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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규슈를 가다] 설레며 떠난 나가사키 체험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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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Travie Wrtier 김봉수  joypostkr@yahoo.co.kr 

 

느긋하게 출국수속을 밟기 위해서는 출항 두 시간 전부터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여유 있게 여객 터미널에 도착했다. 부산항에서 초고속선 코비호에 오른다.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며 좌석을 안내하는 승무원들과 안락한 실내와 좌석까지 마치 비행기를 탄 느낌이다. 두 시간여 영화 한편을 보고 나니, 오른쪽 창으로 벌써 대마도가 보인다. 일본에 도착했구나….     


하카타항만 보면 한국과 별다른 것이 없음에도 일본 땅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국적이다. 배로 불과 세 시간 만에 도착한 일본. 멀게만 느껴졌던 일본이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가사키 전차의 도시를 가다

 

나가사키는 전차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전차가 많은 도시다. 일본의 다른 지방에서 운행이 중지된 전차들이 모두 나가사키에 몰려있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이 전해진다. 이 노면 전차는 네 개의 각기 다른 노선으로 시내 곳곳을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저렴하고 편리하게 나가사키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버스와는 달리 구간에 상관없이 1회 승차시 100엔씩만 내면 되고 나가사키역 관광안내소에서 500엔에 살 수 있는 1일 승차권도 있어 하룻동안은 몇 번을 타도 무료다.


역내 관광안내소에서 1일 승차권과 한국어로 된 나가사키 지도를 받아 들고, 역 앞 전차 정류장에 섰다. 안내소에서 받은 지도엔 전차의 각 호선과 구간도 잘 표기돼 있어 목적지를 찾기가 한결 쉽다.


첫 목적지인 ‘오우라 성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1호선을 타고 츠키마치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면 된다. 나가사키역 정류장에서 1호선을 타야 하는데, 각각의 호선 전차를 구분하지 못해 한참을 헤맨다. ‘전차의 색깔로 구분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하기엔 색깔이 너무도 다양하다. 그러다 전차 앞에 적혀 있는 번호가 눈에 들어온다. ‘아~! 저게 각 호선을 구분하는 숫자구나!’ 그제야 눈치를 채고 1자가 적혀 있는 전차를 기다린다. 몇십 년은 족히 돼 보이는 아주 낡은 전차부터, 만든 지 얼마 안 된 새 전차까지 공존하는 것이 마치 전차 박물관 앞에라도 서 있는 기분이 든다.

 

드디어 푸른 색의 1호선 전차가 정류장으로 들어선다. 수없이 변화를 거듭해 온 이 도시 안에서 이 전차만큼은 한결같이 같은 길을 달린다고 생각하니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것만 같다.

 

ⓒ 트래비

 

1. 나가사키 노면열차

2.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오우라 성당 입구


 

나가사키  일본 속의 ‘유럽’ 오우라 성당과 그라바 공원

 

그렇게 헤매다가 보니 첫 목적지인 ‘오우라 성당’까지 오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오우라 성당 정면 앞 계단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계단 옆 매표소에서 입장료(300엔)를 내고 흰색으로 칠해진 성당으로 올라간다. ‘프랑스 선교사가 1864년에 만든 건물 치고는 너무 현대적인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성당의 내부는 여느 성당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유리창에 색색이 칠해진 스테인드글라스가 아주 인상적이다.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성당으로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라고 한다.


오우라 성당 뒤 그라바 공원. 매표소(입장료 600엔)에서 한글로 된 안내서를 챙겨 공원을 둘러봤다. 18~19세기의 서양 건축들과 생활양식들을 그대로 복원해 놓은 그라바 공원은 나가사키 항구와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런 전망에 여러 저택들과 조경들이 어울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보았음직한 서양 왕궁의 정원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다.

 

나가사키  명물 짬뽕과 멋진 야경을 맛본다

 

ⓒ 트래비

일본의 2대 차이나 타운 중 하나인 신치중화가가 나가사키에 있다. 그 중화문에 들어서자 길 양쪽으로 중국음식점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식당 입구에는 실제 음식만큼이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모형 음식들이 전시돼 있다. 일본의 차이나타운까지 와서 나가사키 짬뽕을 먹어 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 가장 사람들이 많은 가게에 들어가 명물 짬뽕을 맛보기로 했다. 다행히 일본어로도 ‘짬뽕’이라 쉽게 주문할 수 있었다. 기다렸던 짬뽕의 등장. 겉보기는 한국의 짬뽕처럼 붉은 국물이 아니라 우동 국물 같다. 버섯과 각종 탱탱한 해물이 들어있어 시원한 국물 맛을 내며 불에 살짝 태운 맛이 나는 면발이 느끼함을 덜어 준다.


이어 일본의 3대 야경으로 손꼽히는 이나사야마 공원으로 가기 위해 왕복 1,200엔을 내고 로프웨이를 탔다. 로프웨이에서 내려 전망대에 오르니 고요한 가운데 멋진 야경들이 발아래 펼쳐진다. 많은 사람들이 말 한마디 없이 야경을 감상하는 가운데 전망대에는 고요함이 흐른다. 나가사키 항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불빛이 하늘하늘 움직이는 가운데 철로와 그 위를 달리는 전차들이 그 멋을 더한다. 일본의 3대 야경의 명성을 실감하며 호텔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우레시노 조용한 시골마을을 걷다

 

ⓒ 트래비

 

1. 고즈넉하고 한적한 우레시노 토도로키노타키 공원의 산책로

2. 우레시노 시내 모습

3. 우레시노 여행객들의 휴식처인 시볼트노아시유족탕

4. 신센카쿠 료칸의 단아한 객실풍경

5. 닌자 테마파크로 불리는 ´히젠유메카이도´의 닌자 체험관

 

우레시노는 나가사키에 비교하면 시골 마을같이 느껴진다. 지나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차들만 간간히 다녀 조용하고 고즈넉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인적이 없어서 그런지 즈이코지 사원으로 들어서는 풍경이 너무도 고요하다. 목조 건물의 일주문과 본관의 모습이 단청이 없는 무색이라 우리나라 사원과 비교해서 더욱 단순미가 느껴진다. 또 도시 한 가운데에 사원이 있다는 것도 우리나라와 다른 점. 사원을 한 바퀴 산책하고 마을 뒤편으로 돌아 나온다.


