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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손미나 - 일도 여행도 정열의 카르멘처럼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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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양들이 좋아하는 풀은 눈을 감고서도 찾을 수 있고, 양을 제 값에 팔아야 하는 시기까지도 정확히 계산에 두고 있는 목동 산티아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왠지 모를 공허함이 있다. 우연히 만난 노인은 목동에게 엄청난 보물이 있는 피라미드로 떠날 용기를 준다. 길 위에서 그는 집시 여인, 늙은 왕, 도둑, 낙타몰이꾼, 아름다운 연인 파티마 등 수많은 사람과 조우하고 절대적인 사막의 침묵과 죽음의 위협을 경험한다. 그리고 마침내 연금술사를 만나지만 사실 보물은 그가 양을 몰며 꿈을 꾸던 고향의 나무 밑에 있었다.

힘든 여정을 겪고 도착한 피라미드에 보물이 없다는 것이 포인트인 것 같아요. 결국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할 때 마음 속에 유토피아가 있다는 거죠. 하지만 꿈을 꾸지 않았다면, 또 떠나기로 결심하지 않았다면 그 숱한 상황들을 통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겠죠.”

손미나 아나운서는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연금술사>의 주인공인 목동 산티아고를 빗대어 2004년 스페인으로 훌쩍 떠났던 심경을 설명한다. 9년차로 KBS의 간판 아나운서의 자리를 내버려두고 떠나면 어떡하냐고, 결혼은 또 어떡하냐고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두려워서 떠나지 않았다면 저는 영원히 그때의 내가 가진 것들에 만족해야 했을 거에요. 긴 여정을 통해 자아를 찾는 목동처럼 지금 가진 것들을 벗어 버리고 낯선 땅에서 나를 만나니 비로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어요.”

언어, 세상과 통하는 또 다른 窓

언어를 통해 세상의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는, 그녀의 어학 공부에 대한 욕심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라틴문화에 관심이 많아 92년 고려대 서어서문학과에 입학한 뒤 94년 호주 멜버른 외곽의 모나쉬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갔던 시절은 끔찍하게도 외로웠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것도 처음이려니와 남극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뼛속을 파고드는 시린 바람, 거기다 한꺼번에 세 개 외국어를 배우겠다고 영어로 스페인어와 불어 수업까지 들으며 밤이면 3개 국어를 통역하는 악몽을 꿨다.

같은 해 11월에는 뉴칼레도니아로 한 달간 불어 어학연수를 떠났다. 아침에 눈을 뜨면 주위에 널린 열대 과일로 배를 채우고 맨발로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바로 해변으로 달려가 노을 지는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섬 처녀’로 지냈다.

손미나가 회상하는 최고의 황금기는 무작정 스페인으로 건너갔던 1995년. 1년 동안 스페인에서 공부하며 잠깐의 여행으로는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웠다. 

“하루하루가 영화 같았어요. 하지만 그때는 학생이라 여행을 즐기지 못했어요. 그래서 살다가 쉼표가 필요하면 꼭 다시 스페인에 오겠다고 생각했죠.”

그 후 2004년 휴직을 감행하며 다시 찾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SIC방송국에서 연수를 받던 중 바르셀로나대학과 미국 컬럼비아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언론학 석사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도전해 학위를 받았다.
그녀의 노력이 이쯤 되니 스페인어는 모국어만큼이나 친숙하다.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 교사 자격증까지 있어 바르셀로나 국립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해 한국어 강의를 했고 청와대의 한 행사를 유창한 스페인어로 진행한 뒤 노무현 대통령이 그녀의 스페인어 실력을 공개적으로 칭찬해 박수를 받았을 정도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국내에서도 후배 양성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포부.

6대주, 그의 발도장을 찍지 않은 곳이 없다

ⓒ 트래비

이 사람, 알고 보면 자타공인 여행마니아다.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북남미와 유럽까지 6대주에 발도장을 찍었다니. 그런 그녀의 여행에 대한 원칙 하나. 

