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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9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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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치는 연기, 빅토리아 폭포 

혹시 날아다니는 무지개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무지개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신 적은요?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집 옆에는 항상 기차가 지나다녔었죠. 그 기찻길 끝에 수양버들을 배경으로 무지개가 뜨곤 해서, 그때 무지개는 저에게 꿈을 심어 주던 중요한 친구였어요. 그러나 나이테가 시나브로 두꺼워지면서, 언젠가부터 무지개를 잊고 살았었죠. 그런데 오늘은 글쎄, 그냥 무지개도 아니고 날아다니는 무지개를 봤어요. 며칠 전 빅토리아 폭포(Victoria Falls)의 레인보우 폭포와 빅토리아 브리지 사이에 그려진 환상적인 무지개를 보고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날아다니는 무지개가 마치 잡을 수 없는 꿈처럼 그렇게 아름답게 눈앞에 펼쳐져 오랜만에 무아지경에 빠졌었답니다.

짐바브웨와 잠비아에 걸쳐 있는 빅토리아 폭포. 무지개는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의 에너지를 뿜고 있는 그 폭포 위에 살포시 얹혀져 있더군요. 폭포의 장엄함을 좀더 잘 느끼기 위해 헬리콥터를 탔는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무지개 선물이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그림 같은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이곳은 말씀드린 대로 빅토리아 폭포인데요. 1855년 아프리카에서 활약하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선교사 데이비드 리빙스턴이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평범한 이름보다 ‘모시 오아 퉁야’라는 이름이 더 마음에 듭니다. 모시 오아 퉁야는 아프리카 토착민인 칼롤로로지 족이 이 폭포에 붙인 이름인데요, 뜻은 ‘천둥 치는 연기’랍니다. 언뜻 ‘폭포가 웬 연기?’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빅토리아 폭포에 가시면 바로 이해하시게 됩니다. 

폭포가 만들어내는 낙수에서 피어 오르는 물방울들의 키가 주변의 언덕보다 높아서 협곡 위를 뒤덮거든요. 그래서 수킬로미터 밖에서도 폭포가 만들어내는 물안개를 볼 수 있고, 그 물안개가 마치 연기처럼 보이는 것이죠. 처음에는 불이 난 줄 알았다니까요. 

빅토리아 폭포의 규모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숙소에서도 모두가 잠든 새벽에는 빅토리아 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으니까요. 

무려 폭은 1,800m에 낙차는 108~150m에 이르거든요. 상상이 가시나요? 그림이 잘 안 그려지신다면, 빅토리아 폭포에 물을 내려 보내는 잠베지강의 면적을 말씀드리죠. 한반도의 6배가 넘는다는군요. 이제는 그 규모가 짐작이 가실라나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폭포의 풍경도 풍경이지만, 동화 속 한 장면처럼 폭포에 걸쳐 있는 무지개, 바로 옆 사람과 이야기할 때도 목소리를 높여야 할 정도의 굉음, 바분(원숭이 종류) 가족들과 이집션 거위들을 보는 것도 빅토리아 폭포를 아름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들이죠.

 


참, 빅토리아 폭포 국립공원에 가실 때는 꼭 우비를 준비하셔야 해요. 안 그러면 비 맞은 생쥐 꼴이 되기 십상이거든요. 바람이 언제 폭포에서 올라온 물방울들을 뿌려댈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빅토리아 폭포를 보기에 특히 좋은 시각은 일출 때와 일몰 때예요. 일출 때는 폭포의 장엄함 속에서 대지와 잠베지강이 깨어나는 모습을 보실 수 있구요, 일몰 때는 하늘이 오렌지빛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거든요.
국립공원에 들어가니 왼쪽에 폭포를 발견한 리빙스턴의 동상이 있고 데블스 캐터랙트(Devil’s Cataract), 메인 폴스(Main Falls), 호스슈 폴스(Horseshoe Falls), 레인보우 캐터랙트(Rainbow Cataract), 암체어 캐터랙트(Armchair Cataract), 이스턴 캐터랙트(Eastern Cataract) 등에 전망대가 설치돼 있더군요.

각각 빅토리아 폭포의 다른 모습들을 보여 주는데요, 저는 특히 데블스 캐터랙트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폭포의 괴력 속으로 빨려들 것 같아서 얼마나 무섭던지요. 

혹시 빅토리아 폭포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보름달이 뜨는 날에 일정을 맞춰서 가세요.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보름날에는 빅토리아 폭포 뒤로 펼쳐지는 달 무지개를 보실 수 있으실 테니까요.


또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활동파라면 여행일정을 길게 잡으세요. 잠베지강의 래프팅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번지 점프(111m)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거든요. 운이 좋으면 번지를 하면서 무지개도 잡을 수 있답니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저와 함께 그 아찔함을 나눠 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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