우레시노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 소안요초코, 한적한 마을의 풍경과는 다르게 입구에 들어서자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좌석이 꽉 차있다. 그렇게 10여 분쯤을 기다려 좌석에 앉아, 온천수로 만든 두부요리 ‘온센유도후’를 주문했다. 뚝배기에 가득 담긴 부드러운 두부에 각종 해물이 들어 있다. 그걸 떠서 입속에 넣으니 부드럽고 독특한 맛이 난다. 역시 오랜 전통에 손님이 줄을 설 만한 별미다. 밥과 찬까지 모두 비우고 일어서니 기다리던 다음 사람이 우리 자리에 와서 앉는다. 아직도 자리가 없어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비집고 식당 문을 나선다.                                              

 
닌자 테마파크라고 불리는 히젠유메카이도는 우레시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해 있는데 에도시대의 역참(驛站) 풍경을 재현한 곳이다. 매표소를 지나자 닌자 복장을 한 일본 무사가 사람들에게 무술을 보여 주고 있다. 공원은 마치 영화 촬영 세트장 같은 느낌의 예스러운 건물들과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장으로 가득하다. 여기저기 옛 일본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 시설도 다양하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은 드라마 <겨울연가> 체험관이다. 말로만 듣던 <겨울연가>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됐다.

 

우레시노 전통료칸 ‘신센카쿠’, 이보다 더 친절할 수 없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숙소인 신센카쿠에 들어서려 하자 고맙게도 료칸의 직원이 우산을 펼쳐 들고 뛰어 나와 우산 건네준다. 프론트에 들어서자 한국 직원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반겨 준다. 이곳에는 세 명의 한국인이 연수를 와 있다고 한다. 체크인을 하고 대기실에서 녹차 한잔을 대접받고 있으니 담당 도우미가 나와 료칸 이용 방법을 설명해 준다. 저녁 식사는 원하는 시간에 방으로 배달되고 아침식사는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오전 7시부터 먹으며 온천은 1층에 남탕과 여탕으로 구분되어 있으니 마음껏 이용하면 된다는 설명과 함께 객실로 안내한다. 객실은 전통 일본식으로 꾸며져 있는데 방 가운데 탁자와 등받이 좌석이 놓여 있다. 일본 전통 의상인 유카타로 갈아입고 일본풍으로 꾸며진 방안에 있으니 마치 일본 사람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저녁을 먹기 전 유카타를 입고 1층에 위치한 온천탕으로 향한다. 실내 온천과 노천 온천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노천온천의 색다른 매력에 마음이 끌려 밖으로 나가 몸을 담아 본다. “역시!” 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싸늘한 밤공기와 함께 즐기는 온천욕은 일품이다. 부드러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이틀간의 일본에서의 여독이 확 풀린다.

ⓒ 트래비

정확히 7시가 되자 도우미가 객실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는 방안 탁자에 한상 가득 식사가 차려진다. 생선회부터 육류와 각종 해물들, 따뜻한 국과 와인 한잔. 먹는 내내 행복함이 밀려온다. 식사 도중에도 음식들이 계속 들어오고, 도저히 배가 불러 못 먹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즈음에 마지막으로 과일과 녹차 한잔이 들어오고 나니 행복했던 저녁 만찬이 끝이 난다.


식사가 끝나고 30분 정도가 지나자 기모노를 입은 두 여인이 공손히 들어와 이불을 깔기 시작한다. 이부자리를 정성스레 준비해 주고 문 앞에서 큰절을 하고는 나간다. 식사부터 이부자리까지 왕처럼 대접받은 료칸에서의 밤이 깊어 간다.


친절한 서비스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아침부터 장대 같은 비가 내리는데 우산도 없이 인터체인지까지 어떻게 찾아갈까 했던 걱정도 잠시, 어딘가로 사라진 도우미가 잠시 후에 다시 나타나 호텔 정문에 차를 대기시켜 놨으니 그걸 타고 가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들어설 때부터 나올 때까지 한결같은 친절함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신센카쿠. 언젠가 다시 일본을 찾게 되면 꼭! 다시 한 번 이곳을 찾게 될 것 같다.


여행 전엔 처음으로 하는 외국 배낭여행이라 아는 것도 없고 해서 많이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아주 만족할 만큼의 여행을 마치고 나니 뿌듯함을 느낀다. 이번 여행이 내게 준 건 일본 여행의 즐거움만이 아니다. 말도 안 통하는 곳을 누비고 다닐 용기가 없어 국내 여행에만 매달려 왔던 터라 이번 첫 일본 배낭여행은 앞으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값진 용기를 주었다.


 

복합쇼핑타운 캐널시티

 

캐널시티에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독특한 건물 양식에 각종 상점들과 문화시설들이 그렇지만, 특히나 사람들의 눈을 가장 많이 끄는 건 분수쇼인 ‘댄싱워터’. 캐널시티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매 정시마다 5분간 분수쇼가 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마치 춤을 추듯 펼쳐지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본격적으로 쇼핑을 하기 위해 캐널시티의 이곳저곳을 구경할라치면 그 규모가 거대해 하루 종일 둘러봐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아이템에 반해 충동구매를 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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