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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의 캐나다 배낭여행 일기 6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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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배낭여행기는 이번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아프리카와 유럽을 거쳐 북미에서 중남미로 발길을 옮긴 채지형씨는 지금도 여행중입니다.


오감이 즐거운 오카나간 밸리 와이너리

                                                                                              ⓒ 트래비


에메랄드 레이크에서 만난 60대 부산 할머니가 ´아가씨도 호수 여행 왔수´라고 물을 정도로, 캐나다 여행에서 호수는 맛있는 찐빵의 앙꼬나 마찬가지다. 레이크 루이스를 비롯해 모레인, 오카나간, 칼말카, 카우카와 등 수많은 호수들이 캐나다 구석구석을 아름답게 빛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름을 날리는 호수는 레이크 루이스지만 페이토(Peyto) 호수도 레이크 루이스 못지않은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 줬다. 호수들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페이토 호수는 1890년대 로키의 전설적인 가이드 빌 페이토의 이름을 딴 호수로 초록빛 물빛이 물감을 풀어놓은 것만 같다. 특히 눈 숲을 헤치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페이토 호수는 장엄한 설산과 조화를 이루며 말로 표현하지 못할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 트래비

페이토 호수를 지나 로키에서 밴쿠버로 돌아가는 길에는 레벨스톡(Revelstoke)과 켈로나(Kelowna)라는 도시에서 묵었다. 레벨스톡은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가 스키를 즐기는 ‘헬리 스킹’이 유명한 곳. 겨울이 되면 헬리 스킹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 도시로 몰려든다고 한다.


레벨스톡을 지나 켈로나로 가는 길은 계절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산꼭대기에서 은빛을 반짝이던 눈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두텁게 껴입었던 옷들을 하나하나 벗어 던져야 할 정도로 날씨는 따뜻해졌다.


가이드인 쇼나는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칼말카(Kalmalka) 호수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뽑은 세계 10대 호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칼말카 호수는 호수 자체가 인상적이기보다는 낙엽 지는 나무로 가득한 공원과 오리들이 떠 있는 호수가 그려낸 평화로움이 일품이었다. 칼말카 호수가 10대 호수 중 하나로 뽑힌 이유도 바로 이 햇살 아래 빛나는 평화로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상큼한 과일과 치즈 토마토를 빵 사이에 끼워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피크닉 테이블에 샌드위치를 펼쳐놓고 가을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겼다. 저 쪽에서는 꼬맹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가 낙엽과 호수를 배경으로 아이들 사진을 찍어 주느라 바쁜 가을날을 보내고 있었다.


찰나 같은 2시간이 지나고 자리를 털어야 할 시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인 ‘오카나간 밸리(Okanagan Valley)’로 향했다.

 

 ⓒ 트래비


3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길 왼편에 그림 같은 포도밭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오카나간 밸리로 접어든 것. 일단 와인 맛을 보기 위해 ‘그레이 몽크(Gray Monk)’라는 전통 있는 와인 양조장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맛을 본 와인은 피노누아(Pinot noir)와 샤도네이(Chadonney), 그리고 래티튜트(Latitude) 50. 진한 오크향이 코를 찌르더니 입 안을 한 바퀴 감싸고 돈다. 와인들은 각각 개성을 보여주듯 다른 향과 맛으로 혀와 코를 자극했다.


와인을 따라 주던 와인 에듀케이터는 오카나간 밸리가 일조량이 많고 습기가 적어 맛있는 포도를 만들어내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88개나 되는 양조장에서 포도주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명물 아이스 와인을 시음하기 위해서는 2달러를 별도로 내야 했다. 그래도 캐나다까지 와서 아이스와인 맛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이스 와인을 한잔 앞에 두고 다시 한번 아이스 와인의 달콤함에 푹 빠졌다.


입 안을 감도는 와인 향에 취해 야외 레스토랑이 있는 곳으로 나가보니 오카나간 호수를 배경으로 한 포도밭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 프랑스의 보르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스텔렌보쉬 등 이곳저곳의 포도밭들을 적지 않게 돌아다녀 봤지만 호수, 산과 어우러진 오카나간 포도밭에 버금가는 황홀한 풍광을 가진 포도밭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날 저녁 우리 일행은 그레이 몽크에서 사온 와인으로 와인 파티를 벌였다. 내 옆에 앉아서 얼굴이 발그레해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던 마가렛과 앤 할머니는, 한 달째 두 분이 캐나다 배낭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60세가 훌쩍 넘으셨지만 그 어떤 젊은이들보다 활동적으로 여행을 즐기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매순간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하며, 다른 여행자들과 쉽게 마음을 나누는 할머니들. 얼굴이 발그레해질 때까지 와인 잔을 기울이다 보니 우리는 나이를 초월해 친구가 됐다.


나는 세월이 더 흘러도 그들의 여행에 대한 열정과 우정이 변하지 않기를, 그들은 나의 여행에 대한 열정이 더욱 단단해지기를 서로 기원해 주며, 지구 어디에선가 다시 만나자며 은근한 눈빛을 나눴다. 

 

 

배낭족들의 재미를 책임진다! 유스호스텔 체인 ´세임선´

 

´열심히 놀아라!(Play hard!)´ 유명 유스호스텔 체인 ´세임선(SameSun)´의 모토가 이것. 유스호스텔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이 플래카드는 항상 ´열심히 일해라´에 익숙한 눈을 한번에 사로잡았다. 캐나다의 밴쿠버를 비롯해 켈로나, 레벨스톡 등 8개의 네트워크가 있는 세임선(www.samesun.com)은 모토만큼이나 매일 재미있는 이벤트가 신선하게 준비되어 있다.


세임선의 매니저 티모시는 "다른 유스호스텔과 가장 다른 점은 ‘재미(fun)’라며 “단지 숙박 공간이 아니라 여행자들이 함께 모여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월요일은 맥주 공장 투어, 화요일은 코미디 영화 함께 보는 날, 수요일은 비어 파티 등 매일 다른 이벤트가 벌어진다. 또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부엌 시설도 세임선의 장점. 재료만 있으면 어떤 요리든 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다.


티모시는 “이벤트뿐만 아니라 스키 패키지 등 여행자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 중”이라며 “지금은 서부에만 네트워크가 있지만 앞으로는 동부 쪽으로 지점을 넓혀 더 많은 여행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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