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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과도 같은 체코-프라하 에서의 이야기

  • Editor. tktt
  • 입력 2005.10.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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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 도착한 타임머신의 문을 열다

몇 번의 배낭여행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은 덕분이라고 할까? 이제부터는 여유 있고, 너무 계획적이지 않고, 여행속의 일탈도 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하리라 다짐하였다. 그러한 다짐을 이번 프라하 여행에서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을까? 난 그 흔한 가이드 북 하나 없이, 그렇게 배낭을 꾸렸다.

나는 프라하로 가기 위해 타임머신을 가동시킨다.
어릴 적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만화주인공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비록 만화에 나오는 타임머신은 아니지만 중세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체코로 가는. 밥도 주고, 땅콩과자도 많이 주는, 타임머신보다 더 좋은 비행기를 타고 지금 난 그 때 그 만화주인공처럼 체코 프라하에 도착한다. 내 눈앞에는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여기는 바로 프라하다.



가이드북대로의 식상한 여행은 이제 그만!

낯선 나라에 가게 되면 누구나 의지할 곳을 찾게 된다. 그 중에 하나가 가이드북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이드북에는 여행일정까지 짜여져 있어, 그 일정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가 여행의 참맛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과감히 가이드북을 던져버리고, 중요한 메모 몇 개에 의지하며, 여걸쓰리의 프라하 여행은 시작되었다.

트램을 타고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프라하의 풍경에 가슴이 요동치고 있었다. 왠지 거리에는 귀족 아가씨가 부채질을 하며 마차에 타고 있을 것 같고, 저쪽 멀리서는 멋진 기사가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을 것 만 같았다. 한참을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지만, 곧 우리는 내려야 할 정류장의 이름을 듣기위해 트램 기사 아저씨의 발음에 집중하게 되었다. 하지만 리스닝에 약한 우리는 결국 눈치 빨로 사람들 많이 내리는 곳에 따라 내렸다. 그 눈치가 때론 맞지 않아 몇 정거장을 걷기도 했지만 우리의 걸음걸이는 마냥 가볍기만 하였다.

보통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이틀 안에 프라하 여행을 마치고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고 한다. 우리는 그런 수박 겉 핧기 식의 여행은 싫었기 때문에 평범하지 않은. 체코 10일 여행 일정을 잡았다. 여유 있는 일정 덕분에 우리는 프라하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에 가서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들 마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어떤 민가 집에 무단 침입하여 구경하다가 혼이 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가이드북에 실려 있지 않아 오히려 더 더욱 빛을 발하는 장소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을 검어쥐기도 하였다.

이렇게 발길 가는 대로 가다보면 유럽에서도 거대한 성으로 손꼽히며, 프라하의 보석인 프라하성. 동화책에 나올듯한 거리인 황금소로. 예술과 낭만이 가득한 까를교. 옛시청과 천문시계, 틴성당, 성 니콜라스 성당이 있는 구시가 광장. 숙연해지는 종소리가 울리는 화약탑도 만날 수 있다. 사실 소지품이라곤 전대와 카메라 하나가 다였으므로 이 탑이 저 탑 같았고, 이 성당이 저 성당 같아, 부끄럽지만 정확한 지명은 여행이 끝날 무렵에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프라하의 골목길은 아직도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며, 프라하의 서점, 시장, 문구점, 식육점, 악기사, 초콜릿 가게의 모습들은 여전히 내 가슴속에 새겨져있으며. 거리를 헤매다가 만난 체코 사람들의 따뜻한 눈빛까지도 가슴 한구석에 생생히 자리 잡고 있다.


