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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요의 고장, 익산 "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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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으로 떠나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익산 하면 떠오는 게 뭐가 있어요?”라고 묻자,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익산은 백제 30대 임금, 무왕으로 등극한 서동의 출생지이자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서동요>의 세트장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만 알고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이렇듯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특별한 그 무언가가 숨어 있을 것 같은 익산. 그 ‘숨은 보물’을 찾아 탐험가의 마음으로 익산으로 향했다.

 

하나, 서동과 선화공주를 찾아서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결혼하고 맛둥서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善花公主主隱 他密只嫁良置古 薯童房乙 夜矣卵乙抱遣去如)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 본 듯한 귀에 익은 이 내용…, 바로 ‘서동요’다. ‘우리나라 최초의 4구체 향가’로 기억되던 ‘서동요’가 지금은 인기 드라마 ‘서동요’로 기억되고 있다.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 있던 ‘서동요’가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뜨고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전북 익산이다. 서동과 선화공주에 얽힌 설화와 서동요가 널리 알려져 있던 반면 서동이 태어나서 자라고 이후 선화공주와 혼인하여 함께 살았던 곳이 익산이라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서동의 어머니가 연못가에 집을 짓고 살다가 못에서 나온 용과 관계를 맺어 무왕이 된 서동을 낳은 것으로 나와 있는데, 그 연못이 바로 마룡지다. 또한 서동이 금 다섯 덩이를 캤다 하여 오금산(五金山)으로 불리는 산과, 무왕과 선화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쌍릉 등. 그야말로 역사책 속에서 봤던 서동과 선화공주의 흔적이 바로 익산 땅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러고 보면 드라마 <서동요> 세트장의 일부가 익산에 만들어진 것도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익산 시내 신흥동에 1,000여 평 규모로 지어진 서동 생가 세트장은 신흥 저수지를 끼고 있어 신비스런 분위기가 느껴지며, 저수지에 물안개가 끼는 날이면 신비감이 더해진다.

 

한편 여산면에 1,500여 평 규모로 지어진 선화공주 사가(私家) 및 공방 세트장은 경사진 산 중턱에 앉아 있어 한발 한발 위로 올라갈수록 한층 더 아름다운 풍광이 빼어나다. 세트장 자체의 아름다움은 두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세트장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또한 기가 막히다. 세트장을 거닐다 보면 사랑에 빠진 서동과 선화공주는 물론, 사택기루, 부여선, 모진 등 <서동요> 실제 인물들이 곳곳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곳이 드라마 어느 장면에 나왔던 곳일까’ 기억을 더듬으며, 세트장 곳곳에 있는 광주리나 절구, 채, 가마솥 등 소품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트래비

 

1. 서동의 출생지인 익산에 지어진 서동생가 세트장

2. 서동과 사랑헤 빠진 선화공주 사가 세트장

3. <서동요> 세트장 곳곳에 있는 옛 소품들도 인상적이다.

4,5. 인위적으로 복원된 미륵사지 동탑(위)과 현재 해체작업중인 미륵사지 석탑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6. 많은 사람들이 익산 <서동요> 세트장을 찾고 있다.

 

 

둘, 백제의 혼을 찾아서

 

그동안 신라나 고구려에 비해 백제는 주목을 덜 받아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동요>와 같은 드라마가 제작되고 백제 관련 유적들이 다수 발굴되면서 백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재조명되고 있는 곳이 바로 익산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고 있는 석탑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미륵사지 석탑이 바로 익산에 위치해 있다. 무왕이 왕비인 선화공주와 함께 용화산(현재 미륵산) 사자사에 있는 지명법사를 찾아 가던 중 연못 속에서 미륵삼존이 출현하였고, 이에 선화공주가 무왕에게 절을 세우기를 청하여 연못을 메우고 미륵사가 지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절은 없고 그 터만 남아 있다. 미륵사지 앞에 서서 동탑과 서탑(미륵사지 석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 쪽이 아려 온다.

 

동쪽에는 너무나 인위적인 모습으로 복원된 동탑이 서 있고 서쪽에는 붕괴 위험으로 인해 해체,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미륵사지 석탑이 서 있다. 최대한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해 컴퓨터 기술을 총동원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미륵사지 석탑 해체 현장에서 현재의 인간과 기술이 과거의 유적을 복원해 미래 후세에 남긴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재인 미륵사지 석탑만은 부디 동탑처럼 지나치게 인위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하지 않길 간절히 빌어 본다.


미륵사지에서 차를 타고 조금 내려오면 문화재 발굴 작업이 한창인 곳이 있으니 바로 ‘백제 왕궁터’ 발굴 현장이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왕궁리 5층 석탑 주변으로 고귀한 백제 관련 유적은 물론 사찰 건물지 외곽을 둘러싸고 있던 장방형 석성(石城)이 발굴, 확인되면서 백제 말기 익산 천도설 혹은 별도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금제품류, 토기, 도가니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는데, 무엇보다 재미난 것은 대형 화장실 터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어떻게 화장실 터를 알 수 있었을까 싶었는데 뒤처리용 나무막대와 함께 그곳에서 회충알도 발견됐단다.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며 유적지 발굴 현장 곳곳을 돌아다니는데 어느 순간 타임머신이 작동해 과거 백제 시대로 돌아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성벽들과 건물들이 갑자기 되살아나고 사람들도 되살아나, 생동감 넘치는 백제 왕궁터가 재현될 것만 같은 설렘에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자꾸 맴돌게 된다.

