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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제 6탄 상하이 Ⅰ ④ - 동방명주에 붉은 해가 걸리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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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오늘은 각자 하루를 보내고 오후 2시 10분 공항 카운터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각자 보고 싶은것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여행이란 때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도 싶은 법이다. 당일 저녁, 가게문을 열어야 하는 엄마는 호텔에서 쉬고 혜영은 이른 새벽 와이탄의 일출과 상하이 미술관을, 기자는 유일하게 보고파했던 프랑스조계지를 찾아가기로 했다. 


 
동방명주에 붉은 해가 걸리다
 

 우뚝 솟아 있는 동방명주 타워에 해가 뜨다가 잠시 걸린다는 소문이 있었다. 지난해 여름, 배를 타고 중국을 갈 때 보았던 일출과 일몰의 광경이 채 잊혀지지 않았던 차, 또다시 일출을 보고 싶었다. 호텔 프론트에 가서 ‘日出 Time’을 물어보고(다양한 외국어를 소화해 내는 나!) 다음날 아침 달랑 카메라만 들고 택시를 타고 와이탄으로 향했다. 도시는 저녁의 그 화려함을 황폐함의 느낌으로 바꾸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푸동지구를 잘 찍기 위해 와이탄을 따라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면서, 연을 띄우는 사람들, 태극권 하는 사람들을 지나친다. 떠오르는 해를 배경 삼아 줄을 맞추어 태극권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 트래비

상하이박물관의 감동을 이어 상하이미술관으로!

다양한 문화와 감성들이 공존했을 법한 큰 나라의 역사에서 받았던 감동은 미술관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택시기사에게 미술관 주소를 짚어 주고 찾아 들어간 곳은, 아뿔사 ‘상하이도시계획전시관(The Shanghai Municipal Planning Exhibition Cente)’이었다. 잘못 찾아 들어온 것이었다. ‘어차피 들어왔으니’ 스스로를 토닥거리며 상하이의 이모저모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도시라는 인상이 짙게 남았다. 상하이 갈 일이 있으신 분들, 박물관과 미술관의 위치를 잘 알아보고 가시도록!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도시계획전시관 입장료 20위안.

마지막 여행지, 바다 속으로 풍덩!

사실, 엄마도 나도 커다란 수족관에는 가본 적이 없다. 집에서 키우던 금붕어가 왔다갔다 하던 수조만 봐 왔던 나로서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매표소에서부터 말썽이었다. 바로 공항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트렁크를 끌고 나왔는데, 맡아 줄 수 없다니!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며 몇 번이고 부탁했지만 우리는 결국 덜컹거리는 가방을 끌며 수족관을 돌아다녀야 했다. 수족관 입장료 110위안.

 
ⓒ 트래비

엇! 공항까지 7부운!!

드디어 소문으로만 듣던 자기부상열차를 타러 갔다. 당일 항공 티켓이 있을 경우 40원으로 할인해 주어서 전자티켓임을 증명하는 용지를 들이댔지만, ‘요고이 무엇이오~ 아니되오~ (자의석 해석)’ 도통 이러는 통에 결국 50원을 다 주고 기차를 탔다. 수많은 여행객들 속에서 청소하는 언니가 방긋 웃어 주셨다. 엇! 어느새 기차는 437km의 속도로 달린다. 슁슁~ 지나가는 상하이의 시골풍경이 왠지 낯설지는 않았다. 엄마와 마주보며 서로 정말 너무 좋았던 여행이었다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손을 꼭 잡았다. 아름답고 신명나는 여행이었다. 

*이 글은 박혜영씨가 다녀온 후 직접 쓴 글이다.


기자언니의 하루
상하이 숨은 매력을 찾아 걷고 또 걷고 



ⓒ 트래비

1. 유럽풍 집에 걸린 빨래. 비가 오면 쉽게 접을 수 있게 허수아비처럼 널어놓은 모습이 재미있다. 
2. 시난루의 거리풍경
3. 화이하이중루 거리풍경

다른 날보다도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혜영을 따로 보내고 찾아 나선 길은 상하이를 방문하면 꼭 가보고 싶던 프랑스조계지였다. 사실 어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방문한 이후 나서서 프랑스조계지를 찾았지만 실패했다.
프랑스조계지를 찾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루쉰공원에서 만난 한 한국인이 사진을 찍으려면 프랑스조계지를 찾아가라는 조언을 해주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얼마 전 읽은 이인화의 소설 <하비로>의 잔상 때문이기도 했다. 

