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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보프의 겨울과 여름을 가다]

  • Editor. tktt
  • 입력 2005.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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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 응모작인데, 오늘이 마감일 맞죠 ?

한글파일로 작성했는데, 파일첨부는 안되나봐요. 너무 긴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지내던 시절 기차타고 여행했던 ´르보프´에 대해 썼습니다.

 

르보프의 겨울과 여름을 가다.


르보프, 르보브, 르비브, 리비브 등으로 불리는 이 곳은 우크라이나의 서쪽 끝에 있는 작은 도시로, 폴란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곳이다.‘L`viv´라는 이름은 서기1256년, 그 곳을 지배하던 군주 ’다니엘 가리츠키‘가 지었다고 하는데, 그의 아들 ’르바 다니엘로비치‘의 이름이란다.  ’여의도‘처럼...


이 도시는 1998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리비브 유적지구(L`viv-the Ensemble of the Historic Centre)’로 지정 될 만큼 많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이다.

중세 후반에 건설되어 그 후로 수세기 동안 행정적, 종교적 상업적 중심지로 번영하였으며, 지리적 위치 때문에 주위 열강들의 침입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 건설된 도시 구조나 건물등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특히, 바로크양식의 건물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어 햇살 따뜻한 조용한 오후에 도시를 걷다보면 프라하와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렇듯 많은 역사적 의미를 간직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진 르보프는 유럽 관광객들뿐 아니라, 자국민에게도 사랑받고 있는 도시이다.


그렇게 아름답다는데…그렇게 좋다는데… 한 번 가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나와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르보프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던 것이다.


Ⅰ. 겨울


수도인 키예프 기차역에서 밤 11시 44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우크라이나 서쪽 끝 르보프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 경. 쌓이지도 않는 설탕 같은 눈이 사륵사륵 내리는 12월 첫 주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어디서 왔드래요?

우선, 시내로 들어가야지. 음...1번 버스가 시내에 가는군...

버스를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자꾸만 우리 쪽에 관심을 준다. 머리카락 까만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으니까...

우리는 1950년대 [동막골]에 떨어진 ‘스미스’가 되어 있었다. 버스에서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수를 세우고 있는 사람들. 차장 아주머니에게서 표를 끊고, 몇 정거장 지나는데 큰 건물이 나타났다. 시내를 지나쳤나 싶어 허겁지겁 내리려고 하는데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아직 시내가 아니라고 내리지 말라고 난리들이다. 친절한 르보프 주민들 덕에 무사히 시내에 도착.

허기도 채우고, 생리적인 현상도 좀 해결해야겠는데. 참, 여기에도 맥도날드가 있다고 했지? 헌데, 아는 사람이 없었다. 여러 명을 거쳐서야 겨우겨우 찾아간 맥도날드.. 반갑다.

북경에도, 빈에도, 룩소르에도, 규모가 좀 크다싶은 도시라면 어김없이, 같은 인테리어를 하고 거인처럼 버티고 있는 MAC...

거기서 잡지사 기자라는 한 여인을 만났는데, 우리 일행의 사진을 찍어갔다. 르보프 지역 잡지 한 면에 나왔을지 모르는 우리의 사진은 과연 어떤 모양이었을까 궁금하다.



대강절 첫 주의 교회당

이 작은 르보프라는 도시에는 30개 이상의 ‘까스쪼르’(костёлы) ‘체르카비’(церкви) ‘모나스트리’(монастри)가 있다. ‘까스쪼르’는 폴란드 양식으로 지어진 천주교 성당을 일컫는 말이고, ‘체르카비’는 교회, ‘모나스트리’는 수도원을 일컫는 말이다. 특이한 점은 르보프의 역사를 말해주듯 아르미아 양식, 폴란드 양식, 라틴양식등 그 건축 양식이 다양할 뿐 아니라, 성자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붙인 성당이나 교회가 많다는 것.