“사람들은 여행을 가서 복잡한 일들을 정리한다는데 여행 가서는 즐기는 게 최선이에요. 어차피 떠나서 고민해 봤자 해답도 없잖아요. 모든 것은 여행지에 내맡기고 온전히 여행을 즐기고 돌아와서 다시 현실로 완벽하게 복귀하는 거죠.”
그래서 여행을 다녀오면 몸에 전기 플러그를 꼽아 배터리를 충전시킨 느낌이다. 그에게 여행이란 스승인 동시에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다. 

너무 다 좋아서 실패한 여행지가 하나도 없다는 그녀. 그중에서도 97년 <기차 타고 세계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운 좋게도 첫 출장지로 결정된 아프리카는 잊을 수가 없다. 한번은 길을 잘못 들어 한 원시부족 마을로 들어갔다. 손미나와 일행은 ‘창’을 든 눈동자만 하얗고 온통 까만 사람들에 둘러싸였다. 게다가 그 부족의 전통인지 얼굴의 반을 불로 지진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차 창문을 닫고 36계 줄행랑을 쳤다. 

“그들은 맨발이고 우리는 차 안에 있었는데도 그렇게 무서운 거에요. 무지하기 때문에 무서웠던 거죠. 사람은 앞을 못 볼 때, 바로 앞이 절벽인지 뭔지 모를 때 두려운 거잖아요. 타인을 ‘알고’ ‘이해하면’ 무섭지 않아요. 여행이라는 게 바로 그런 ‘이해’를 배우는 것 같아요. 몰랐던 세계를 ‘아는’ 방법을.”

그래서 미지의 세계인 아프리카가 아직까지는 위험한 곳임에 틀림없지만 꼭 다시 가보고 싶다. 아프리카의 자연이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속의 장면보다 100배는 더 멋진, 말로는 모두 표현을 못 할 정도로 장관이다. 한쪽에는 수십만 마리의 홍학 떼가 노닐고 또 한쪽에는 기린과 코끼리, 버팔로가 뒤섞여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바다도 그 어느 나라와 비교도 안 된다. 그물을 던지면 상어가 잡히고 헤엄치는 돌고래를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다. 

“초원에서 마시는 커피의 맛은 정말 대단해요. 또 해 뜨고 해 지는 모습을 보면 와, 이게 정말 태양이구나. 내가 여태껏 진짜 태양을 못 봤던 거구나….”

‘아나운서’라는 고정적인 이미지의 틀에 속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와 자기 발전을 시도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프로’를 느낀다. 여행이란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주는 ‘상’이라고 말하는 그녀와의 만남이 실로 유쾌했다. 일도 공부도 여행까지도 정열의 카르멘처럼 후회 없이 열정적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손미나 아나운서의 모습을 보며 나의 지난 여행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여행을 계획한다.   

손미나의 ‘특별한 여행 만들기’에 관한 몇 가지 제안

하나, 여행을 갈 때에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여행을 갈 때는 ‘주제’나 ‘목적’을 정한다. 이번 여행은 무조건 쉬러 가는 여행이라면 시계도 핸드폰도 두고 떠난다. 그 나라 문화를 보려면 확실히 사전에 공부를 한다. 또 여행 중 만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6mm 카메라를 들고 촬영도 준비한다. 한번은 <오체 불만족>이라는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 NHK와 일본잡지 <문예춘추>의 도움으로 저자인 오토다케 히로타다를 만나 인터뷰를 한 뒤 자기만의 컨텐츠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둘, 스페인 여행을 준비한다면!-

스페인은 한번에 보기에는 너무도 볼 게 많다. 스페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원한다면 여행의 인프라가 탄탄한 마드리드를 권한다. 스페인 남부의 안달루시아는 뜨거운 정열의 축제들이 그득하다. 또 스페인 북부의 산세바스티안은 프랑스와 스위스 느낌이 나는 독특한 곳이다. 이것저것 모든 것을 다 즐겨 보고 싶다면 바르셀로나를 선택하는 게 좋다. 모던한 분위기 속에 스페인의 고유한 전통까지도 고스란히 느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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