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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에어즈록 2박 3일 캠핑투어 체험기 - 붉은 사막, 지구의 배꼽 위에 서다 "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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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킹스캐년
거친 자연에서 나태한 일상을 깨우다   

호주 에어스록(Ayers Rock)을 다녀왔다고 하면 그곳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뉜다. “와, 거기도 다녀왔냐”며 부러움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과 “거기, 볼 거 없잖아!” 하며 왜 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 그럼 이렇게 대답한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한 번은 꼭 다녀와 볼 만한 곳”이라고. 

사실 멋모르고 거기까지 갔었다. 남호주의 중심도시 애들레이드(Adelade)에서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 에어스록 투어의 관문, 앨리스스프링스(Alice Springs)까지 20시간이 넘도록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날씨가 너무 더운 때라 힘들 거라는 주위의 충고를 듣긴 했지만 예의 성격대로 ‘뭐, 잘 견디겠지’라고 치부했다. 이미 버스는, 오가는 차도 별로 없는 호주 대륙 중부에 위치한 사막 지대에 들어서 있었다. 해가 뜬 이후 앨리스스프링스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붉은 모래로 이루어진 똑같은 풍경이 창밖으로 지나간다. 

다국적 여행자들을 실은 미니 캠핑 버스는 정확히 오전 6시40분경 집합장소에서 출발한다. 선택한 경로는 ‘에어스록 3일 사파리’. 앨리스스프링스에서 출발하려면 당일 일정으로는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없다. 적어도 1박2일 코스는 택해야 한다. 에어스록 관광의 백미인 일몰과 일출의 장관을 보기 위해서다. 일정에는 에어스록 이외에 킹스캐년(Kings Canyon)과 호주 원주민들이 카타추타(Kata Tjuta)라고 부르는 올가산(Mt. Olgas)이 포함돼 있다. 노던 테리토리 지역은 거친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지구의 배꼽’으로 불리는 호주의 상징인 에어스록 이외에도 다양한 협곡과 산, 사막의 호수 등을 중심으로 거대한 자연 국립공원이 형성돼 있다. 

코너산(Mt. Conner), 서부 맥도넬 지역(Western Mcdonnell Ranges), 캐서린 골짜기(Katherine Gorge) 등이 대표 지역.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일정의 투어 프로그램은 단순히 감상하는 것보다 거친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인상깊다. 

금방 해가 떴나 싶었는데 금세 땅이 뜨겁게 달구어진다. 붉은 땅과 함께 하얀 조각구름들이 끝없이 조화를 이룬 하늘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다. 저렇게 넓은 하늘은 사막이 아니면 보기 어려울 것이다. 도무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붉은 사막, 이제껏 보지 못했던 땅이다. 삭막하기만 할 것 같은 사막에 붉은 색이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생명체가 없는 벌건 황무지가 아니다. 

가끔씩은 바위로 이뤄진 낮은 구릉이 지나가고 이글거리는 태양에도 아랑곳없이 푸른 빛을 발산하는 식물들도 있다. 앙상하지만 기묘한 형상을 한 나무들도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첫 번째 목적지인 킹스캐년까지 걸리는 시간은 점심식사 시간을 포함해 약 7시간. 차가 휴게소를 몇 번이나 거치고 일행끼리 자기 소개를 하며 떠들다가, 다시 저들만의 침묵 속에 빠져들기도 했다가, 무심코 창밖을 보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기를 수차례. 평평한 지평선 위로 하늘을 살짝 가리는 거대한 협곡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호주 중부에서도 가장 빼어난 자연 경관을 지니고 있다는 킹스캐년이다. 킹스캐년은 앨리스스프링스로부터 약 300km 떨어진 워터루커(Watarruka)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호주판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울 정도로 절벽과 바위가 어우러져 장엄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1. 킹스캐년초입, 씩씩하게 산등성이를 오르다
2. 킹스캐년 뷰 포인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3. 사막의 오아시스 킹스캐년 계곡 사이에 숨어있는 물이 흐르는 계곡



오아시스를 체험하다

트레킹은 입구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인솔하는 가이드는 무엇보다도 ‘물’을 준비하라고 강조한다. 주차장을 떠나면 마실 물을 얻기가 힘들다. 모두들 썬크림을 잔뜩 바르고 모자를 눌러쓰고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물(최소 1.5ℓ페트병)을 짊어지고 준비를 마쳤다. 시계 바늘이 오후 2시를 가르킨다. 해가 머리 꼭대기 위에 있다. 

