올슨호텔까지 힘겹게 도착한 후 참가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첫날 밤, 정신없이 곯아떨어졌다.


일정의 첫날은 두 참가자들이 세운 계획 중 동일한 코스를 함께 여행하기로 계획된 날. 우연히도 호텔 앞에 성요셉성당(Church of St. Joseph)이 위치해 있어 두 참가자는 엄숙하며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무언가를 위해’ 기도를 하고 성당의 이곳저곳도 구경하면서 일정을 시작했다. 성당을 나오니 아파트마다  기다란 막대기를 내놓고 빨래를 걸어놓은 모습이 이색적이다. 이 모습에 연신 셔터들을 눌러댄다. 처음 만나는 싱가포르의 거리, 상점, 다채로운 국적의 사람들 모두가 새롭고 흥미롭다.

 

ⓒ 트래비

 

 

오늘 비 오면 내가 싱가포르 슬링 쏜다!

 

마이크의 모양을 본딴 공연장이자 컨벤션센터이며 쇼핑몰이기도 한 에스플러네이드에서 작은 전시회도 보고 쇼핑몰 곳곳을 누볐다. 특히 수제 악기 상점인 프랭크 브러더스(Frank Brothers)를 구경하며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매니저인 키띠삭 풀사왓(Kittisak Poolsawat)씨는 그녀들이 맘에 들어 하는 여러 악기들을 꼼꼼하게 설명해 주고 만드는 방법까지도 직접 보여 준다.
에스플러네이드의 꼭대기에 올라가 저 멀리 싱가포르의 상징이라는 머라이언 상을 바라본다. 머라이언과 싱가포르의 중심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고 에스플러네이드에서 웨딩촬영을 하는 예비 신랑신부들의 행복한 모습도 본다. “와~ 싱가포르 여자들은 정말 날씬하다. 웨딩드레스도 너무 예쁜데!(최)”, “김원희도 싱가포르에서 웨딩촬영했대요.(황)”


11월부터 1월까지 싱가포르는 우기다. 주구장창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우리의 장마와는 다르지만 갑작스레 스콜이 내릴 수도 있으니 우산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먹구름이 조금 끼었지만 싱가포르를 이미 와본 세실씨의 한마디. “걱정 마세요. 오늘 비 안 와요. 비 오면 제가 싱가포르 슬링 쏜다니까요.”
세실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후두둑 쏟아지던 비를 피해 머라이언 공원 근처의 선착장으로 한달음에 뛰어가 범보트의 편도 티켓을 끊었다. “비를 좀 맞긴 했지만 비 올 때 배를 타니까 너무 스릴있다.(최)”


 에스플러네이드 투어가 매일 45분간 11시, 2시(주말은 11시)에 진행된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신청하면 된다. 어른 8SGD, 어린이는 5SGD. www.esplanade.com

 

이리저리 튀는 칠리크랩의 껍데기
“맛있는 걸 어떡해”

                         ⓒ 트래비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싱가포르 강을 달리던 범보트를 타고 클락키에 도착했다. 두 참가자들이 모두 입 모아 말하길 식도락의 천국인 싱가포르의 대표 음식인 칠리크랩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 클락키 건너편에 매콤달콤한 칠리크랩으로 유명한 ‘점보식당’에 들어갔다. 주문부터가 쉽지 않았다. 칠리크랩은 그램 단위로 계산하며 100g에 3.30SGD다. 1kg 정도의 작은 사이즈의 칠리크랩을 주문했다. 기구를 이용해 서툰 솜씨로 껍데기를 부수니 껍데기가 이리저리 튀고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몰리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 요란스러워도 ‘게 맛’을 보기 위해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기다란 꼬챙이로 게 껍질 곳곳에 숨어 있는 살을 쏙쏙 빼먹으며 나중에는 칠리크랩을 요리한 양념소스에 구운 빵인 번(bun)을 찍어 먹고 볶음밥까지 따로 시켜 밥을 슥삭슥삭 비벼 먹었다. 다 먹은 후 진희씨의 한마디. “눈물나게 맛있어.”


주의할 점은 처음 식탁에 세팅된 땅콩과 물수건은 사용하면 추가요금으로 각각 1SGD 정도를 받으니 필요가 없다면 처음부터 치워 달라고 부탁할 것.
워낙 정신없이 칠리크랩에 몰두하다 보니 이제 발품을 팔며 열량을 소비하고 싶다며 오차드 로드로 향했다. 쇼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세실씨는 어머니가 부탁한 호랑이크림 세 개들이 세트 하나만 사고는 쇼핑이 아닌 거리구경에 나서고 처음 여행 계획 때부터 쇼핑일정을 틈틈이 끼워 넣은 진희씨는 쇼핑몰 이곳저곳에 들어가 쇼핑을 즐겼다.


