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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도 보고, 제철 음식도 먹고-고성 화진포의 도치알탕 등 "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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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신년 해돋이는 새로운 것을 다짐하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신년 해돋이로는 당연 동해안이 으뜸이다. 동해안의 일출 명소는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해가 먼저 뜬다는 포항의 호미곶, 애국가의 해돋이 장면으로 자주 등장하는 추암, 그리고 남한의 북녘끝자락 고성 화진포의 해돋이는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해돋이 명소들이다. 이 곳은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 부지불식(不時不食)이란 말이 있다. 지금이야 음식의 보관기술이 발달해서 제철에 나는 음식에 대한 중요성이 덜해졌지만 옛날에는 제때에 나는 음식을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 상식에 속했다. 요즘도 모든 음식의 기본인 재료는 제철에 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산지에서 먹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음식이 되기 위한 조건일 것이다. 새해 해돋이를 보러 가서 제대로 된 겨울 산지 음식을 맛보면 새해에 대한 희망과 다짐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고성 화진포의 도치알탕, 홍합죽 소영식당


고성 화진포는 남한 최북단에 위치한 해돋이 명소이다. 김일성 별장, 이승만 별장 같은 권력자의 별장이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고즈넉한 곳이다. 이곳은 맛있는 음식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소영식당은 여러 가지 음식을 다양하게 하면서도 맛을 제대로 내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이곳의 음식중에서도 겨울철에 최고로 치는 것은 도치알탕이다.

 

강원도의 또 다른 유명탕 곰치와 더불어 최고의 탕으로 꼽힌다. 끝에 ‘치’자가 들어간 만큼 얼마전까지는 생선으로도 취급받지 못했던 재료였다. 이곳에서는 김치와 도치만을 사용해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낸다. 그만큼 기본 재료인 도치가 좋다는 이야기이다. 톡톡 터지며 씹히는 알은 생선을 먹는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 담백한 탕에 가족들과 따뜻한 밥을 먹어도 좋고, 친구나 동료들과 소주 한 잔해도 좋다. 이런 탕이 부담된다면 홍합죽을 먹으면 된다. 강원도에서는 홍합을 ‘섭’이라고 한다. 그래서 홍합죽을 ‘섭죽’이라고도 한다. 고추장 고춧가루에 끓인 홍합죽은 매콤하면서도 시원하다. 거기에 강원도답게 푹 고아진 감자가 으깨어져 들어가 있어 걸죽한 맛까지 ‘강원도의 맛’을 제대로 살려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합도 우리가 평소에 먹는 홍합이라 불리우는 조그만 ‘진주담치’가 아닌 붉은색 홍합의 맛을 제대로 살려낸다. 일출 후에 먹으면 속이 든든해질 음식이다. 이 밖에 고성이 주산지인 양미리도 이곳만의 별미이다.

 

전화:  033-682-1929
위치: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

 

추암, 삼척의 도루묵 항구식당

 


도루묵 구이를 제대로 맛 본 사람들은 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도루묵이 머릿속에 빙빙 돌기 시작한다. 몸에 비해 엄청난 양과 커다란 크기의 알이 터지면서 입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그런 상상 때문이다. 입에서 잘게 부서지는 살도 한 입에 쏙들어간다. 기름기가 올랐으면서도 도루묵 알에 엉긴 끈적거림이 입안에서 긴 여운을 남긴다. 이 맛있는 생선은 옛부터 동해안이 최고의 산지였다. 이의봉의 고금석림<古今釋林>에 의하면 고려시대 때 왕이 동해안을 갔다가 목어를 먹어보고 맛이 좋아 은어라 부르게 했다. 그런데 환도 후 다시 먹어보았더니 맛이 없자 다시 목어라고 부르라해서 도루묵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문으로 도루묵은 ‘환목어’이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가을이나 겨울에 도루묵을 먹었던 임금이 봄이나 여름에 이것을 먹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0월경 산란준비를 위한 시절의 도룩묵이 최고의 맛이기 때문이다. 물론 겨울까지 그 맛이 이어지지만 12월만 돼도 알의 촉촉함이 줄어든다. 삼척의 항구 식당은 도루묵에 관한 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집이다. 그렇다면 봄, 여름에는 어떻게 도루묵의 맛을 이어갈까. 바로 냉동에 그 비밀이 있다. 10월경 도루묵이 최고로 맛있을 때 가격에 상관없이 재료를 사다놓고 냉동 보관했다가 내놓기 때문이다. 상쾌하고 시원한 도루묵 조림도 좋고 기름기 오른 알과 살을 구워먹는 구이는 더 좋다.

 

전화:033-573-0616
위치: 삼척시 남양도 시장

 

구룡포의 과메기


많은 사람들이 과메기는 전국적인 음식이 되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비린내 나는 맛을 그 지방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과메기는 요즈음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겨울철 대표적인 별식이 되어가고 있다. 날씨처럼 썰렁한 다른 항구와는 달리 과메기의 대명사 구룡포항은 과메기로 인해 활기가 넘쳐난다. 전국에서 몰려든 상인들과 손님들로 과메기는 ‘분위기 업’된 상태다. 사실 과메기를 처음 먹으면 그 비린 맛에 약간 비위가 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즈음은 물미역이나 미나리에 초고추장을 찍어 먹거나 김에 말아먹기도 한다. 하여튼 구들구들한 과메기를 한 입 먹으면 첫맛은 비릿한 바다 냄새가, 그 다음에는 적당한 식감의 살코기 맛이 달콤하게 배어 나온다.

 

살 속으로 스며든 생선 기름은 오랫동안 입안에서 맴돈다. 여기에 시원한 소주 한 잔이면 새날을 다짐하거나 지난날을 날려버리는데 제격이다.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바다를 바라보며 기름진 과메기에 소주 한 잔 하다보면 여행의 설렘, 혹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과메기란 이름은 ‘관목어’ 즉 눈을 꿰어 말린 생선이란 뜻에서 유래한다. 원래는 청어를 주로 먹었지만 청어가 귀해지면서 꽁치로 대체된 음식이다. 황태처럼 바람에 널려 말리지만 말린다기 보다는 숙성시킨다는 이야기가 더 맞는다.

 

포항의 구룡포에 부는 일명 ‘돌개바람’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그래서 기름기가 몸으로 스며들어간 은근한 기름기를 머금은 과메기를 최고로 친다. 요즈음에는 다른 지방에서 인공 건조시킨 과메기가 구룡포 과메기로도 유통되고 있어 현지인들의 고민이 되고 있다. 그런데 과메기를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을 찾기가 조금 어렵다. 겨울철 한철 음식인데다가 겨울철이면 어느 식당이든지 과메기를 취급하기 때문이다. 구룡포 회집 어디에서 먹어도 같은 맛이기 때문이다. 광어로 유명한 바다목장 해원(054-276-4989)을 이용해도 되고, 수협 근처에 있는 구룡포 포장마차 촌을 이용해도 된다. 복국으로 유명한 함흥식당(054-276-2348)에서 밀복을 먹어보는 것도 별미다.

 

위치: 포항시 구룡포읍 구룡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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