1시간과 4시간짜리 두 개의 코스 중 킹스캐년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대부분 4시간 코스를 택한다. 트레킹 코스는 잘 정비돼 있는 편. 첫 번째 전망대까지는 40여 분 정도면 올라가지만 초입에서부터 헐떡인다. 뜨거운 태양볕 아래 지열까지 겹쳐 실제 체감온도는 50도가 웃돈다. 그야말로 땀이 비오 듯 흐른다. 

잠시 쉬기를 수차례 반복. 간혹 태양을 가려 주는 구름이 너무도 고맙다. 뷰 포인트까지 오르자 드넓은 시야가 장쾌하다. 거리낄 것 없는 시야는 차로 2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에어스록까지 펼쳐진다. 협곡 내부는 생각보다 깊고 가파르다. 약간의 색깔 차이를 보이며 붉은 겹들이 끝을 알 수 없도록 쌓여 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어 깊이를 가늠해 보지만 알 길이 없다. 

협곡 내부는 계곡과 울창한 수풀로 덮여 있다. 계곡물이 흐른다. 깊이가 최고 10m에 이른다니 신기하기 짝이 없다. 황량한 사막 가운데 협곡 안으로 물이 흐르다니 상상조차 못한 일이다. 여러 각도에서 협곡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뷰포인트를 지나 계곡 안으로 내려간다. 연못을 발견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옷을 벗어젖히고 뛰어든다. 30여 분의 수영과 휴식.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이곳의 이름은 ‘가든 오브 에덴(Garden of Eden)’. 그야말로 낙원이다. 

층층이 겹이 진 둥그런 바위가 무덤처럼 펼쳐진 로스트 시티(Lost City). 다시 몇 개의 전망대를 지나면 내려가는 길이다. 물은 이미 다 떨어졌다. 일행들에게 몇 모금 얻어 마시지만 갈증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메고 갔던 카메라마저도 던져 버릴 것 같아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남은 2명을 제외하곤 앞선 일행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흐르는 땀을 쉴 새 없이 훔쳐 댄다. 손이 퉁퉁 붓는 것이 느껴진다. 몸은 물을 달라고 외치고 있다. 추운 나라에서 온 탓일까. 아님 나태했던 일상에 대한 꾸지람일까. 유독 뒤처지는 것 같아 부끄러우면서도 ‘왜 이 고생을 사서 할까’ 속으로 되뇐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조금만 더 힘을 내!’ 스스로를 격려하는 것뿐. 

마침내 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물을 끝없이 들이켜 댄다. 한줄기 부는 시원한 바람. 일행들이 서로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내일도 이럴까 걱정이 앞서면서도 얼굴엔 웃음이 배시시 흘러나온다. 땀으로 푹 젖은 윗도리가 전혀 불쾌하지 않다. 


Day 2 마운틴 올가
그래도 세상의 중심은 나, 거칠 게 없어라
 


ⓒ 트래비

1. 마운틴 올가, 바람의 계곡에 접어드는 언덕
2. 마운틴 올가에 대해 안내하는 캠핑투어의 가이드

평소에 산을 즐겨 찾는 것도 아닌데 가끔 무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수년 전 가을 3박4일로 지리산 종주를 했고 호주 에어스록을 찾을 때도 그랬다. 줄곧 체력에 부쳐 ‘왜 내가 이 고생을 사서 할까’ 하면서도 막상 끝내고 나면 해냈다는 쾌감에 마음이 먼저 가뿐해졌으니. 

