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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의 캐나다 배낭여행 일기 5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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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blog 면에 연재되고 있는 채지형의 배낭여행 일기는 6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아프리카에 이어 아메리카 대륙으로 발길을 옮긴 채지형씨는 지금도 여전히 여행중입니다.

로키는 야생 동물들의 세상

 ‘오 마이 디어’
버스 드라이버 쇼나의 나직한 외침에 이어, 밴프를 출발한지 몇 분 되지 않은 버스는 갑자기 길 한 가운데 서 버렸다. 지난 밤 밴프의 유명한 바인 펌프앤 탭 타번(Pump& Tamp Tavern)에서 광란의 밤을 보낸 젊은 여행자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갑작스런 급정거에 무슨 일인가 고개를 버스 밖으로 빼꼼히 내밀었다.

 

                                                                                          ⓒ 트래비


아니, 차가 다니는 사거리 한 가운데 포토 제닉 감 사슴 한 마리가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이 곳이 로키라고 해도 그렇지, 아직 시내를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사슴이 출현하다니! 잠이 후다닥 달아나고 눈이 똥그래졌다.


불현듯 아프리카에서 즐겼던 게임 드라이브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로키의 야생동물 게임 드라이브가 시작되는 것인가? 로키를 여행하다 보니 고속도로나 시내 도로에 무스나 엘크를 조심해 달라는 표지판이 자주 눈에 보였다. 아프리카에서는 코끼리 주의 표지판을, 사막에서는 낙타 조심 표지판을 봤었는데, 이 곳에서는 무스와 엘크, 곰 주의 표지판이 붙어 있는 것이었다.


사슴 소동을 한바탕 벌인 후 밴프를 뒤로 하고 재스퍼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재스퍼 국립공원까지 가는 길에는 로키의 대표적인 볼거리 두 가지가 있었다. 세계 10대 비경 중 하나로 꼽히는 레이크 루이스와 얼음 두께가 에펠탑 높이에 달한다는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빙하가 그것.


밴프에서 레이크 루이스까지는 57km. 빅토리아 여왕의 딸 루이스 공주의 이름을 딴 이 호수는 몇 년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드라이버 쇼나는 레이크 루이스에 도착하자 ‘그냥 보지 말고 빠져봐’라고 주문했다.


쇼나의 말이 아니더라도 내 가슴은 이미 레이크 루이스 표지판을 보면서부터 콩콩 뛰고 있었다. 서울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 곡 ‘레이크 루이스’를 들으며, 위안을 삼아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레이크 루이스를 연주하던 나이든 피아니스트의 모습은 나에게 레이크 루이스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었다.


그러나 호수 앞에 다가 갔는데 눈이 내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서 속상해 하고 있는데, 장난꾸러기 친구 마크는 ‘왜 그래? 우린 운이 좋은 거야. 눈 내리는 호수의 모습을 본 거잖아’라고 위로하는 것이 아닌가. 언제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마크의 사고가 존경스러웠다.


그러나 레이크 루이스의 풍경을 제대로 보고 싶어 일본 친구 유키코와 함께 밴프에서 하룻밤을 더 묵었다. 다음날, 가이드가 알려준 대로 소복이 쌓인 눈을 헤치며 30분 정도 올라갔다. 그랬더니 그 앞에 눈이 시린 풍경이 등장한 것이 아닌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레이크 루이스의 청명한 옥색 빛깔과 샤또 레이크 루이스의 절묘한 조화가 그 어떤 풍경보다 멋진 그림을 선물했다.

 

ⓒ 트래비


유키코와 나는 오른쪽으로 난 산책길도 돌았다. 평평한 길이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안성맞춤이었다. 회계사인 유키코는 1년간 인생경험을 위해 캐나다에 왔다고 했다. 이번 서부 여행이 끝나면 켈로나라는 도시에서 웨이트리스를 해볼 생각이라고. 수다를 떠는 우리 옆을 두 손을 꼭 잡은 나이 지긋한 부부들이 지나갔다. 얼마나 그들이 보기가 좋은지. 그 어떤 애정 행각보다도 손잡고 나란히 걷는 그 분들의 사랑이 더욱 애틋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유키코와 나는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우리가 할머니가 되면 꼭 저 분들처럼 여행하자고 약속했다.


아쉬운 레이크 루이스를 뒤로 하고 재스퍼를 향하는 길은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로 이어졌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코스. 3000m가 넘는 고봉들이 머리에 흰색 꼬깔 모자를 쓰고 양쪽에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햇살이 꼬깔 모자에 떨어져 만들어낸 빛은 눈을 뜨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차 안에 앉아 잇는 것 만으로도 아이맥스 영화관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행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케빈은 친절하게도 유리창 밖의 전망이 잘 보이도록 유리창을 손수 닦아줬다. 그의 배려가 고마웠다. 역시 길 위에서는 배우는 게 많다.


숨막히는 풍경은 아이스필드 파크웨이가 끝나가는 지점에 나타났다. 맨하탄의 5배, 밴쿠버의 2배가 넘는 크기의 빙하로 채워져 있다는 콜롬비아 빙하. 피라미드는 물론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까지 묻을 수 있을 정도로 빙하가 깊다고 했다.


콜롬비아 빙하 중에서도 우리가 오른 곳은 아사바스카 빙하(Athabasca Glacier). 아사바스카 빙하는 콜롬비아 빙하 중에서도 아무런 장비 없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강풍에 손가락을 호호 불며 빙하 위로 올라갔다. 올라가기도 전에 빙하 위에 쌓인 눈은 무기로 돌변했다. 눈싸움이 시작된 것. 눈을 만나자 모두들 어린애로 돌아간 듯 눈싸움을 해댔다.


잠시 숨을 돌리며 자연의 놀라움에 경탄하고 있는데, 영국에서 온 수잔이 ‘지형, 눈 날아가는 것 좀 봐’라고 했다. 빙하 위를 날아다니는 눈은 사막 위의 모래와 닮아 보였다. 허전함과 자연의 아름다움, 묘한 느낌을 주는 게 비슷했다.


아쉬운 아이스필드 파크웨이가 끝나고 우리는 ‘옥’이라는 뜻을 가진 재스퍼 숙소로 들어갔다. 재스퍼 시내에서 70km 떨어진 숙소, HI-아사바스카 폴스에서는 밖에 있는 휴지통에 먹을 것을 절대 버리지 말고 치약을 떨어트리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주변에 곰이 살고 있기 때문에 냄새를 맡고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사슴을 만난 것으로 시작해 엘크와 무스 표지판을 보고 곰 이야기로 막을 내리는 하루였다. 이렇게 또 로키에서의 아름다운 날이 하루 저물었다.


Travie Writer 채지형 pinkpuck@dreamwiz.com

 

캐나다 여행에 유용한 웹사이트


캐나다의 인터넷 속도는 나쁘지 않은 편으로, 밴쿠버에서는 30분에 약 1달러, 밴프에서는 10분에 1달러 수준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캐나다 관광청 www.travelcanada.or.kr
축제와 공연, 스포츠 정보 www.ticketstoight.ca
브리티쉬 컬림비아 관광청 www.hellobc.com
휘슬러 여행정보 www.mywhistler.cm
빅토리아 여행정보 www.tourismvictoria.com
로키 여행정보 www.bcrockies.com
레스토랑 가이드 www.westrestaurant.com
일간신문 밴쿠버 선 www.vancouversun.com
밴쿠버 공항 www.yvr.ca
숙박정보 호스텔링 인터내셔널 www.hihostels.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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