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돌또기 대표 박재동 - 지나온 거리만큼 마음의 영토도 넓어지더라
오돌또기 대표 박재동 - 지나온 거리만큼 마음의 영토도 넓어지더라
  • 트래비
  • 승인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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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동을 한다면 제주도에 가고 싶어. 가서 속이 시원해지는 국을 먹고 싶다. 멸치젓이나 갈치젓에 밥을 비벼먹어도 좋고. 고등어구이 뱃살도 먹고 싶네.”

매일 아침 한 컷의 시사만화로 속이 시원해지는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었던 박재동 오돌또기 대표는 인터뷰 사진 촬영 도중 대뜸 먹는 애기부터 꺼낸다. 때가 식사할 시간이어서이기도 했지만 타고난 미식가처럼 여행 얘기에 토속적인 우리 음식 얘기를 곁들여 내는 그의 모습이 재밌고 정겹다. 대뜸 “음식 기행은 없냐”고 묻더니 ‘제일 시원한 국’ 얘기가 줄줄이 이어진다.

“시원한 것 하면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 두 가지야. 차가운 것 중에는 자리물회가 최고지. 물회에 된장 풀고 오이를 얼음과 버무려 사각사각 먹으면 ‘죽인다’ 소리가 절로 나오지. 뜨거운 것 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주도 갈치국(각재기국)과 멸치국(멸국)이 으뜸이야. 살짝 비릿하면서도 딴딴한 제주 배추와 먹으면 그 맛이 ‘캬~’ 일품이야.” 그의 말을 듣다 보니 먹어 보고 싶다. 서너 번 제주도를 가 봤지만 각재기국과 멸국은 아직이다. 해외여행 중 선호하는 음식을 물었다. “현지음식을 주로 먹지. 음식에는 나름대로 조화가 있는데 고추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아무데나 넣으면 안 어울리지”하면서도 한국에서 스파게티를 먹을 때면 김치 생각이 난다며 ‘껄껄’ 웃는다.

박재동 대표는 현재 트래비에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을 연재 중이다. 지난 2000년 기획 중인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바리공주> 때문에  34일의 장도에 올랐었다. 코스는 베이징 자금성에서 천산산맥넘어 바양블라크 호수까지다. 음식 얘기는 자연스럽게 실크로드 얘기로 이어졌다.

 

“가기 전에는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뭐’하며 시큰둥했다. 그런데 다녀오고 나니 참 좋다. 한비야(씨)가 그랬다. ‘사람이 다 다르고 다 똑같다’고. 그 말이 딱 맞다. 실크로드 여행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내가 지나온 거리만큼 마음의 영토도 넓어진다는 것이었다. 내가 여행한 곳이 모두 내 땅 같다. 물리적인 땅이 아니라 정신적인 땅을 의미하는 거다. 그곳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는 의미다. 세계와 사람에 대한 인식이 확 넓어지는 거야. 해발 3,000~4,000m 높은 곳에서도 소 치고 양 치고 사람이 살고 있더라. 우리나라만 생각했는데 우리는 전체의 일 부분일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더욱 소중해졌다.”


이런 흥 또는 열정 때문이었을까. 박 대표는 34일간의 여정 동안 5권의 스케치북에 글과 그림(스케치)을 남겼다. 스케치북만 펼쳐도 바로 책이 될 정도로 많은 얘기들이 가득 적혀 있다. 잠깐 스케치북을 넘기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소중한 얘기들이 빼곡히 들어 있다. ‘날 잡아 제대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원래 그렇게 많이 그리려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자꾸 그리게 되더라”며 웃는다.

먼지 많았던 곳이었지만 다녀오니 그 먼지마저도 그리워졌단다. 여정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위구르 족이 살던 마을의 소박한 음악이 흐르던 노천극장. 장편 애니메이션이 완성되면 꼭 그곳에서 상영하고 싶기도 하다. 여유가 되면 비양블라크 호수에 이어 인도 델리, 터키와 유럽에 이르는 장도에도 오르고 싶다고.


최근 한창 <오돌또기> 작품의 물밑 작업 중이다. 애니메이션 <오돌또기>는 제주 4.3 항쟁을 소재로 한 애니매이션. 때문에 제주도는 2~3달에 한번 자주 다니고 있다. 어린이용 만화영화 <삼국유사>도 작업 중이다. “사는 게 여행이지. 틈틈이 인물과 식물 스케치를 해. 하나씩 탐구하는 것도 재밌어.” ‘슥슥’ 본인 캐리커처를 음식이 나올 동안 그린다. 그릴 동안 잠시 침묵. 다들 ‘너무 젊게 그린 거 아니냐’고 한 마디 하자, “나를 그릴 때도 (실물보다) 잘 그린다”며 응수다.


시사만화는 다시 안 하실 거냐는 물음에는 ‘별 생각없다’고. 오랜 기간 꿈이었던 애니메이션을 완성할 거란다. 발표된 지 다소 오래돼 잊은 줄 알았는데 다시 기대가 된다. 그 기대감대로 현실보다도 더 아름다운 실크로드와 제주도가 가득 담긴 그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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