킹스캐년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그래도 그날은 하늘에 수많은 조각구름이 걸쳐 있어서 간혹 해가 구름 뒤로 숨을 때는 견딜 만했으니까. 하지만 마운틴 올가(Olgas), 카타추타(Kata Tjuta)에서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고 대지 위의 모든 것이 태양볕 아래 노출돼 있었다. 신발 끈을 조이고 물을 넉넉히 챙기면서도 내심 걱정이 먼저 앞섰다. 그렇다고 다국적 일행들 앞에서 대한국민의 약한 모습을 먼저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카타추타 트레킹이 오전 중에 진행됐다는 점이다. 

카타추타로 가기 위해 일행을 태운 차가 캠핑촌을 출발한 시각은 오전 5시40분. 킹스캐년 캠핑촌에서 카타추타까지는 약 3시간 넘게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남한의 약 70배에 이르는 넓디 넓은 호주에서 또 하나의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서너 시간쯤 차를 타는 것은 기본이다. 

이동 중 사막에서 맞이한 일출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해가 뜨기 전의 여운은 짧다. 주위가 붉게 물들었나 싶었는데 금세 붉은 해머리가 슬며시 땅을 박차고 기어나온다. 나즈막히 흐르는 탄성들. 흐르는 바람소리만 귓가에 맴돌고 가슴만 쿵쾅쿵쾅 세차게 뛴다. 

카타추타는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이 마운틴 올가를 부르는 말로 ‘많은 머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에어스록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총 면적 35km2, 둘레 22km에 걸쳐 크고 작은 36개의 돔형 바위가 모여 있는 바위산이다. 가장 높은 바위가 546m. 바위와 바위 사이에는 깊은 계곡이 형성돼 있다. 

카타추타 역시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올록볼록한 바위들 사이로 해가 지는 일몰 광경이 장관이다. 해의 각도에 따라 색깔 또한 다양하다. 일출시 에어스록 위에서 바라보는 카타추타의 모습은 마치 화롯불과 같이 이글거린다. 광활한 사막 위에 거대한 모닥불을 피워 놓은 것만 같다. 

트레킹 코스는 가장 높은 마운트 올가 계곡 코스와 왕복 4시간 만에 바위 주위를 도는 6km의 바람의 계곡 코스 두 가지가 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 산에 대해서 애보리진들이 신성시하고 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는 지역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바위가 많은 곳이라 잘못 길을 들었다가는 헤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항상 오가는 방향을 알려 주는 화살표를 주의깊게 살피며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또한 산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산 주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는 도중에는 별로 피곤함이나 힘드는 것을 느끼지 못해 무리를 하다 보면 돌아올 때쯤에는 힘이 부칠 수 있다. 

해를 가릴 만한 것도 거의 없으니 몸 상태에 맞게 코스를 택해야 한다. 물을 충분히 준비하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썬크림을 구석구석 충분히 발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보통은 주차장 입구에서 바람의 계곡 코스로 접어들기 전까지 진행되는 코스를 택한다. 

코너마다 모양새를 달리하는 카타추타를 감상하며 쉬엄쉬엄 걷다 보면 바람의 계곡에 접어드는 언덕 위에 오르게 되는데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내부에는 바위로 둘러싸인 넓은 광장이 있다. 계곡 너머 불어오는 바람이 자못 시원하다.

세상에 저렇게 많은 별들이 있었나


ⓒ 트래비

1. 에어스록의 일출
2, 3 에어스록의 산책길을 따라 한바퀴 돌면 에어스록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다. 에어스록 트레킹은 더위를 피해 이른아침부터 시작하며 붉은 사막과 식물, 붉은 바위, 파란하늘이 어우러진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거친 호주 중부 사막의 다양한 모습들을 감상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기는 하지만 캠핑 투어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멋이 있다. 에어스록과 킹스캐년 주변에는 캠핑촌이 형성돼 있다. 

성인 3명이서도 넉넉히 잘 수 있는 텐트들이 부엌 겸 식당으로 쓰이고 있는 메인 건물을 중심으로 6∼7개씩 모여 있다. 한켠에서는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데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서 미리 사막에 널려 있는 마른 나뭇가지들을 주워 온다. 캠핑촌 한 켠에는 공동 화장실과 샤워장도 마련돼 있다. 