비극의 여주인공

조그만 동양인 여자 3명이 낯선 체코 땅에서 마치 이곳이 조국 땅인 것 마냥 재잘 재잘 말도 많고, 다소 큰 소리로 웃기도 하고, 수상하다 싶은 사람들에게는 ‘우리 건드리면 죽는다!’ 라는 태세로 따가운 시선을 겁 없이 보내주기도 했다. 체코 사람들 패션은 어쩜 그렇게도 칙칙하고 새캄한지 우리의 컬러풀한 의상 하나만으로도 체코 사람들의 묘한 시선을 받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이 덕분인지 나는 프라하에서 영화를 한편을 찍을 수 있었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프라하의 연인과 같은 장르와는 사뭇 다른 액션스릴러? 공포? 이런 종류였을 것이다. 상대 배우들은 그 유명한 소매치기 집단이었다. 영화의 배경은 소매치기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지하철이었다.

난 지하철을 탄 후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더 이상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도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험상궂고 덩치 큰 한 아저씨가 지하철노선을 보는 척하며 나를 막는다. 순간 주변을 살펴보자 지하철은 텅텅 비어있었고, 나를 둘러싼 5명의 남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차! 하여 그날따라 외투 밖으로 매버린 가방을 열어보니 이럴 수가! 프라하 여행을 위해 새로 산 내 디지털 카메라가 그 소매치기 범들에게 납치를 당한 것이 아닌가? 때 마침 이 상황을 파악한 친구가 내 손을 잡고 그 무리 속에서 빼내 주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르르 모여 있던 그들은 이미 흩어졌고 남은 용의자 한명에게 우리는 “카메라! 카메라! 기브 미 더 카메라!”라고  소리쳐 보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하며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혹시나 체코 사람들이 도와주지는 않을까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보았지만 어느 누구하나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시 그에게 “폴리스 폴리스!” 하고 외쳐보자 겁을 먹었는지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용의자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겁도 없이 그 사람을 따라 내렸는데 아무도 없는 그 역을 보는 순간 이러다가 한국에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또다시 그 범인은 다시 지하철을 탔다. 우리도 다시 타자 그 범인은 또다시 내린다. 체코 지하철 문은 그날따라 꽤 오랜 시간 열려있는 듯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따라 내릴 수가 없었다. 낯선 타국에서 실종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보고만 있는 매정한 체코사람들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내며 우리는 다음 역에서 내렸다. 나는 다리가 후들거려 주저앉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영화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이 났다.


까를교, 로맨틱한 상상을 펼치다

내가 프라하에서 가장 좋아했던 곳은 까를교이다. 까를교을 몇 번씩이나 가고, 갈 때마다 오랜 시간을 보낼 정도였으니까. 그곳에서는 프라하의 모든 것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다리 주변에는 평온한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으며, 고개를 돌려보면 동화 같은 예쁜 색의 집들이 빛을 받으며 서있고, 아름다운 빛깔의 성당들은 중세시대의 느낌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다리에서 올려다보면 저 멀리 미녀와 야수가 살 것만 같은 프라하 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까를교에서 그림을 파는 상인들과, 몇 푼 안되는 돈을 받으면서 연주를 하고 있는 허름한 차림의 거리의 악사들을 까를교를 더욱 낭만적으로 빛내준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분들이 있기에 프라하가 예술의 도시로 일컬어지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구나...’ 그리고 악사의 연주가 쓸쓸하게 들릴까봐 우리는 그 자리를 지켜 그분의 관객이 되어주었다.

내가 까를교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까를교에 있는 여러 개의 동상들 중 ‘성 네포묵’ 조각상 아래에는 그의 순교 장면이 동판으로 새겨져 있는 이곳에서 간절한 소원을 빌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난 까를교를 건널 때 마다 줄을 서면서 까지 소원을 빌었다.
그토록 빌었던 소원은...... ‘ 사랑하는 사람과 이곳에 다시 오게 해주세요!’ 였다.
과연 이루어 주실까?
만약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그 땐 액션, 공포 장르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멜로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땐 그 사람과 난 그 동상에서 어떤 소원을 빌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안녕. 나의 프라하

열흘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난 지금까지도 가슴 속에서 프라하를 꺼내어 본다. 사진으로는 다 담아올 수 없는 그 곳을 마음으로 찰칵! 하여 삭제가 불가능한 기억 창고에 저장해 두었다. 아마 난 평생 프라하를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언젠간은 내 소원이 이루어 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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