점보식당에서 2인이 칠리크랩을 먹는 비용은 약 35SGD(약 2만원 정도). 클락키의 점보식당 위치는 리버사이드 포인트 1층. www.jumboseafood.com.sg

 

ⓒ 트래비

 

1. MRT는 자유여행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2. 바이올린을 켜는 척 하며 폼을 잡고 있는 진희

3. 비도 피하고 클락키로 가기 위해 서둘러 탑승한 범보트는 생각보다 더 스릴있다.

 


리틀 인디아, 그 몽환적 분위기에 빠져빠져


지도는 여행자의 힘이다. 어딜 가든 항상 몸에 지녀야 할 지도를 잠시 호텔에서 쉬는 사이 두고 온 참가자들은 어설픈 기억력에 의존해, “여행자의 생명은 얼굴에 철판깔기야”라고 우기며, 싱가포르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리틀 인디아로 향한다. “야~ 진짜 인도 분위기 난다~.” 깨끗한 싱가포르의 다른 거리와는 달리 이곳은 싱가포르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 같았다. 여기저기에서 나는 향 냄새, 강한 향기를 뿜는 수많은 꽃레이들, 화려한 원색부터 다채로운 파스텔색까지 형형색색의 인도풍 장식품들과 인테리어 소품들이 즐비하다.


진희씨가 “우리도 이거 하자”며 어느 상점으로 들어갔다. 빈디(bindi)라고 불리는 인도 여인들이 이마의 중심에 붙이는 일종의 스티커를 보고 호들갑을 떤다. 부산을 떠는 한국 아가씨들이 신기했는지 한 인도 청년이 “빈디는 결혼한 사람들이 붙이는 거에요”라고 말해 준다. “에이, 졸지에 유부녀 될 뻔했네. 그래도 뭐 어때, 재미로 하는 거지” 하며 둘이 이마에 세트로 붙일 빈디를 열심히 골라 사이좋게 나누어 붙인다.


싱가포르 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카레 레스토랑 ‘바나나리프 아폴로(The Banana Leaf Apolo)’를 끝내 찾지 못하고 간판의 ‘Banana Leaf’만 보고 들어간 ‘가야트리 레스토랑(Gayatri Restaurant)’.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그녀들에게 ‘홍반장’처럼 나타난 매니저 브루노(Bruno Tan)씨는 친절하게 메뉴 하나하나를 설명해 준다. 게다가 먹는 방법에 낯선 그녀들을 위해 피쉬헤드 커리의 살을 살뜰하게 발라주기까지 했다.

 

“앗, 이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 너무도 친절한 매니저의 극진한 서비스에 무료 메뉴까지 대접받은 참가자들은 배가 불렀지만 끝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먹었다. “이름을 잘 못 보고 들어갔지만 정말 최고의 대접을 받으니 기분이 좋네요. 정말 잘못 들어가길 잘했죠.(황)”


가야트리 레스토랑은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저녁 10시30분까지 영업한다. www.gayatrirestaurant.com

 

 

래플즈호텔의 도어맨과 친구되다

 

ⓒ 트래비

올 것이 왔다. 오전에 세실씨가 비가 오면 사기로 했던 싱가포르 슬링. 그 유명한 래플즈호텔의 롱바로 향했다. 땅콩 껍질을 터프하게 부셔서 바닥에 그냥 버린다. 규칙과 법을 지키는 것을 칼처럼 지키는 싱가포르에서 쓰레기를 아무데나 휙휙 버리는 것은 색다른 재미다. 싱가포르 슬링에 마가리타에 기분 좋을 정도로 취기가 오르고 밴드의 음악 속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새벽 12시.


래플즈호텔을 빠져나오는데 싱가포르 안내 책자에 ‘래플즈호텔의 명물 도어맨’이라고 소개된 아라비안 나이트의 주인공 같은 도어맨과도 어느새 친구가 됐다. 도어맨은 유독 세실씨를 귀여워하며 가까운 호커센터에서 오렌지주스라도 함께 마시자고 호의를 표했다. “내가 싱가포르에서는 먹히는 스타일이라니까~”라며 우쭐한 세실씨. 호텔로 가는 길. 싱가포르의 타이거맥주를 사들고 마지막 밤을 흥겹게 보낼 채비를 마쳤다. 만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어쩜 그리도 할 말이 많던지, 밤새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새벽 3시가 돼서야 잠이 들었다.


래플즈호텔의 롱바는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밤 12시30분까지 운영한다(금, 토는 새벽 1시30분까지). 싱가포르 슬링의 가격은 16.8SGD. www.rafflesho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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