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우 칼럼 - 여행은 불임치료의 특효약?
박찬우 칼럼 - 여행은 불임치료의 특효약?
  • 트래비
  • 승인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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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무더운 여름이 지날 무렵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임신이 된 것 같은데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산부인과 환자, 주로 불임 환자를 늘 대하고 있는 내게는 아이를 갖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때로는 눈물겨운 소망을 안고 찾아오는 분들이 있으니 이 한 통의 전화는 해묵은 숙제를 해결해 준 것이었다.  

요즘은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하고, 결혼을 해도 이혼과 재혼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보니 자연 환자의 나이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결혼해서 한동안 신혼생활을 즐기다 아이를 갖고자 2년 남짓 노력하였으나 좋은 소식이 없어 불임 환자로 내원한 경우이다.

검사 결과, 원인은 부인에게 있었고 자궁내막증 때문이었다. 그 정도가 심하여 수술을 시행하였고 수술 후 바로 적극적으로 아기를 갖고자 하였다. 몇 차례의 시험관아기시술에도 좋은 소식이 없었고 소위 아는 사람들(?)은 아이 갖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는 사람들 가운데는 그 부인의 아버님도 계셨다. 불임치료의 전문가로 어느 대학병원의 교수셨는데 알면서도 모른 척해야 하는 그 괴로움이 오죽하셨을까 싶다.  

그 전화는 한동안 얼굴을 보지 못 하다가 작년 여름, 남편과 휴가를 다녀온 후 걸어온 것이었으니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 일 이후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명의(?)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그 비법은 여행에 있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일상에서 벗어난 곳에서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다. 해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한 잔의 와인을 기울이며 사랑을 속삭이노라면 의학적으로 아이 갖기 힘든 상황마저도 극복할 수 있다니 이만하면 놀라운 비법이 아닌가?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불임을 병으로 보지 않고 있다. 다만 아이 갖는 상황이 조금 어렵고 시간이 걸릴 뿐이지 불임 환자라는 말은 지나친 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고객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

그동안 이들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휴양지를 찾아나서는 이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내년 이 맘 때쯤이면 이들도 그 대열에 합류하여 둘째 소식을 전해주지나 않을까 기대해 본다.      

진정한 불임은 없다고 생각한다.
불임을 전문으로 하는 나를 무색케 한 그 전화를 받고 보니 하늘이 내린 축복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박찬우 선생은 한림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불임 전문의로 현재 삼성 제일병원 산부인과에 재직 중이며,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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