 

셋, 보석을 찾아서

 

 

사실 ‘보석’ 하면 바로 ‘익산’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익산은 ‘보석과 문화 관광의 도시, 익산’이라는 모토를 내걸 정도로 보석을 주요 산업으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익산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귀금속 공단과 대형 보석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4만3,000여 평 규모의 왕궁보석테마관광지 내에 위치한 보석박물관에는 11만5,000여 점에 달하는 세계 각국의 보석들이 전시돼 있어 진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보석박물관은 피라미드의 모양과 보석의 광채를 연상시키는 외관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신비한 보석의 세계로 초대한다는 ‘초대의 장’을 지나게 되고 곧이어 보석의 역사와 탄생석의 의미를 가르쳐 주는 ‘인식의 장’을 만나게 된다. 그 밖에도 보석 채굴 방법과 가공 과정을 디오라마 형식으로 소개해 주는 ‘역동의 장’과 다양한 보석 세계의 아름다움과 보석에 대한 정보를 전해 주는 ‘감동의 장’ 등 다양한 전시장은 물론, 관람객들이 직접 보석 가공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귀금속 보석체험관도 마련돼 있어 ‘보는’ 재미와 함께 체험의 즐거움까지 제공한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보석들은 모두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그중에도 꼭 한 번 눈여겨봐야 할 작품이 있으니, 바로 세계적인 보석 예술가 만프레드 와일드가 제작한 ‘보석꽃’이다. 보석꽃은 그 이름에 걸맞게 꽃받침부터 꽃술까지 그 어느 하나 빼지 않고 모두 보석으로 제작됐으며, 천연 다이아몬드만 213개가 사용된 귀한 작품이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 있겠냐마는 보석꽃은 말 그대로 보석처럼 아름답다.

 

넷, 축제를 찾아서

 

익산은 숨은 보물이 많은 만큼 이를 테마로 한 축제도 많다. 특히 익산은 서동의 출생지인 만큼 오래 전부터 ‘서동 축제’가 열려 왔다. 신라와 백제의 국경을 초월한 서동과 선화공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재현하는 축제인 만큼 익산시에서 서동을 선발하고 자매 도시인 경주시에서 선화공주를 선발한다.

 

경주시에서 선화공주를 선발하면 익산시장이 직접 경주로 가서 선화공주를 익산까지 ‘모시고 와서’축제를 진행한다. 매년 10월 열리는 ‘서동 축제’에는 서동 선발대회, 무왕 제례, 무왕 행렬, 무왕 즉위식 등의 다양한 행사들이 함께 진행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미륵사지 석탑과 왕궁리 5층 석탑 등 찬란한 석조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익산에서는 매년 10월에 ‘전국 돌문화 축제’가 열린다. 석재문화 기반 조성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열리고 있는 돌문화 축제에는 돌 다루기 놀이 재현, 돌조각 경기대회, 레이저 석판 사진 시연, 석조각 탁본 체험전, 전국 납골묘 박람회 등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다양한 행사들이 함께 진행된다.


찬란한 금속 문화를 이룩했던 백제인의 혼이 남아 있는 보석의 도시 익산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축제가 바로 ‘익산 보석 문화 축제’. 보석 축제는 4월 중순 벚꽃 개화 시기와 10월 하순 단풍철에 맞춰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다양한 보석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보석 가공 체험 코너에서 직접 보석을 가공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행사와 체험행사 및 농특산물 전시 행사 등이 함께 열리는 ‘천만송이 국화축제’도 있다. 국화 향기와 함께 과거 백제의 문화와 오늘날 익산의 문화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익산에 이렇게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줄 몰랐고 놀라고 계시다면, 올해가 가기 전 익산으로 가보자. 아직도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익산만의 보물들이 곳곳에 숨어 있을 테니…



★ 익산의 맛!맛!맛!

 

*서동이 마를 캐며 생활했다는 얘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익산에는 가 유명한데, 그중에도 특히 서동마를 주원료로 하여 만든 특산품으로 ‘서동마 국수’가 있다. 손국수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장시간 숙성시켜 일일이 조금씩 손으로 늘려 줬기 때문에 면발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063-836-9758

 

*익산 출신의 국문학자이자 시조시인인 이병기 선생도 즐겨 마셨다는 명주 ‘호산춘’. 호산춘은 익산의 향토주로, 세 번의 덧술로 빚는 전통적 기법을 고수하면서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한약재를 첨가했다. 익산에 간다면 명주 호산춘을 꼭 한 번 맛보자. 063-838-1300

 

 

 

*익산을 대표하는 향토전통음식 중에는 순두부찌개우어회 등가 있다. 순두부찌개를 파는 음식점 중에는 미륵사지 인근에 위치한 ‘미륵산 순두부’가 유명하다. 미륵산 순두부는 미륵산의 약수와 순수 국산 콩만 이용해 요리한다. 얼큰한 순두부찌개는 국물 맛이 일품이며, 함께 나오는 부침개와 겉절이도 맛있다. 우어는 맑고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연어와 같은 희귀어로 산란기인 3~4월까지가 가장 맛있다. 예전에는 익산 웅포 지역에서 우어가 많이 잡혔는데 지금은 어족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웅포 관광지에 위치한 ‘금강식당’이 우어회로 유명하다.

 

미륵산 순두부 063-836-8919, 금강식당 063-862-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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