마침 우리가 갔던 때가 대강절 첫 주여서 곳곳에 세워진 성당과 교회에는 대강절 첫 주를 기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성전을 보기위해 입구에 가까이 갔을 때 나지막하게 미사곡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성가대가 있나.. 싶어 모자를 벗고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가니, 몇 분의 할머니가 곡조를 흥얼거리며 미사를 드리고 계셨다. 전문적인 성악가가 부르는 훌륭한 고음 보다 더 아름다운, 영혼을 울리는 낮은 울림...


역에 도착 했을 때 설탕처럼 내리던 눈은 때로는 현미경 없이도 눈의 결정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큰 송이로도, 또는 진눈깨비로도 변하며 쉴 새 없이 땅에 내려앉았고, 며칠 그렇게 눈이 내렸었는지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설경에 저절로 찬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한국 전통음식 ‘보신탕’있어요..

‘성 유라 성당’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허름한 차림의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를 따라오시며, 어느 나라 사람이냐 물으신다. 한국사람 이라니까 할아버지는 목소리를 한층 더 낮추어 “원한다면 보신탕을 먹게 해 줄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이럴수가... 어떻게 된 일일까?... 그 때는 그냥 웃음으로 넘겼지만, 생각해보니 참 억울하다. 그 할아버지는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한국을 그런 음식을 즐겨먹는 야만적인 나라로 알고 계실것이다.


유모차대신 썰매

워낙 눈이 많이 내리는 러시아 연방국들에서는 한 겨울 아이들의 놀이 수단으로 썰매가 으뜸이지만, 단지 놀이기구가 아닌, 이동수단으로도 썰매가 사용된다. 한겨울 내내 얼음으로 꽝꽝 덮인 길을 가자면 오히려 그게 더 안전할 수도 있겠다.


각종 극장과 박물관들

르보프의 거리를 천천히 걷다보면 오페라 극장, 어린이를 위한 극장, 인형극 극장, 오르간 전용극장등 많은 극장과, 무기 박물과, 르보프 역사 박물관, 빵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예쑬박물관 등 온갖 박물관을 꽤 많이 만날 수 있다. 이 박물관들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자신들의 역사를 소중히 하는 모습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박물관들에는 지긋한 할머님들이 안내자로 앉아 계시는데,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것 같으면, 마치 연극배우와 같은 어조로 너무나 열심히 설명을 해 주신다. 뭐, 알아듣지는 못해도 느낌으로 아는거니까...


Ⅱ. 여름

겨울 여행 이후 1년 반 만에 다시 르보프를 찾았다. 겨울과 여름의 풍경이 어쩜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어두운 곳에 있다가 빛을 맞이할 때 한참만에야 적응을 하듯, 겨울에 갔었던 장소에 가서도 한참을 둘러본 후에야 그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든 르보프 얘기만 나오면 입모아 그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이유를 알겠다. 찬란한 햇살을 받아 푸르름을 더욱 뽐내는 울창한 나무들, 그 나무아래 탁자를 마련하고 앉아 연신 즐거운 표정으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근처에서 악기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지난 겨울 우울한 회색 도시로 마주했던 그 곳은 이제 초록의 생기 넘치는 도시가 되어 있었다.


1:8000 축적 지도 들고 여행하기

르보프라는 도시의 지도를 펼쳐놓고 자로 재면, 가로의 최장은 181㎞. 세로의 최장은 150㎞ 이다. 자동차로 넉넉잡아 두 시간이면 도시를 횡당하거나 종단할 수 있다. 요점은, 도시가 참 작다는 것.

우리가 여름 르보프를 둘러보기 위한 장만한 지도는 1/8000 지도였다. 숙소인 ‘Gorgia Hotel’에서 시작해 지도에 표시된 대로 유적지를 찾아가는데, 유적지들이 어이없이 너무 빨리 나타났다. ‘가만...  8천분의 1이란 따져보면 지도상 1㎝가 실제로는 80m라는 얘기구나..어쩐지...’처음부터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불쑥불쑥 나타나는 유적들을 그런 당황스런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을텐데...

다음부터는 지도의 축적을 확인하고, 실제거리를 대충 짐작하고 시작해야겠다. 8천분의 1축적 덕분에 우리는 자유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고, 맛있는 집도 많이 알아냈다. 맛있는 와플가게, 예쁜 아가씨가 일하는 아이스크림가게, 한국어로 인사를 할 줄 아는 웨이터가 있는 레스토랑, 맥주에 어울리는 케잌을 먹을 수 있는 카페등...


