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형의 달콤 쌉싸름한 라틴아메리카 여행일기 2
채지형의 달콤 쌉싸름한 라틴아메리카 여행일기 2
  • 트래비
  • 승인 2006.03.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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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

‘올라, 꼬모 에스따스(Hola, Como Estas)?’ 무슨 말이냐고요? 스페인어로 ‘안녕? 어떻게 지내니?’라는 뜻입니다. 하루에도 볼에 뽀뽀를 하며 수십 번 나누는 인사말이죠.  

라틴아메리카는 대부분 스페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조금이라도 알아야 여행을 즐겁게 할 수 있답니다. 파나마에서 만난 미국인 친구 수잔은 그 나라의 말을 모르면서 여행하는 것은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사실은 여행을 즐겁게 하는 것보다 스페인어를 하느냐 못 하느냐는 생존에 가까운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라틴아메리카에 사는 사람들은 영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죠. 생존 스페인어 몇 마디와 인사말, 숫자를 외워 놨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꼭 펜과 노트를 가지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어 학원이 많기로 유명한 과테말라의 안티구아라는 도시에 머물면서 스페인어를 맛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안티구아는 과테말라 수도인 과테말라시티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인데요, 산으로 둘러쌓인 아름답고 오래된 도시로 오래 전부터 한번 살아 보고 싶은 도시였거든요.

안티구아에서 스페인어 개인 레슨 시작

언어 곤란으로 힘들어하다가 안티구아에 오니 희망의 빛이 보이는 듯하더군요. 안티구아에 도착한 첫날에는 학원 사

냥에 나섰습니다. 인구 3만명밖에 안 되는 안티구아에는 스페인어 학원이 40여 개가 넘는다고 하더군요. 수업은 대부분 개인 레슨으로 수업료는 시간 당 4달러 안팎이었습니다. 

스페인어를 배우러 학원에 발을 내밀던 첫날, 마치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처럼 무척이나 설레더군요. 저의 스페인어 선생님 이름은 윌리. 광고를 전공하는 대학생인데 지금은 학비를 벌기 위해서 스페인어 강사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더군요. 

첫날은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말은 많은데, 우리말만 자꾸 튀어나오고, 윌리는 자꾸 스페인어로만 이야기하라고 하고 말이죠. 4시간 수업을 마친 후에는 진이 다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뎠다는 그 뿌듯함! 역시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지식을 얻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통로를 발견하는 것이더군요. 스페인어로 말하는 광고와 모든 책들에 저도 모르게 눈이 가고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답니다.

도시 전체가 스페인어 학원

안티구아라는 도시는 도시 전체가 마치 스페인어 학원 같았습니다. 첫 주는 과테말라 현지인 가족과 함께 일주일 동안 머물렀는데요, 식사를 준비하는 아우렐리아는 매일 저에게 단어 2개씩을 가르쳐 줬습니다. 주로 ‘쿠차라(숫가락)’, ‘떼네도르(포크)’처럼 부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었지요. 주인 아주머니인 스텔라는 일부러 천천히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슈퍼마켓을 가도 사진 현상소를 가도 다들 더듬거리는 저를 보면서 노트에 단어를 써 가며 스페인어를 하나씩 알려 줬답니다.  

스페인어를 배우다 보니 재미있는 단어들이 많더군요. 이미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단어들도 적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티뷰론’은 ‘상어’라는 스페인어구요, ‘다마스’는 ‘여자’라는 뜻으로 여자 화장실 앞에 주로 써 있더군요. ‘모라도’라는 의류 상표는 ‘보라색’이라는 뜻이었구요. 

언어를 처음 배우는 꼬마들처럼 길거리를 가다가 만나는 간판들은 모두 소리 내어 읽어 보는 버릇도 생겼습니다. 대부분의 상점 뒤에 ‘~리아’를 붙이는 게 무척 재미있더군요. 예를 들어 세탁소는 ‘라반데리아’, 사탕 파는 집은 ‘둘세리아’, 제과점은 ‘빵데리아’, 치킨 파는 집은 ‘뽀예리아’ 같은 것들이죠.

기다려지는 동네 할머니들과의 수다

발음 때문에 재미있는 일도 있었답니다. 오렌지를 뜻하는 단어는 ‘naranja’인데요, 꼭 우리말로 ‘나랑 자’처럼 읽혀서, 우리나라 학생들끼리 만나서 서로 ‘나랑 자’라고 하면서 장난을 치곤 했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는 ‘나랑하’라는 발음이었지만요. 

스페인어를 배운 것은 새로운 도전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1주로 예정했던 스페인어 수업은 3주로 늘어났고 지금은 이미 과테말라를 떠나 수업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길거리에서의 스페인어 수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페루와 볼리비아, 칠레 구석구석에 있는 현지인들을 만나면서 말이죠. 조금은 두렵던 그들과의 대화가 이제는 기다려진답니다. 저의 남은 라틴아메리카 여행이 더 신날 것 같은 예감이 들지 않으세요?

채지형 pinkpu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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