에어스록에서의 캠핑은 에어스록 리조트 지역 내 위치하고 있다. 에어스록 리조트 지역은 각 등급별 호텔에서부터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숙소, 버스터미널, 식당, 우체국, 병원, 쇼핑숍 등이 있는 하나의 마을이다. 수영장도 있어 한낮의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 사막 투어 중 더위로 인한 피로에서 회복하기 위해서는 점심 식사 후 잠깐씩 수영을 하거나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캠핑투어 중 모든 식사는 직접 캠핑촌에서 조리해서 먹는다. 식단도 다양하다. 아침식사는 간단히 토스트와 씨리얼 등이 마련되고 점심 또한 재빠른 이동을 위해 샌드위치가 주를 이루지만 저녁만큼은 만찬을 준비한다. 지글지글 바비큐 파티와 동화 속에서나 보았음직한 두꺼운 솥단지에 각종 재료를 넣고 모닥불 위에 끓여 내는 요리의 맛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다. 요리 준비와 설거지, 청소 등은 함께 참여한 팀원들이 나누어서 한다. 

낮의 고단한 일정 때문인지 저녁 식사를 끝내고 나면 9시 전에 잠자리에 들지만 쉽게 잠에 빠지기는 어렵다. 모두들 두런두런 모닥불가로 모여들어 맥주나 와인 한잔을 나누며 얘기 꽃을 피우기도 하고 각자의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더군다나 총총히 덮힌 밤하늘을 매트리스 위에 누워 쳐다보고 있노라면 밤을 꼴딱 새워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막에서 밤하늘을 쳐다보는 일. 그것도 주위에 거칠 것 하나 없는 광활한 사막에서 말이다. 세상에 저렇게 많은 별이 있었나 싶다. 남반구에서만 보인다는 남십자성을 찾아 저마다 고개를 한껏 쳐든다. 캠핑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나를 중심으로 까맣게 뒤덮고 있는 세상이 온통 내 것이다.

Day 3 에어스록
자연 속에 한없는 겸손을 배우다   


ⓒ 트래비


투어를 마친 후 가장 소중한 것은 일상에서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밀어붙일 수 있는 자신감이 새록새록 내 안에 생겨났다는 점이다. ‘언제 내가 다시 올 수 있겠냐’고 대부분은 생각하지만 일상에 지치고 힘이 들면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불쑥 그곳에 가고 싶어진다. 당시 캠핑 투어를 함께했던 벨기에 친구 조엘의 말했다. “자연에서 힘을 얻었다(I got energy from nature)”고. 

역시 캠핑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지구의 배꼽으로 불리는 에어스록이다. 아니 호주 여행 중의 정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어스록에 가기 전 시드니, 멜버른 등을 거쳤던 기억들이 에어스록 투어 이후에는 무색해졌으니 말이다. 말로만 듣고 그림으로만 보던 에어스록을 눈앞에 맞닥뜨리면 그 거대한 위용에 누구나 할 말을 잃고 만다. 

어떤 과학적인 이유를 막론하고 높이 348m, 면적 3.3km2, 둘레 9.4km에 달하는 하나의 거대한 붉은 바위가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사막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사실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에어스록을 맞닥뜨린 순간, 세계는 편평하고 그 한가운데 에어스록이 있다는 호주 원주민 애보리진들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는 에어스록을 울루루(Uluru)라고 부르자. 1872년 탐험가 어니스트 길드에게 발견될 때 당시 총독의 이름 따서 에어스록이라고 불리게 됐지만 그전부터 울루루를 중심으로 한 이 땅은 애보리진들이 살아 왔고 신성시해 온 곳이다. ‘레드 센터(Red Centre)’라고도 불리는 이 땅은 2만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 호주 정부는 노던 테리토리를 특별자치지구로 인정했고 애보리진들은 이제 ‘우리의 땅(애보리진 랜드)’이라고 부른다. 울루루는 애보리진의 영원한 고향이다. 

