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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se We are FRIENDS!!!

  • Editor. tktt
  • 입력 2005.12.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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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1월... 동생과 함께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비행기에 오른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 그래, 이 날을 위해 1년을 열심히 일했다!!! 드디어 선진국으로 가는구나!!! 경진 완전 멋져!!! 아자아자~^^ "

 

 몇시간 후면 오랜 비행으로 온 몸이 뻐근해 올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호주 멜버른으로 향하는 마음만은 더할나위없이 상큼하고 짜릿하기까지 했다. 홍콩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또 얼마를 갔을까한적한 기내에서 이제쯤 도착할 때가 되었나하는 생각에 남은 비행시간을 체크하고 있는데 뒷좌석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 Hello ”

 

 뒤돌아보니, 하얀 피부에 하얀 머리칼을 가진 호주인으로 추정되는 할아버지였다.

 

 “ Hi ”

 

 대답을 하면서, 선하게 웃고 계신 이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무슨 용무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서로 대화를 나누기에는 다소 불편한 좌석 배치임에도 불구하고 목을 길게 빼고 말을 나누다가, 어느샌가는 우리 좌석 옆 통로로 옮겨오신 그 분, 그레이엄... 이것이 그 자상하고 적극적인 할아버지의 존함이었다.

 

 " 멜버른에는 어떤 일로 가느냐,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 나는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다가 이제 고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은 좋은 곳이다, 이렇게 자유 여행을 하면 관광지를 찾아다니는게 힘들지 않겠느냐, 호주에는 볼만할 곳이 많다, 내가 소개해 주겠다... "

 

 그레이엄의 질문과 이야기에는 끝이 없었으며,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그의 파란 눈동자에는 호기심과 생기가 가득했다.

참 천진하고 순수한 분이시라고 생각하며 대화를 나누던 가운데, 그는 한가지 제안을 했다우리가 멜버른에서 보내는 시간이 넉넉하다면, 하룻동안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가이드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기대하지 못했던 뜻밖의 선물이라 다소 어리둥절 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곧 큰 망설임없이 그레이엄의 제안을 기쁘고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이틀 후, 동생과 나는 약속 장소인 멜버른의 한 거리에 서 있었다. 조금 일찍 도착한 탓인지 아직 그레이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느 방향에서 올까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우리 귓전에 대고 누군가가 뭐라고 한다.

 

 " Are you Korean? "

 " Yes... "

 " Do you waiting for Graham?"

 

 그제서야 우리는 이 분이 그레이엄의 여자친구 알마(Alma)임을 알아차렸다.

깡말랐지만 다부진 외모, 환하게 웃는 모습,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눈망울까지 알마는 그레이엄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한국사람을 너무 좋아한다고, 그레이엄에게 얘기들었는데 정말 반갑다고, 그레이엄은 지금 오고 있으며 5분내로 도착할꺼라고 얘기하는 알마의 모습은, 표현에 인색한 우리 문화에 비추어볼 때, 너무 밝다 못해 지나쳐보일 정도였다. 정말이지 모든 손짓과 몸짓, 눈빛을 총동원하여 반가운 마음을 콸콸 쏟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 분과 함께한 멜버른 시내 여행...

두 분은 내내 손을 잡고 우리보다 항상 앞서서 걸으셨다. 우린 함께 코알라와 캥거루를 마음껏 볼 수 있는 동물원을 가고, 지상으로 다니는 예쁜 전철 트램도 타고, 유유히 펼쳐진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킬다비치를 산책하고그렇게 하루의 여정을 채워갔다.

 

 헤어질 시간이 점점 가까워오고 있었다.

 킬다 비치의 한 까페에서 우리는 맥주를 한잔씩 마시기로 하고 주문을 했고, 나는 데치페이를 하기 위해 돈을 꺼내려고 했다. 그것이 당연한 그네들의 문화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레이엄이 자기가 쏘겠다고 한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레이엄이 우리가 생각했던 호주사람 같지않게 동물원 입장권도 끊어주고 교통비도 내주고 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던 터였다. 그래서 나는 그럴 필요 없다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까지 베풀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괜찮다고.. 계속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들어왔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베풀어주려고 하는 그레이엄의 행동에 선뜻 납득이 가지 않아서 나는 물어보았다.

 

 " Why you Try to Pay for us, Graham? "

 

 그레이엄은 주저없이 대답했다.

 

 " Because WE are FRIENDS !!! "

 

 나는 순간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듯 아득하고 멍한 기분이 들었다.

 Friend.. 친구..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친하게 사귀는 벗´을 뜻하는 이 단어.

지금 나와 마주하고 있는 이 분들은 우리의 조부 뻘이신데.. 지금 우리를 친구라고 부르고 있다. 그것은 정말 커다란 문화의 충격이었다.

누가 감히 상상할 수 있겠는가!!!

70대의 노인이 20대의 젊은이에게 "친구" 를 외치며 술잔을 부딪히는

이 기가 막히게 가슴 벅차오르는 시츄에이션을...

사람을 판단하고 만남을 가짐에 있어 어떠한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의 내면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자유로운 영혼과 사상,,, 말로만 들어오던 Open mind

라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쿨한 척이 아닌 진정 마음으로 보수 있는 눈을 가

진 이것이 그레이엄이 보여준 오픈마인드인 것이다.

 

 그 날 이후로 우리는 계획대로 또다시 여행길에 올랐고, 그레이엄과 알마는 반복되는 일상으로 돌아갔을테다. 다시 만나지는 못했지만, 여행하는 한달내내 나와 동생은 어느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강인했던 두 분을 종종 떠올렸다.

 

 여행이란 관광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또한 여행의 초점은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에 놓일 수 있을 것이다. 자연, 명소, 사람.. 그외 여러가지 가치들...

 나에게 참다운 여행이란.. 사람이다그리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하여 받아들이는 사람의 영혼이 좀더 섬세해지고 진실해진다면, 그것이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나는 유명한 건축물이나 명소를 여행하는 것보다, 재래시장을

누비며 서민들의 흥정하는 모습에 동참하고, 노천까페에 넋놓고 않아 지나다

는 사람들의 표정과 발걸음을 엿보는 것이 재미있다. 살아있는 사람들에서

만 느껴지는 생동감 있는 문화의 일부분이 예측불허한 상태로 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직도 두 손을 꼭 잡고 다니실 두 분을 통해서 나는 여행을 가슴으로 맛보았다. 그것은 정말 따뜻하고 부드럽고 달콤했으며, 아직도 그윽한 여운이 남아 나를 향기롭고 활기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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