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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홍희 - 뜨겁게 산 흔적을 사진에 새긴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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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약속 시간을 30분이나 늦은 그는 기자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유, 배고파. 우리 일단 뭐나 좀 먹으면서 하이소.” 하며 선수를 친다. 컬컬하게 흘러나오는 그의 부산 사투리에 슬며시 웃음이 흘러나온다.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도 부산만큼 아름답고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다. 부산에서 태어나서 부산에서 살고 있는 그는 부산 자랑에 분주하다. “부산은 산도 있지예, 바다도 있지예, 시원하게 터져 있는 것이 세계 어느 곳을 가봐도 부산만한 곳이 없지예.”

그가 카메라와 인연을 맺게된 계기는 사실 치기어린 소년의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시절 우연히 본 일본 잡지 표지모델에 매료되어 처음으로 어렴풋하게나마 사진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아마도 그 소년은 덧니가 귀엽게 자란 그 일본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기보다는 그녀를 찍어낸 사진학의 매력에 일찌감치 눈을 뜬 것이리라. 어릴 적 그 꿈을 실현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고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했지만 결국 지금 그는 사진가라는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놓고 있다. 


<나는 사진이다>라는 책에는 그의 사진 인생이 스펙트럼처럼 녹아 들어 있다. 책 속에는 그가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찍어낸 인도와 몽골, 부산의 모습들이 가감 없이 담겨져 있다. 그 속에 녹아든 그의 사진철학은 아마추어 눈으로 볼 때도 무언가 다른 감동으로 전해져 온다. 책 속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에게 사진이란, 내가 떠돌아다니며 뜨겁게 사랑한 열병의 흔적 같은 것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삶을 만나는 순간순간마다 뜨겁게 사랑을 했다는 것이며, 그 열병의 흔적이 사진으로 내 인생에 광인(光印)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그의 사진 인생의 원천인 셈이다.

20년 전 카메라 하나만 달랑 메고 일본으로 건너갔던 그는 그 후 히피처럼 지구촌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방랑의 날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가들을 흔히들 방랑자라고 말하지만, 그는 진짜 방랑가다. 전세계 여기저기 떠돌며 그만의 족적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다. 동남아, 인도, 북구 유럽 등지를 돌아다니며 그 여정을 대한항공 기내지인 <모닝캄>을 통해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그가 다닌 나라만도 60여 개국에 이르고 이를 기록한 필름만도 창고 한 개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는 지금도 6개월에 16GB를 채울 정도로 왕성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수많았던 여행지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일까. 사실 모든 곳이 인상 깊었고, 또 많은 에피소드들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중에서도 인도와 몽골이 특히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곳이란다. 그가 말하는 인도는 ‘거울’이다. 거지부터 성자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의 스펙트럼이 공존하는 인도. “너를 통해서 나를 본다” 그가 보는 인도는 이런 거울이 많은 곳이다.

다양한 사람군을 통해 자신을 반추하고 돌아보게 된다. 그렇다면 몽고는? “몽고는 거울이 없지요, 거울이 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에게 스스로를 비추어 보는 것이지요.” 광활한 대자연 속, 인적도 드문 몽고에서 자신을 반추할 수 있는 거울은 결국 자신밖에 없다는 것. 이것이 그가 몽고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인간 삶의 고뇌와 오묘한 정신 세계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는 그는 작업시에도 "왜 사는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되뇌이며 셔터를 누른다. 앞으로도 일평생 손에서 카메라를 떼어놓지 않을 그는 평소 장난기 가득하고 낙천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사진에 대해서만은 제자들은 물론 자신에게도 엄격한 선생님이 된다. "사진은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하루하루를 불꽃처럼 열정적으로 불태우며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 그에게 무척이나 어울리는 명언이다.


자신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여행은 비밀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밀은 그 자체가 매력적인 것처럼 여행 또한 비밀스런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어 오는 것이라고 본다.

여행갈 때 꼭 챙겨오는 것이 있다면
-특별하게 기념품을 산다거나 모으는 취미는 없지만 때때로 묵었던 호텔에서 ‘성경’을 챙겨 오곤 한다(앗! 이건 비밀인데). 그렇다고 해서 독실한 크리스챤은 아니다. 참고로 나는 C.C(크리스마스 크리스챤)이다.

 나만의 여행 노하우가 있다면
-일단 주는 대로 먹는다. 체력이 곧 여행을 끝까지 마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또 어떤 자세로든 잘 잔다. 그리고 항상 스마일한다.

 꼭 가 보고 싶은 여행지는
수많은 여행지 중에서 아직 바이칼 호수는 가 보지 못했다. 언젠가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약력
1985년 일본 도쿄 비주얼 아트에서 사진을 공부한 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작가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도쿄 비주얼 아트 1학년 때 신주쿠 니콘살롱에서, 2학년때 올림푸스 홀에서 각각 개인전을 가졌으며,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나라 신주쿠시립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기도 했다.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수많은 사진전을 치뤘으며, 지난 1999년에 우리 시대의 각 계층 365명의 얼굴을 촬영한 <세기말 초상>이란 사진집을 출간해 문예진흥원에서 선정한 ´2000년 한국의 예술가 28인´에 선정된 바 있다.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방외지사>, <암자로 가는 길>, <인도기행> 등의 출간에 참여했으며, 그가 직접 글과 사진을 엮은 사진 산문집으로는 <방랑>이 있다.
현재 한국과 해외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진집단 ‘일우’를 이끌고 있으며 전국을 돌며 ‘신사진 택리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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