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노영심-들꽃처럼 푸근한 피아니스트, 길 위에서 여행을 이야기하다"
"피아니스트 노영심-들꽃처럼 푸근한 피아니스트, 길 위에서 여행을 이야기하다"
  • 트래비
  • 승인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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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LA로 가는 설치미술가 전수천의 ´무빙 드로잉´ 기차 안.
이번 프로젝트의 초대 손님인 피아니스트 노영심이 연주하는 멜로디언 소리가 울러 퍼진다. 멜로디언 연주뿐 아니라 간혹 주변 풍경에 딱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여 들려주기도 한다. 긴 여정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인 셈이다.

 노영심은 달리는 음악실 안에서 순간순간 변하는 풍경에 맞춰 음악을 틀어준다. 우리에겐 가수로 각인되어 있지만 그녀의 활동 폭은 넓다. 가수로 작곡가로 방송 진행자로, 최근에는 피아노 연주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피아니스트로 불리기를 원하는 그녀는 영화감독인 남편의 영향인지 <미인>, <꽃섬>, <그녀를 믿지 마세요>, <아홉 살 인생> 등의 장편영화와, <외투>,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 등 단편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영화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만의 고유한 연주 목록을 지닌 독특한 형식의 콘서트 ‘이야기 피아노’를 매년 5월의 봄에 열고 있으며 또 다른 정기 콘서트인 ‘크리스마스 공연’은 12월, 예술의 전당에서 가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작업들을 자유롭게 시도해 보면서 전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공연 무대에서 자신의 피아노를 들려주고 있다.

 여행지의 느낌을 그림으로 남긴다

 “올해는 일 때문에 그런지 여행을 참 많이 다녔어요. 보통 1년에 네다섯 번은 다니는 것 같아요.” 여행을 떠날 때 반드시 챙기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곡이 담긴 CD. 음악과 함께 그곳의 풍경을 보는 일을 무척 즐긴단다. “여행을 가면 뜻하지 않게 기다리는 시간이 많잖아요. 근데 저는 그 기다리는 시간이 참 좋아요. 그곳의 풍경을 즐기며 음악 듣는 시간은 제 정신을 살찌우는 시간이에요.” 작은 노트와 색연필도 반드시 챙긴단다. 여행지에서는 그곳 현지 잡지들을 통해 어떤 공연이 열리고 있는지 꼼꼼히 살피고 그곳의 악기점을 꼭 들러 본단다.

여행 내내 편안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 달리는 기차 안에서나 또 잠시 들른 뉴멕시코주 산타페 혹은 그랜드캐년에서도 시간만 나면 노트에 뭔가를 그린다. 넌즈시 살펴보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 대신에 그곳의 느낌을 그림으로 담고 있다. “전 여행지의 느낌을 기록하는데 사진보다는 그림으로 남겨요. 카메라는 한 순간에 이미지를 담아 버리기에 가슴으로 느낀 감정이 들어갈 틈이 없어요. 시간이 좀 걸리긴 해도 이렇게 그림으로 남기는 게 오래도록 그곳에서 느낀 감정이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예술 사진을 공부한 기자로서는 한 방 맞은 기분이다.

 겨울 바이칼 호수를 보고 싶다

 여행지에서는 역시 현지 음식이 최고란다. “아침에 마시는 모닝커피를 정말 좋아해요. 기분이 정말 좋아지거든요.” 그녀는 현지의 식당에서 활달한 웨이트리스와 짧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긴단다. “짧지만 그 지역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그 지역의 이미지가 그려져요. 그곳의 이미지가 소리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지칠 법도 한 오랜 여행에서도 카메라를 들이대자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해 준다. 정말 프로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여행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물어 본다. 가까운 사람들 가운데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이가 있으면 그 나라의 동전을 선물한단다. 낯선 나라의 공항에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동전일 테고, 그때마다 주머니에 한 푼도 없기 쉬운 게 동전이기 때문이란다. “외국을 다녀올 때마다 남는 동전을 작은 병에 모아 두죠. 여행 떠나는 사람한테 그 나라의 동전을 선물해요.” 지폐도 한 장 돌돌 말아 함께 넣어 준단다.

그녀가 처음으로 다녀온 장기 여행지는 유럽이었다. 그전에도 짧은 여행은 몇 번 다녀왔었지만 다른 때보다도 일정이 길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번 돈’으로 처음 가는 여행이었기에 더욱 들떴다고. “그저 떠난다는 것 자체가 전부였어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는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한 바이칼 호수를 꼽는다.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타고 바이칼 호수를 간 적이 있었어요. 각자 화두와 컨셉을 가지고 작가, 프로듀서, 사진가가 동행한 여행이었어요. 당장 뭔가를 하자는 게 아니라 나중에 뭔가 공동작업 결과물을 내어 보자는 프로젝트였지요.” 꽁꽁 언 바이칼호수에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노영심은 일본 홋카이도에서 연주가 잡혀 있는 내년에는 가는 길에 일본의 시골마을도 꼭 들려보고 싶단다.  

 여행은 ´인생이라는 여정´ 그 자체

최근에 선물에 관한 두 권의 책을 낸 그녀. <노영심의 선물>이란 책을 살짝 보여 준다. 그녀가 틈틈이 그렸다는 그림과 수필을 모아 낸 책이다. 우리 인생에 있어 여행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물어 보았다. “여행이란 ‘인생이라는 여정’ 그 자체 같아요. 내 삶의 길과 그 흔적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시야도 만들어 주는 여정. 그래서 여행은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 노영심에게 여행 노하우를 물어 본다. “짐이 제일 중요하죠. 그날의 일정과 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짐을 가지고 다녀야죠. 머리가 유연하게 빨리 돌아가야 되요.”

흰색 열차가 그리는 풍경 속,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이야기하는 시간, 이번 프로젝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털어 놓는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만난 사람들이 참 아름답더라고요. 고맙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분위기에서 벗어나 있어서 스스로도 전혀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마주치는 눈길 속에서 한 번도 웃음을 건네지 않는 사람들. 다는 아니지만 유난히도 기자들이 많더라구요. 마주칠 때마다 뭔가 탁 막히는 느낌이에요. 그럴 필요는 없는데. 이럴 땐 참 슬퍼져요.”

 이번 프로젝트를 일면으로만 바라보고 전혀 융화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슬퍼진다는 노영심. 인생이란 긴 여행길에서 누구에게 기대기보다는 스스로의 자세에 따라 보고 있는 풍경과 그 결실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는 그녀. 음악실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이 충분히 아름답다.

* ´Moving Drawing(움직이는 선)´은 설치미술가 전수천씨가 13년 동안 구상해 온 미(美)대륙 횡단 프로젝트로 흰 천을 씌운 기차가 뉴욕을 출발, 클리블랜드, 시카고, 캔사스시티, LA에 이르는 5,500km를 달리며 세계평화, 한민족의 통일염원 등을 상징하며 지난 9월13일부터 7박8일간 문화예술계 인사 70여 명이 동승한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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