1930년대 암울했던 일제 강점 시기, 상하이에는 독립투사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때 젊은이들 중 일부는 무정부주의자나 현실도피주의자가 되어 상하이 거리를 유흥과 향락으로 떠돌기도 했다. 하비로는 그 시대 젊은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추리물로 다룬 소설이었는데 프랑스조계지를 비롯한 당시 상하이의 분위기가 잘 묘사돼 있었다. 

상하이에는 예전 19~20세기 초 형성된 조계지의 모습이 지금까지 잘 남아 있었다. 중국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일본 등의 모습도 간직한, 국적 불명의 도시가 바로 상하이다. 

어제의 실패를 발판 삼아 오늘은 <론리 플래닛> 상하이편에 안내된 프랑스조계지 첫 번째 산책로를 시간되는 한도 내에서 따라 걸어 보기로 했다. 황피난루(Huangpi Nanlu) 역에서 시작해 신천지, 가오란루의 푸싱공원, 성니콜라스성당, 시난루의 쑨원과 저우언라이(주은래, 周恩來) 생가, 뤼진에루의 뤼진 게스트하우스, 샹시난루의 꽃시장, 타이유안루의 상하이 공예박물관, 펀앙루의 푸쉬킨 동상을 거쳐 헝산루의 지하철까지 이르는 코스다. 

여기서 어제 지나갔던 신천지를 빼고 푸싱공원에서 시작해 푸쉬킨 동상까지 산책을 마쳤다. 약 3시간에 걸쳐 산책을 마친 후의 느낌을 결론부터 말하라면, ‘이것이 바로 상하이의 숨은 매력이구나’하는 것이었다. 


ⓒ 트래비

복잡한 대로와는 달리 큰 길 안쪽으로 난 작은 길을 거니는 이 코스는 조용하면서도 현대와 근대가 어울린 상하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코스다. 유럽풍의 세련된 건물 밖으로 걸려 있는 빨래,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는 사람들, 음력설을 앞둔 상하이 사람들의 들뜬 표정, 한자로 쓴 광고문구마저도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거리의 상점, 골목 사이 숨겨진 분위기의 색다른 바와 레스토랑, 쑨원과 저우언라이 생가(기념관으로 꾸며져 있다) 등 잔잔한 볼거리들이 조용히 가슴을 파고들며 몰입하게 만드는 영화처럼 감동을 줬다. 

푸쉬킨 동상에 앞서 펀양루 가운데쯤 위치한 제과점 ‘델리 & 베이커리(Deli & Bakery)’에서 맛본 케잌 한조각과 커피 한잔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케잌 한조각 입에 물곤 감격에 겨워 싱글거릴 정도였다. 여행은 그렇게 불쑥 내린 새벽이슬처럼 예기치 않게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 혜영의 여행소감 

즐거움과 설렘으로 시작한 상하이 여행은 사실 엄마를 많이 알게 된 큰 계기가 되었다. 그냥 마냥 ‘엄마’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딱 거기까지가 엄마의 모습이라 생각했었다. 강인하고 열정이라는 단어가 너무 잘 어울리는 엄마,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줄 것 같은 엄마. 그런데 여행 중에 내가 만난 엄마는 많은 설렘과 많은 호기심을 간직한 영락없는 소녀였다. 아무래도 엄마와 단둘이 처음인 여행이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엄마가 이번 여행을 ‘첫사랑 같은 여행’이라는 말을 하셨는데, 정말 ‘딱!’이다. 

