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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호 칼럼 - 산타할아버지 아토피 데려가 주세요!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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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5일은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설렌다. 귓가에는 캐롤송이 들려오고 머릿속에는 산타할아버지와 썰매를 끌고 힘차게 달려가는 루돌프 사슴이 떠오른다. 사실, 루돌프 사슴은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소위 ´왕따´였다. 코가 빨갛다는 이유로 또래 사슴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던 것을 산타할아버지가 거두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겨울이 되면 루돌프 사슴의 빨간 코처럼 빨간 피부가 더욱 심해져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아토피 환자들이 급증하게 된다.

7살 지훈이가 내원했다. 얼굴 이외의 모든 부위가 붉게 발적되어 있었다. 심하게 긁었는지 딱지가 앉아 있었고 피부는 검게 착색되어 두꺼워져 있었다. 겨울이 되면 증상이 심해지는데 자면서 무의식적으로 긁는지 침대나 옷 여기저기 핏자국을 묻혀 놓는다. 성격도 짜증스럽게 변하였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였다.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아이의 푸념 한마디는 아이가 얼마나 힘든가를 함축적으로 나타내기에 충분하였다. 가슴이 아팠던 것은 크리스마스 때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냐는 물음에 "산타할아버지가 아토피를 데려갔으면 좋겠어요"라는 대답이었다.

아토피는 본인에게는 참기 힘든 고통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부모에게는 미안함과 안쓰러움을 안겨준다. 성장호르몬은 밤 11시~1시에 집중 분비되는데 가려움으로 인한 불면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성장 장애를, 청소년기에는 학습능력 저하를 유발시키고, 피부의 착색과 가피는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려 사회적으로 대인기피증을 발생시킨다.

아토피(Atopy)는 피부 건조증 및 가려움이 주증상인 만성피부질환으로 그리스어로 “기묘하다”는 뜻이다. 전 인구의 0.5~1%, 어린이의 5~10%가 아토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발병원인은 현재까지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유전, 감염,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계절적으로 건조한 겨울에 증상이 악화된다.

아토피성 피부염의 일차적 치료목표는 가려움증과 습진을 치료하는 것이다. 가려움증으로 환자는 피부를 긁게 되고, 긁은 부위는 습진이 생기고, 습진으로 더 가려워져 또다시 긁게 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 주어야 한다.

한의학적 치료의 접근 방식은 겉이 아닌 속이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하는데 첫째는, 내부의 과도한 열(熱)이 문제다. 성장기의 아이들은 성장열로 인하여 과열(過熱)하기 쉽다. 열(熱)이 효과적으로 발산되지 못할 경우 인체는 피부의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열을 분출시키므로 발진은 사실상 열(熱)을 분출시키는 분화구이자 창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방에서는 발진을 인위적으로 억제시키기보다는 내부에서 과도하게 발생된 열을 청열(淸熱), 보음(補陰)하게 된다. 열이 사그라들면 발진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둘째는, 소화기의 문제인데 장(腸)이 약하면 곡기(穀氣)를 흡수하지 못하여 혈허(血虛)하게 되고, 또한 유해한 물질을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흡수하여 아토피가 유발된다고 본다. 이런 경우에는 보혈(補血)하고 비위를 튼튼하게 해주는 치료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첫 번째 치료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12월25일 부모들은 산타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우리 아이를 괴롭히는 ´아토피를 데려가기´ 위해 부모들은 꾸준한 인내심과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주어야 하며 절대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산타가 루돌프를 구해 주었듯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을 구해 주어야 한다.

몸에 열이 많아 집에만 오면 옷을 훌훌 벗어던지는 지훈이의 증상은 특징적인 단서가 되어 쉽게 처방이 구성되었고 13일 후 발진과 가려움이 상당히 개선되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지훈이는 산타할아버지의 루돌프 사슴이 되는 꿈을 꾸게 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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