일반적인 울루루 투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울루루를 배경으로 일출과 일몰을 보는 것. 둘째는 울루루 등반. 셋째는 울룰루 주위를 따라 걷는 것이다. 또 하나, 잊지 말고 방문할 것을 권하고 싶은 곳은 울루루 한 켠에 위치한 애보리진 문화센터다. 

울루루의 일출과 일몰은 각각 그것을 보기 위한 포인트가 마련돼 있는데 해가 비치는 각도에 따라 그 색을 달리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원래 색이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울루루는 태양의 각도나 그 후광에 따라 다양한 빛을 발한다. 해가 막 뜨기 시작할 때면 밝은 주황색이다. 밝은 낮에는 멀리서 보면 보라빛이 되지만 가까이 갈수록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구덩이 같다. 해질 녁이면 붉은 색에 가까운 주황색이 되었다가 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면 암갈색으로 변한다. 그에 따라 하늘도 화답한다.

울루루를 알아 가는 몇 가지 방법

ⓒ 트래비

일몰 포인트에서는 일몰을 지켜보며 간단한 파티를 마련한다. 그간의 노고에 대한 격려를 서로 나누며 삼페인이나 맥주를 나눠 마신다. 울루루를 배경으로 어울려 사진도 찍고 말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이때 즈음이면 어색했던 팀원들 간의 분위기도 누그러지고 한껏 고조된다. 에어스록 리조트에서는 일몰을 바라보며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한다. 

울루루의 등반은 전적으로 관광객의 선택에 따른다.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가파른 등반 코스도 문제지만 오전 10시가 넘어가면 뜨거운 태양과 지열에 의해 체감온도가 50도는 훌쩍 넘어가는 살인적인 더위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르다가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오전 10시가 넘으면 등반을 금지한다. 

등반의 선택을 결정짓는 또 다른 사항이 있다. 이곳을 신성시하는 애보리진들은 이 신성한 땅에 ‘제발 오르지 말라’고 호소한다. 울루루 옆에 위치한 애보리진 문화센터에서는 이에 대해 자세한 안내도 하고 있다. 애보리진들은 절대 오르지 않는 신성한 땅. 이런 그들의 문화를 존중한다면 오르지 말아달라고 정중하고도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여행객들이 오르려고 했다가 포기하곤 한다. 전적으로 선택 사항이긴 하지만 에어스록 주변 곳곳에는 절대 사진을 찍거나 들어가서는 안 되는 금기 장소들이 많다. 

울루루의 등반은 일반인들이면 보통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초반 3분의 2까지가 올라가기 힘들다고 하는데 쇠줄을 잡고 올라야 할 만큼 그 경사가 가파르다. 

등반에 나서는 많은 사람들이 울루루 위에서 일출을 맞이한다. 다양한 울루루 투어 일정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일출맞이는 그 어느 것하고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장관이다. 드넓은 사막에 해는 코너산 위로 떠오르고 반대편으로 카타추타가 시시각각 다른 붉은 빛으로 화답한다. 

굳이 등반을 하지 않는다면 울루루를 한바퀴 도는 베이스 투어에 참석할 수 있다. 거대한 하나의 바위 같은 울루루를 가까이서 보면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 놀랍다. 오랜 옛날 원주민들이 남긴 그림이 새겨진 동굴도 있고 비가 오면 물이 흘러내리는 폭포도 있다. 햇볕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는 모습도 아름답고 다양한 들꽃이나 나무, 사막 갈대 등에 둘러싸여 쓸쓸한 풍광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일품이다. 

에어스록 투어는 그전에 가보았던 그 어느 곳에 대한 기억도 무색하게 만들 만큼 강렬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당시에는 결코 두 번 이상은 갈 곳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때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자꾸만 아련한 추억에 잠긴다. 더욱 잊을 수 없는 것은 거친 원시 자연에서 마주했던 내 모습과 만났던 사람들이다. 직접 그 안에 있고 그 위를 걸으며 만지고 보았기에 느낄 수 있었던 감정들. 그 기억들을 되새겨 보면서 자신감은 갖되 한없이 겸손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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