비소키 자목을 가다.

가장 높은 혹은, 높은 곳에 있는 ‘성’이다. 해발고도는 409m밖에 안되지만 워낙 산이 없는 곳이다보니, 이 곳에 르보프에서 제일 높은곳이 되었다. 지난 겨울 여행 때 눈 때문에 포기해야했던 곳이다.

이 성은 1838년, 서쪽 타타르-몽골족의 침략을 막기 위해 만든 곳이다. 일반적인 완만한 관광코스도 좋지만, 뒤쪽을 돌아 마을을 통해 올라가는 가파른 길을 선택해 가다보면 아담한 주택들과, 기찻길, 수도원등을 만나게, 운만 좋으면 수도원에서 열리는 작은 콘서트를 관람할 수도 있다.


(잠자는 공주는 어디로 간거죠?)

뒷길로 가며 이것저것을 보다보니 성 꼭대기에 다다를 즈음에는 이미 지쳐있었다. ´저 위에 가면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까?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처럼 아무것도 없으면 어쩌지?..‘ 궁금증을 누르지 못하고 내려오는 청년들에게 물었다.


일  행 : 저 위에 뭐가 있어요?

청년들 : 성이 있던 자리에 그냥 탑이 있어요.

일  행 : 아니, 뭐라구요? 성은 없어요?

청년들 : 이미 오래전에 허물어졌고, 지금은 기념비만 있어요.

일  행 : 아이고.. 세상에...

청년들 : 하하, 너무 늦게 왔네요.

일  행 : 그러게요...


‘잠자는 공주’이야기가 생각났다. 뒤늦게 잠자는 공주나 백설공주를 구하러 달려간 주인공 아닌 다른 왕자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고, 그들은 ‘너무 늦게 왔네요..’라는 말을 들었겠지? (‘슈렉2’에 실제로 그런 왕자가 나온다. ‘챠-밍’이라고...}

농담으로 하는 얘기지만, 이게 실제 상황이었다면 누구는 자살을 생각했을지도 모를 아주 비정하고 슬픈 이야기이다... 흑!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고, 기념탑 아래쪽 공간에는 전 세계에서 다녀간 사람들이 그들의 말로 뭐라뭐라 적어놓았다. 우리도 태권소녀의 스티커를 적당한 곳에 붙였다. 그 탑보다 그 곳에서 바라보는 르보프의 광경이 진짜로 아름답다. 마치 천하가 내 것이 된 듯...


Body language에 찬사를...

서유럽도 그렇지만 동유럽의 가게들은 물론이고, 백화점도 일찍 문을 닫는다. 때문에, 저녁에 먹을 간식거리는 가게 문을 닫기 전에 미리미리 장만을 해 두어야 한다. 저녁에 맥주라도 한잔 할까 해서 가게에 들어갔다. 대형마켓이 아닌 곳은 원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일일이 판매원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어가 나라의 공식언어로 지정된 것은 1995년이다. 그 때부터 모든 공문서는 우크라이나어로 작성하게 됐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러시아어가 주로 통용되고 있다. 헌데, 르보프를 비롯한 서쪽 지방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어만 사용한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러시아어든, 영어든, 한국어든, 손가락 몇 개와 함께 사용한다면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널리 쓰일 세계 공용어인 ‘바디 랭귀지’가 있으니...


(바벨탑을 쌓던 이들에 대한 단상)

가게에서 나오면서 바벨탑에 대한 전설을 잠시 생각했다.


세계 모든 인종이 같은 언어를 사용했다고 하던 그 시절, 교만한 인간들이 신의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 높은 탑을 쌓고자 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은 열심히 탑을 쌓기 시작했고, 탑의 높이가 점점 높아질수록 인간들의 교만도 점점 높아져 갔다. 그러자 신은 그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됐고, 결국 바벨탑을 완성하지 못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만약,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이라면 어쩌면 바벨탑은 멋지게 완성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거나, 관광명소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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