지도를 들고 다녀야 하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인 터라 떨리는 마음 때문인지 책과 지도 위주로 여행 준비를 했다. 인터넷과 책을 이용한 사전 공부는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결정적으로 지도와 예산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다. 지도는 어려운 표기 덕분에 세 가지를 동원해서 봐야 했다. 좀더 괜찮은 지도가 있으면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그리고 예산은, 분명 2005년 개정판 안내서를 참고했는데 책에 적힌 입장료와 실제 입장료가 차이가 많이 나서 문제가 생겼다. 꽤 유명한 책이었는데 너무 화가 났다. 꼭 그 출판사에 연락해서 고치라고 해주어야겠다. 

한국에 돌아와 회상하니, 꿈만 같은 여행이었다. 그리고 엄마랑은 한결 더 친해져 있었다. 이렇게 뜻깊은 여행을 하게 해준 트래비, 너무너무 고맙다. 그리고 너무너무 좋은 우리 기자언니들도! 앞으로도 꾸준히 트래비와 여행을 사랑하며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노라 다짐해 본다.

◆ 엄마 손병란씨의 여행소감 

참 바쁘게 살아 왔다. 남들은 많이 다녔다는데 이제야 첫 해외여행이라니, 그것도 딸과 함께라니  많이 들떴다. 우왕좌왕하기도 했지만 직접 부딪히며 몸소 체험해 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앞으로 여행 많이 다니면서 살 작정이다. 벌써부터 4월에 아는 사람들과 일본에 가기로 했는데 가슴이 설렌다. 무엇보다도 딸과 가까워지는 여행이었다. 우리 딸이 이런 면도 있었구나 새삼 느꼈다. 야무진 혜영이에 대한 소소한 걱정은 잠시 접어도 좋을 거 같다.

◆ 기자의 여행소감 

여행이 일이 되다 보면 여행이 즐겁기보다 때론 피곤함부터 느낀다. 최근 그랬다. 하지만 이번 상하이 여행이 잠자고 있던 여행에 대한 욕망의 불씨를 지폈다. 올해 가방을 메고 짧게라도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엄마와 여행을 즐기는 혜영이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조금 일찍 상하이 출장 준비를 했다면 나도 엄마를 모시고 올 것을… 출발부터 사진기자의 여권을 사무실에 놓고와 한바탕 난리를 치루고 혼자서 첫날 독자들의 여행을 스케치하다가 예원에서 굴러 넘어지는 수난을 겪는 등 심상치 않게 시작한  상하이 여행이었지만 그런들 어떠리, 좌충우돌하는 것마저 여행의 재미인 것을.

◆  상하이 남들은 이렇게 논다

비즈니스 여행객 또한 많은 상하이 여행의 대표적인 테마는 쇼핑이다. 상하이의 쇼핑은 기존의 쇼핑 관광지로 명성을 쌓아 왔던 홍콩과 싱가포르 등의 기세를 치고 올라오고 있다. 앞서 소개된 상양시장 외에도 상하이에는 우리의 남대문시장과 같은 보세, 노점 시장이 대단위로 형성돼 있다. 도자기, 약재 시장과 같이 전문 시장도 즐비하다.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메이드 인 차이나’의 위세를 고려하면 품질이나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듯하다. 

명품 및 보석 등을 파는 부티크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후아힌루의 대형 부티크는 이미 소문이 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도시인 만큼 어떤 대단위 단지들이 들어설지 예측하기 어렵다. 

여자들이 상하이의 쇼핑에 매력을 느낀다면 남자들은 주로 골프와 위락시설에 매력을 느낀다고. 상하이 외곽에는 시설 좋은 골프장이 다수 들어서 있어 주말을 이용해 하루, 이틀 골프만 치는 골프족들의 상하이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상하이는 또한 나이트라이프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도시로 부각중이라고 하니 위락시설에 대한 것은 상상에 맡긴다. 

상하이 시내 관광만 할 수도 있지만 가까운 수저우나 항저우 등을 방문할 수도 있다. 수저우는 옛 중국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작은 도시이고 항저우는 트래비 지난 호(2월8일자 35호)에 소개된 대로 아담하지만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정평이 나 있다. 상하이 시내에서 차나 기차로 2~3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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